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카페 프로필 이미지
GPS 월드
 
 
 
 

친구 카페

 
 
카페 게시글
산행기 스크랩 지리산 (조개골)
조은산 추천 0 조회 347 15.12.09 14:28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지리산

 

2015. 12. 5 (토)

산길 : 윗새재~조개골~치밭목대피소~심박골~윗새재

사람 : 이삼규 조은산

거리 : 11.2km / 06:40

 

 

조개골.gpx

 

 

 

원래 계획은,

하봉 헬기장으로 올라 국골사거리를 거쳐 쑥밭재로, 혹은 시간 봐가며 새재까지 가는걸로 잡았더라만 언제나 계획에는 변수가 있게 마련인기라. 조개골을 허우적대며 오르다가 치밭목대피소 갈림길까지 가서는 더이상 러쎌할 엄두가 안나, 대피소 들렀다가 정규 등산로를 따라 중봉으로 가자하며 대피소로 갔더니만, 그래도 경방기간이라 하더라도 정규 등산로는 누가 밟아도 밟아놓지 않았겠냐 했던건 순전히 나혼자 생각이었고 대피소에서 중봉으로 올라가는 길목부터, 비지정길 보다 더 높이 쌓인 눈을 보고는 산행을 포기하고 하산할 수밖에 없었다.

 

치밭목 민대장님이 제발 좀 깝죽대지 말란다. 엇그제 며칠전에도 하봉에서 구조요청이 있어 대여섯시간 고생했다며 퇴직 얼마 안남은 사람 피곤하게 만들지 말라네. 퇴직이란 치밭목대피소를 올 연말을 시한으로 국공파에 인계하기로 했단다. 내년부터는 치밭목대피소에서 민대장을 볼 수가 없고, 국공직원들이 근무를 하게 된단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예전의 민대장이 아니고 이제는 누가봐도 쪼글쪼글한 산할아버지 얼굴이 되었다. 30여년 치밭목을 지켜 온 민대장님 앞날에 조은 일만 있기를 기원했다.

 

 

사실은 '조개골'로 광고를 냈지만 내 복안은 따로 있었다. 뒷부분 부터 먼저 해놓고 만, 미완성의 웅석지맥을 어떻게든 마무리 짓자는 거였는데, 처음엔 학봉이가 마누라와 같이 가겠다며 손을 들었다가 슬그머니 빠지고, 삼규가 콜 싸인을 보냈다. 웅석 저그 할애비라 한들 혼자서야 어찌 가겠노. 기특한 삼규~...

 

웅석지맥은 출발점이 천왕봉이나, 차량회수를 고려하여 윗새재를 원점으로 돌기로 했다. 천왕봉에서 중봉, 하봉, 국골사거리까지는 여러차례 발도장을 찍어 놓은 바라 굳이 비싼 택시비 들여가며 출발점을 찍을 필요가 있겠나 싶어서다.

 

윗새재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조개골로 스며들었는데, 고도 1,000m를 넘고 부터는 길 윤곽도 보이지 않고 눈의 깊이는 무릎이 덮히는 지경이라, 다리가 푹푹 빠지는 오르막 경사에서는 100m 나가기가 힘에 부친다. 삼규와 선두를 교대해 보지만 오를수록 경사는 더 급해지고 눈의 깊이도 더 깊어진다. 무릎 관절이 시큰거리고 다리 근육도 딴딴하게 뭉쳐지면서 한쪽으로 땡긴다.

 

치밭목 갈림길까지 가고는 더 이상 오를 자신이 없어 대피소로 나가서 정규등로를 따라 올라가보자 하며 대피소로 나갔더니, 대피소에서 중봉으로 가는 길에 쌓인 눈은 거의 내 키 높이 만하다. 등로가 도랑처럼 옴폭하게 파진 형태라 눈은 더 깊을 수밖에 없고, 러쎌은 커녕 누가 지나간 흔적조차 없다. 요즘 지리산 마니아들이 이렇게 착해졌나...?

 

대피소에 들어가 점심을 먹고 민대장님과 이야기하며 한참을 보내다가 심박골 등산로로 올라 온 너댓명의 팀에게 자리를 비워주고 내려왔다. 덕산에서 목욕하고 장유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장유에 와서도 아직 해가 안떨어졌더라. 그래도 7시간에 11km를 걸었으니, 웬만한 당일산행 한 구간은 된 셈이다.

 

어쨌든, 웅석지맥으로 작성되어야 할 산행기가 지리산 조개골로 제목부터 바뀌어버린 산행이 되었다. 웅석지맥은 눈이 다 녹으면 다시 시도를 해보든가, 그것도 안되면 안하고 말든가, 그거 마무리 지었다고 누가 밥을 주나 떡을 주나. 되는대로 살고 가는데 까지 갈 일이다.

 

 

 

 

07:50 윗새재 (715m)

08:30 철모삼거리 (쑥밭재 갈림)

11:00 하봉 헬기장 갈림 (1,420m)

11:50 치밭목대피소 (1,430m)

13:05 무재치기폭포

13:37 유평 갈림

14:30 윗새재

 

 

 

 

'05:30 장유 롯데마트' 약속을 해놓고 막상 도착하고 보니 05시 05분이다. 맨날 학봉이 만나러 내서로 가던 버릇이 있어 그랬나, 너무 빨리 나선 것이다. 장유에서 내서가 어디라고... 조금 더 내려오면 운동장이라는데 어디로 내려가는지 알 수가 있나. 장유에서 삼규를 만나것도 여러번인데, 맨날 깜깜한 새벽이나 밤중이라 좌우회전 두어번 하고나면 동서남북을 잃어 버린다.

 

지금은 '장유면'이 없어지고 장유동과 몇 개 동으로 바뀌었지만, 바뀌기 전의 김해시 장유면은 인구 14만명으로  면단위로 인구수 전국 1위였다. 검색을 해보니, 인구가 가장 적은 면은 철원군 근북면으로 딸랑 100명이란다. 인근 밀양시 인구가 10만명 조금 넘는걸 보면 장유면의 인구 규모가 짐작이 된다. 10여년 전 허허벌판에 아파트를 짓기 시작할 때, 다들 혀를 차고 했는데 그 숲을 이룬 아파트에 사람들이 다 들어찼다. 진작에 面을 땠어야 하는데, 주민들이 버티는 바람에 늦어졌다. 洞보다 面에 혜택이 더 많기 때문이다. 각종 세금도 싸고, 대학진학도 농어촌특별전형 대상이 되고, 기타등등 다른게 많다네.

 

 

스포츠센타 앞 주차장에 내 차를 넣어놓고 삼규 차로 간다. 타이어가 내꺼보다는 새거로 보이는데 윗새재 마을길이 염려되어서다. 혹시나 눈이 깔려 못 올라가면 유평에서 올라가면 된다는 통빡도 굴리면서, 조수석에 앉아 두어 번 졸고나니 단성IC다. IC 근처에 있는 추어탕집은 문은 열었으나 준비가 안되었고, 덕산 들어가니 기사식당에 불이 훤하고, 인근 공사장 함바를 따냈는지 작업장 인부들로 자리가 가득 찬다.

 

 

 

 

비둘기봉산장 위로 보이는 하얀 봉우리. 두류봉인가?

 

 

대원사 앞 화장실에 잠시 들러 화장하고, 이빨닦고, 유평마을로 올라가니 도로 포장이 깨끗한게 내 기억속의 그 길이 아니다. 이 길로 와본게 언제였던가 뒤져보니 벌써 8년 전이네. 윗새재마을에는 주차장도 넓게 만들어졌고 그림이 사뭇 다르다. 그래도 시멘트 다리 옆으로 들어가는 치밭목 들머리와 비둘기봉산장 간판은 눈에 익네. 오늘이 평일도 아닌 주말인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마을은 적막하다. 

 

 

 

조개골 들머리

 

마을길 끝까지 올라가면서, 새재에서 내려올 길이라며 서로 확인도 해본다마는, 아직은 골짜기에 눈이 얼마나 쌓였는지 알 턱이 있나. 바람이 제법 불긴 해도 공기가 그리 차지는 않다.

 

 

 

 

 

조개골을 들머리로 잡은 이유는, 11.16~12.15.까지 산불경방기간으로 유평에서 치밭목대피소까지만 개방이고, 대피소 윗쪽은 통제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치밭목대피소는 국공파가 지키는데가 아니긴 해도 민대장이 못간다고 막을 수도 있지 않겠나 싶어 눈치볼꺼 없이 조개골로 해서 하봉 헬기장으로 올라가자 한 것이다.

 

 

 

철모삼거리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청이당터을 거쳐  쑥밭재로 오르게 된다. 예전에 여기 있던 이정표 기둥에 철모가 얹혀져있어 철모삼거리로 통하는 곳이다. 그 이정표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네.

 

 

 

 

이제 본격적인 조개골이 시작되는가보다. 배낭 내리고 물 한잔 마시면서 아이젠을 찼다. 돌을 디디며 물을 건너다가 갑자기 바뀐 발바닥 환경에 적응이 덜 되었음인지 스텝이 꼬이면서 나동그라졌다. 물에 빠진 발을 재빨리 들어내니 스패츠가 있어 그런지 발은 젖지 않아 다행이다 싶었는데 스틱이 부러지고 말았다. 장차 며느리 되겠다는 아이가 사준건데, 이를 우야마존노...

 

 

 

 

 

 

 

 

여름철에 시원해 보이던 계곡물이 겨울에는 더 시원한 청량감을 준다

 

 

 

 

단디이 해라, 내 매로 자빠지지 말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아직은 즐겁다

 

 

 

 

태풍이 골짜기를 쓸어내렸다

 

 

스마일~, 신났다.

 

 

 

 

 

고도 1,200을 넘고부터 눈 높이가 다르다. 그나마 길 흔적을 따라가면 훨씬 쉬우나 길을 벗어나면 눈은 더 깊이 빠진다. 어디가 길인지 아닌지 분간이 안되고 경사가 더 급해지니 힘이 배로 든다.

 

눈 높이가 무릎 아래는 뒷다리가 쉽게 딸려나와 앞으로 뻗어지나, 무릎 높이를 넘으면 뒷다리를 앞으로 뻗어내기가 어렵다.뒷다리를 높이 쳐들어 앞으로 옮겨 디디는 동작을 대여섯번 하고 나면 힘이 부쳐 계속 할 수가 없다. 허방을 디뎌 나뒹굴기도 하고, 깊이 빠지면 허리까지 잠긴다.

 

 

 

 

 

앞에 간 사람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천양지차다. 찍어 놓은 구멍 안에 발을 맞춰 넣는 일이야 어려울 것도 없지만 맨 앞에서 발자국을 찍으며 나가는게 여삿일이 아니다. 급한 경사에서는 100m가 아니라 그 절반도 못가 지쳐 비켜나게 된다. 임무를 교대해 보지만 딸랑 둘이서는 순번이 너무 빨리 돌아온다. 눈길에서는 쪽수가 승패를 좌우하겠다는 생각도 드네.

 

 

 

움푹 파진 골에 빠지면 허리가 잠긴다

 

 

 

 

 

 

니, 방금 내 보고 욕했재?

 

 

 

치밭목 갈림길에 걸린 곰

 

 

기진이 맥진하고 심신이 따로 논다. 밧데리가 엥꼬라는 몸의 신호음이 들린다. "에고~, 엥꼬~..."

이 상태로 하봉까지 쳐 올릴 수는 없는 일이다. 도상으로 1km가 더 되는 길을, 이런 상태에서, 고도를 올릴수록 눈은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꺼라. 볕이 안드는 북사면인데,  비탈도 더 급해질 것이고, 이 길로 계속 가다가는 둘 중에 한 놈은 돌아가실지도 모를 일이고, 선입선출법이 통설이니 내 순번이 빠른건 명약관화다. 

 

 

곰이 그려진 플랭카드가 걸린데가 치밭목 갈림길이다.  고도 1,400m

치밭목으로 나가서 정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기로 수정했다. 그래도 거기는 명색이 탐방로라 누가 밟아도 밟아놨을 것이다. 그리고 능선에 올라서면 아무리 경방기간이라도 사람이 댕긴 자국이 있을 것이다. 요런 통빡을 굴리면서 치밭목으로 방향을 바꿨다. 치밭목이나 여기나 고도는 비슷해 사면길이라 힘도 들지 않을꺼라...

 

 

 

 

치밭목으로 가는 길이 어디로 사라졌노? 어디가 길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사면길 좋아하네.  더 깊이 빠진다.

 

 

 

 

 

연출이 아니라, 다리씸이 딸리다보니 맥을 못쓰고 자빠진다

 

 

 

길 인듯 하면서 길이 아이다

 

 

 

치밭목이 보인다고 다 온게 아니더라. 바닥이 완전 너덜이다. 까딱하면 발모가지 뿐질러 묵는다.

 

 

 

 

다래넝쿨이 이 정도면... 100년은 묵었겠다.

 

 

 

 

 

입간판이 있는걸 보니, 대피소에 다 왔는갑서.

가쁜하게 뛰어 갈만한 길에 빤히 보이는 저 나무까지도, 엉기적 엉기적... 하드웨어에 엄청난 부하가 걸린다.

 

 

 

 

다왔다 힘내라

 

 

 

 

치밭목 샘터

 

 

 

치밭목대피소

 

대피소에서 샘터까지 난 길에도 사람 발자국이 전혀 없다. 오랜만에 만나는 대피소에 대한 감회도 잠시, 중봉으로 가는 길목에 쌓인 눈을 보고는 아연실색 할 말이 없어진다. 뻥 뚫려 있을꺼라는 짐작은 완전 헛다리였다. 비지정보다 더 험악한 지정이라니,

 

 

중봉으로 가는 길 (정규 등산로가 이 모양이라니...)

 

 

 

 

 

 

화장실쪽에서 나오던 민대장님, 우리 행색을 아래위로 훑더니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다.

부실하기 짝이없는 내 복장을 보고 하는 소리다. 내가 걸친 껍띠기 대부분의 원산지가 E마트 이고 보니 엉성할 수밖에 더 있나. 니가 자빠지는게 문제가 아니라 구조요청을 받으면 안 나갈 수도 없고, 엄한사람 고생 시키지 말라는 얘기다. 그렇더라도 또 우리가, 아니 내가, 숨 넘어가기 3초전까지는 119 부르는 그런 일은 없다. 자존심이랄 수도 있겠지만, 그럴 일을 만들지 않는게 우선이다. 중봉길을 단숨에 포기한 것도 예전 칠선골에서 죽을똥 살똥 모른 채, 저승의 문턱을 넘어 본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밥 이나 묵고 내려가세~, 눈이 녹으마 다시 오든동..."

 

 

 

치밭목 지킴이

 

 

삼규는 한식으로 챙겨왔고 나는 양식이다. 보리밥과 빵. 산에서는 최소한으로, 허기만 때우면 된다는게 내 신조다. 흔히들 '점심을 때우고...' 라는 표현들을 쓰는데 '때운다'는게 '간단하게 입치레하다. 끼니를 대신하다'는 그런 뜻인기라.  백두대간부터 산줄기를 타면서 자연스레 몸에 익은 부분인데 하루 20km이상 내빼려면 퍼질러 앉아 맛을 논하며 드실 시간도, 이것저것 지고 다닐 힘도 아껴야하기 때문이다.

 

아랫쪽 계단길을 통해서 너댓명의 산꾼들이 올라오는데, 그들의 짐이 -내가 보기엔- 가히 이삿짐이다. 그리고 그 배낭에서 압력밥솥이 나오는걸 보니,  분명 산넘어 어디로 이주를 하는 사람들이 맞는가벼... 서울, 부산, 대전... 각지에서 모인 분들인데 야생화박사 이삼규를 알아보네. 전국구가 된 삼규덕에 나도 우쭐해질라 한다.

 

  

 

 

 

아까 오르면서 스패츠 한 짝이 고장이 나는 바람에, 이제 내려가는 길에야 필요하겠나 싶어 말아 넣었는데, 유평으로 내려가는 이 길도 적설이 그리 만만치만은 않네. 계단 기둥 절반 높이다. 앞서 찍어 놓은 구멍에 정확하게 끼워 넣으며 살살 내려간다.

 

 

 

내리막길에 억쑤로 강한 친구

 

 

 

무재치기폭포

 

 

 

 

달뜨기 능선인가...

 

 

 

저, 윗쪽에 적설상태가, 이 계단 난간 기둥 맨 윗꼭지만 나온걸 상상해보면 된다

 

 

 

 

유평갈림길. 우리는 좌틀,

 

 

 

 

속세가 보인다

 

 

 

 

 

 

 

욕봤네

 

 

 

 

 

대원사는 봄이다.

 

 

 

 

삼규가 차를 세우더니 가만히 있으라 해놓고, 절집으로 뛰어 올라간다.

비구니도량에  뭔 볼 일이 있는겐지...

 

 

 

 

 

 

 

 
다음검색
댓글
  • 15.12.09 14:48

    첫댓글 와~~~!!
    욕 봤심더~~~!!
    치밭목 대장님도 잘계시네요.
    그 어른 퇴직하면 섭섭할 산꾼님들이 많을텐데~~~!!

  • 15.12.09 17:40

    고생하셨습니다

  • 15.12.26 19:46

    대단하심다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