용돈을 쥐여 주신 독일 할머니
며칠 전 저희 가족이 독일에 거주등록을 마친 Schallstadt 주민 모임에서 노엘이가 피아노 연주를 했습니다. 쇼팽 곡 4곡과 Amazing Grace를 연주했는데 노엘이가 곡을 소개할 때마다 많은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아시겠지만 독일 사람들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사랑은 대단히 큰 것이어서 음악회가 열리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쇼팽 곡을 소개할 때 터지던 큰 박수가 Amazing Grace를 연주하겠다고 말한 노엘의 말이 끝나도 연주회장 안이 조용했습니다. 대신 ‘아!~’, ‘오~’ 하는 믿기 어려운 탄성이 열주 홀 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Amazing Grace 연주를 마치고 쇼팽 곡을 한 곡 더 연주한 후 연주회를 끝냈는데 여러 분이 노엘에게 와서 손을 꼭 잡고 감사하다고 칭찬하며 격려를 해주셨고 주최하신 주민 회장님께선 초콜릿을 한 보따리 선물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이 Amazing Grace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셨다며 감격해 하시기도 했고 몇 분은 노엘의 손에 용돈을 꼭 쥐여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그저께는 이곳에서 알게 된 독일 아주머니의 소개로 저희 가족이 살아갈 집을 보러 갔습니다. 82세가 되신 노부부께서 살고 계시는 단아한 집이었는데 2층 전체를 사용할 세입자를 구하고 계셨고 저희 가족이 대단히 마음에 든다고 꼭 이사 오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두 분은 결혼생활을 62년째 행복하게 이어오고 계시는 신실한 그리스도인이셨습니다.
집을 다 보여주시고 설명도 친절하게 해주신 후 헤어질 무렵에 할머니께서 노엘을 꼭 안으시며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노엘 손에 10유로짜리 지폐 한 장을 꼭 쥐여 주시며 공부 열심히 하라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습니다.
생전 처음 만난 독일 할머니가 노엘이를 안아주시며 왜 우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할머니가 저희 가족을, 노엘을 사랑하신다는 따뜻한 감동이 저희 모두의 가슴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습니다.
이런저런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잘 해결되고 그분들과 함께 살 수 있게 되면 참 좋겠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제가 영국에서 영어를 공부할 때 같은 하숙집에 살던 독일 학생 다니엘의 집을 방문하였을 때도 그의 할머니께서 제 손에 5유로 지폐를 꼭 쥐여 주신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