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인한 피해 복구가 한창인데 지난 7월 27일 저녁, 염치 불구하고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 프레미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2011 정기 연주회를 관람하러 갔었다.
이미 수마가 수십 명의 고귀한 인명을 앗아갔고, 더구나 서울 예술의 전당은 피해가 가장 컸던 우면산 아래 자리 잡고 있어 조심스러웠다.
사무실에서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교통사고로 평촌 한림대병원에 입원해 있는 후배 교수를 문병하고 과천을 거쳐 산사태로 엉망이 되었다는 우면산을 향했다. 그 긴 우면산 터널 속에서 변고를 당하신 18명의 고인과 형촌 마을에 살고 계신 지인 두 분이 안녕하시다는 문자 답변을 되새기며 예상보다 쉽게 통과했다.
하지만 차단되었다는 남부순환로부터 공연 장소로 들어가는 길목은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산 아래에는 안전소방대, 군과 경찰의 버스와 대형 작업차들이 우면산 밑을 보호하고 도로 위 흙을 씻어내리느라 대규모 인력이 투입되어 고된 작업 후 철거를 준비하는 듯 했다.
우회를 반복하며 진입로까지 겨우 왔는데, 주차장 차단기가 열린 채 유리창 안에 앉아있는 관리인이 그냥 들어가라는 손짓을 보내왔다.
지상 라인에 겨우 차를 대고는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식당을 찾던 발길은 길옆 배수구를 향해 빠르게 흐르는 흘탕물만 보곤 돌아섰다.
공연장 안에도 간단히 요기할 것이 있다고 했다. 안으로 들어섰다. 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들어서 있었다.
‘다른 공연이 또 있나’ 나는 혼자 중얼거리며 초대권을 내밀고 VIP 입장권과 팜플렛을 받았다. 102번 입구 앞 긴 의자에 앉아 상념에 젖어 있는데 시작 벨이 울렸다.
1층 B블럭 12열 9번을 찾았다.
8시가 되었지만 빈자리가 더 많았고, 주최 측에서는 예정 시간인데도 연습하는 단원들의 분주한 손놀림 외에는 아무 조치가 없었다.
제1 바이올린 소속 악장인 듯한 여성이 무대에 들어와 목례했다.
리스트의 200번째 생일 파티를 위한 공연을 애써 준비하신 지휘자가 무표정한 표정으로 들어섰다. 5분이 지나서였다.
리스트는 교향곡이나 소나타 처럼 어떤 형식에 의해 꾸며 맞추는 경향에 반기를 들고, 풍경이나 자연/문학/미술/철학 등 음악 이외의 것을 음으로 묘사하려고 시도하여 교향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
사회적기업이기도한 프레미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대표이사인 동준모 (상명대 음대학장) 교수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많은 비가 쏟아지는 줄도 모르고 연습에 임했습니다. 오늘이 그 발표일인데 마음이 무척 아픕니다. 또 이 우중에 음악을 사랑하시는 여러분들께서 한 가족같이 찾아주신데 대해 무어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공연 10분 전에서야 예술의 전당으로부터 정식 공연 취소를 연락받았습니다. 한곡만 연주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번 정식 공연에 꼭 초대해 모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내에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리스트는 교향곡이나 소나타 처럼 어떤 형식에 의해 꾸며 맞추는 경향에 반기를 들고, 풍경이나 자연/문학/미술/철학 등 음악 이외의 것을 음으로 묘사하려고 시도하여 교향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
무대에 오른 지휘자의 손 끝에 따라 몸에 소름이 끼칠 듯한 선율이 가슴을 후벼댔다.
Franz Liszt(1811~1886) 의 Mephisto Waltz NO 1 이 10분 동안 연주되었다.
다음 공연을 기약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며 공연장을 벗어나니 물난리를 당한 서울 시내가 더욱 답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