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5일 즉 2024년 11월 5일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벌써부터 전세계는 과연 누가 미국의 제 47대 대통령이 될 것이냐를 놓고 긴장감과 우려속에 지켜보고 있습니다. 워낙 엄청난 파워를 지닌 자리인데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풀어야할 복잡한 국제 정치 외교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지구상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중동전쟁과 러우전쟁 등 2개의 전쟁에다 세계 패권을 놓고 다투는 미중 문제가 존재합니다. 나토문제와 세계기후관련 문제 그리고 중국의 대만 공습 그리고 북한핵 문제 등도 어떤 방식으로 든 해결해야할 과제 중에 하나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아주 복잡합니다. 유권자 직접선거에 선거인단 간접선거가 혼합된 제도입니다. 미국 대선 제도는 전체 유권자표를 많이 얻는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아니라 538명의 선거인단을 더 많이 확보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538명의 과반인 270명을 넘는 선거인단을 확보하면 승리합니다. 전체 유권자표를 더 많이 획득했지만 선거인단에서 밀려 낙선한 후보가 적지 않습니다. 지난 2016년 공화당 트럼프 후보에게 패한 민주당 힐러리 클린튼 후보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박빙의 승부를 보이는 지금 판세는 경합주 7개주에서 승패가 판가름난다는 분석입니다. 7개주가운데 한 주 한 주가 치열한 경쟁속에 놓이다보니 미국 대선 판세를 정확히 판독해 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계 각국도 민주당의 해리스 후보가 당선될 것이냐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것이냐에 따라 외교 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하는 정말 힘든 과정속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이번 미국 대선은 역대 다른 대선보다 훨씬 치열하고 시끄러운 대선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은 바로 선거 불복 조짐입니다. 미국은 그대도 세계에서 가장 앞선 민주주의 제도를 지닌 나라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대선때까지 거의 원수처럼 대하며 으르렁거렸던 양측 후보들이 선거에 깨끗하게 승복하는 그런 모습들이었습니다. 패자는 즉시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에게 축하의 인사를 함으로써 그동안 더럽혀진 온갖 추문과 갈등이 봉합되는 그런 상황을 만들어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대선때부터 상황은 아주 달라졌습니다. 대선에서 패한 트럼프후보는 선거 불복종을 선언했고 그의 추종자들은 무장한 채 미국 국회의사당을 점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세계 역사상 유래가 없던 일이었습니다. 당시 매우 혼란스러웠지만 겨우 겨우 안정을 찾고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취임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시작전부터 본격적인 대선 불복 조짐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공화당의 트럼프 대통령 후보와 밴스 부통령 후보가 대선 승복 의사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미국 국회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의 존슨 의장도 불복할 마음을 지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공화당의 핵심 인사들 대부분도 트럼프후보의 입장에 동조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껏 미국 대선전에는 볼 수 없었던 양상입니다. 만일에 트럼프 후보가 패배한다면 트럼프와 밴스가 불복종에 앞장을 서고 존슨의장이 미국 하원의 힘을 이용해 적극 지원하는 그런 모습을 보일 것으로 미국 정치 전문가들은 바라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공화당은 올해 경합주를 중심으로 선거 규칙과 관련한 소송을 90여 건을 제기한 상태로 벌써부터 올해 대선 패배에 대비해 불복을 위한 기초작업을 이미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예측을 낳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대선때 선거에 승복하겠다고 한 트럼프 후보가 스스로 나서 불복을 선언한 것에 비해 이번에는 아예 대선전부터 패배 승복을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트럼프후보측의 선거 불복이 가져올 파괴력이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MAGA 즉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라는 캐치프레이즈아래 뭉친 백인중심의 강력한 집결이 상상을 초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 총기휴대 옹호론자들인 트럼프 추종세력들은 각자 자신들의 집에 수많은 총기를 휴대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들이 총기를 들고 시위에 나설 경우 2020년에는 비교가 되지 않을 대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의 언론들은 보고 있습니다. 내놓고 내란이란 표현을 자제하지만 거의 그런 수준에 이르지 않겠느냐는 예측입니다. 또한 공화당 인사들이 장악한 주지사들이 트럼프 후보측의 선거 불복에 합류할 경우 주 방위군들도 소극적으로 시위 진압에 나설 것이 분명한 상황으로 볼 때 미 연방군이 과연 효율적으로 엄청난 시위를 감당하겠느냐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미국 대선이 내전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 지금 진행되는 중동전쟁과 러우전쟁 그리고 그 틈을 탄 중국의 대만 공습 가능성에다 한반도 주변의 정세도 급격하게 변할 수 있다는 대단한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민주주의의 모범국이라는 미국에서 그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싶지만 현실은 그다지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은 이미 미국발로 전세계에 타전된 상태입니다. 자국의 선거도 아닌 미국의 대선때문에 주변국들은 또 다시 긴장상태속에 놓이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상황이자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24년 10월 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