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예전에 가입했다가 대학교를 졸업하고나서야 글을 써보네요^^
약대를 진학하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은데,
전문대학으로 바뀌어서, 수능을 공부하시는 분들에겐 먼나라 이야기 일 것 같고,
그래도 혹시 약사를 꿈꾸시는 분이나,
대학교, 특히 숙대 생활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지극히 개인적인 글을 써봅니다.
일단 대입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지요.
저는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를 입학했다가 한학기 다니고 반수해서 숙대 약대에 입학했습니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겠지만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1. 적성
2. 동문의 중요성
일단 내 적성에 맞는 일을 해야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이지만 핵심적인 이야기입니다.
사실 예쁜 옷을 사는 것만 좋아했지 의류나 식품에 관심이나 재능은 없었습니다.
약사. 재능과 적성 모두 자기에게 맞추어 선택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약대에 들어와서 연구를 하고 싶은 사람은 교수나 연구원, 외향적이고 액티브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제약회사,
정적이고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병원이나 로컬 약국 등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제가 약대에 들어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뭐가 적성에 맞는지도 몰라 일단 약사가 되면서 내가 하고싶은 게 생기면 그 때 하자 하는 생각으로 입학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 처럼 안정적인 것 하나는 따라올 게 없는 직업입니다.
로컬 약사같은 경우 자기가 일 하고싶은 만큼 하다가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두고 한참 쉬더라도 또 일하고 싶을 때 다른 약국에서 쉽게 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페이가 적은 것도 아니구요.
그렇지만 모든 직장에 그렇듯 약사라는 직업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일하면서 느끼는 성취감이나 보람을 얻는 면에서는 아주 취약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약회사야 일을 열심히 하면 승진하는 맛이 있으니 그렇다치고,
병원이나 로컬 약사들은 그저 처방전 받아 그대로 조제해서 드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물론 일반약을 팔면서 복약지도를 하고, 그래서 상태가 호전되었다 하시는 분들 보면 뿌듯하죠.
그렇지만 이런 경우는 거의 드물고 처방전조제가 대부분이라 어쩔때는 약 짓는 기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래서 약사들이 직업에 대해 무료해 하고, 장농면허를 택하시는 분들이 많으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약사를 택한 것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대를 갈까 약대를 갈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만,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희 때에는 과목 조합만 잘하면 서울 소재 의대,약대 선택할만 했습니다.)
지금 의대 다니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잘 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몸도 약한 편이라 학부 6년 인턴 레지던트까지 10여년의 세월을 학점에 신경쓰며 다른 것들 포기하며 살 자신이 없었습니다.
20대 중반에 약사가 된 지금은 일하다가 돈 모으면 여행 몇개월 다니다가 또 들어와서 일하고 하고싶은 일 있으면 할 수 있고,
자기 선택에 따라 주3회 주4회 일하는 것도 가능하고,,,
여자에겐 최고의 직업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적성얘기하다보니 약사 신봉자 같은 글이 되었는데,, 그만큼 전 제 직업에 만족한다는 이야기겠지요..^^;
두번째로 동문의 중요성은, 어찌보면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이야기일수도 있는데,
아주 솔직한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어 얘기를 하겠습니다.
수능을 준비할 때까지는 절대 몰랐던, 그렇지만 입학해보니 뼈져리게 느꼈던 사실입니다.
왜 그렇게 사람들이 좋은 대학가라고 하는지 알겠더랍니다.
내가 남 덕을 보면서 살자는 것은 아니지만 인생은 홀로 사는 게 아니기에 주위 사람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고등학교를 나온 것이 아니어서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대부분은 이름만 들어봤을법한 4년제 대학이나 전문대를 나왔습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 4년을 다니다보니 어느덧 그 친구들과 만나서 하는 이야기가 너무 달라져있었습니다.
약대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만나는 사람들이 같은 계열의 의사나 치과의사가 되었고, 하다못해 미팅으로 친구를 사귀고 해도 일명 하이클래스라 불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어디 아프면 친한 언니나 오빠가 하는 병원에 가면 되었고, 교정을 하고 싶으면 에게 해달라고 하면 되었습니다.
약대에 들어와서 의료봉사동아리를 하면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약사이고 의사이고...그렇습니다.
내가 여건이 되고 행복하고 풍족하게 살고 있다하더라도 주위 사람들이 진로에 고민하고 힘들어 한다면, 같이 즐기면서 여행도 다니고, 스포츠도 즐기고, 문화생활도 하고..이런 것들을 어찌 할 수 있겠습니까.
글을 읽으시면서 속물이다, 사회인이 그렇구나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나쁜 쪽으로 이해하지 마시고, 부디 좋은 쪽으로 자극받으셔서 열심히 공부하시는 데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음. 다음으로 숙명여대를 다니면서 느꼈던 대학생활을 말씀드리자면,
일단 여대를 다니면 아주 심적으로 편하고 좋습니다만,
자고로 남녀는 함께 있어야된다 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양기가 부족한 학교에 놀러온 제 남자친구들은 숙대만 가면 기가 빨리는 것 같다며, 갔다오면 기운이 없어진다고 할 정도니,
뭐 말 다했습니다.
남녀 조화롭게 생활해야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거늘,,
학교에서 봐도 정말 예쁘고 착하고 뭐하나 빠질 것 없는 아이지만 남자친구 만날 기회가 없어 4년 내내 솔로로 지낸 친구들도 있습니다.
물론, 여대에 약대면, 소개팅 미팅 장난 아닐 것 같다 생각하시겠지요.
그건 맞는 말씀입니다만,
음..뭐랄까 그런 자리에서 한두번 만나는 것과 같이 대학생활을 하면서 서로 알아가고 만나는 것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는 것 아닌가 싶네요.
뭐 시험기간에는 아주 부담없고 편합니다.
도서관 쇼파에 보면 치마를 입고도 훌러덩 누워 자는 친구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니까요.
그리고 또 학점관리가 힘듭니다.
공학 다니는 친구들은 월드컵이나 올림픽 기간에 시험보면 등수가 쭉쭉 올라간다는데,,
저희는 그런 기간에도 받쳐줄 남자가 없으니...다들 목메고 공부한답니다.
선배들이 밥사주고 술 사주는 자리는 당연히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되고,
친구 잘 만나서 재밌게 놀수는 있지만, 과 애들끼리 다같이 모여 뭘 하고 이런건 공학보다 확실히 덜합니다.
저도 입학하기 전까지는 여대에 대한 환상만 갖고, 주위에서 누구 하나 여대의 장단점을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뭣모르고 입학했는데,,ㅠㅠ
잘 생각해보시고,, 선택하셨으면 합니다^^
환상을 갖고 4년을 보내기엔 너무 긴 시간이거든요...ㅠㅠ
이래저래 말이 길었는데, 결론은 목표잡고 빡세게 공부해서 무조건, 최대한 좋은 학교, 학과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겁니다. 저도 반수하면서 하루에 6시간씩 자고 남는 시간 모두 학원에서 공부하면서 보냈습니다. 졸리면 내 팔 다리 꼬집어서 멍 시퍼렇게 들기도 했고, 아침에 학원가서 자리에 앉으면 밤에 끝날때까지 자리에서 한번 안 일어났습니다. 그땐 정말 힘들었지만, 목표가 있었고, 그래서 몸은 힘들어도 마음만큼은 항상 설레고, 화이팅 넘쳤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 해도 고등학교 3년, 열심히 안해도 고등학교 3년인데, 어짜피 봐야 할 수능이고 어짜피 보내야 할 3년이라면 눈 딱 감고 공부하세요. 나중에 30년이아니라 한 7,80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올 해 수능보시는 분들은 막판 스퍼트 힘내서 잘 하시고, 내년, 내후년에 보시는 분들은 지금부터 차곡차곡 준비해나가시면 절대 늦은 거 아니니까 다들 최선을 다하시길 바랍니다 ^^
첫댓글 힘이 납니다~~~
약대가고싶어요ㅠ.ㅠ
감사합니다 온몸에 양기가 돋는군요!!
하하하하하~~~~
공학 다니는 친구들은 월드컵이나 올림픽 기간에 시험보면 등수가 쭉쭉 올라간다는데,,
저희는 그런 기간에도 "받쳐줄 남자"가 없으니...다들 목메고 공부한답니다.
ㄷㄷㄷ 받쳐줄 남자...
ㅋㅋㅋ 작년 월드컵 때 독서실에 여자분들만 있더라고요.. ㅋㅋ
ㅋㅋㅋㅋㅋ내가 여대가면 받쳐줄 여자가되겠군...
결론..여대오지마라;;쿨럭;;
서울대는 다르네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