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가 누구 칭찬을 많이 할지는 다들 아실 것 같습니다. 저는 이기든 지든, 그 경기에서 지분과 책임이 가장 큰 선수는 선발투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선발이 잘 던져도 질 수 있고, 선발이 무너지고도 이길 수 있지만 확률상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선발이 잘해서 이긴 전형적인 경기죠. 수비가 전반적으로 안정됐고, 경기 초반 상대 실수를 틈타 선취점을 뽑았으며 곧바로 적시타가 터진데다 마무리까지 깔끔했지만, 무엇보다도 7이닝 10삼진으로 괴력투를 보여준 샘슨이 오늘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사람들은 타자가 방망이 휘두르는 것을 <공격>이라고 말하고, 투수의 투구와 야수의 움직임을 <수비>라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투수가 공을 던지는 건 야구 규정상 '수비'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야구에서의 투수는 단순한 수비수가 아닙니다. 투수는 돌덩이 같은 속구와 폭포수 같은 변화구, 타자의 의표를 찌르는 절묘한 볼배합으로 타자를 무차별 폭격하는 공격수입니다. 타자는 얇은 방망이 하나를 가지고 넓디 넓은 소중한 스트라이크존을 지켜내야 하는 수비수고요. 아무리 수비력이 좋아도 10번 중에 7번은 투수의 공격을 막지 못하는 그런 수비수 말입니다. 그렇게 타자를 폭격하는 공격수 같은 투수가 제 마음 속에 있습니다. 55번 정민철, 99번 류현진 같은 그런 선수들. 오늘 샘슨은 그런 공을 던져줬습니다. 저는 오늘 야구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 이게 야구지. 야구 이렇게 하는거야"
잡담 글 쓸 때마다 매번 장황하고 긴 글을 늘어놓는데, 제가 선수를 보는 기준은 명확합니다. <원치 않는 볼을 던지는 투수>와 <나쁜 볼에 방망이 내는 선수>를 싫어합니다. 시즌 초의 샘슨이 바로 원치 않는 볼을 던지는 투수였는데, 오늘은 삼진 10개 잡아내는 동안 사사구를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죠. 주목할 것은, 샘슨이 4월 25일부터 오늘까지 4경기 중 3경기가 무사사구입니다. 구위는 좋은데 볼이 날려서 계산이 안 서는 투구를 했는데 완전히 달라졌죠. 앞으로 계속 그런 공을 던져주면 좋겠습니다. 타자를 막는 투수가 아니라, 타자들이 수비하는 느낌이 들게끔 말입니다.
NC가 예전 같지 않았지만 그건 우리가 상관할 바 아니죠. 그들은 최근 몇 년간 늘 강팀이었는데, 오늘 우리는 특별히 쥐어짜거나 무리 하지 않고 합리적인 야구를 하면서 깔끔하게 이겼습니다. 상대의 작은 실수를 파고 들었고, 4번타자의 타구에 좋은 운이 몰리는 가운데 5번의 무안타+오심으로 흐름이 안 좋았는데 6번 타순에서 적시타로 추가점을 올려 기분 좋게 출발했죠. 전체적으로 수비가 안정된 가운데, 몇번 아쉬운 모습이 나올 뻔 했으나 모두 침착한 후속동작으로 상대 주자(또는 타자)를 아웃 시킨 모습도 좋았습니다. 마무리도 아꼈고요. 같이 야구 본 총무님은 오늘도 "NC 쟤네 진짜 이상해졌네"라고 평가했지만, 우리도 잘 했습니다. 흠 잡을 곳 없는 경기였네요.
정은원이 나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팬들은 루키가 타석에서 선풍기를 돌려도 그 스윙이 씩씩하기만 하면 제법 기대를 합니다. 물론 저도 그렇습니다. 작년 김태연이 데뷔 첫 타석에 홈런을 친 후, 이후 몇 경기에서 출루가 없을때도 적잖은 기대를 했었죠. 카운트 싸움은 잘 못해도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리고 날카로운 파울타구도 만들어내면서 좋은 스윙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은원은 그것보다 더 괜찮습니다. 볼을 고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 경기와 두번째 경기에서는 저것이 선구인지, 아니면 반응을 잘 못 한 것인지 좀 애매했죠. 그러나 지켜본 바, 자신이 설정한 존에서 벗어난 공을 제법 기다립니다. 타구가 멀리 나가지 않더라도, 저런 스윙이라면 믿을만 하죠. 물론 고졸 루키니까 당분간 공격은 좀 헤맬겁니다. 그래도 시간을 들여 꾸준히 기다려 볼 가치가 있는 선수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은원이 인상적인 것은 사실 타석보다 필드에서의 모습 덕분입니다. 하주석의 송구가 높았을 때, 박민우의 땅볼을 더듬었을 때, 보통의 빠른 19살 2루수라면 급한 마음에 허둥대다 악송구를 범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은원은 침착하게 후속동작을 했죠. 몸을 멀리 날려 빠른 타구 걷어내는 것을 <호수비>라고 부르지만, 정말 중요한 수비력 차이는 사실 저런 곳에서 갈리죠. 야구판이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정은원이 풀시즌 2루수를 볼 수는 없을겁니다. 분명 침착하지 못한 모습이 나올 때가 있을거고 컨디션이 떨어져 헤매는 순간이 오겠죠. 하지만 기본적인 그릇을 가진 선수라고 믿고 꾸준히 기다려 줄만한 선수인 것 같습니다. 정근우와 오선진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네요.
5월 14일 현재 22승 17패입니다. 그리고 우리 승패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금요일날 아쉽게 졌는데 오늘 깔끔하게 이기면서 또 연패로 안 갔습니다. 4연패/5연패를 한번씩 당했지만 그 경기를 빼면 우리는 2연패가 한번도 없죠. 8번의 패배를 모두 한번으로 끊고 다음 경기에서 바로 이겼습니다. 5연승은 없지만 4연승은 해내면서 승패표를 맞췄고, 3연승과 2연승을 각각 2번씩 하면서 +5를 만들었네요. 연승과 연패를 오가며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보다 2승 1패 페이스를 쭉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인 강팀의 모습이라고 보는데, 적어도 지금까지는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 앞으로 날이 더워지고 불펜의 힘이 떨어지면 분명 위기가 오겠지만, 지금부터 힘 잘 비축하면서 천천히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기 바랍니다. 그러면 언젠가는 06년의 그 뜨거웠던 기억을 다시 느낄 수 있겠죠. 어서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뭔가 확실히 강팀이 갖춰야 하는 모습을 하나하나 조금씩 만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네요.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SK와 두산에게도 스~~ 그거 좀 해주면 좋겠네요.ㅎㅎ
투수가 공을 던지지 않으면 경기를 시작할 수 없습니다.
수비를 먼저 시작할 수는 없으니, 저도 투구가 공격이라는 점에 동감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투수는 공격적인 투구를 해야죠.
논리정연한 좋은 글을 편안하게 읽듯이 어제 경기도 참 평온하게 시청했네요^^ 잘은 모르지만 이젠 뭔가 자리를 잡아가고있어 기대감을 가져도될것같은 희망이ㅎ
정은원 선수 보는 재미가 크네요~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한용덕감독
송진우투수
장종훈타자
시절 엄청 대단 했습니다
코리안시으즈 우승도 했구요
그래서 그시절 화려했던 선수들이
지금은 한화 감독이고 코치입니다
앞으로 점점 더 좋아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