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의 그믐달,
그 둥글던 보름달은
어쩌다가 저토록 야위어진 모습일까?
동창회 날,
총총히 앉은 학창의 친구들
성성한 머리털 주름진 얼굴
어떻게 저렇게들 조락했을까?
우리는 대낮같이 밝은 식당에 둘러 앉아
웃으며 낙락하지만 이 세상은 어둡기 한이 없다.
힘 있는 나라는 남의 나라 땅을 빼앗고
사람이 사는 아파트에 미사일을 쏘아댄다.
그곳에 살던 아이들 20,000명을 인질로 잡아갔다.
우리의 강토를 유린하던 붉은 도척들과의 다툼은
잠시 멈춰선 것이 엊그제 같은데,
위태로운 잠시의 휴지는 백 년이 다 되어 간다.
언제 멈췄던 싸움이 다시 시작되어 지옥도가 펼쳐질지
아슬한 오늘의 상황이다.
북녘 동토의 땅에 신음하고 있는 겨례의 이야기를 먼발치로 들으면
이렇게 가슴이 먹먹하고 목이 멘다.
그 사이 사람들은 모든 것을 거머쥘 수 있는
권력과 부를 탐하는 광인이 되어
부나비처럼 미쳐 날뛰고 있다.
권력의 정점이 바뀌면 나라의 근본이 바뀌고
강토의 머리에서 말초까지 패거리들로 도배가 된다.
지성인은 지혜를 깨쳤으나 묵비하고
도인은 진리를 깨치기 위해 길을 떠났으나 길을 잃은지 오래고
매일의 삶에서 하느님을 만나지 못하는 성직자는
하루의 삶에 만족하는 야인이 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인은
직유와 은유의 뒤에 숨어 옹아리나 해대며
팩트의 수호신이 되어야 할 신문과 방송은
자본의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도덕
인간성 없는 과학
도덕 없는 경제
희생 없는 신앙
이 성악설로 수렴되는 세상.
다들 곤히 잠 들었는데
번민하며 깨어 있는 사람이 그립다.
오늘 동창회 날을 맞아 이런 글을 쓰게 되어
미안한 마음 가득하다.
그러나 우리들의 이웃이 저렇게 불행한데
어떻게 우리만 행복할 수 있겠느냐.
넓은 마음으로 이해를 바란다.
양평, 산자수명한 곳에 유유자적 살고 있는 송홍선 친구.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무전여행을 시작하여 일행과 함께 삼랑진에 있는 친구의 집으로 갔다.
홍선이는 공부하러 가고 없고 어머니만 계셨다.
어머니가 밥 한 상을 내어 주셔서 친구들과 맛있게 먹은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하태용 친구.
유원배 친구.
구해성 친구.
해성이는 진실로 머리좋은 친구다. 사회반 출신으로 주택은행에 합격해 1년을 다니다가
뜻한 바 있어 다시 공부하여 부산대학교에 합격하여 졸업한 수재다.
우리 사회반 출신 중에 이런 친구는 정말 드물다.
이재기 친구.
안동원 친구,
동원이는 2학년과 3학년 때 나의 짝궁이었다.
나와 같이 울산을 고향으로 둔 친구로 농소중학교를 수석 졸업한 수재다.
상업은행을 정년 퇴직하고 만년에는 기독교 장로회 장로의 직분으로 십 년을 봉사한 신앙인이다.
그런데 그 교회로 맨처음 이끈 사람이 바로 나였다.
나는 지금 가톨릭 신앙인이 되고 동원이는 신교의 신자가 되었다.
최진 친구.
조숙환 친구.
박희중 친구와 이상직 친구.
김득호 친구
지금도 덕호인지 득호인지 헷갈린다.
동양의 나폴리 통영에서 왔다. 득호를 만나면 내 아내의 고향 통영 내음이 물씬 난다.
전정식 친구.
늘 만나보면 다감한 얼굴이다.
음식을 입에 문 모습을 담아 미안한 마음이다.
전영문 친구.
안병식 친구.
58산악회 회장의 중책을 원만히 수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강대원 친구.
유영화 친구.
영화야, 오랜만이다.
우리 3학년 1반 모임할 때 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모임이 진행되는 중에 언제부턴가 네가 준 '법인 카드'로 우리들의 경비를 충당하였다.
그리고 모임을 그만두면서 친구들로부터 거두었던 회비 남은 잔액이 505,000원이었다.
그 남은 돈은 오늘 이 자리에 왔던 '살레시오원미동나눔의집'을 운영하던 신용견에게 송금하였다.
송금하기 전에 너와 통화하였던 기억이 나는구나.
그 금액이 505,000원이었다.
금액이 505,000원밖에 안 되는 것은 네가 카드로 계산하였기 때문에 그 뒤로는 회비를 거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진석 친구.
김희국 친구.
신용견 친구.
친구야, 바로 앞 자리에 앉았다가 친구들 술 한 잔 돌린다고 일어나
한 바퀴 돌았더니 가고 없더구나.
자네 앉았던 자리가 가을 낙엽 앉았던 자리처럼 쓸쓸하더구나.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다시 꼭 만나자.
박종묵 친구.
도봉락 회장.
박재규 친구와 김정윤 친구.
오늘 정윤이를 만나 설악산 공룡능선, 대청봉, 천불동이며 양폭 산장 이야기를 나누며
낙원의 흔적을 더듬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