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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대 유학 1세대’가 사회 각 분야의 실무 핵심 인력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대중국 사업을 추진 중인 기업에 몸을 담고 현지 비즈니스를주도하거나 대기업 등의 자문역을 맡는 등 중국전문가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베이징대 유학 1세대는 1992년 8월 한·중 수교를 통해 중국 유학의 길이 열림에 따라 같은 해와 이듬해인 93년 공식적으로 처음 베이징대에 입학한 남녀들이다. 이전에는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고 국가 정보기관의 사전 교육을 받아야 하는 등 사실상 중국 유학이 허용되지 않았다.
96년께부터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졸업하기 시작한 이들은 사회 진출 이후 짧게는 5년, 길게는 7년간 경력을 쌓아 왔다. 현재 준 관리자급지위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전문성을 인정받아이른 시기에 요직, 고위직을 꿰찬 케이스도 적지 않다.
관련업계는 이들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각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이유로 뛰어난 중국어 실력과 폭 넓은 중국 현지 인맥을 손 꼽고 있다. 베이징대 출신 어느 인사는 “중국 기업의 고위직에도 베이징대를 졸업한현지인이 많아 비즈니스를 추진할 때 한결 유리하다”며 “베이징대 출신 외국인에게도 동창생이라는 친근감으로 암묵적인 프리빌리지(특권)를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베이징대 1세대가 가장 활발하게 진출한 분야는 학계다. 한·중 수교 전까지만 해도 대만 유학파 학자들이 중국관련 학계의 주축이었다. 그러나 수교 이후 베이징대를 나온 소장파가 자연스레 득세하고 있다. 특히박사 출신 대다수가 국내 대학강단에 서고 있는 데다 이 중 상당수는 전임교수로 임용되다 보니 ‘베이징대를 나와야 전임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평택대 이병진 교수(39·국제관계학 박사)의 경우는 97년 졸업하자마자이듬해 초 곧바로 임용된 사례. 이 교수는 강의 외에도 중국 진출을 꾀하는 평택, 송탄 산업단지 중소기업의 자문에 응하며 지역사회 발전에도기여하고 있다.
또 변형우(40·성균관대) 최진석(46·서강대) 교수, 남종호 한국외대 외국학종합연구센터 책임연구원(40·국제정치학 박사)도 신예 실력파 학자로 떠오르고 있다.
재계에서도 베이징대 1세대의 활동은 왕성하다. 대기업에서는 대리, 과장 급이 많다. 금융업, 벤처기업, 학원업, 철강업 등으로 눈을 돌리면 이미 오너와 고위관리자로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국민창업투자의 진정미 중국사업본부장(45·여·경제학 박사)은 능숙한 영어, 중국어 실력과 더불어 중국 내 다국적기업과 현지기업 고위급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무기로 관련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정·관계에서는 이영주 민주당 국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61·국제정치학 박사)이 유일하다. 대우경제연구소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중국의 고위층과 유대가 깊은 것으로 알려진 이 부위원장은 국내 정계 실력자와 중국 지도부의 회담을 막후성사시키는 등의 공로로 당내에서 신임이 두텁다.
언론계에서는 김영호 스포츠투데이 부설 한중문화연구소 소장(36·국제정치학·마산대 겸임교수)이 대표적이다. 국민일보, 스포츠투데이를 거치며 정치, 방송 기자로 활약한 김 소장은 베이징대 재학 시절인 94년 한국인 최초로 중국 내 교민지 ‘한성월보’를 발행하기도 했다. 김 소장이 젊은 나이로 언론사 연구기관 소장으로 발탁된 배경에는 대만과 중국을 모두 유학한 경험과 양국에 걸친 폭 넓은 인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대 1세대 출신 인사들은 스스로를 “중국의 전망이 불확실하던 시기에 애착과 비전을 갖고 중국에 진출한 실험적 세대”라고 칭한다.
국제관계에서 중국의 정치·경제적 비중이 급속히 커지는 현 시점, 이들의 가치는 더욱 가파른 상승 곡선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