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전 ‘한마음산악회’ 정기산행으로 찾았으나 악천후로 포기했던 산이다.
일행 중 겨우 4명만 군암재까지 우중산행을 한 바 있었다.
산행을 기획했던 사람은 지금은 산바람이 되어버린 ‘산바람 대장’이어서 더욱 감회가 깊다.
오늘의 산들은 지형도에 아무런 이름이 나오지 않는 무명봉들이다.
기세운산부터 약령산, 군암봉, 송산, 매봉산 모두 마찬가지다.
‘군암봉’과 ‘송산’은 아래 마을이름을 접목하였으니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이다.
‘군암봉(君岩峰 △713.8)’은 어딘가에 ‘임금바위(君岩)’가 있어서인가 하였으나 확인할 수 없었고, ‘송산(松山 △803.4)’은 소나무가 우거져서인 듯 키큰 소나무가 빽빽하였다.
‘약령산(藥令山 776.5)’은 약초가 많아서, ‘매봉산(811)’은 매가 사냥하기 좋아서 지어진 듯하나 자료가 전무하니 확인할 수는 없었다.
어느 봉따묵기 작명가가 다녀갔나 하였으나 지자체에서 세운 이정표에 몇몇 지명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그대로 따랐다.
이 산들의 분기봉은 백두대간 대덕산 아래 초점봉에서 남하한 수도지맥 877.2봉이다.
이 봉에서 남하하는 산줄기가 웅양면과 고제면 주상면을 가르다 동쪽으로 살짝 꺾으며 계수천에 가라앉는다.
이 분맥에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기세운단맥·수도송산단맥이 되겠는데, 누군가 삼각점 안내판에 ‘수도 노금지 단맥’이라 적어 놓았다.
이 능선에는 ‘고제면 면지편찬위원회’에서 ‘고제면 경계일주 탐사대’라는 표지기와 ‘웅양면 곰내미 둘레길’이라는 커다란 표지기가 번갈아 매달려 있다.
고제면과 웅양면의 면계(面界)로서, 左고제·右웅양하며 서로 의욕적으로 세를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잡목이 우거져 헤쳐가기 힘든 등로가 정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제면(高梯面)’이라는 지명은 농산리(農山里) 입석마을 서쪽 개명천에 어느 도승이 큰 돌다리를 놓았다고해서 ‘높은 다리(高梯)’라는 뜻이고, ‘웅양면(雄陽面)’은 산세가 곰의 형상과 닮은 데다 ‘양지 바른 곳’이라 하여 웅양(熊陽)이라 불려졌다고 한다.
이 두 면을 이어주는 고개가 이 산줄기를 가르고 있으니, 군암재·송산재·노금지재·소지재·구덤재가 그것이다.
산행코스: 금계동 표석-포장로-산길진입-기세운산(U턴)-송이지역-노금지재(이정표)-전망능선-약령산(776.5)-군암봉(713.8)-철망휀스-군암재(약 610m)-전망봉-송산(803.4)-잡목지대-송산재(약 665m)-옛길-포장농로-거창 봉산보건진료소(약 11km,5.5h)
궤적.
매봉산 오르지 않고 송산재 탈출. 약 11km에 5시간 40여분.
고도표.
노란색 산줄기(약 20km): 수도지맥 877.2m봉~구덤재~매봉산~송산재~송산~군암재~군암봉~약령산~기세운산~△599.9m~계수천
미리 준비한 표지기.
등로에 매달린 표지기를 한데 묶어 서두에 올렸다.
1) 면지 편찬위원회/고제면 경계일주 탐사대, 2) 웅양면 곰내미 둘레길, 3) 신경수·송영희/ 하늘금따라 백두산 가네.
"시돕시돕~"
네비에 '금계교'를 입력한 우리 버스가 '금계동'을 패스하자 급히 세웠다. 금계교는 다른 곳에도 있었기 때문.
100여m를 지나쳐 내린 곳에 '거창의 백두대간 등산로 안내'가 세워져 있다.
남덕유산 백암봉에서 수령(빼재)을 지나 삼봉산·대덕산으로 이어지는 큰 줄기가 거창의 백두대간 구간이다.
산길 입구는...
금계마을 표석 뒤로 이어지는 아스팔트길.
사과나무가 꽃을 피운 길가에...
애기똥풀이 노랗다.
포장 농로를 걸으며 조금씩 고도를 높혀가다...
우측 낮게 내려앉은 산자락 직전에서...
우측 골짜기로 들어간다.
이후 제각각 다른 산길로 들어갔으나...
나는 우측 낮게 내려앉은 능선을 선택했다. 하지만 잡목이 성가신 뚜렷하지 않은 산길이었다.
뒤를 '한덤' 님과 '일산' 님이 따랐다.
처음 금계마을에서 조금 올라왔을 때 우측 낮은 능선으로 임도가 이어져 있어 그곳으로 올랐으면 어땠을까 하였다.
조금 진행하자 작은 능선을 갈아타고...
요리조리 희미한 족적을 따랐더니...
다시 갈아타게 되는 지능선.
이후 다소 뚜렷해진 산길에서...
바톤터치한 철쭉이 얼굴을 내밀더니...
'웅양면 곰내미 둘레길' 시그널이 거친 산길을 안내한다.
곧 올라선 '氣세운산'.
새마포 산악회의 표지판이 반듯하다.
사유지인 듯 '출입을 금함'.
지형도의 노금지재에서 벗어난 지점에 '노금지재'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이후 잡목이 성가신 능선에서...
고제면에서 매단 표지기가 걸려있다. '左고제·右웅양'하며 걷는 산길이다.
능선 좌측으로 열리는 풍광. 덕유산 쪽이다.
<파노라마>로 잡았다.
가까이 두루봉 지나 삼봉산인 듯 솟았고, 좌측 멀리 덕유산 쪽으로 굵은 산줄기가 뻗어나간다.
오래전 산불이 난 전망능선을 지나자...
약령산. 산약초가 많은 산이었을까?
준비해간 표지기를 걸었다.
둥글레.
군암봉에 올랐지만 임금바위는 볼 수 없었다.
군암봉 삼각점.
719.5m봉을 지나자 우측으로 철망 휀스.
철망을 살짝 벗어나지만...
이내 다시금 철망을 따르게 된다.
제법 길게 이어지는 철망길.
군암재 아스팔트 도로가 눈아래다.
아흔이 코앞인 '일산'님과 보폭을 맞추다보니 다소 늦어져 다른 일행들은 모두 앞서가고 보이지 않는다.
아스팔트에 내려서...
우측으로 웅양면 표지기를 넘어가니...
고제면 쪽 군암재에 우리 버스가 대기 중이다.
군암재는 웅양면 군암리와 고제면 궁항리가 넘나드는 고개.
'한덤'님께 '일산'님은 버스에 타시게하고 송산으로 올라가자고 하였다. 돌아온 대답은 "도저히 자신이 없어요"였다.
어쩔 수 없이 헐레벌떡 가파른 절개지를 올랐다.
대강의 등고선을 훑어봤을 때 군암재가 고도 600m를 넘고, 또 업다운이 심하지 않아 쉽게 결정을 한 것.
물론 '魔의 잡목구간'만 아니라면 그리 어려운 코스는 아니었을 것이다.
알고본 즉 예습을 충분히 한 '한덤'님은 잡목으로 거친 산길임을 알고 있었던 터라 포기하였지만 나는 아무것도 몰랐으니 용감했던 것.
'무식한 귀신은 부적도 몰라본다' 하듯 나는 그렇게 잡목구간에서 '주그라 헤맨 추억만' 안고 송산재에서 탈출하였다.
그런 중에도 올라선 봉우리에서 터지는 조망은 일품이었다.
솟은 봉우리는 삼봉산(?).
이곳에도 철조망은 계속돼...
좌·우 왔다리갔다리 넘나들며 진행이 된다.
우측으로 수도지맥 봉산과 그 뒤로 월매산(?).
철망 휀스는 현재진행형.
그런 산길에서 낯익은 표식기를 발견하였다.
우리산줄기 연구 및 답사가이신 ‘자하 신경수(紫霞 申京秀)’님의 표식기다.
이 표식기를 볼 마다 영조시대(1769년) '산경표(山經表)'의 저자인 여암(旅庵) 신경준(申景濬) 선생이 떠오른다.
고도차가 평이한 산길을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하면서...
우리 아내가 이름하는 연달래도 감상하고...
하늘 끝 우람한 소나무도 올려다 보며...
돛대바위도 지나자...
삼각점이 있는 송산에 올라선다.
지워진 삼각점 안내판에 누군가 낙서(?)를 하였다. 신경수 님의 표식기가 걸린 걸 보니 'ㅇㅇ단맥'은 확실해 보이나 이름은 제각각이다.
'송산(松山)'이라 적어놓고 보니 아까 하늘을 찌를듯 우거진 소나무와 이미지가 겹쳐진다.
이후 잡목이 뒤엉켜 등로가 없는 곳을 좌충우돌 들이박고, 긁히고, 할퀴고하며 등성이를 헤매며 내려선다.
잡목이 제거된 무덤을 지나지만 마의 잡목구간은 계속되어 등로수정을 거듭해 보지만 산속 미아가 되어 모자와 안경까지 분실하게 된다.
하산완료 시간(16:00)이 다가오자...
마음이 더욱 급해지지만 우측 웅양면 방향으로 과수원과 농막이 보여 심적 안도감을 갖게 된다.
오르내린 흔적이 뚜렷한 굵은 산길에 '송산재'이정표가 세워져 있고...
고갯마루에 돌무더기가 무너져 있다. 서낭당의 흔적이다.
'송산재(약 665m)'는 '웅양면 군암리 송산'과 '고제면 봉산리 구송'을 넘어다니던 고개.
송산이 고도 약 500m이고, 봉산리가 고도 약 440m정도의 고지대이니 그리 어렵지 않게 넘어다녔으리라.
이제 매봉산 오름길을 외면하고, 좌측 고제면 구송 방향의 널찍한 길을 내려선다.
임도급 너른 길은 예전에 우리네 민초들이 무수히 오르내린 길인 듯...
다소 묵어 있으나...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고...
산길 우측 물탱크가 있는 곳에서 우측으로 꺾으며 골짜기로 이어지는 옛길을 따르게 된다.
예전에 반듯한 길이 있었던 곳에 세월이 지나 묵게 되면 잡목이 거칠기 마련.
그렇게 과수원으로 내려오니...
맞은편 굵은 산줄기에 삼봉산이 우뚝하다.
내려선 포장 농로에 우뚝 선 입석(立錫)이 지형지물이다.
삼봉산을 바라보며 내려서는 포장농로에서 배낭을 벗고 목을 축이려 고개를 숙이는데...
길가의 노란 민들레.
과수원 길을 내려서다 수도꼭지를 틀어 '어푸어푸' 세수를 한 뒤...
이미 내려온 '한덤'님을 보게 된다.
'거창 봉산보건진료소'를 지나자...
삼거리에 우리 버스가 대기 중이고, 먼저 내려온 일행들이 목을 축이고 있다.
이 지점은 대로변 버스정류소에서 '구송교'를 건너 봉산보건진료소 밑 '거창군 고제면 봉산리 592-3'이다.
미수(米壽)이신 '권영극' 형님이 6000봉을 달성하였다. <사진은 2023/7/05, 꼬침봉에서 계룡산을 바라보는 모습>
두어 달 전부터 카운트다운에 들어가 지난 산행에서 대기록을 세운 것.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수 없어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다.
축하의 단체사진도 찍었고...
나도 끼어 들었다. <by 딜라일라>
그런 뒤 덕천동에서 '산하' 주관, '자라바우' 협찬의 축하연을 열었다.
권형님은 마다고 하시지만 이제 다시금 새로운 목표가 필요할 것이다.
'구구팔팔칠천봉'이다.
그날까지 "健康High소"
첫댓글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행복한 일요일밤되세요^^
권영극 큰형님의 6000봉 등정을 축하 합니다.
부럽습니다.
100수 하셔서 지리산 천왕봉에서 만세섬창 하시길 기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