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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순이는 예쁘다] 14
S#1. 보도국 사무실 (낮)
노트북 화면에 떠 있는 피해자 언니의 편지.
편지를 읽고 있는 상우. 눈시울이 점점 뜨거워진다.
안녕하세요... 요 며칠 시끄러운 박인순씨 사태를 보고 글을 올립니다.
저는 인순씨 고등학교 때 친구의 언니입니다. 인순씨가 몸싸움을 하다가 실수로 죽게한 친구가 바로 제 동생이지요.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저희 식구는 가족회의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대표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엄마가 글을 쓰고 싶어하셨는데, 제가 대신 받아쓰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저희 부모님은 지금... 그 당시, 딸을 잃은 흥분한 마음 때문에, 어린 인순씨에게 너무 가혹했다고 자책하고 계십니다.
저희집이 그때 어려웠고, 부모님도 당시엔 불화가 심했기 때문에, 죽은 제 동생에게 저희 가족들도 소홀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놓고 사고가 나자 모든 책임을 인순씨에게 돌렸고, 합의에도 임하지 않았습니다.
S#2. 선영집 거실 (낮)
노트북 앞에 앉아 멍한 시선으로 글을 읽고 있는 선영.
제가 기억하는 한, 인순씨는 밝고 성실한 학생이었습니다.
한 순간의 실수로 한 인생이 구겨져버린 것에 대해 저희 가족은 적잖은 죄책감을 느끼며 살았습니다.
고의도 아니었고, 단지 실수였을 뿐이었는데, 저희들이 그때 너무 심하게 대했습니다.
처음엔 저희도 인순씨가 대중 앞에 나와 활동 하는 것에 당황했습니다만...
이제는 그 어떤 불만도 없으며 도리어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죽은 제 동생도 인순씨의 행복을 빌거라고 생각합니다.
인순씨... 앞으로 더 좋은 일 많이 하고 밝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며 사세요!
급히 들어오는 소정.
소정 : 선영아,
선영 : (멈칫 돌아본다) 왔어?
눈물을 닦고 있다.
소정 : 피해자 가족이 편지를 올렸다면서?
선영 : 들었구나,
소정 : 아유... 참 다행이다. 고마운 일이다... 상황이 조금씩 좋아지는 거 같애. 여론 이 점점 나아지는 분위기야...
인제 맘 놔, 선영아.
얼굴 감싼 채 다시 흑 하고 우는 선영.
선영 : 내가 어리석었어... 내가 정말 실수했어.
소정 : 아유, 자책하지 마... 근데 인순이는?... 아직 연락 안돼? 전화 안 받아?
선영 : 음, 내 전환 아예 안 받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되는지 모르겠어. (눈물 닦으며) 기집애... 내 맘두 모르구...
소정 : (한숨) 일단 애부터 찾는 일이 급선무구나. 어디... 갈만한 데 없어?
선영 : (절레절레)
소정 : (곰곰 생각하는) ...이리 줘 봐. 전화기.
선영 : ?
S#3. 보도국 사무실 (낮)
노트북을 들여다보는 상우.
주위는 아직 수군수군하는 분위기다. 기자들이 삼삼오오 서서 사태를 놓고 떠들고 있다.
어떻게 되는 거야? 안됐긴 하네... 이런다고 달라질까? 글쎄, 지켜봐야 되겠는데?
상우를 바라보며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는 기자들.
그 시선 느끼고 기분이 복잡해지는 상우.
다가오는 형석.
형석 : 너 괜찮냐?
상우 : 뭐가.
형석 : 정신 좀 차렸어?
상우 : (대꾸 않는다)
형석 : 내가 너 안 볼까 그랬는데... 맘이 약해서 봐준다.
상우 : (착잡하게)
형석 : 니 소원대루... 그 테잎, 버렸다. 걱정 마라.
상우 : (멈칫 보면)
형석 : (피식) 데스크에서 일단 보류하라 그러네. 피해자 측 편지 뜨구나서, 여론 추이를 관망하자는 분위기 같애.
(툭 치고) 어쨌든 뭐, 미안하게 됐다.
상우 : (한숨) 아니다.
형석 가고 나면 다가오는 재식.
재식 : 박인순이 어딨는지 정말 몰라?
상우 : ... 모릅니다.
재식 : 이거 괜찮은 꺼린데? ... 완전 훈훈하잖아? 연말에 뜨뜻한 뉴스가 되겠어. 감이 오네, 감이 딱 와... 어딨는지 정말 몰라?
상우 : ...(복잡해진다)
일어나 나가는 상우. 무안한 재식.
S#4. 지방 어느 여관 (낮)
단촐한 여관방 분위기. 웅크리고 앉아있는 인순.
전화기를 내려다본다. 메시지가 수없이 들어와있다. 음성 메시지 15개.
작게 한숨 쉬는 인순. 결심한 듯 들어본다.
여자 기자(E) : 안녕하세요, 저는 케이 뉴스의 홍미나기자라고 합니다.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 메시지 넘긴다.
기자(E) : 박인순씨 되시죠? 코리아 매거진의 윤성민기잡니다. 연락 한 번 주세요.
다음 메시지 넘긴다.
소정(E) : 인순아, 나 엄마 친구 소정이 아줌마라고 해... 네 엄마가 지금 아주 많이 아프다. 쓰러졌어.
이 메시지 들으면 바로 연락 줄래?
멈칫 하는 인순. 난감해진다.
S#5. 선영집 앞길 (밤)
머뭇머뭇 다가오는 인순. 심호흡 하고 집을 한 번 올려다본다.
이윽고 안으로 들어간다.
S#6. 동 거실 (밤)
들어오는 인순. 파출부가 나와서 맞아준다.
파출부 : 인순씨,
인순 : 엄마는요?
S#7. 선영방 (밤)
들어오는 인순.
침대에 누워있는 선영.
인순 : 엄마...?
흠칫 돌아보는 선영. 반가움과 미안함에 왈칵 울며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난다.
선영 : 인순아!
인순 : (당황스럽다) ...괜찮...으신 거에요?
선영 : 고맙다, 인순아... 돌아왔구나.
와락 인순을 끌어안는 선영.
당황하는 인순. 몸을 빼려하는데.
인순 : (의아하게) 편찮으신 거... 아니었어요?
선영 : 미안하다... 내가 너한테 죽을 죄를 졌어. 미안해...
으흐흑 무너지며 인순을 붙잡고 주저앉는 선영.
선영 : 용서해 줘... 이렇게라두 하지 않으면 니가 올 거 같지 않았어.
나... 너한테 미안해서... 그동안 정말 죽어버리려구 했어...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난처하게 보는 인순.
선영 : 난 사태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내 딴엔 최선을 다했는데... 내가 어리석 었어.
엄마 용서해주면 좋겠다. 인순아... 엄마 용서해줘.
인순 : (착잡하게 보다가) ... 그만 일어나세요...
부랴부랴 인쇄해둔 편지를 건네는 선영.
선영 : 이거... 읽어봤어? 아직 안 읽어봤지?
인순 : ...뭔데요.
선영 : 좋은 일이 있어. 얼른 이 편지 읽어 봐. (눈물 닦으며) 그 분들께 고맙구 미안해서 어쩌니...
멈칫 편지를 받아드는 인순.
S#8. 인순방 (밤)
책상 앞에 앉아 멍하니 피해자 언니의 편지를 읽는 인순. 읽다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맘이 너무 복잡해진다. 그간의 설움, 그들에 대한 고마움, 그들에 대한 원망과 서운함... 감정이 너무 복잡하다.
S#9. 경준 학교 교정 (낮)
안에서 나오는 미진. 한쪽에서 서성이는 인순을 발견한다. 놀라서 다가온다.
미진 : 이게 누구야?
인순 : (멈칫 목례한다) 안녕하셨어요?
미진 : (복잡하게 보며) ... 요새 고생이 많지? 얼굴이 핼쓱하다.
인순 : (난감한데)
미진 : 선생님 뵈러 왔어요?
인순 : 예...
미진 : 정말 힘들었나 봐... 십년은 늙어보인다...쯧쯧!
하는데 안에서 나오는 경준.
경준 : 인순아,
인순 : 선생님,
경준 : (얼른 학교 건물 안으로 이끌며) 들어가자.
미진 : (궁금한 듯 뜨악하게 보는데)
S#10. 빈 교실 (낮)
경준과 인순, 앞자리 교사 책상을 두고 마주 앉아있다.
짠하게 보던 경준.
경준 : 여기 이렇게 있으니까, 옛날 생각 나는구나. 아직두 니가 꼭 고등학생 같다.
인순 : (둘러보며 머쓱하게 웃는다) 에이,
경준 : 에이는 무슨 에이냐. 내 눈엔 니가 항상 그저 철없는 여고생으루 보인다.
인순 : (떨구는) 속썩여 드려서 죄송해요.
경준 : (웃고) 그런 뜻이 아니다...
인순 : 저어...
경준 : 그애 부모님이... 아침에 나한테 전화를 하셨드라.
인순 : (멈칫)
경준 : 너한테 직접 전화하기 뭐하시다면서... 전해달라 그러셨어.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잘 지내라고... 힘내고 잘 살라고, 그렇게 전해달라 그러시드라.
인순 : (울컥 목이 멘다)
경준 : 이제 맘 편하게 지내라. 사람들 쑥덕거리는 것두 금새 잠잠해질 거다. 잘 됐어. 참 잘 됐어.
인순 : 저어... (목이 멘다) 제가 어떻게 해야할지 잘...
경준 : 니가 어떻게 할 거 없다. 그저 니 인생, 잘 살면 돼.
그분들께 보답하는 길두 그거 뿐이야. 고마움을 갚는 길은 그거 뿐이야.
인순 : (눈물이 글썽 어린다) 선생님, 저... 사실은 그 분들 미워했어요.
제가 한 일은 생각 안 하고, 오랫동안 그 분들을 무척 원망하고 저주했어요.
경준 : (안쓰럽게 본다)
인순 : 제가 얼마나 나쁜지 아세요? 고마운 맘이 먼저 든 게 아니에요.
이 분들이 왜이렇게 날 쉽게 용서하는 거지? 믿을 수 없다는 마음이 먼저 드는 거에요...
경준 : 인순아...
인순 : (울음 터뜨린다) 선생님... 저는 제 자신을 어떡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너무 밉고, 제가 너무 한심하고, 제가 너무 유치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야될지를 모르겠어요.
챙피하고 부끄러워요.
경준 : (가만히 등을 두드려준다) 괜찮다... 그게 어때서 그래. 그럴 수 있어. 그게 왜 부끄러운 거냐, 이놈아...
손수건 꺼내서 건네주는 경준.
받아서 눈물을 닦는 인순. 쑥스럽고 창피하다.
경준 : 여행은 잘 다녀왔냐? (짐짓 농담조로 웃으며) 막상 가보니까 갈 데가 없지?
인순 : (얼굴이 벌개진다) ...
경준 : (짠하게 보다가) ... 유기자는 만났냐?
인순 : (멈칫)
경준 : 너 애타게 찾으러 다니던데...
인순 : 선생님한테... 찾아왔어요?
경준 : (미소) ...
인순 : (얼굴 벌개지며 시선 떨군다. 맘이 아프다) ...
경준 : 가까운 사람들 마음 아프게 하지 않는 거부터 시작해. 내 생각엔... 그게 너를 고치는 첫걸음 아니겠나 싶다.
다시 눈물 글썽 어리는 인순.
안쓰럽게 보는 경준.
S#11. 방송국 로비 (낮)
들어오는 상우. 저만치서 달려와 붙잡는 진태.
진태 : 야, 상우야.
상우 : 왜.
진태 : (작게) 야, 나두 감동 먹었어. 읽어보니까 그게 쫌 그렇드라구. 안됐드라, 인순씨... 그동안 참 힘들었겠어.
상우 : (착잡한 한숨)
진태 : 인순씨 지금 어딨냐?
상우 : 몰라.
진태 : 에이, 짜식... 니가 모름 누가 알아? 인순씨 만나면 힘내라구 전해주라. 파이팅!
마뜩찮게 들어가버리는 상우. 무안한 진태.
S#12. 보도국 앞 복도 (낮)
자판기 커피 마시는 재은과 진태.
진태 : 분위기가 점점 인순씨에 대한 동정론으루 가고 있어.
여론이라는게 참... 희안해. 엊그제까지만 해두 완전 매장 분위기였는데...
재은 : (착잡하다) 그래두 그런 게 어디 쉽게 용서가 되겠어요? 어쨌든 그래두... 살인이잖아요.
진태 : 살인은... 에이, 그런 걸 살인이라 그러는 게 아니지. 우발적인 과실치사잖아.
재은 : (원망) 선배는... 선배야말루... 입장이 왜 열두 번씩 바뀌어요?
진태 : 나? 내가 언제?
재은 : 상우 선밴... 좀 어때요?
진태 : 어떠긴 뭐가 어떠냐. 여전히 폭탄이지 뭐. 제 정신이 아니드라.
저러다 사고라두 날까봐 걱정이야. 눈은 퀭해가지구... 넋이 완전 빠져가지구...
재은 : (어둡다)
진태 : (슬몃) 야, 너는... 포기하는 게 좋겠어. 내가 보기엔 꽤 심각해. 진짜 좋아하는 거 같드라.
나... 상우 그러는 거 첨 본다. 솔직히 나는 인순씨 일보다 상우가 더 충격이야.
(은근 위로랍시고) 취향이 참 독특해, 짜식. 그지?
재은 : (착잡해지는데)
S#13. 상우집 안방 (낮)
울리는 전화벨.
누워있는 명숙. 초췌한 표정으로 누운 채 전화를 받는다.
명숙 : 네에,
재은(E) : 안녕하세요... 저어..한재은인데요.
명숙 : (멈칫 일어나며) 아,네... 잘있었어요?
재은(E) : 저어... 상우 선배 집에 없나요?
명숙 : 상우? 아직 안 들어왔는데요? 핸드폰 해보지 그래요.
재은(E) : 핸드폰이 안돼서요. 혹시 집에 일찍 들어갔나 싶어서...
S#14. 방송국 복도 구석 (낮)
눈물 젖은 눈으로 통화하고 있는 재은.
재은 : 저어... 어머님...
목이 메어온다.
재은 : 어머님, 저 좀 도와주세요.
S#15. 상우집 안방 (낮)
전화 받고 있는 명숙.
명숙 : 도와주다니...? (듣다가 멈칫) 지금... 울어요? 아이고, 왜... 무슨 일인데?
S#16. 방송국 복도 (낮)
통화 중인 재은.
재은 : (눈물 훔치고) 아,아니에요. 그냥... 맘이 아파서요. 선배 때문에... 마음이 아파요.
저는...어떡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다시 눈물 왈칵 쏟는다.
S#17. 공원 (낮-저녁)
홀로 앉아있는 인순. 부재중 통화 목록에서 유상우 이름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점점 그립고 마음이 아파온다.
S#18. 보도국 편집실 (밤)
늦은 시간. 홀로 앉아있는 상우. 휴대폰을 걸어본다. 박인순... 신호만 갈 뿐 안 받는다.
착잡하다. 원망스럽다. 이렇게 무기력한 스스로에게 화도 난다.
S#19. 방송국 앞길 (밤)
안에서 나오는 상우. 사람들과 인사하고 주차장 쪽으로 걸어간다.
멀리 숨어서 상우를 지켜보는 인순. 주변에서 인순을 알아본 몇몇 사람이 자기들끼리 뭐라고 얘기하는 시선이 느껴진다.
목도리를 추켜올려 얼굴을 가리는 인순. 상우 쪽으로 다가간다..
머뭇머뭇 하면서 가만히 뒤를 따라간다. 그립고 애틋하다.
인순 : (N) 돌이켜보면 언제나... 내 인생을 고달프게 한 것은.... 밑도 끝도 없는 두려움이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짐이 되고 상처가 될 거라는 마음, 내가 가까이 가면 모든 게 나빠지고 말거라는 굳건한 믿음...
S#20. 방송국 앞 거리 (밤)
늦은 시간. 인적 드문 거리.
길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서 상우를 따라가는 인순. 맘이 점점 아파온다.
가슴 아프고, 그립고, 불러세우고 싶다. 그러나... 자신이 없다. 그냥 한참 쫓아간다.
인순 : (N) 그래서 소중한 게 다가오면, 정작 소중한 게 다가오면... 나는 번번이 도망쳤다.
그래야 내 맘이 편했으니까... 그래야 덜 자책할 수 있었으니까...
쓸쓸히 걸어가는 상우 모습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인순.
계속, 계속, 계속 쫓아간다. 맘이 점점 더 아파온다.
S#21. 주차장 (밤)
상우를 따라오는 인순.
차로 다가가는 상우.
안타깝고 그립게 바라보는 인순. 도저히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다가가 불러보려는 순간,
행인 한 사람이 인순에게 다가온다.
행인 : 저, 혹시 박인순씨...
헉 놀라서 부랴부랴 뒤돌아 도망치는 인순. 미친 듯 그 자리를 피한다.
한참 가다 돌아보면 어느새 떠나고 없는 행인.
다시 허겁지겁 주차장으로 달려가는 인순. 그러나 어느새 차를 타고 떠나버리는 상우.
차마 더 다가가지 못하는 인순. 마침내 차가 멀어지면 허탈해지며 눈물이 핑돈다.
인순 : 바보...
시선을 떨구고 마는데...
인순 : (N) ... 도저히...도저히... 자신이 없는 거다... 역시 도저히... (한숨) 안된다.
차가 떠난 주차장에 시선 떨구고 초라하게 서 있는 인순.
S#22. 상우집 거실 (밤)
들어오는 상우. 맞아주는 명숙.
명숙 : 이제 오니?
상우 : 네...
기운이 하나도 없다. 조용히 이층으로 올라가버린다.
걱정스레 따라가는 명숙.
S#23. 상우방 (밤)
들어오는 상우. 따라들어오는 명숙.
명숙 : 상우야,
상우 : (본다)
명숙 : 너... 요새 누구... 만나니?
상우 : (멈칫)
명숙 : 말해 봐. 누구... 사귀냐?
상우 : 누가 그래요?
명숙 : 꼭 누가 그래야 아니. 에미 직감이다.
난감해지는 상우. 어쩔까 고민하는데...
명숙 : 재은이가 전화했드구나. 니 맘이 딴 데 있다고... 요새 그래서 그렇게 허깨비처럼 돌아다니는 거냐?
상우 : ... (결심) 맞아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명숙 : 어떤 아가씬데?
상우 : (말 못하겠다)
명숙 : 왜?
상우 : 지금은 말씀 드리기 힘들어요. 차차 말씀 드릴께요.
명숙 : 왜? 누군데 그래?
상우 : (머뭇하다가 말 돌리며) 아버진요... 또 안 들어오셨어요?
명숙 : (발끈) 느이 아버진 됐다! 안 들어오니까 차라리 편하다.
상우 : (멈칫)
명숙 : 됐다 그래. 평생 쫓아다니면서 온갖 수발 다 들었는데, 집에 안 들어오니까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그냥 영영 안 들어오면 좋겠다.
상우 : (복잡해지는데)
명숙 : 그건 그거구, 도대체 어떤 아가씬데? 왜 지금 얘기를 못한다는 거야?
상우 : 저... 좀 쉴께요... (겉옷 벗으며) 나중에, 차차 얘기 할께요.
명숙 : (의아한데)
S#24. 선영집 거실 (밤)
울적하게 들어오는 인순.
반갑게 맞아주는 선영. 얼른 인순의 손을 잡아끈다.
선영 : 어디 갔다 왔니? 너 또 없어진 줄 알구...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인순 : 왜요,
선영 : 이제 됐어. 다 됐어.
인순 : 뭐가요?
선영 : 이제 복귀해두 돼. 여론이 완전 동정표루 돌아섰어. 여기저기서 너 불쌍하다구 난리랜다.
니가 무슨 죄가 있냐, 과실치산데 무슨 형량을 그렇게 많이 받았냐,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가 문제다...
이런 식으루 막 흘러가고 있어. 내가 첨에 생각했던대로 다 되고 있어. 그 편지 하나가, 사태를 이렇게 바꿔 놓네.
인순 : (당황스럽다)
선영 : 하느님이 보우하사다. 인순아, 인제 넌 살았어. 조금만 기다렸다가 분위기 봐서 다시 컴백하는 거야.
인순 : ...(착잡하게 본다) 엄마,
선영 : 왜.
인순 : 전... 안해요.
선영 : (눈치) 너.. 아직두 나한테 화났구나.
인순 : 아뇨. 그냥... 이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을 거에요. 방송 일, 제 적성두 아니고, 제가 갈 길도 아니에요.
선영 : 바보같이 왜그래? 겁낼 거 없어.
인순 : 겁내는 거 아니에요. 하고 싶지 않은 거에요.
선영 : 니 맘 다 알아. 그래, 겁나겠지. 겁나겠지만,
인순 : (단호하게) 난 안해요! 안한다고 했어요.
선영 : (기세에 좀 눌리는)
인순 : 엄마, 제발 제 마음을 좀 알아주세요. 왜 모든 사람이 다 엄마 같다고 생각 하세요? 왜?
선영 : (억울한) 내가 언제,
인순 : (OL) 앞으로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 그렇게 아세요.
결연하게 이층으로 올라가버린다.
억울하지만 그러나 더 나서지 못하고 원망스럽게 보는 선영.
S#25. 정아방 (밤)
들어오는 인순.
텅빈 불꺼진 방안. 착잡하게 둘러보는 인순.
S#26. 근수 친구집 방안 (밤)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들여다보고 있는 근수.
<힘내요, 박인순!>이라는 제목의 인터넷 기사가 인순의 사진과 함께 화면에 떠 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 시시각각 동정의 물결>이라는 소제목과
학원 폭력의 피해자, 눈물로 보낸 청소년기, 등등의 단어 내용이 보인다.
복잡한 표정의 근수. 빠른 손동작으로 기사를 한줄 한줄 내려 읽고 있다.
순간, 울리는 벨소리. 흠칫 놀라 고개 드는데, 자기 휴대폰이 아니다.
저만치 놓인 정아의 휴대폰이 울리고 있다.
무시하지만 계속 울린다. 슬몃 다가가 힐끔 보는 근수. 박인순이라는 이름이 떠 있다.
표정에 갈등이 어린다. 받을까 말까... 이윽고 결심한 듯 받는다.
근수 : 여보세요.
인순(E) : (멈칫 사이를 두고) ... 여보세요?
S#27. 정아방 (밤)
통화 중인 인순. 당황스러움이 역력한 표정.
인순 : 혹시.. 근수니? 내가 지금 너한테 걸었니?
S#28. 근수 친구방 (밤)
통화 중인 근수. 잠시 망설이다가...
근수 : 제대로 걸었어.
인순(E) : 어떻게 된 거야? 니들... 같이 있어? 같이 있는 거야?
근수 : (결심한 듯) ... 와서 니 동생 데려가라.
S#29. 정아방 (밤)
통화 중인 인순. 멍해진다.
인순 : 무슨 말이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S#30. 옥탑방 옥상 (밤)
작은 평상 혹은 낡은 간이 테이블이 놓여있다.
그 위에 휴대용 버너를 올려놓고 찌개를 끓이고 있는 정아. 간을 본다. 맛이 영 아니다.
평상 위에는 작은 소반과 시장에서 산 듯한 밑반찬 몇 가지. 다 어설프고 엉터리다.
정아 : (방을 향해) 오빠, 나와요! 식사해요!!
S#31. 근수 친구방 (밤)
근수 : 니 동생... 정신 나간 니 동생... 여깄다구! 나랑 같이 있다구!!
들어오는 정아.
근수. 놀라서 흠칫 전화를 끊는다.
정아 : 뭐해요?
근수 : (짐짓 태연하게) 와, 너는 무슨 핸드폰이 장난감 같냐? (괜히 얼굴에 붙이는 척) 얼굴에 딱 붙네.
하하, 꼭 지같은 거만 갖구 다닌다.
정아 : (다가와 빼앗으며) 놀리지 마요.
근수 : 추운데 뭘 밖에 먹자 그래?
정아 : 야경이 끝내 줘요! 진짜 전망이 예술이에요.
근수 : (허탈하게) 좋겠다, 너는... 뭐든지 다 예술이라서.
정아 : (잡아끈다) 얼른 나와요, 얼른!!
근수 : 알았다, 알았어. 금방 나갈께.
신이 나서 먼저 나가는 정아.
표정이 몹시 흔들리는 근수. 맘이 괴롭다.
S#32. 정아방 (밤)
전화 끊고 멍하니 앉아있는 인순.
S#33. 근수 친구집 옥상 평상 (밤)
마주 앉아 밥 먹는 근수와 정아.
신이 나 있는 정아.
정아 : 찌개가 정말 맛이 이상하죠, 그죠? 하하.
근수 : (피식) 니가 먼저 이상하다 그러니까 내가 할 말이 없다.
정아 : 내가 태어나서 먹어본 찌개 중에 제일 이상해요.
근수 : (먹으며) 먹을만 해.
정아 : 와, 오빠는 너무 착해. 이런 걸 먹을만하다 그러구! 이런 사람을 어떻게 안 좋아할 수가 있어요?
근수 : (맘이 복잡해진다) 그만 해라. 나 체한다.
정아 : 체하긴 왜 체해요. 소화가 더 잘되지, 하하.
근수 : (가만히 본다) 넌... 니가 좀 이상한 거 아냐?
정아 : 내가 뭐가 이상해요?
근수 : 찌개보다 니가 더 이상해.
정아 : (멈칫하고) 왜요.
근수 : 어디 별나라에서 왔냐? 도대체 현실성이라곤 눈꼽만큼두 없냐.
정아 : (무안하게 얼굴 붉히며 씩 웃는다) 맞아요, 별나라에서 왔어요. 나 사실은 외계인이에요.
근수 : (허 웃고) 인젠 여유까지 부리네, 짜식.
정아 : (반찬을 밀어준다) 많이 먹어요, 오빠... 밥 먹고 우리 바닷가에 산책 갈까요? (박수) 와, 좋아, 좋아! 넘 신난다...
근수 : (한숨 쉬며 보다가) ...정아야,
정아 : (놀라) 오빠 내 이름 첨 부르는 거 알아요?
근수 : (기분이 좀 애틋해진다) ...
정아 : 정아야, 와아! 한 번만 다시 불러줘봐요.
묵묵히 밥을 먹는 근수. 왠지 눈가가 시큰해진다. 들키지 않으려고 애쓴다.
의아하게 보는 정아.
정아 : (슬몃) 오빠,
근수 : (고개 숙이고) 밥이나 먹어라, 외계인.
S#34. 병국 사무실 (아침)
한쪽 소파에 담요를 둘둘 감고 잠들어있는 병국.
들어오는 상우. 한숨이 절로 나온다. 다가가 곁에 앉는다. 가만히 내려다본다. 맘이 짠하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다.
기척에 부스스 눈을 뜨는 병국. 흠칫 놀라 일어난다.
병국 : 언제 왔냐,
상우 : (한숨) 왜 여기서 주무세요, 호텔이라두 가시지.
병국 : 뭐... 내가 알아서 할 일이야.
상우 : (복잡하게 본다) 저랑 아침 드시러 가세요. 드릴 말씀이 있어요.
병국 : 됐다. 난 아침 안 먹는다. 넌... 바쁜데 뭐하러 왔냐. 회사 안가?
상우 : 늦게 가두 돼요.
병국 : 그런 게 어딨냐? 어서 가봐. (민망한 듯 부랴부랴 담요 걷는다)
상우 : (착잡하게 보다가) 그 분이... 그렇게 좋으세요?
병국 : (딴청 부리며 기지개) 아이고 찌뿌드하다... 난 사우나나 하러 가야겠다.
일어난다.
상우 : (결심한 듯 따라 일어난다) 같이 가시죠.
병국 : (당황)
상우 : 모처럼 저도 사우나 좀 할려구요.
병국 : (난감하게 보는데)
S#35. 사우나 안 (아침)
나란히 샤워 가운 입고 앉아있는 부자.
마음이 영 불편한 병국.
병국 : (괜히 딴청) 녀석... 이런 데 와서 보니까 니 인물이 더 출중하구나... 허허, 누구 아들인지... 참... 자랑스럽다...
(괜히 할 말 없어 상우 몸을 철썩 치며) 키두 크구... 근육두 딴딴하구... 허허, 참 대견하구나.
상우 : (결심한 듯 담담하게) 그 분하구 헤어지세요. 아버지.
병국 : (멈칫 당황)
상우 : 엄마... 안 불쌍하세요?
병국 : ... (머뭇하다 외면한다) 고만 해라... 나두 일생에 한 번쯤은 그저 내 마음에 충실해보고 싶은 거다.
(단호하게) 이건 내 남은 인생이 걸린 문제야.
상우 : (돌겠다)
병국 : (착잡하게 외면하고 있다)
상우 : (결심한 듯) 저어...
병국 : (본다)
상우 : 아버지, 저어... 드릴 말씀이 있어요.
병국 : (OL 버럭) 제발 내 마음 좀 알아주면 안되겠냐!!
상우 : (당황한다. 지금은 말할 타이밍이 아니다 싶어진다) ...
병국 : (부채질 하며) 덥다, 이거 내가 혈압이 높아서... 더는 못 있겠다. 나가자, 안 나갈래?
나는 그만 나갈란다... (부랴부랴 일어나는데) 넌 더 있든가...
상우 : (한숨)
S#36. 상우방 (낮)
들어오는 명숙. 침대를 정리하다가 괜히 책상 쪽을 한 번 둘러본다.
이것저것 괜히 둘러보다가 슬몃 서랍을 열어본다. 뒤적뒤적해보다가 도로 닫으려는데, 뭔가를 봤다.
멈칫 다시 열어본다. 안에서 나오는 인순의 사진 몇 장.
멈칫 들여다보는 명숙.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인데... 누구지? 누구드라? 싶다.
S#37. 커피숍 (낮)
들어오는 재은. 한쪽에서 손 흔드는 명숙.
명숙 : 어서 와요, 여기에요.
재은 : (인사하고 마주 앉는다) 많이 기다리셨죠?
명숙 : 아이고, 아니에요. 바쁜 사람을 불러내서 어쩌누.
재은 : 아유, 안 바뻐요. 바쁘더라도 만사 제치고 달려와야죠.
명숙 : 고마워요.
재은 : 아니에요, 불러주셔서 제가 고맙습니다.
안그래두 어머님 뵙고 싶었어요. 먼저 뵙자고 그러기 뭐해서 망설이구 있었어요.
명숙 : 그래요?
재은 : 네... (착잡한 듯 시선 내린다)
명숙 : (아무래도 뭔가 있다) 저기... 혹시...
재은 : ?
명숙 : 혹시 우리 상우 만나는 아가씨가 말이에요...
재은 : 네.
명숙 : 내가 아는 사람인가? 내가 아는... 아니, 혹시 좀 알려진 사람이에요?
재은 : (멈칫 본다) 알고 계셨어요?
명숙 : (확 불길해지는) 누군... 데요?
재은 : (어쩔까 망설이는데)
S#38. 근수 친구집 외경 (낮)
S#39. 동 방안 (낮)
근수가 남긴 쪽지를 읽고 있는 정아.
근수(E) : 그동안 고마웠다. 니 덕분에 안 심심하구 나름 재미 있었어. 니 언니 오면 서울 가라.
멍한 시선으로 쪽지를 읽고 또 읽는 정아.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인순(E) : 정아야! 정아야, 안에 있니?
울기 시작하는 정아.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인순. 놀라서 다가온다.
인순 : 정아야!
정아 : (흐느껴 운다)
인순 : 세상에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니? 근수는? 근순 어딨어?
울기만 하는 정아.
S#40. 여행사 안 (낮)
직원 앞에 서 있는 근수. 여권을 내민다.
직원 : 어떤 항공사로 알아봐드릴까요.
근수 : 그런 건 모르겠구, 제일 싼 비행기표루 주세요.
직원 : 제일 싼 거요? 날짜는 그럼...
근수 : 날짜... 빠를수록 좋아요. 최대한 빠른 걸루 주세요.
직원 : 잠시만요.
직원이 알아보는 사이.. 무표정하게 돌아서서 기다리는 근수.
전화벨이 울린다. 박인순 이름이 뜬다.
무시하는 근수. 점점 표정 어두워진다.
S#41. 선영집 정아방 (낮)
침대에 누워있는 정아. 열이 펄펄 끓는다.
다가와 얼음 수건을 대주는 인순.
인순 :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래니...
정아 : (끙끙 앓고 있다)
인순 : (머리 짚어주며 글썽한다) 왜 진작 말 안했어, 진작 말을 하지...
정아 : ... 언니, 나 이제 어떻게 살아요..
인순 : 둘이... 언제부터 사귄 건데? 어?
정아 : (눈물 글썽 어린다)
인순 : (한숨)
정아 : 그 오빠 그냥 두면 안돼요. 찾아야 돼. 그냥 두면 큰일 나요.
인순 : 왜.
정아 : (울먹인다) 모르겠어요. 그냥... 그냥 그런 기분이 들어요.
인순 : (한숨) 그럴 리가 있어. 걔 안 그래. 얼마나 쎈 녀석인데...
정아 : 쎄긴 뭐가 쎄요. 언닌 같이 자랐다면서 그 오빨 그렇게 몰라요?
밤마다 울드라구요. 밤마다 울고... 그리구 꼭 내일 죽을 사람처럼... (어두워지며)
인순 : (불안한데) ...그랬어?
그 순간, 들어오는 선영.
놀라서 얼른 정아를 눕히는 인순.
선영 : 얘 도대체 어떻게 된 거니!!
인순 : 친구들하고 여행...갔었대요. 감기 몸살이 걸려서...
선영 : 일어나봐, 정아야!
정아 : (잠든 척)
선영 : (정아 흔들며) 하프 어디루 갔어? 학교에 갔다놨니?
정아 : (여전히 잠든 척)
선영 : (마뜩찮게) 어쩌면 이렇게 갈수록 첩첩이야.
얘가 도대체 왜이러는 거 같니? 지금 이 중요한 와중에 얘까지 왜이러는 거냐구...
인순 : 약 먹구 막 잠들었어요. (밖으로 떠밀며) 나중에 얘기해요, 엄마.
선영 : (기막히다는 한숨)
억지로 선영을 떠미는 인순.
S#42. 인순방 (낮)
전화 걸고 있는 인순. 메시지 남긴다.
인순 : 근수야! 전화 해. 어떻게 된 건지 전화해서 나랑 얘기 좀 하자. 근수야.
그 순간, 울리는 전화벨. 멈칫 전화를 받는 인순.
인순 : 근수니?
S#43. 거리 (낮)
한쪽에 털썩 앉아 통화하는 근수.
근수 : 잘 살아라, 박인순...! 그동안 나 땜에 지겨웠을텐데... 인제 맘 편하게 잘 살아라...
정아 걔는... 내가 꼬셨다. 내가 돈 좀 울궈볼라구 꼬셨다가... 별 볼 일 없어져서 버리는 거야.
기집애가... 영 말을 안 듣드라구... 그리구... (맘이 먹먹해진다) 기운 내라, 박인순... 넌... 죄 없다.
가슴 펴구, 떳떳하게 살아라. 병신처럼 빌빌거리지 말구!! (눈물 슥 닦는다) 떳떳하게 살아!!!
S#44. 인순방 (낮)
통화하는 인순. 불안해진다.
인순 : ...근수야, 너 지금 어디니?
전화 끊어진다.
인순 : 근수야!!
어이없는 인순. 다시 걸어본다. 전원이 꺼져있는데...
S#45. 상우집 부엌 (낮)
식탁 앞에 멍하니 앉아있는 명숙.
재은(E) : 네, 맞아요. 박인순씨요. 살인 전과 기록 속이구 방송 타서, 요 며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그 사람요....
저두 까맣게 몰랐어요. 유선배가... 맘이 착해서... 아마 동정심으로 대하다가 그렇게 된 거 같아요.
아, 이선영씨 아시죠? 연극 배우 이선영씨요.. 그 분 딸이기두 해요. 버렸던 딸인데... 최근에 다시 찾았다 그러죠?
부들부들 떨려오는 명숙. 도대체 이게 먼 일인가 싶어진다.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든다. 상우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버튼 누르는 손이 덜덜 떨린다. 안 받는다.
안되겠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S#46. 보도국 사무실 티브이 화면 (낮)
형석의 리포트가 흐르고 있다.
자료화면으로 인순의 모습과 함께 고등학교 교정을 배경으로 리포팅 하는 형석.
형석 : 지하철녀 박인순씨에 대한 동정 여론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고교 시절 뜻하지 않은 사고로 청춘을 교도소에서 보낸 그녀가 과거 학교 폭력의 희생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 각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착하고 성실했던 한 소녀가 살인전과자라는 멍에를 걸머지고 살게 된 이면에는 학교 폭력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있었던 것입니다. 피해자 가족의 편지와 어머님의 증언으로 밝혀진 이번 사태의 진실 앞에
많은 네티즌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박인순씨는 그간 선행과 봉사에도 누구보다 앞장 서 왔으며
지하철에서 취객을 구한 살신성인으로 전 사회에 감동의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지금 인터넷에서는 박인순씨 복귀 추진 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가련하고 불쌍한 한 여인의 아픈 과거사가 연말 연시 우리들의 가슴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입니다.
S#47. 보도국 사무실 (낮)
턱 괸 채 화면을 우두커니 보고 있는 상우. 참...뭐라고 반응해얄지 모르겠다.
복잡 미묘해진 표정으로 난감하게 화면을 응시하는 중이다.
다가오는 진태.
진태 : 야, 유상우...
상우 : (못 듣고 있다)
진태 : 밑에 어머님 오셨다.
상우 : (잘못 들었나) 뭐?
진태 : 어머님이 오셨다구. 니네 어머님이 너 찾아오셨다구. 집에 무슨 일 있냐?
상우 : (멈칫) 엄마가?
S#48. 방송국 까페 (낮)
다가오는 상우. 저만치 착잡하게 앉아있는 명숙의 모습이 보인다.
급히 다가가는 상우.
상우 : 엄마,
명숙 : (차갑게 본다)
상우 : (마주 앉으며) 어떻게 된 거에요... 여길 어떻게 왔어요.
명숙 : 나는... 방송국 오면 안되냐. 니 에민 못나서 이런데 오믄 안돼?
상우 : (당황) 왜 그러세요,
명숙 : 전화해두 통 안 받길래... 내가 도저히 저녁까지 못 참구 그냥 왔어.
상우 : 왜요, 아버지 또 무슨 일 있어요?
명숙 : 니가 지금 그런 말이 입에서 나와? 니 아버지 얘기 할 주제야, 니가?
상우 : (멈칫)
명숙 : 그 애... 인순인지 뭔지 그애 말이야...
상우 : (헉 놀란다)
명숙 : 어떻게 그렇게 날 속였니? 어떻게 부자가 똑같이 나를 바보루 만들었어,
상우 : (당황) 어떻게 아셨어요,
명숙 : 어떻게 안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해? 넌 니 아버지보다 더 나쁜 놈이야.
상우 : ...(착잡하다)
명숙 : (눈물 훔친다) 내가..내가 지금 청심환 먹구 오는 길이야. 도저히 이대로는 쓰러질거 같아서...
너 만나기전에 약부터 먹었다. 살다 살다 어째 이런 일이 다 있니. 내가 무슨 죄를 졌길래... 이런 기막힌 일을 다 겪니.
상우 : 진정하세요.
명숙 : 어쩌다 그런 (비꼬는 투로) 유-명한 애랑 사귀게 된 거냐?
상우 : ...(씁쓸히) 그러게요.
명숙 : (발끈) 어뜩하다 하필 그 여자 딸이야, 왜 하필...!!
상우 : (착잡하게 한숨) ...그러게요.
명숙 : 허,
상우 : 저도... 왜이렇게 됐나... 엄마 이상으로 괴로워요.
명숙 : ... 헤어져라. 내가 두 번 말 안한다.
상우 : ... 안되겠어요.
명숙 : 뭐?
상우 : 헤어지구 싶어도 헤어질 수가 없어요. 만나기도 어려워요, 지금.
명숙 : 먼 소리야?
상우 : 나 혼자 좋아하는 거에요. 만나주지도 않아요.
명숙 : 허, (기막혀 보다가) 그럼 잘 됐구나! 잘 됐네!!
상우 : (허탈하게 한숨 쉬다... 결심한 듯) ... 저 걔랑 결혼하고 싶어요.
명숙 : (휘둥그레진다) 뭐?
상우 : 기왕 약 드시구 오셨으니까 다 말씀 드릴께요. 생각해봤는데....도저히 걔 없으면 살아갈 이유가 없어요.
그 전에 내가...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겠어요.
명숙 : (파르르 떤다) ...미친 놈.
상우 : ...(미안하고 맘 아프다)
명숙 : 됐다, 그래! 니 맘대로 해봐라... 인제부터 나는... 너 같은 놈 에미 아니다. 니 엄마 없는 셈 쳐라.
상우 : ...
명숙 : 나는 너 안 본다. 너두 필요없고 니 아버지두 필요없다. 오늘부터 집에 들어오지 마라. 난 ... 혼자 살 거야.
상우 : (아프게 본다) ...엄마,
명숙 : 알아들었어? 다신 집에 들어오지 마라. 들어올 생각 마!!
일어나는 명숙.
명숙 : 나쁜 자식... 천하에 몹쓸 자식.... (돌아서며 울음을 터뜨린다)
상우 : (맘 아픈데)
주위에서 웅성웅성 구경하는 사람들.
밖으로 나가는 명숙. 부랴부랴 쫓아나가는 상우.
S#49. 방송국 앞길 (낮)
건물을 나오는 명숙.
황급히 쫓아오는 상우. 붙잡는다.
상우 : 엄마,
명숙 : 사람들 본다. 이거 놔라.
상우 : 다른 데 가서 얘기 좀 더 해요.
명숙 : 됐어! 너 안 볼 거야! 다신 너 안 본다!! 그런 줄 알아!!!
거세게 뿌리치고 가버리는 명숙.
더 이상 붙잡지 못하고 허탈하게 바라보는 상우. 괴롭다.
S#50. 레스토랑 (낮)
기다리고 있는 병국. 차를 마시며 시계를 본다.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들어온다.
선영 (E) : 죄송해서 어쩌죠? 제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어요. 식사는 담에 하면 안될까요?
제 딸 일이라서 도저히 시간을 뺄 수가 없네요.
실망 어리는 병국. 문자를 보낸다.
병국(E) : 괜찮습니다. 맘 편하게 일 보시고 차후에 연락주세요.
그러나 표정엔 영 섭섭함이 어려있다.
S#51. 기획사 사무실 (낮)
명철과 마주 앉아있는 선영. 화색이 감도는 두사람.
명철 : 국면이 이렇게 전환 될 줄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다 어머님 덕분입니다.
선영 : 아유, 무슨 말씀을요.
명철 : 피해자 가족 편지라는 변수가 이렇게 사태를 달라지게 할 수 있다니...
참 우리 사회가... 아직 희망이 있어요. 온 사방에 인순씨 안됐다구 난립니다.
선영 : (글썽하는)
명철 : 어머님 정성에 하늘이 감동한 겁니다.
선영 : 자꾸 그러지 마요. 그분들께 고마운 거죠... 나두 영 어벙벙해요. 안 믿어져.
명철 : 여론이란 게 워낙 그런 거에요. 한 번 형성된 이미지는 쉽게 바꾸고 싶어하지 않는 게 사람들 심립니다.
인순씨가 나쁜 사람이란 걸 믿고 싶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충격 받고 돌 던지다가 금새 입장들을 바꾼 거에요.
선영 : (끄덕한다) 역시 이미지 메이킹 전문가다우신 분석이네요.
명철 : 별 말씀을요. 어쨌든 중요한 시기에요. 이 기회에 확실히 전화위복해야할 거 같습니다.
일단 제가 직원들 시켜서 인순씨 동정글들을 인터넷에 계속 띄우고 있어요.
인순씨 학교 때 친구들 증언이며 교도소 동기들, 전에 일했던 제과점 주인들 인터뷰도 추진하고 있어요.
선영 : 그,그렇게까지나...
명철 : 최선을 다해야죠. 사실 우리가 나서지 않아두 언론에서 벌써 난립니다.
어제 오늘 새에 회사로 인터뷰 요청이 장난 아니에요.
선영 : 그래요? 어머, 난 그것두 모르구, 전화기 아직두 꺼놓구 있었어. 무서워서...
명철 : 하하, 인제 그러실 거 없어요. 되려 전보다 더 주목 받고 있는걸요.
무슨 출판사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두 섭외가 들어왔어요. 인순씨 인생으루 책이랑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다면서요.
선영 : (반색) 정말요?
명철 : 네. 당분간 피곤하실 거 각오하세요. 다큐멘터리는 일단 괜찮은 거 같아서 오케이를 하려구 하는데...어떠세요?
선영 : 당연히 해야죠. 아참! 이건 어때요? 피해자 가족두 같이 출연을 하는 거에요.
그 분들이 도와준다면 확실하게 감동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어때요?
명철 : (머뭇 걱정하는) 그 분들이... 출연까지... 해주실까요?
선영 : 그건 저한테 맡기세요. 문제 없어요. 제가 당장 내려가서 설득해볼께요.
명철 : 그,그러시겠어요?
음료수 들고 곁에 다가오는 희주.
선영 : (작게) 아참... 인순이한텐 아직 얘기하지 마세요.
희주 : 예?
선영 : 아직... 겁에 질려 있어요. 내가 잘 설명할테니까 이런 저런 섭외 같은 거... 얘기하면 안돼요.
희주 : (얼떨떨) 예에... 그럴께요.
선영 : (결연하게 각오 다지는데)
S#52 선영집 거실 (밤)
전화벨이 마구 울려댄다. 전화 받는 파출부.
파출부 : 네에... 무슨 신문요?
이층에서 내려오다가 손을 내젓는 인순.
파출부 : 인순씨... 지금 집에 없는데요. 네에... 알겠습니다.
전화 끊으면 바로 울리는 전화벨.
난감하게 전화 받는 파출부.
파출부 : ...네, 맞습니다만... 인순씨 지금 집에 없어요. 모르겠어요.
전화 끊는다. 난감한 인순.
다시 벨이 울린다.
인순 : 받지 마세요.
휴대폰이 울린다. 얼른 부랴부랴 전원을 끄는 인순.
파출부 : 이게 먼 난린지 모르겠네요.
인순 : (당혹) 그러게요,
멎었다가 다시 또 울리는 전화벨. 당황하는 인순.
S#53. 보도국 사무실 (밤)
들어오는 상우. 다가오는 재식.
재식 : 너 당장 카메라 섭외해서 취재 가라.
상우 : 예?
재식 : 박인순이 인터뷰 따 와.
상우 : (한숨)
재식 : 인터뷰만 따면 이건 특종이야. 아직 어디서두 인터뷸 못 했대. 니가 해봐. 넌 할 수 있지?
상우 : 제발... 고만 좀 할 수 없어요?
진태 : (다가온다) 야, 축하한다, 상우야... 지금 인순씨 돕기 운동이 난리두 아니다.
상우 : 무슨 돕기 운동?
진태 : 인순씨 돕기 운동. 다들 불쌍하다구 난리다, 난리.
상우 : 허,
진태 : 얼굴 안 드러내구 숨어있으니까 상품가가 상종을 치구 있는 거야, 지금.
다들 아우성이야. 기자들이 지금 인순씨 집으루 몰려갔댄다.
상우 : 집에 없어, 걔.
진태 : 무슨 소리야? 집에 있대. 집에 있는데... 근데 일체 연락을 안 받는대.
상우 : (멍해진다) 집에.. 있다구?
진태 : 짜식, 알면서 빼는 거지? 지금? 야, 인순씨가 역시.. 방송을 알아. 신비주의 전략이라 이건가?
상우 : 허,
재식 : 당장 가봐. 가서 인터뷰나 따 와.
상우 : (발끈) 그만 좀 들었다 놨다 하면 안됩니까!!
재식, 진태 : (멍해진다)
상우 : 걔 좀 놔둬요! 제발 그만들 좀 하세요!
진태 : 상우야...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리는 상우.
기막히는 재식과 진태.
S#54. 미화 원룸 (밤)
통화 중인 미화.
미화 : (들떠서) 인순아! 너 또 스타 됐드라! 축하해! 와,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인터넷 봤어? 너 복귀 추진위원회두 만들어지구, 성금 모금두 한대.
S#55. 인순방 (밤)
멍하니 통화하고 있는 인순.
인순 : 성금 모금?
미화(E) : 그래! 힘내라 이거지! 불쌍하다구 다들 난리야, 난리!
나두 니 덕분에 인터뷰하게 생겼어! 니 교도소 생활을 증언해달랜다.
인순 : 미화야, 안돼! 제발 그런 거 하지 마.
미화(E) : 아유, 걱정 마, 안해, 안해. 내가 뭐하러 방송 나가 얼굴을 파냐? 걍 그렇다구! 너 또 떴다구!
아무래두 니가 대운이 텄나 보다!
들어오는 파출부.
파출부 : 밖에 누가 왔어요.
인순 : (전화 가리고) 누가요?
파출부 : 기자래요.
인순 : 예? 없다 그래주세요. (손 저으며) 저 없어요!
파출부 : (끄덕하고 나간다) 알았어요.
인순 : (머뭇하다가 다시 통화) 미화야 나... 지금 니네 집에 가두 돼?
미화(E) : 우리집? 왜?
인순 : 아무래두... 여기 있으면 안되겠어. 여깄다간 피곤해지겠어.
미화(E) : 아유, 피곤하긴! 좋기만 좋겠구만! 얼렁 와, 그럼! 기다릴께!
인순 : 그래, 좀 있다 보자.
전화 끊는다. 망연자실... 도대체 이게 뭔가... 또 얼떨떨하다.
S#56. 선영집 앞길 (밤)
안에서 몰래몰래 나오는 인순.
집 앞에 몰려든 기자들 10여 명.
헉 놀라는 인순.
플래시가 터지고 몇몇 사람은 우우 박수도 쳐준다.
기자1 : 인순씨, 집에 계셨군요?
인순 : (당황) 저어...
기자1 : 잠깐 인터뷰 좀 할 수 있을까요?
인순 : 예? 무슨 인터뷰요.
기자2 : 이번 일에 대한 본인의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인순 : 소감요? 저 그런 거 없는데요.
여기자3 : 그동안 마음 고생 심하셨죠? 과거에 학교 폭력은 왜 당하셨나요? 왕따였나요?
인순 : (어쩔 줄 모르고 보다가) 죄송합니다. 저는... 저는...
안되겠다. 그대로 내빼기 시작한다.
당황하는 기자들. 따라온다.
기자1,2 : 인순씨! 인순씨, 잠시만요!!
인순 : 죄송합니다! 전 할 말이 없어요! 전 안해요! 전 아무 것도 할 말이 없어요!!
혼신의 힘을 다해 도망치는 인순.
골목을 따라 달리는 사람들.
S#57. 골목 입구 - 상우 차 안 (밤)
차를 몰고 오는 상우. 창 밖에 달리고 있는 인순의 모습을 발견하다.
차를 급히 세우고 내리는 상우.
상우 : 인순아!!
쫓아간다.
멈칫 돌아보는 인순. 상우를 봤다. 창백한 표정으로 더욱 미친 듯 도망쳐 달린다.
S#58. 선영집 부근 거리 (밤)
달리는 인순. 있는 힘껏, 발에 불이 나게 달린다. 이윽고 모퉁이를 돌아서서 숨는다.
인순을 놓친 사람들. 이윽고 아무도 쫓아오지 않는다.
저만치 두리번거리며 인순을 찾아헤매는 상우 모습이 보인다.
확 어두워지는 인순 표정.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 다가온다. 40대 남자 행인.
행인 : 인순씨,
인순 : (헉 놀라) 예?
행인 : 박인순씨 맞죠? (손을 감싸 쥐며)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어요...
(눈시울 붉어지며) 참 힘드셨겠습니다. 힘내요, 힘내서 살아야 합니다...
인순 : (당혹스럽다) 저어...
알아보고 다가오는 여자 행인.
행인2 : (손 꼭 감싸며) 아이고, 이게 누구야... 불쌍하기두 해라...
인순 : (손을 뺀다) 저,저는...
행인2 : 불쌍한 것... (눈물 닦는다) 기운 내야 된다.
인순 : (당황) 죄,죄송합니다. 저, 전 그만 갈께요!
꾸벅 인사하고 다시 다른 방향으로 달린다.
인순을 알아본 몇몇 사람들, 힘내세요! 용기를 내요! 외쳐준다.
얼떨떨 놀라는 인순. 부랴부랴 도망친다.
S#59. 거리 (밤)
목도리로 얼굴을 푹 감싸고 걸어가는 인순.
크리스마스 트리가 사방에 번쩍이고 있다.
망연자실 걷고 있는 인순.
인순 : (N) 할머니...올해도 어김 없이... 메리 크리스마스가 되긴 글러먹은 거 같아요....
이건... 도무지 내가 꿈꾸던 그림이 아니에요.
목도리 감싸도 인순을 알아보는 여중생들.
다시 도망치는 인순.
인순 : (N)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나는 정말 모르겠어요.
할머니...나는 이번엔... 온 나라에 불쌍한 인순이가 됐어요.
모퉁이 돌아서서 걸음 멈추는 인순.
S#60. 교도소 감방 안 (회상)
웅크리고 있는 인순.
인순 : (N) 한 때는 죄인이었고...
S#61. 직업 소개소 (1회 중에서 회상)
무안 당하고 나오는 인순.
인순 : (N) 또 한 때는, 우리 사회의 쓰레기였고...
S#62. 선영집 거실 (6회 중에서 회상)
카메라 플래시 터지면서 선영과 나란히 사진 찍히던 인순.
인순 : (N) 내 어머니의 자랑스런 딸이었고...
S#63. 라디오 부스 (6회 중에서 회상)
인터뷰 중인 인순.
진행자 : 이런 분을 저희 스튜디오에 모시게 돼서 영광입니다.
인순 : (당황) 어휴, 무슨 말씀을요...
인순 : (N) 국민의 영웅이었고...
S#64. 라디오 부스 (6회 중에서)
음정 박자 무시하고 노래하던 인순.
S#65. 세미나장 (8회 중에서)
둘러앉은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던 인순.
인순 : (N) 네티즌이란 익명성 속에 포장된 욕망의 신기루였고...
S#66. 방송국 앞 (9회 중에서)
인순의 팬클럽이 환호하는 가운데 싸인해주는 인순.
S#67. 거리- 공익광고 (9회 중에서)
전광판에 떠 있는 인순의 얼굴.
인순 : (N) 우리 사회의 희망이기도 했고...
S#68. 거리 (13회 중에서)
수군거리며 피하는 사람들. 그 사이로 걸어가는 인순.
인순 : (N) 뻔뻔스런 살인자, 거짓말쟁이기도 했던...
S#69. 지하철역 구내 (밤)
터덜터덜 역구내로 걸어내려오는 인순. 목도리를 꼭꼭 올려세우고 저만치 벤치로 다가간다.
한적한 플랫폼. 기운 없이 스르르 자리에 앉는다.
인순 : ...나는... 나는 도대체 누군가요, 할머니...
텅빈 선로를 내려다보는 인순. 만감이 교차한다.
S#70. 거리 - 지하철역 부근 (밤)
역 부근 거리... 막막하게 주위를 둘러보는 상우. 가슴 아프고 답답하다.
휴대폰 걸어보지만 안 받는다.
인순 : (N 한숨) ...모든 게 또 이렇게... 엉망진창이 돼버렸어요.
다시 이리저리 밤거리를 헤매다닌다.
S#71. 지하철역 구내 (밤)
고개 떨구고 구석에 홀로 앉아있는 인순.
휴대폰이 계속 울린다. 유상우 이름이 뜬다. 눈물이 글썽 어린다. 그립고 보고싶고... 가슴 아프고 혼란스럽다.
지하철이 한 대 도착한다. 우르르 내리는 사람들.
인순 : 하늘에 계신 할머니... 세상은... 내 인생은... 도대체 왜...! 왜 이런가요?
망연자실 앉아있던 인순. 부랴부랴 얼굴을 내리고 목도리를 눈 밑까지 추켜 올린다.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시선으로 살며시 고개를 숙인다...
그 순간, 눈 앞에 누군가의 발이 보인다.
스르르 고개 들어보면 눈 앞에 서 있는 그 사람... 상우다...
그녀를 내려다보는 상우의 애틋하고 착잡한 시선.
순간, 반가움과 그리움이 왈칵 북받치는 인순. 그 표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