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등단
등단한 문인이라고 하면 누구나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주어진 분야에서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으로 인정한다. 소설, 수필, 시, 시조, 평론, 희곡 등의 각 분야 별로 이름 있는 문예지나 신문사에서 일년에 한번 씩 신인 작품을 모집하여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쳐 한두 명씩을 뽑아 신인상을 수여하고 동시에 문단에 입단시키는 증표 또는 증서를 수여한다. 등단한다는 말은 누구나 들어 부러워하는 말이고 글 쓰는데 취미가 있는 사람이면 꼭 한번은 꿈 꿔보는 일이기도 하다. 등단한 사람들을 보면 단번에 붙는 사람은 드물고 보통 몇 번 시도를 해서 운이 따라주면 비로소 당선이 되는 게 보통이다. 한국의 문학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등단을 발판으로 하여 문학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이다. 누구나 아는 정비석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이 되었고 김약국의 딸들을 쓴 박경리 또한 문예지 등단 인이다.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을 써서 우리 세대에 돌풍을 일으킨 박계형도 또한 그렇고 삼포 가는 길을 쓴 황석영도 마찬가지다. 별들의 고향을 쓴 최인호, 요즘 활동이 활발한 이외수 , 이원수, 공지영 모두 다 등단 인물들이다. 물론 등단했다고 뛰어난 활동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로되 일단은 문인으로서의 출발점은 확보한 셈이다. 나는 연초에 문예지 문예감성의 신인 수필 상으로 한국 문단에 처음 등단이 되었는데 물론 작품을 제출할 때는 당선이 되고 싶어 하기는 했지만 막상 당선이 되었다는 통보를 받고는 며칠을 충격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기뻤다. 어렸을 때부터 꿈이 소설가이기는 했다. 다 커서 살아나갈 궁리를 하느라고 과학 분야로 변신하여 미국 유학에 박사학위까지 받긴 하였지만 과학자로서의 경력을 접고 은퇴하여 이제 내 맘대로 내가 즐기는 일을 하려니 글 쓰는 데로 돌아가 버린 것 같다. 지금도 등산 안 가면 글을 쓴다고 할 만큼 컴퓨터 앞에 앉아 머릿속의 모든 것을 글로 적어 옮겨본다. 문학은 예술이다.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 배운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글을 쓸 때는 나도 모르게 취한다. 생각지 않은 미사여구들이 저절로 막 떠오른다. 미쳐 받아 적기에 바쁠 정도다. 글이 쓰고 싶어 몸부림쳐질 때는 말이다. 그래서 나중에 읽어보면 마음에 든다. 역시 타고난 팔자이리라. 그래도 내가 즐겨 하는 게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이랴. 문득 대학 때 읽었던 어떤 과학자의 노벨상 수상 후 소감이 생각난다. 자기는 처음부터 어느 누구 다른 사람을 위해서 했던 것도 아니고 자기 자신이 좋아서 실험과 연구를 열심히 했는데 그게 장하다고 상을 준다는 게 사실 이해가 잘 안 간다고 했던 그 말이 이해가 간다. 문학도 마찬가지리라. 꼭 훌륭한 작품을 써서 상도 받고 이름을 날리자고 하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으리라. 자기가 좋아서 어쩔 수 없이 쓰다보면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칭송을 받는 것이지 처음부터 상 타려고 글 쓰는 사람은 아마 없으리라. 만시지탄이 있긴 하지만 나도이제 좋은 작품 많이 읽고 좋은 글 많이 쓰고 싶다. 읽으면서 즐기고 쓰면서 즐기고 싶다. 그러면서 살고 싶다.
첫댓글 ^^
시인, 소설가, 수필가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시, 소설, 수필을 쓰고 싶은 거지요.
쓰고 싶은 것보다 되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쓰는 거나 되는 거나 문학에 '문'자만이라도 느끼고
싶은 거니까요. 쓰는 사람이 있어야 읽는 사람도 있고 공감을 하고 좋은 평을 하고 그러는 거지요.
잘하는 사람이 너무 겸손한 모습도 전 보기 안좋더라구요.
등단의 부조리도 그만큼 많은 것도 사실이구요.
되려는 사람들 때문에...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그 분야에 관심이 많게 되고 공감하게 되고 참여하고 모임을 만들고
그러는 거니까 더불어 이런 저런 사람들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도 투영해보고 좋은 일입니다.
와아 글을 막 올리는 순간에 들어오셨나봐요.
반갑습니다. 안녕하셨죠?
^^
휴일에 종일 늘어지게 자다 밤 10시경에 깨서 글동네서 놀고 있답니다.
어제 지인이 일본식선술집을 개업을 해서 과음을 했더니 숙취를 잠으로 ..ㅎ
올려주신 글에 댓글도 길게 달면서요
멋진 글 많이 쓰시고 행복하시길요.
축하 드립니다 ^^
제가 몸 담고 있는 문예지라 그런 것은 아니지만,
문예감성에서의 등단은 정말 축하 받으실만 합니다
작품성만 보고 당선시키는 수준높고 깨끗한 청정지거든요 ^^
박 작가님 축하인데 너무 고마워요!
저기 가수 이문세 장인인가 하는 분이 탑골공원에 가면 시체들이 즐비하다고 하더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청히 앉아서 세월만 죽이는 노인네들을 가리키는데.
소위 글쟁이라 일컫는 우리들은 그렇지 않을 것 입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치매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를 가져 온다합니다. 고맙게 글, 읽었습니다.
문학상, 등단 이런 말에 휘둘릴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 잘 늙어가기 위한 발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더 아름다운 글이 쓰여질 거라고 생각됩니다.
글 한편을 마무리 하고 나서 얻어지는 그 뿌듯함, 성취감이 우리를 기쁘게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