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야기[575] 중국녹차 동정 벽라춘 2.
***중국녹차 동정 벽라춘 1에서 이어짐***
벽라춘은 강소성(江蘇省)에 있는 중국 제3의 담수호인 태호(太湖)변 동정산(洞庭山)에서 생산된다. 동정산은 호수의 서쪽에 있는 서산(西山)과 동쪽에 있는 동산(東山)을 통틀어 일컫는 이름이다. 동산은 태호의 동쪽인 소주시(蘇州市) 오현(吳縣)쪽에서 호수 안으로 길게 뻗어 들어간 지역에 있다. 시음하는 벽라춘은 바로 그 동산에서 생산된 차이다.
[시음한 벽라춘이 생산된 중국 강소성 소주시 오현의 태호(太湖)변에 있는 동정산(洞庭山) 동산(東山)의 위치. 붉은 표시]
벽라춘은 청나라 초까지 소청차(小靑茶) 또는 혁살인향(嚇煞人香, 하살인향) 즉 ‘사람을 까무러치게 하는 향을 지닌 차’라는 이름이었다고 한다. 『청조야사대관(淸朝野史大觀)』 제1권에 의하면 이 차의 이름을 벽라춘으로 바꾼 이가 청조(淸朝) 4대 황제인 강희제(康熙帝)였다. 무려 61년 동안 황제의 자리에 있었던 강희제는 정치와 경제 및 문화까지도 크게 발전시켰다.
강희제가 태호(太湖)를 유람하다가 차를 대접받았는데, 향과 맛이 좋아 이름을 물어보았더니 혁살인향(嚇煞人香)이라고 했다. 뜻은 이해되었으나 이름자체는 아름답지 못하다고 생각한 강희제는 벽라봉(碧螺峰) 아래에서 생산된다는 점과 찻잎이 푸르고 소라처럼 나선형으로 된 것에 착안하여 벽라춘(碧螺春)이라고 고쳐 주었다고 한다.
[청조(淸朝) 4대 황제인 강희제(康熙帝)의 초상. 무려 61년 동안 황제의 자리에 있으면서 정치·경제·문화를 발전시켰음]
벽라춘의 차밭은 좀 특이하다. 얼핏 보면 과수원처럼 보인다. 복숭아, 자두, 살구, 감귤, 은행, 석류, 양매 등 온갖 과일나무들 그늘아래에 약 2m 내외(상황에 따라 다름)의 차나무가 있다. 수령이 오래된 고차수(古茶樹)도 많다, 차의 새순이 나올 무렵엔 과일나무의 꽃들이 향기를 발해 찻잎의 향과 서로 어울린다.
[과실나무 아래에 있는 차나무에서 찻잎을 따는 모습. 사진제공-명가원 김 경우 사장]
벽라춘의 제다과정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차를 제다하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
(1)찻잎 따기(採葉)-아침 이슬이 마른 다음 오후까지 진행. (2)찻잎 고르기(選別)-찻잎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크기별로 구분함. 대개 그물처럼 된 둥근 선별기를 사용함. (3)시들리기(萎凋)-2~3시간 정도 찻잎이 시들게 함. (4)덖기(殺靑)-가마솥의 온도를 190도 전후로 하여 750g의 찻잎이 200g이 되게 함. (5)덖고 비비기(揉捻)-가마솥의 온도를 70도 전후로 낮추어 찻잎을 흔들고 덖고 비비는 동작을 반복함. 적당히 시간이 흐른 후 온도를 더욱 낮추어 마지막으로 찻잎을 건조시키는데, 이때 찻잎의 모양이 나선형으로 만들어짐. 건조가 끝나기까지 한 솥 안에서 단계적으로 작업이 이루어짐. 걸리는 시간은 약 45분 정도. (6)완성-만들어진 찻잎에 솜털이 많은 것은 제다과정에서 온도를 낮추면서 찻잎 속에 함유된 카페인을 배출하기 위해서라고 함.
[제다과정 두 번째 순서. 그물처럼 된 둥근 선별기를 사용하여 찻잎을 크기별로 선별하는 모습. 사진제공-명가원 김 경우 사장]
[다섯 번째 제다과정. 70도 전후로 낮추어 찻잎을 흔들고 볶고 비비는 동작을 반복함. 적당히 시간이 흐른 후 온도를 더욱 낮추어 마지막으로 찻잎을 건조시키는데, 이때 찻잎의 모양이 나선형으로 만들어짐. 사진제공-명가원 김 경우 사장]
***다음에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