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45] 오늘 경기 잡담

[1번선발]

우리 선발이 잘 던졌지만 상대 선발이 더 잘 던졌습니다. 이런 경기는 질 수도 있습니다. 괜찮은 패배입니다. "졌는데 뭐가 괜찮냐" 싶겠지만, 억지로 무리수 두다 상황을 악화시킨 것도 아니고, 승리 직전까지 간 경기를 어이없는 실수나 잘못된 판단으로 억울하게 내준 것도 아니죠. 야구의 룰에 맞게 투수의 구위로 맞짱 떴는데, (적어도 오늘은) 상대 투수가 더 좋은 공을 던졌네요. 이러면 뭐 도리 없죠. 배영수가 노련하게 잘 던졌지만 어쨌든 점수를 줬고, 상대 투수는 안 노련하지만 오늘은 잘 던졌는걸요.

선발이 위기를 비교적 잘 넘기면서 7이닝을 버텼고 불펜도 3이닝은 무실점으로 막았습니다. 이후 박주홍이 아쉬운 투런을 허용했는데, 뭐... 괜찮습니다. 사실 스무살 루키고 지금 역할도 필승조가 아니죠. 투수 합리적으로 썼고, 그 투수들이 크게 무너지지 않고 버텨줬습니다. 불펜 성적표로만 봐도 4이닝 2실점이면 크게 흉한 경기는 아닙니다. 내용 괜찮았습니다. 이겼으면 정말 좋았겠고, 이런 경기 건지면서 승수를 늘려가면 진정한 강팀이 될 수 있지만, 졌어도 굳이 화낼 이유는 별로 없는 시합이네요. 결승점 허용한 박주홍에 대한 얘기는 아래 쓴 글로 대신하면 될 것 같습니다.

타선은 꽁꽁 묶였습니다. 김태균과 이용규를 제외하면 제대로 타구를 만들어낸 선수가 별로 없었네요. 이렇다할 찬스도 없었고, 반드시 살렸어야 할 아쉬운 찬스도 만들지 못했습니다. 2명이 출루한 10회말 공격이 아주 아쉽지만, 무사 1루가 사실 황금찬스는 아니죠. 게다가 2사 1-2루는 기대득점 0.612점 / 득점확률 29.1% 정도의 <그저 그런> 찬스에 불과합니다. 중요한 타이밍에서 멋진 타구를 만들어줬던 경험이 있는 호잉이어서 아쉬움이 크겠지만, 찬스마다 항상 점수 나오면 그건 야구가 아니라 핸드볼이죠. 그리고, 제가 늘 얘기하지만 우리 타순이 다른 팀에 비해 강하지가 않습니다.

(굳이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오늘 타선이 완벽히 봉쇄당했고, 야구 하다 보면 그런 날이 늘 나온다는 얘깁니다)

김태균이 2번의 타석에서 좋은 타구를 만들었습니다. 잡아 당겨서 멀리 보내는 것은 장타력을 갖춘 타자에게는 이상적인 타구인데 그런 모습을 일단 보여줬네요. 그런데 저는 그 타구 자체보다 <초구를 흘려보내는> 김태균의 모습이 오히려 인상적이었습니다. 원스트라이크 먹고 시작하는 모습이 답답해보이는 분도 계시겠지만, 좋은 타구 만들때의 김태균은 원래 그렇거든요. 초구 안 치고 볼 안 치면서 말입니다. 다만, 여전히 볼을 적극적으로 치고 있는데, 이 부분만 조금 더 다듬으면 김태균은 원래 모습을 완벽히 찾을 것 같습니다. 임팩트나 장타에 대한 논란이 왜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는 '완벽한 밸런스'의 타자로 말입니다. 다만, 오늘 2루에서 아쉬운 실수가 하나 나왔는데 앞으로 그런 모습은 안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상대 수비들은 늘 그런 빈틈을 파고 드니까요.

아쉬운 패배를 당했으니 오늘은 김태균 얘기로 '정신승리' 하나만 해보겠습니다. 김태균은 이제 홈런 3개만 더 치면 <300 홈런>타자가 됩니다. 이 세상에 장타력 부족한데 홈런을 300개 치는 선수는 없죠. 그리고 오늘 자신의 2루타 갯수를 361개로 늘렸는데, 앞으로 10개만 더 치면 KBO 통산 2루타 <6위>에 올라섭니다. 그러면 순위표에서 김태균 바로 아래 있는 선수가 이병규-박한이네요. 발 빠르고 장타력도 갖고 있어서 2루타를 밥먹듯 치는 선수들이죠. 그 선수들보다 2루타가 더 많아집니다. (참고로 박한이보다는 이미 많습니다)

9회말에 동점 홈런 치면서 2타점을 쌓았는데 앞으로 19타점만 더 올리면 역대 타점 순위는 <3위>가 됩니다. 역대 1-2위는 이승엽-양준혁이네요. 최근 몇 년을 빼면 늘 KBO에서 가장 강한 타선을 구축했던 팀의 중심타자들이죠. 이 둘을 빼면 우리가 두려워하는, 또는 임팩트가 있다고 느끼는, 아니면 해결사 본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그 어떤 타자도 김태균보다 타점이 적습니다. 임팩트 얘기가 나왔으니 한 마디 덧붙이면 역대 끝내기 홈런 + 역대 끝내기 안타 갯수 제일 많은 선수도 바로 김태균이죠. 시즌 초 타격감 안 좋을때 김태균이 6번을 쳐야된다거나 심지어 7번으로 내려가야 된다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물론 언젠가 그런 날이 올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난다긴다 하는 선수들 다 모은 국가대표도 아니고, 어떤 팀이 저런 타자를 하위타순에 두겠습니까. 팀 득점력 떨어지게 말입니다. 만일 김태균의 저 기록이 모두 과거의 것이고 지금은 그저 그런 타자가 되었다면 당연히 그래야겠죠. 하지만 김태균은 여전히 팀내 토종 타자 중에서 가장 훌륭한 타격기술을 가지고 있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파워 역시 가지고 있는데요.

때로는 연패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이 연승 끊긴 이후입니다. 몇 번의 승리에 가려 잘 안보였던 문제들이 다시 줄줄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경우가 있어서죠. 하지만 당황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경기 내용 괜찮았고, 졌지만 억울한 패배거나 속 터지는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내일 또 차분하게 경기에 임하면 되죠. 물론, 비가 오지 않으면 말입니다. (비가 하루 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떠리플러스]

완전 공감합니다

[쫑이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만화이글스]

무리한 연승이었다면 끊긴 후유증이 있겠지만 이번엔 그저 하루 쉬어가는 느낌이네요

[브라이언배스]

배영수가 오랜만에 오래던져줬는데 아쉽네요

[노원이유]

결과적으로 오늘 경기 패배했지만,,
김태균의 극적인 동점홈런으로 저는 0.5승으로 생각하렵니다,,

[뾰로롱꼬마마녀]

222 졌지만 만족스러운 경기였어요~~

[한화율]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쓰시는 글들을 보면 비판하는 글들처럼 느껴지거나 보기 기분 나쁘지도 않고 아주 객관적이면서도 차분하게 경기 결과에 대해 분석하시는 것이 엿보입니다. 김태균선수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잘 올라오고 있어 기분이 좋고 더 무서운 타자가 되어줄거라 확신합니다

[메단이글스]

일정이 있어 경기를 챙겨보지 못하고, 오는 차 안에서 신호대기중에 문자중계를 열었는데(동남아라 인터넷이 느려 영상은 못보고) 김태균의 투런.
차와 오토바이가 난잡하게 뒤섞인 도로에서의 운전은 핸드폰을 조금도 볼 시간이 없어서, 아주 안달라는 마음으로 집에 달려왔는데 패배했군요.
모든 경기를 이길 수 없고, 초반부터 대량실점으로 선발이 무너진 경기도 아니니 "졌잘싸"지만 그래도 패배는 늘 힘이 빠집니다. ㅎㅎ
요즘 분위기라면 당연히 뒤집을 것이라 생각이 들 정도 였으니까요.
하이라이트 영상을 돌려보고, 어제까지의 경기를 보면서, 이제 호잉을 3번 태균이를 4번 광민이를 5번에 넣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메단이글스]

호잉은 여전히 리그 최고 타자이지만, 크레이지 모드가 시즌 끝까지 이어질 순 없고, 광민이도 그렇구요. 태균이야 늘 중심을 잘 잡아주니까~ 이제 조심스레 4번복귀가 어떨까 생각이 드네요.

[레전드송진우]

저는 양성우의 지친 모습을 보면서 이제 정근우가 복귀하는 시점에 타순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용규 - 송광민 - 호잉- 김태균 - 이성열 - 정근우 - 하주석 - 최재훈 - 양성우 이게 가장 이상적인 라인업으로 보네요.. 호잉은 지금 4번으로서의 책임감을 느껴서 장타를 칠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제 그 책임감에서 벗어나게 해줄때가 된 듯 합니다.. 그 이유는 말씀하신데로 김태균의 타격감이 올라왔으니까요.

[메단이글스]

저는 뽕렬포는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이성열 클린업은 탐탁치가 않습니다. 이성열은 뭔가 계산이 안서는 타격이라는 느낌이 있어요. 그 계산이 안서는게 또 매력이자 장점이기는 하지만요. 호잉의 짐을 조금 덜어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더 훨훨 날 수 있도록요. 그리고 그 짐은 태균이가 잘 나눠질 것 같습니다. 올타임급 타자이고. 지금까지도 잘 해내 왔으니까요. 태균이에게는 다시 한번 감사하네요.

[충청도이글스]

졌지만 볼만한 경기

[성공 으로 부터의 외침]

맞습니다 패배했어도 차분한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꿈꾸는 독수리]

김태균 홈런의 순간 아주 짜릿했습니다. 그걸로 충분했습니다. 승부야 이길수도 질 수도 있는거지만 이런 순간은 선물같은거죠.

[blindlove]

김태균의 통산기록에 관한 글을 볼때마다 우린 대단한 타자를 보유한 팀을 응원한다는게 자랑스럽습니다

[레전드송진우]

완전히 공감합니다.. 연승후에 연패로 빠지는 팀들을 자세히 드려다보면, 연승 때 수비가 불안한데 그저 좋은 투수력과 좋은 타격페이스를 통해서 이런 불안한 수비를 감추어졌을 때 연승을 하죠.. 그러다가 타격페이스에서 슬럼프가 왔을 때 바로 이런 불안한 수비의 약점이 드러나서 연패에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현재 한화는 괜찮은 투수력과 좋은 수비를 계속 보여주고 있죠.. 이렇게 수비가 좋은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고, 연패가 이루어지더라도 길지 않습니다.. 그 점에서 패배를 해도 불안하지 않죠.

그렇다고, 불펜을 이기기 위해서 억지로 운영하고 있는 측면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