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슬프네여..흑~
콧등이 시큰해진다눈...
이런거 볼때마다 엄마,아빠한테 잘해야지 하다가두...
어느새 잊어버리는 나라눈...
정말 있을때 잘하라는말을 실감케 하는 글이네여...
잘봤구여...
마늘님 언제나 행복하세여~
--------------------- [원본 메세지] ---------------------
얼마 전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의미? 의미라..마지막 할머니셨다. 할아버지가 6년 전 먼저 떠나시고 홀로 작은 산골 집을 지키던 할머니셨다. 뭐..별로 뵌 적도 없던 분이셨던지라 감정이 그리 크게 격하진 않았다. 다만 그것 보다 어제부터 말 한마디도 안 하시는 엄마아빠가 난 더 걱정이다. 장례식 때부터 티격태격 말다툼을 하시더니 졸지에 나까지 행동을 조심해야 할 판이다. 안방에서 또 말다툼이 불 꺼진 거실로 새어나오고 있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 진작에 의사가 말한 대로 조치했으면 장모님께서 돌아가시진 않았을 거 아냐!"
"돈이 얼마나 많다고 그래, 당신은? 기계로 숨쉰다고 그게 살아있는 거야? 어차피 우리가 모실 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래?"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왜 자꾸 저기압이야? 엉?"
난 잘 모르겠다. 기분만 울적하다. 사실 난 어렸을 때부터 외할머니 댁에 가기를 조금 꺼려했다. 강낭콩 장사로 겨우 생활을 근근히 이어가시던 분이라 집이 바람이라도 불면 무너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아마도 병 때문에 호흡기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바라셨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엄마는 매정했다. 외할머니의 딸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엄마는 늘 전화만 해도 뛸 듯이 기뻐하시는 할머니께 냉담했다. 엄마가 반대만 안 했다면 할머니는 비록 호흡기라도 살아계실 수 있는데..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도 엄만 별로 슬프지 않아 보인다. 그저 심연같이 깊은 눈에는 피곤하다는 기색만 역력하다.
"엄마. 엄마는 할머니 싫어?"
난데없이 그냥 불쑥 물은 내 말에 화장을 하고 있던 엄마의 손이 멈칫했다.
"무슨 소리니?"
"우리 지금까지 할머니 집에 자주 간 적두 없었잖아. 나두 할머니 얼굴 까마득한데..."
"..할머니 사진 있잖아."
"엄마하구 찍은 졸업사진?"
내가 눈을 빛내자 엄마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셨다. 사실 할머니의 사진도 그리 많지는 않다. 겨우 엄마가 고등학교 졸업 할 때 찍은 졸업사진뿐..난 문득 엄마의 딱딱하게 굳은 표정이 화장대거울 너머로 언뜻 비치자 내가 괜한 질문을 한 것 같았다. 한참을 그렇게 어색한 침묵 속에서 보내려나 하는데, 별안간 엄마가 집을 나섰다.
"엄마 어디가?"
"..엄마 친구 집에. 금방 올 테니까 집에 있어라."
"응.."
장례식 이후로 엄마가 조금 쌀쌀맞아 지신 것 같다. 칫-. 괜히 그래, 엄마는. 흐음- 심심한테 tv나 봐야겠다. 노곤한 내 몸짓에 화장대 위에 있던 엄마와 할머니의 해바라기같이 활짝 웃은 모습이 담겨 있는 졸업사진이 팔랑팔랑하더니 이내 장롱 밑에 꽂히듯 떨어졌다.
한 여자가 산을 오르고 있다. 그리 높고 험준한 산도 아닌, 그저 과수원 길로 이어진 산골이었다. 여자의 콧속으로 나무들의 솔솔한 내음이 느껴진다. 바람에 부딪치는 나뭇잎 소리가 쌀 씻는 소리처럼 리듬을 탄다.
여자는 어느 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 목적지라고 불리우는 장소는 왠 산소였다. 둥그렇게 만들어진 외딴 산소가 어쩐지 쓸쓸하다. 여자는 천천히 발을 옮겨 산소 앞에 앉았다.
"엄마..나야..엄마 딸. 이 못나고, 바보 같고, 엄마가 잘못 키운 딸. 그런데도 나 염치없이 엄마 보러 왔다?..미안해...진작에 오는 거였는데..엄마 살아있을 때. 나 만질 수 있도록 나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그 때 가는 거였는데..나 안 울거야, 엄마. 장례식 때부터 내가 얼마나 꾹 참았는데?..엄마..기억나? 나 어렸을 때..유치원에서 장기자랑한 날. 일 때문에 부랴부랴 여기저기 시금치 냄새 나는 옷차림으로 엄마 왔었잖아. 근데...근데 난 그 때 엄마 모른 척 했었잖아....내가 왜 그랬게? 다른 애들 엄만 다 예쁜데..엄만 다 부르터서 얼음장같이 차가운 손이었잖아..왜 그 때 엄말 피했었는지..흑...그 때 엄마 많이 속상했지? 마음 무너졌을 엄마 생각하면..아직도 목이 메여. 소원대로 결혼도 해놓고 엄마도 못 모시고....외동딸인데도 엄마 하나 못 모시고..엄마..엄마 미안해..미안해...나 그냥 결혼하지 말걸. 엄마 이럴 줄 알았으면 나 그냥 결혼하지 말걸. 그냥..나 졸업하기 전으로. 그 전으로 다시 되돌아가면 안될까? 나 그럼 평생 엄마 모시구 살게. 엄마랑 같이 살래. 응?...하하. 나 그래두 엄마 마지막 소원은 지켰다? 호흡기로 살게 하지 않는 거, 나 지켰어. 엄마가 그랬잖아. 늙은 사람들에게 가장 무서운 건 기계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거라구..헤에..잘했지? 이 못난 딸이..흑...엄마 나 이제 자주 올 거야. 엄마 좋아하는 계피사탕 많이 사오구, 엄마 손주도 데려올게. 알았지? 그러니까..엄마. 그러니까 이젠..더 이상 외로워 하지마......엄마....사랑해.........."
외로운 노인이 거리에 있는 한 아직 세상은 기쁜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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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서도 마늘이 스스로 눈물이 시큰했다는-_-; 오늘 아마 저녁쯤에 할꺼에여 추적60분...80대노모와 5살 아들이 동반자살했다져...음..
왜 그런게 걱정이 되어야 할까여. 이제 더 이상 일할 기력도 없으신 편히 쉬셔야할 부모님을 안모시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는 사실이져..
하지만 그 사람들도 나름대로 힘든게 있구..에효..-_-;
마늘이는 나중에 커두 결혼 안하구 엄마 아빠랑 가티 살꺼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