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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4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아르젠틴가(街)에 위치한 LG쿠킹스쿨. 20여명의 여성이 여성 요리강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 요리교실은 LG전자가 개설한 것이다. 이란에는 LG전자가 개설한 요리교실이 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여섯 곳이나 있다.
이란의 LG전자는 전자레인지를 팔면서 요리법까지 같이 가르쳐주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전자레인지로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레시피까지 개발해서 가르쳐주는 것이다. LG 전자레인지가 이란 국내시장의 40%를 차지하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테헤란 주민 호다(여·35)씨는 “LG가 이런 행사를 하는 걸 모르고 전자레인지를 샀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며 “다른 사람에게도 LG의 전자레인지를 권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15일에는 테헤란의 축구장에서 LG전자 이란지사가 후원하는 축구대회인 LG WAFF의 결승전이 열렸다. 중동지역 6개국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이란이 요르단을 2 대 1로 꺾고 우승을 차지해 후원사인 LG전자 이란지사는 효과를 만끽했다. LG전자는 축구열기가 높은 중동·아프리카지역에서 축구 마케팅을 전개해 이미지를 알리는 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한국식 고객서비스도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LG 모니터를 구입한 고객이 고장신고를 했을 때 수리시간이 한 시간 이상 걸릴 경우 대체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가져간다. 고객은 수리가 완료될 때까지 대체제품을 쓰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김종훈 LG전자 이란지사장은 “이런 서비스는 한국에서도 불가능한 서비스”라고 단언했다. LG전자는 지난 3월 신설된 소비자대상에서 이란 상공부와 소비자보호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소비자 보호대상을 받았다. 배경에는 이란에 전국 네트워크를 갖춰놓은 게 작용한다. 김 지사장은 “이란에 380개의 서비스센터가 있다”고 말했다.
LG전자의 강점 중 하나가 현지화이다. 현지 특성에 맞는 제품을 잇따라 내놓아 호평 받고 있다. LG전자는 파키스탄에서 노키아에 이어 휴대전화 판매 2위를 기록하고 있다. LG전자는 지역특화 모델로 승부를 걸었다. 이 제품은 라디오가 되고 스피커 성능이 좋다. 현지인들의 수요를 철저히 분석해 현지형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
LG전자는 제품 성능에만 안주하지 않았다. 파키스탄 전국의 딜러 3000명 중 영향력이 큰 1800명을 일일이 찾아가 식사도 같이 하고 생일파티도 해주는 등 ‘스킨십 마케팅’을 펼쳤다. 실적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파키스탄에서 2005년 기준 LG전자의 휴대전화 점유율은 0%였으나 2007년에는 13%로 껑충 뛰었다. 2010년에는 노키아를 제치고 파키스탄 시장 1위를 차지하는 게 목표다. LG전자 중아지역본부 방승환 차장은 “파키스탄이 LG전자가 휴대전화 부문에서 노키아를 제치는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터키지사장인 김창후 상무는 터키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터키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했다. 이 케이스는 현지 언론에서도 크게 보도됐다. 이(異)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홈스테이를 하는 사례는 있으나 이처럼 몇 달 동안 현지 가정에서 현지인들과 숙식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중아지역은 78개국으로 구성돼 있으며 국가별로 소득수준, 종교·문화 등의 차이가 크다. LG전자는 중아지역을 산유국, 동부지중해, 남아프리카 등 6개 권역으로 구분해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요리마케팅’이다.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LG쿠킹아카데미’가 개설됐다. 이곳에서는 여성을 대상으로 요리, 건강 등에 대해 주5회 무료 강연과 실습을 진행한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은 대외활동이 제한돼 있어 요리를 통해 여가선용과 폭넓은 대인관계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딜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지역별로 차별화된 ‘딜러 컨벤션’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파키스탄에서는 아티프 아슬람 등 최고의 인기가수들을 초대해 페스티벌 형태의 컨벤션을 열었다. 현지인들이 음악과 무용을 좋아하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반면 시리아에서는 최고급 호텔인 포시즌호텔에서 엄숙하게 컨벤션을 진행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시리아 딜러들은 자부심이 강하고 종교적인 이유로 유흥에 대한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중아지역에서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프리미엄 제품군인 헬스케어 제품군과 스칼렛TV 등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중아지역은 최근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삶의 질에 대한 요구가 함께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알레르기를 예방하는 스팀트롬 세탁기, 공기를 정화하는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지방을 제거하는 솔라돔 컴팩트 오븐 등을 ‘헬스케어’라는 컨셉트로 묶어 ‘LG=헬스케어’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시리아의 경우 최근 현지 거래처, 언론인, 150여명의 의사들을 초청해 헬스케어 제품을 직접 체험하는 ‘LG 헬스케어 컬렉션’을 진행해 참석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LG전자는 또 지난 5월 터키를 시작으로 남아공, 요르단 등에서 스칼렛 LCD TV의 론칭 행사를 가졌으며, 프리미엄 이미지에 걸맞은 색다른 행사로 현지 언론과 거래처의 찬사를 받았다. 남아공에서는 올해 미스 아프리카인 탄지 코엣즈(Tansey Coetze)가 스칼렛TV 광고 영상에서 걸어나와 스칼렛TV를 소개하고, 요르단에서는 요르단 톱 10 모델들이 화려한 패션쇼를 펼친 후 스칼렛TV를 관객들에게 공개했다.
LG전자의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은 훌륭한 결실을 거두고 있다. TV의 경우 PDP TV가 전년 동기 대비 58%, LCD TV는 프리미엄 제품인 스칼렛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89%나 늘었다. 또 모니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50% 성장하며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
LG전자는 지난 6월 두바이 최고 명문인 아메리칸대학에 ‘LG마케팅스쿨’을 개설했다. ‘LG마케팅스쿨’은 대학총장, 마케팅학과장 등 최고의 강사진이 현지 LG직원들을 대상으로 중동지역 특성을 고려한 마케팅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LG전자는 아메리칸대 대학생들을 인턴사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지난 4월에는 시리아 최고의 공과대학인 다마스커스 공과대학 내에 ‘LG에어컨연구소’를 개설하고 재정도 지원했다.
김기완 중아지역본부장은 “현지 특화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쳐 중아지역에서 LG를 최고의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 데일라미 골드이란 사장 |
“케밥 전자레인지·메카 방향 휴대폰 같은 현지 전략
LG는 더 이상 외국 브랜드가 아닌 내셔널 브랜드”
H. 데일라미 골드이란 사장은 LG전자 이란 총판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이란에서는 외국기업이 직접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현지인을 통해서 영업을 해야 한다. 따라서 현지 거래처 선정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현지딜러의 대표인 데일라미 사장과 LG전자는 서로 행복한 상태다.
그는 1992년 LG와 파트너십을 맺기 전까지만 해도 200만~3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으나 16년이 지난 지금 이란에서도 굴지의 거부로 성장했다. 그만큼 LG 제품이 이란 내에서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는 뜻이다.
그는 “1992년에 소니, 파나소닉 등과 거래를 했는데 LG가 장래성도 있어 보이고 사고방식이나 문화가 나하고 맞아서 LG와 손을 잡았다”며 “LG는 항상 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제안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LG는 현지 거래처가 제안하는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해서 히트상품이 많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케밥 전자레인지와 메카 방향 휴대전화다. 이란인들이 즐겨 먹는 케밥을 요리할 수 있는 전자레인지와 이슬람교 신자에게 중요한 메카 방향을 알려주는 휴대전화는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LG의 이같은 현지화 노력 덕분에 이란에서는 LG가 외국 브랜드가 아닌 내셔널 브랜드”라고 말했다.
“부유층 타깃으로 한 웰빙마케팅 성공
세계 8개 지역본부 중 상반기 성장 1위”
LG전자 중아지역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기완 부사장은 올 상반기에 가장 주목 받는 LG맨 중의 한 명이다. 그가 이끌고 있는 중아지역본부가 전체 8개 지역본부 중에서 상반기 성장률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LG전자에서는 한국시장도 일개 본부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2006년 중아지역대표로 부임한 그는 1년 만에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1년 만에 매출을 대폭 늘려 업무 능력을 인정 받았기 때문이다. 직함도 지난 1월 대표에서 본부장으로 껑충 뛰었다. LG전자에서는 부사장이라는 직급보다 본부장이라는 직함이 더 중시된다.
LG전자 본사에서도 알아주는 마케팅 전문가인 그는 중아지역에 부임하자마자 조직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아이디어가 풍부한 그는 지시도 많이 하지만 지시가 잘 이행되는지도 꼼꼼하게 체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커머셜 조직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이다. “2006년 1월에 커머셜 조직을 만들라고 지시했는데 1년 지나니 하부조직의 60%가 이행을 했습니다. 아직 만들지 못한 곳은 계속 체크하고 있습니다.” 중아지역본부에는 미해결 과제를 뜻하는 ‘펜딩 리스트’를 챙기는 전담자까지 두고 있다. 윗사람이 솔선수범하면서 지시 이행 여부를 체크하면 조직이 안 돌아갈 수 없는 노릇이다.
LG전자가 중아지역에서 인기를 끄는 요인 중의 하나가 현지화를 잘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헬스케어 전략이다. 스팀세탁이 되는 트롬세탁기와 공기청정기는 얼핏 보면 아무런 연관이 없을 것 같지만 건강이라는 컨셉트로 묶으면 훌륭한 조합이 될 수 있다. 그는 중동지역에 건강에 관심이 많은 부유한 소비자층이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헬스케어’ 개념을 창안해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결과는 대성공. 이 컨셉트는 세계적 추세인 웰빙과 맞아떨어져서 LG 제품은 건강을 배려하는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
그는 현재 건설붐이 한창인 두바이 등 중동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커머셜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커머셜 마케팅은 LG가 압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에어컨을 비롯, 가전제품 세트를 시행자와 접촉해 공급하는 방식의 마케팅을 뜻한다. 그는 “2010년까지 60억달러를 달성하는 게 목표인데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 조기 달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