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야그] 김병현의 우승 반지
인생에 있어서 '머무르고 싶은 순간'은 결혼 반지를 끼는 순간이 아닐까.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하지만 결혼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소중한 의식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프로야구선수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어느 때일까.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우승의 순간이고, 챔피언 반지를 끼면서 평생 잊을 수 없는 그날의 희열을 떠올리는 때일 것이다.
그러나 이 우승 반지는 혼자만 잘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력과 운도 뒤따라야 하는 선택된 자에게 주어지는 영광의 징표다. 우승 반지 하나를 끼게 된다면 그는 성공한 운동선수로 평가 받을만 하다.
국내프로야구에서 우승 반지를 처음 만든 구단은 LG 트윈스로 알려져 있다. 90년에 이어 94년에 두번째로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LG는 당시 최종준 운영부장(현 단장)의 아이디어로 모조 다이아몬드로 개당 60만원에 제작해 한국시리즈 엔트리 25명의 선수와 코칭스태프, 구단 직원에게 나눠주었다.
LG는 당시 국내에서는 이같은 반지를 만드는 회사가 없어 LG그룹 미국지사를 통해 미국스포츠단의 우승 반지 90% 이상을 만드는 보스턴에 있는 볼포사(社)에 제작을 의뢰했다. 이 우승 반지에는 'KOREAN BASEBALL CHAMPIONS'라는 영문에다 구단명, 우승 연도, 선수의 영문이름, 배번 등이 적혀있다. 손가락사이즈와 영문이름 샘플 등을 미국 회사와 주고받으며 제작한 탓에 다음해인 95년 5월에야 선수들이 챔피언 반지를 낄 수 있었다.
지난 97년 한국시리즈에서 9번째 우승을 차지한 해태는 선수들끼리 돈을 모아 LG 반지를 본떠 금은방에서 우승 반지를 만들었고, 현대(98년, 2000년) 한화(99년)도 영광의 순간을 챔피언 반지에 남겼다. 한화 송진우는 지난해 3월 자신이 회장을 맡았던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 기금 마련을 위해 99년 한화 우승 반지를 인터넷 경매에 내놓아 스포츠관련 경매 사상 최고액인 170만300원에 미국인에게 낙찰돼 화제가 됐었다. 중앙에 루비가 박혀 있는 금 5돈쭝의 이 반지 제작비는 37만원이었다.
2001한국시리즈에서 V3를 달성한 두산은 개당 50만원 상당의 우승 반지 70여개를 제작할 계획이다. 95년 우승 당시 OB 구단(현 두산)은 상징색이 빨간색임을 고려, 빨간 루비가 박힌 우승 반지를 개당 40여만원에 70여개를 만들어 1군선수와 코칭스태프, 그리고 프런트에게 나눠주었다.
두산은 95년 우승반지는 두툼하게 큰 것이었지만 올해는 항상 끼고다녀도 크게 불편하지 않도록 작고 현대적 미각을 살린 디자인을 구상중이고, 메인 보석은 아직 정하지 못한 상태로 내년 2월쯤 제작이 완료된다. 두산 선수중에서는 최훈재가 94년 LG, 97년 해태에 이어 2001년 두산에서 우승, 3개의 우승반지를 끼게 돼 '행운의 사나이'로 꼽힌다.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의 챔피언 반지를 끼게 된 애리조나 김병현(22)이 13일 금의환향했다. 올해의 영광이 내년에도 계속되길 기대하며 그의 손가락에 낄 우승 반지가 계속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 스포츠조선 대기자 ㆍ joyg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