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
-친노.반노, 정적까지도?
추석 연휴가 시작됐습니다. 올해는 더더욱 토-일요일이 끼어 연휴가 길어졌네요. 너무 너무 좋아요... (하지만 기자들은 토요일도 일부 근무합니다.) 우리 민족에게 이처럼 추석은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넉넉한 휴식을(차례상 준비하는 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이긴 하지만) 선물하네요. 감사, 또 감사.
자, 오늘은 긴장 확 풀고, 다시 즐거운 이야기---. 신강균이나 김삼웅 같은 소재는 확 잊어버리자구요... 블로그가 다룰 주제는 유명 인사 스캔들(?)에 얽힌 뒷얘기입니다. 쫑긋?? 스캔들 주인공이 누구냐구요? 남자와 여자 모두 스캔들에 거의 노출된 적이 없는 분들이라 더욱 글 쓰기가 조심스럽네요....
자, 먼저 남자 주인공. 추석에 어울리는 화가가 있습니다. 스캔들의 한 쪽을 맡을 분이죠. 소개합니다. 그림부터 보시죠. <기사는 그림 뒤에 이어짐>


이 그림은 스캔들 남자 주인공인 화가가 작업해오고 있는 ‘생명의 노래’ 연작 중 두 편입니다. 이 화가 이름은 김병종. 서울대 미대 교수이기도 한 한국화가 입니다. 작고한 화가에 비해 생존화가 이름은 대중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김병종 화백은 조선일보에 연재한 화첩기행 등을 통해 대중적 인기도 확보한 몇안되는 작가이죠. 더구나 은은하면서도 철학이 담긴 그의 그림들은 화랑 불황 속에서도 전시회를 통해 잘 팔리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작업실의 김병종 화백. 그의 작품은 대작이 많다.
자 이야기는 제가 김 화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시작됩니다.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 김 화백은 몇년전 제게 아주 천역덕스럽게 이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당시 음식점에는 증인도 있구요. 그래서 명예훼손 소지는 거의 없습니다. 충격이 지난지 몇년이 흘러서인지 김 화백은 담담하게 말하더군요.
스캔들의 발단은 조선일보 지면이 제공했지요. 사건이 터진 것은 1999년 3월 이었습니다.
김 화백 부인은 어느날 전화를 받았습니다. 고향 아버님(김 화백 장인)이셨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 하시더니 ‘김 서방 요즘 별 일 없지?’ 하고 끊더라는 거예요. 그런 전화가 몇번 더 걸려 왔답니다.
왜 어른께선 갑자기 전화를 자주 거셨을까요? 너무 점잖으신 분이셔서 속 마음의 궁금한 점을 솔직히 밝히기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 분이 묻고 싶었던 것은 이랬습니다.
어느날 등산을 갔는데, 친구가 물었답니다. “당신 사위, 그 유명한 사위가 혹시 바람났어?”
“왜 그런 질문 하냐”고 묻자, 그 친구 분은 말씀하셨다네요. “신문에 사위 스캔들 기사가 크게 났어. 그것도 무슨 스포츠 신문이 아니라, 조선일보에 한바닥 특집으로 보도됐어. 유명한 여자 탤런트 하고 사진도 실렸어.” 자 이 대화에서 여자 주인공이 드러났습니다. 탤런트 겸 영화배우 김혜수. 김혜수 스토리는 또 뒤에 쓰기로 하고, 아무튼....

영화배우 겸 탤런트 김혜수.
김 화백 장인은 다급해지셨던 것입니다. 서울대 교수 하고 있고, 화가로 성공해 신문에 이름도 자주 나오던 자랑스런 사위가 역시 유명세를 타는지 스캔들이라니....쩝....
어떻게 이 사건은 해결됐을까요?
사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결하고 말 것도 없었죠. 실제 김병종 화백과 김혜수 씨 사이에는 스캔들이 있고 없고 조차 없었으니....
김병종 화백은 그러나 이 이야기를 그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제게 들려주면서 “그 땐 참 심각했어요”라고 했어요. 김 화백이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곤 양가를 오가며 진실을 이야기해 수습은 잘 됐답니다. 사실 제가 아는 김병종 화백은 바람피울 능력(?)도 없는 이에요. 애처가를 넘어 거의 경처가 수준이던데요, 뭘. 하지만 당시 스캔들 사건은 어른들로선 오해 소지도 있었죠.
자, 문제의 기사가 뭐냐구요? 그 스캔들 기사?
문제는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들에게 있었습니다. 정말 문제야, 조선 문화부 기자들???...왜냐구요??? 당시 저도 그 문화부에 있어 아는데, 그래서 책임의 일단이 있는데, “죄송, 죄송, 김병종 화백님” 한번 외쳐야 할 듯 싶네요. 먼저 기사부터 소개하자면...
이 기사는 지금부터 약 5년 전 조선일보 ‘느낌’ 섹션 프런트면에 실린 ‘문화 가로지르기’란 새 기획 첫회에 실린 기사였습니다. 화가와 소설가, 배우같이 분야가 다른 문화인들중 2명이 나와 서로의 문화부문에 대해 비평하고, 공통의 주제를 발견하면서 대화를 나눈다는 취지였지요. 첫번째 주인공으로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들은 격론 끝에 화가 김병종씨와 탤런트 김혜수 씨를 선정했지요. 왜냐하면 그들이 화제 주인공이었거든요. 당시 이 기사 편집자는 여기자였습니다. 김현숙 기자. 그는 당시 김혜수 씨가 주연한 MBC드라마 제목을 따 기사의 헤드라인을 ‘우리가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로 뽑았습니다. 그리고 기사 양 쪽에 김병종 김혜수 씨가 마주 보는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렸죠. 그랬으니 어른들로선 사위가 바람났다고 할 만도 했죠.
기사는 이렇게 시작했었죠. “탤런트 김혜수(29)와 한국화가 김병종(46·서울대 미대교수)은 닮았다 . 예술을 매개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라는 점이 그렇다 . 열다섯에 데뷰한 김혜수는 15년째 TV와 스크린에서 정상을 지키고 있다 . 김병종은 전통 예인들의 애환을 솜씨있게 버무린 「화첩기행」으로 장안의 지가를 올리고 있다 . 장르를 뛰어넘은 두 사람의 만남은 이중섭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현대에서 있었다 . 이중섭 그림 「황소」 앞에서 두사람은 발걸음을 멈췄다 .”
당시 조선일보는 막 가로쓰기로 전환해 많은 기사 아이디어가 필요했고, 이 ‘문화가로지르기’ 시리즈는 한동안 상당한 인기리에 보도됐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이 블로그를 통해 하고픈 이야기는 그러나 다른 데 있습니다. 편집부의 자랑스런 후배 김현숙 기자가 뽑았던 제목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 그렇습니다. 추석 연휴 동안 한번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를. 남녀간 사랑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가족이나, 친구, 나아가 라이벌과 원수들까지. 가령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반대로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그리고 대통령이나 그 주변에서 공격받아온 조중동은 노무현 대통령을 정말 사랑할 수 없을까요? 물론 일로서 비판과 경쟁은 있어야 하겠지만, 서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요? 물론 제가 노무현 대통령이나 노빠 그룹에 대한 비판 기사를 많이 쓰는 기자이긴 하지만, 저 역시 비판은 하되, 인간적인 증오는 거두고 싶습니다. 저도 그들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쓰게됐는 지 모르겠습니다. 추석, 화합이라든가, 사랑이란 단어를 곱씹을 기회입니다.
==자, 블로그 추석 안주거리로 소개한 가짜 스캔들 주인공 김병종 화백과 김혜수 씨를 위한 보답으로 그들을 위한 홍보성 정보 2편 제공.
먼저 김병종 화백이 ‘생명의 노래’ 연작을 그리게 된 배경입니다. 올 봄 5년 만에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가졌던 김 화백은 10년여 ‘생명의 노래’를 통해 생명 예찬을 담아냈습니다. 1980년대 ‘바보예수’ 등을 발표하며 고뇌하는 인간의 문제와 씨름하던 중 김 화백은 1989년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경을 헤맸습니다. 겨우 죽음을 떨치고 돌아온 뒤 맞은 이른 봄, 관악산 기슭에 핀 노란 들꽃 한 송이와 만난 뒤 그는 생명의 환희와 자연의 감동을 화폭에 끌어들이기 시작했지요. 그의 그림에는 동물, 식물 등 자연을 통해 한국적 아름다움과 생명의 힘을 느낄 수 있지요.

김혜수 씨의 최근 동정. 그녀는 MBC 새 주말극 ‘한강수 타령’ 주연을 맡았다네요. 최근 MBC는 주말극 경쟁서 KBS에 완전히 밀려 고전 중이어서, 그가 출연할 새 드라마에 방송사 기대가 대단하다네요. 그래서 ‘엄마의 바다’를 쓴 김정수 씨가 극본을, MBC프로덕션 사장을 지낸 베테랑 최종수 씨가 연출을 맡았습니다. 김혜수 파팅~~~.
김병종과 김혜수, 그리고 그들의 스캔들은 결국 없었단 말입니다. 정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