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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선운동량과 각운동량의 보존, 그리고 에너지 보존을 살펴보았다. 여기서 선운동량과 각운동량은 벡터량이고 에너지는 스칼라 양이다. 이와같이 보존 되는 양은 벡터양일수도 스칼라 양일수도 있다.
지난 시간에 또한 자연의 법칙을 기술하는 방법으로 보존 원리와 최소 원리가 있음을 배웠다. 보존 원리란 자연에 존재하는 물리량 중에서 정해진 조건만 맞으면 시간이 흘러가도 그 양이 바뀌지 않고 일정할 때 그 물리량에 대한 보존 원리라고 한다. 이제 최소 원리란 어떤 원리인지 알아보자.
최소 원리는 보존 원리와는 달리 스칼라 양에만 성립한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기술하는 양 중에서 어떤 양이 최소가 되도록 일어난다고 하여 최소 원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물리학에서 최소 원리는 17세기 유명한 프랑스 수학자인 피에르 드 페르마가 빛의 전파를 연구하면서 처음 도입했다. 그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가능한한 짧은 시간 동안에 벌어지는 경제 원리가 성립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이것을 빛의 진행 경로에 적용하여 빛의 반사와 굴절 현상을 잘 설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것을 페르마의 최소 시간의 원리라고 부르며 바로 최소 원리 중의 하나이다. 여기서 최소인 양은 주어진 두 점을 빛이 진행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자연 현상을 기술하는 뉴턴 역학과, 자연 현상이 경제 원리로 이루어진다는 최소 원리를 최초로 접목한 사람이 18세기 프랑스의 수학자인 모페르티이다. 그는 물체가 운동하는 역학 현상에서는 작용이라는 양이 최소가 되도록 자연현상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역학 현상을 아주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는 작용을 물체가 이동한 거리에 속력을 곱한 것으로 잘못 정의하였다. |
제대로 된 작용의 개념은 물리학의 발달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였다. 즉 제대로 정의된 작용을 이용하면 뉴턴 역학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뉴턴 역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미시세계를 기술하는 자연 법칙도 유도할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여기서 작용을 매우 조심스럽고 정확하게 정의해 보자.
물체가 움직이는 경로 상의 모든 점에서 물체의 위치와 운동량을 따로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그리고 만일 어떤 한 점에서 물체의 위치와 운동량을 알면 뉴턴의 제이 법칙을 적용하여 물체가 그 다음 순간에 어디로 갈지를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결국 한 점에서 물체의 위치와 운동량을 알면 물체가 움직이는 전체 경로가 정해지는 것이다.
이제 물체가 지나가는 경로 중에서 아주 인접한 매우 짧은 거리의 두 점을 생각하자. 짧은 거리를 지나는 동안 물체의 운동량은 별로 많이 바뀌지 않았을 것이므로 이 운동량에 그 짧은 구간의 거리를 곱한 양을 생각하는 것이 의미를 가지며 이 곱을 이 구간 동안물체의 작용이 증가한 양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작용이란 물체가 이동하면서 가지고 다니는 스칼라 양으로 물체가 운동 경로의 한 점에서 다른 점으로 옮기면 증가한다. 모르페티는 이 작용의 정의를 움직인 거리에 운동량을 곱하는 대신 거리에 속력을 곱하여 실수를 범하였다. |
모르페티는 물체가 움직이는 역학 현상에 자연의 경제 원리를 적용시켜, 물체가 한 점에서 다른 점으로 이동할 때 작용의 증가가 최소 (또는 극소)인 경로를 택하여 움직인다고 말하였다. 이 명제가 최소 작용의 원리라고 알려져 있다.
이 원리는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에서 제기된 원격 작용의 개념이 주는 어려움을 제거해준다. 즉 멀리 떨어진 두 물체 사이에 만유 인력이 작용한다면 어떻게 한 물체가 다른 물체의 존재를 알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이 17세기에야 출현하게 된 것도 바로 이러한 문제점 때문이었다. 이전에는 (아리스토텔레스 시대 이후로) 한 물체가 다른 물체에 영향을 주려면 접촉을 하여야만 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 원리는 또한 다른 어려움을 제기하였다. 즉 물체가 유한한 거리만큼 떨어진 두 점 사이를 이동하는데 그 사이에 작용의 증가가 최소인 경로를 따라서 간다면 마치 물체가 모든 경로를 다 훑어보고 그 중에서 작용의 증가가 최소인 경로를 고르는 것처럼 보인다. 뉴턴도 바로 이점 때문에 최소 작용의 원리라는 개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러한 어려움들은 나중에 힘을 장의 개념으로 설명하는 시초가 되게 하였다. 즉 한 물체가 있으면 그 물체는 주위 공간을 중력장으로 만들어 놓는다는 것이다. 중력장이란 질량이 놓이면 힘을 받게되는 성질을 갖는 공간을 말한다. 이렇게 장의 개념을 도입하면 원격힘에서 제기된 어려움을 해결할 수가 있다. 실제로 장의 개념은 만유인력 뿐 아니라 전자기 이론과 일반 상대론 그리고 입자 물리학이나 우주론 등의 발전에 매우 유용하게 이용되었다.
불완전한 모르페티의 최소 작용의 원리는 위대한 아일랜드의 수학자이자 수리물리학자인 윌리엄 로완 해밀턴에 의해 그 의미가 넓어지고 확장되고 일반화 되어 물체의 운동 경로뿐 아니라 빛의 전파, 물체들이 복잡하게 모여있는 계의 행동, 그리고 전기장이나 중력장 같은 여러가지 장에까지 응용되어 물리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
해밀턴은 영국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릴 때부터 무척 영특하여 그의 아버지는 일찍부터 학자인 형 제임스 해밀턴 신부에게 아들의 교육을 부탁하였다. 해밀턴은 1823년 더블린의 트리티니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큰아버지와 함께 살며 교육을 받았다.
해밀턴은 세살 때 이미 읽기와 산수를 잘했으며 다섯살이 되자 라틴말과 그리스말 그리고 헤브루 말을 번역하고 호메로스에서 밀턴에 이르는 시인들의 산문시를 암송하였다. 그는 열살이 되자 인도의 산스크리트 말에 숙달하였고 스스로 아라비아 말과 칸데아 말 그리고 몇가지 인도 사투리를 혼자서 터득하였을 뿐 아니라 이탈리아 말과 프랑스 말을 완벽하게 익혔다. 그는 12살이 되자 페르시아 말에 숙달하여 페르시아 사절에 대한 환영사를 페르시아 말로 지을 정도였다.
언어와 역사에 두각을 나타내었던 해밀턴이 수학과 물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큰 숫자를 속셈으로 계산하는 미국인을 본 다음 부터이었다. 수학의 효용성에 감명받고 뉴턴의 프린키피아(원리들)을 비롯하여 라플라스의 천체 역학과 같은 고전 과학 책에 몰두하였다.
해밀턴은 라플라스의 불후의 명저인 천체 역학에서 논리적인 결함을 지적해 내자 트리티니 대학의 천문학 교수인 존 브린클리의 눈에 띄게 되었다. 해밀턴은 고전 역학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광학 분야에 관심을 갖게되었다. 그는 트리티니 대학 학생일 때 이미 기하광학에 관한 논문을 완성하고 아일랜드 학술원에 논문을 보냈지만 너무 추상적이어서 학술원 회원들이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해밀턴은 그들에게 직접 설명해 주도록 요청받을 정도이었다.
해밀턴은 대학생이면서 광학에 대한 연구로 기하광학에 대한 기초를 확립하였다. 더구나 그의 광학 연구가 나중에 그의 유명한 동역학 이론을 수립하는 근원이 되었다. 또한 양자역학이 탄생하면서 쉬래딩거가 파동 방정식을 유도하는데 해밀턴의 이 당시의 연구가 중요한 기초가 되었다.
해밀턴은 대학생일 때 이미 기하광학에 대한 연구로 수리물리학자로서의 평판을 굳혔다. 그뿐 아니라 그를 발탁한 존 브린클리 교수는 해밀턴이 아직 대학생인데도 자신의 천문학 교수 자리를 사임하고 21세의 해밀턴에게 이 교수 자리를 맡아줄 것을 제안하였다.
해밀턴은 원뿔 함수를 발견한 공로로 29세때 아일랜드 학술원이 수여하는 커닝햄 메달과 영국 학술원이 수여하는 황실 메달을 받았다. 3년 뒤 그는 아일랜드 학술원 원장이 되었고 8년 동안 이자리를 지켰다. 이 기간 동안 그는 수리물리학자로서 가장 중요한 업적인 동역학의 일반적인 방법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해밀턴은 또한 대수학을 연구하여 사원법을 발견하고 이를 이용하여 완전히 새로운 방법의 계산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보통 수에서는 axb=bxa와 같이 곱하는 순서를 바꾸어도 좋은데 사원법에서는 교환법칙을 만족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이로서 해밀턴은 3차원 공간에서 크기와 방향을 갖는 벡터양을 계산하는데 강력한 도구가 되는 기초를 제공하였다. 해밀턴은 그의 생애 마지막 20년 동안에는 대수학과 확률 해석학, 방정식론 그리고 함수론 등에서 수많은 기여를 하였다.
해밀턴은 빛의 전파를 페르마의 최소시간 원리로 표현하고 그것이 물체의 경로에 관한 모페르티의 최소 작용의 원리와 비슷한 것에 착안하여 움직이는 물체에 대한 동역학의 연구를 시작하였다. 이 연구를 수행하면서 그는 광학과 동역학이 놀랍게도 유사함을 발견하고 이를 발전시켰다. 그로부터 해밀턴의 최소 작용의 원리가 나오게 되었다. |
해밀턴은 페르마의 최소 시간의 원리도 포함하는 최소 작용의 원리가 자연 법칙의 맨 윗자리를 차지한다고 생각하였다. 광학 현상 (빛에 대한 현상)과 역학 현상(물체의 운동에 대한 현상)을 모두 한꺼번에 다룰 수 있는 간단한 최소 작용의 원리를 구하기 위해 그는 페르마의 원리로부터 시작한 뒤 몇가지 단계를 거쳐서 그 결과가 모페르티의 최소 작용의 원리와 매우 닮은 원리로 바뀌어 질 수 있음을 보였다. 이것을 보이기 위하여 해밀턴은 페르마 원리에서의 시간을 매질에서 광선이 통과한 두 점 사이의 경로의 길이를 그 매질에서 광선의 속력으로 나눈 것으로 바꾸었다. 이것은 진공 중에서 광선이 움직였을 때 거리에 광선의 경로 각 점에서 매질의 굴절율을 곱한 것과 같다. 이 과정을 통하여 해밀턴은 페르마의 최소 시간의 원리가 모페르티의 최소 작용의 원리와 형태가 비슷함을 보였다.
그는 연구를 수행하면서 광학의 법칙과 뉴턴의 운동법칙을 놀랍게 종합하였다. 해밀턴의 고전 동역학에 대한 업적을 이해하기 위해 힘의 장 안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생각하자. 그러면 이 물체의 경로는 마치 그 입자가 움직이는 힘의 장과 명확하게 연관지을 수 있는 굴절율을 가진 광학적 매질 속을 진행하는 일종의 광선으로 물체를 묘사할 수 있다.
만일 뉴턴 동역학을 고전 광학과 비교하면, 동역학은 광학에 비하여 단지 절반만 기술하낟고 보인다. 즉 광학은 뉴턴의 입자설 형태와 호이겐스의 파동설 형태 (이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히 배운다)의 두가지로 나타나는데 반해, 동역학은 파동의 측면을 전혀 갖지 않는다. 자연의 단일성, 즉 자연 현상이 한가지 법칙으로 기술되어야 한다는 성질을 정열적으로 믿었던 해밀턴과 같은 사람에게는 동역학의 이러한 측면이 뉴턴 물리학에서 보완되어야만 할 결점으로 보였다. 그래서 작용의 개념에 빛의 전파를 포함시킴으로써 동역학 이론을 확장하려고 시도하였다.
해밀턴은 작용을 정의하는데 운동량뿐 아니라 에너지도 포함하도록 그 의미를 확장했다. 물체가 진행하는 운동 경로 상 짧은 구간에서 운동량과 진행한 거리를 작용으로 정의하는 대신에 매우 짧은 시간 간격 동안 물체의 운동에서 라그랑주가 도입한 라그랑지안이라고 불리는 양에 짧은 시간 간격을 곱한 것을 작용으로 정의하였다.
라그랑지안은 단순히 물체의 운동에너지에서 퍼텐셜 에너지를 뺀 것이다. 그래서 라그랑지안에 시간 간격을 곱한 것으로 정의한 작용은 운동량에 거리를 곱한 것에서 (모페르티가 정의한 작용) 물체의 총 에너지에 시간 간격을 곱한 것을 뺀 것과 같다. 운동량과 거리를 곱하고 에너지와 시간을 곱한 것은 나중에 상대론과 양자론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그래서 해밀턴이 공식화한 동역한은 나중에 양자역학이 탄생하는데 시발점 역할을 맡았으며 또한 공간과 시간을 단일 시공간의 연속체로 결합하는 상대론을 암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