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사는 시골집에는 텃밭 같은 제법 넓은 앞마당이 있다. 그런 마당 한쪽에 우물이 있고 대부분은 공터로 남아서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다.
이런 마당의 잡초를 며칠 전에 예초기로 깎아서 말끔해졌다.
그런 마당에는 오늘 제법 많은 참새들이 날아와서 먹이활동을 한다. 재잘거리고 쫑쫑대며 앞마당을 가득 채운 참새들이 이곳이 한가로운 시골임을 말해준다.
우리 말에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을 낳으면 제주도로 보내라."라는 속담이 있다. 이런 평화롭고 한가한 시골을 두고 왜 서울로 보내야 하는 것일까.
우리 인간이 갖는 좋은 기운 중에 행복과 평화로움이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평화롭기를 바라는 마음은 조금 덜한 것 같다.
오늘은 행복과 평화로움을 이해해 보려고 한다.
일상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상태가 행복이라면 고요하고 평온하며 따뜻함을 느낄 때 평화롭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살면서 줄곧 행복을 바라지만 정작 행복한 순간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나에게도 행복한 순간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행복보다는 평화롭기를 바라게 되었으며 평화로운 일상에 감사하게 된다.
행복이란 자신이 갖는 욕망의 충족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에 가깝다면 평화로움이란 욕망에서 벗어나야 느끼게 되는 감정이 아닐까.
물론 둘 다 이루기 힘든 목표이고 감정이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그런데 사람들은 다분히 이루기 힘든 일을 꿈꾸며 성취하려고 노력하며 살아간다. 세상 사람들이 꿈꾸는 드림(Dream)에는 행복 이상의 뭔가가 있음에 틀림없다.
2.
부모를 세상에서 떠나보내는 심정이 어떨까. 자신보다 더 소중하게 아껴주며 사랑으로 보살펴주던 그런 아버지를 말이다.
미스트롯에서 우승하며 드림(Dream)을 이루고 인서울에 성공한 가수 양지은의 이야기다.
그녀는 대구의 광복절 경축음악회에서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열창했는데 조금은 인상 깊은 무대였다. 아버지와 영원한 이별을 겪고 슬픔이 채 아물기도 전에 오른 무대였기에 노래에서 그런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좋은 무대였다.
젊은 나이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제대로 다스릴 줄 아는 모습이 한편으로 성장한 모습이어서 대견스러웠다.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면 누구나 행복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때로는 힘든 과정도 있었고 이런 고난과 시련을 겪고 이겨내면서 철도 들고 성장하게 된다.
아픈 만큼 단단해지고 시련의 과정 속에서 세상도 이해하게 되고 훌쩍 성장하고 성숙하게 된다는 사실 말이다.
나는 한때 평화롭고 한가한 일상을 동경해서 지금의 시골에 정착하게 되었다. 시골에서 살면서 재잘대는 참새들과 더불어 살고 있으니 꿈꾸던 시골의 삶이 행복할까.
얼마 전에 나는 잠시 서울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바쁘게 열심히 살아가는 도시 사람들을 보면서 지난 내 과거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되었다.
나도 가족들과 함께 한때는 수도권에서 살았었다. 주말이면 친구들과 어울려서 산을 오르며 교류했던 시절 말이다.
그런데 그런 친구들과 내 모습이 무엇보다도 많은 비교가 되었다. 정년을 맞아 직장에서 모두 은퇴했지만 이후에도 자신의 직업을 갖고 보란 듯이 잘 살고 있는 친구들은 나에게 많은 자극이 되었다.
아직도 건강한 육신을 갖고 있으니 도시에서도 무슨 일인들 못하랴. 또 건강하게 열심히 살면 육신과 정신도 적응해서 더 건강해진다.
만약에 10년쯤 더 시골에 묻혀서 살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그렇게 끝나버렸을 내 삶에 대한 각성이 일어났다.
젊은 사람들을 보기 힘들게 된 소도시에서는 활력도 떨어지고 경쟁도 없다. 어쩌면 평화롭고 한가로운 일상의 모습들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바쁘게 열정을 쏟으며 살아가는 대도시와 선명하게 비교가 된다.
매일매일 스스로를 일깨우고 각성하면서 제대로 실력을 쌓고 열정을 쏟으며 살아가는 대도시의 일상 말이다.
3.
신대륙, 아메리칸드림(American Dream)이 과거의 드림(Dream)이었다면 서울이 곧 드림이고 기회의 대륙이다.
강남에서 내 집을 마련하고 인공지능과 IT 벤처기업을 경영하거나 대기업의 직원으로 세계를 무대로 폼 나게 살아가는 드림(Dream) 말이다.
열정을 갖고 뜨겁게 에너지를 쏟으며 살아가는 도시의 삶. 이런 대도시에 적응해 제대로 열정을 불태우며 살아간다면 분명히 삶이 달라지지 않을까.
치열하게 경쟁하며 성공을 거머쥐고 높은 성취감을 만끽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이런 도시에서 찬란한 산업과 문화도 생겨나고 성장하고 발전해서 세상을 선도하는 힘 말이다.
이렇게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세상이 눈에 보인다. 이런 변화가 놀랍다. 껍질을 벗고 하늘을 비상할 것 같은 우리의 현실 말이다.
옛말이 하나 틀리지 않았다.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라는 속뜻을 이해하게 된다. 큰물에서 놀아야 제대로 된 가능성과 기회도 주어질 것이다.
특히나 젊은 청년들에게는 거대 도시에서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이 존재한다.
실력을 쌓고 자신만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도전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다.
어떤 일이 되었던 제대로 몰입해서 노력하다 보면 가능성과 함께 자신의 재능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자신에게 운명같이 다가온 일에 제대로 노력하고 고생해 보지 않았다면 그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며 평가할 자격이 없다.
안일함과 치졸함을 벗어던지고 세상과 한번 제대로 맞짱 떠 보자. 자신의 삶에 긍정의 힘을 제대로 불어넣는 일 말이다.
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