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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대성 불참' 소식에 열받은 김재박 감독
"어느정도 예상 했지만…" 심기불편 리그 참가중이면 몸에 이상 없는것 "병역면제 선수들 무조건 출전 조항 필요" 여론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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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동주와 홍성흔에 이어 한화 구대성마저 8일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 뛸 수 없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구대성은 이날 김인식 한화 감독을 통해 김재박 대표팀 감독에게 "고질적인 허리 부상이 있고, 컨디션이 너무 안 좋다"는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 대표팀 엔트리를 발표한 지 3일 만에 벌써 3명이 백기를 들었다.
김재박 감독은 "지난 4일 엔트리 선발 회의 때부터 김인식 감께서 구대성이 몸이 안 좋아 못 뛸지 모른다는 말을 했고, 그 이후에도 김 감독을 통해 힘들다는 말을 계속 전해왔다. 오늘 갑자기 안 사실은 아니다"며 애써 담담한 척했다. 그러나 김 감독에게도 구대성의 불참 선언은 김동주와 홍성흔 때와는 또 다른 충격파로 다가온다.
구대성은 '일본 킬러'라는 이미지에다 선발에 비해 노련한 왼손 중간 요원이 없다는 이유로 이번 대회 일본전 맞춤 카드로 뽑힌 터였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의 4강전에 앞서 구대성이 아프다고 하자 모두들 '오늘은 못 이기겠다'는 예감을 가졌다는 일화는 당시 코칭스태프로 참가했던 김재박, 선동열 감독은 물론 KBO 관계자들까지 이구동성으로 전하는 말이다. 그만큼 대표팀 내에서 구대성의 비중은 전력 내-외적으로 컸다.
거기다 구대성의 경우 WBC 때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다친 김동주나 수술을 앞둔 홍성흔처럼 명확한 부상이 아니라는 점이 더욱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단지 허리가 아프고, 컨디션이 안 좋다는 말은 대한민국 프로야구 전 선수에게 해당된다.
김재박 감독은 이날 구대성의 불참 자체에 대한 논평은 삼가했지만 간접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감독은 "엔트리 선정을 앞두고 KBO가 일일이 선수들에게 참가 의사를 물어본 것조차 낯선 일이다. 그런 절차가 왜 필요한가? 선수가 지금 리그에서 뛰고 있다는 자체는 컨디션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 아닌가"라며 구대성을 빗대 선수들의 정신 상태를 싸잡아 꼬집었다. 이어 "불과 몇 개월 전 WBC 때 병역 면제를 받고 이번 대회에 못 뛰겠다는 선수조차 있었다"며 요즘 선수들의 정신자세를 문제 삼았다.
국제대회 때마다 그렇듯 이번 아시안게임 이탈 선수 3명도 모두 진작에 군대를 해결한 선수들이다. 이를 두고 야구계에서는 "우리도 대만처럼 대표팀을 통해 병역 면제를 받은 선수는 향후 일정 기간 대표팀 차출 시 무조건 응해야 한다는 조항이 필요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화장실 갔다 와서' 얼굴을 싹 바꾸는 일부 선수들 때문에 군대를 해결하고도 자부심 하나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다수의 선수들까지 얼굴이 화끈거린다면 분명 생각해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