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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분법만 있는게 아니다."
Written by Gary Alexander Neville.
* 정상적인 언행으로 토론합시다~
* 퍼가시는것은 자유! 출처 남기시는 것 필수! 어디로 퍼가셨는지 남기시는것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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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골프 이야기를 꺼내보고자 합니다. 왜 뜬금없이 골프냐고 하실 수 있겠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서이니, 지겨우시더라도 훑고 넘어가주시기를 바랍니다. 과거라고해도 불과 몇년도 되지 않은 예전에는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절대로 고개를 들지 말아라-헤드업을 하지 말아라 는 말이 있었습니다. 공을 때리고나서도 절대 지켜야한다는 것이었지요. 훅이나 슬라이스가 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원하는 방향으로 공이 가지 못한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요즘에 살짝 바뀌었습니다. 공을 때린 후라면 고개를 들어 공의 방향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라는 것이지요. 실제로 프로 골퍼들의 자세를 보면 적당한 타이밍에, 자연스럽게 고개가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요. 고개를 들지 않고서 어떻게 초기 탄도 궤적을 볼 수 확인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왜 예전에는 무조건 고개를 들지 말라고만 했을까요? 물론, 지금도 통용되는 말입니다만, 그 근저에 깔린 것은 빠른 헤드업이 가져다주는 불리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교정하기위함이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비롯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다른 일부 나라들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사고방식, O와 X만이 존재하는 사고방식, 모든것을 찬/반으로 나누어 All or Nothing만을 추구하는 사고방식이 가져다준 폐해는 아니었을까요? 어떤 명제가 주어졌을 때, 그 명제의 근거를 확인하고 이를 해결하는 하나의 참고로서의 이정표로서의 명제를 취급해야하는데, 우리는 무조건 명제만를 마치 원리주의에 지나치게 충실한 교인들처럼 따르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개인적으로 군사정권 시절의 획일화된 교육이나 문화에 기인한 바 크다고 생각됩니다. 뭐 이건 다른 개인적인 견해이니 넘겨주시고...
이천수 선수가 소시에다드에 진출했을 당시 프리킥과 관련해 고민이 있었다고 합니다. 원하는 만큼의 힘이 실리지 않는 문제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도움닫기 거리를 늘려 차면 되지 않느냐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지금의 우리 생각이고, 이천수 선수 역시 그것을 고려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국내에서 배울 때 절대 프리킥을 찰 때 도움닫기 거리를 길게해서 파워를 실어서는 안된다고 배웠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정확도 때문이었겠지요? 코바세비치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천수 선수가 이 문제로 고민을 할 때 당연하다는 듯이, 달려와서 차면 되지 않았냐고 했다더군요. 부정확한 것은 연습하면 되는 것이고, 파워가 부족한 것은 달려와서 차면 되는 것이라고. 앞서 말한 골프에서와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요? 달려와서 차지 말아라한 이유는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을 염려해서인데, 정확성을 보장할 수 있다면 그만큼 달려와서 차는 것으로해서 파워를 얻는 것이 더 좋을 것일텐데요. 그런데, 왜 한국에서는 무조건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식으로 가르쳤던 것일까요?
이제 조금 더 축구 이야기로 들어가보겠습니다. 2002년 이후 아시아권에서 경기를 펼칠 때, 일본이나 주제를 모르고 자만에 들뜬 중국, 빼놓고는 아시아의 패자 이야기를 꺼낼 수 없지만, 늘 없는듯 취급하다 마딱뜨리면 호들갑 떠는 이란을 제외하고는 수비에 중심을 둔 상대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것이 조직력을 기반으로 한 수비이건, 단순한 밀집수비 전력이건 말이지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나오는 소리가 있습니다. 패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맞는 말이기는 합니다만, 저는 다르게 생각해보았습니다.
공격의 기본전개 과정은 패스가 맞습니다. 그렇다면 수비전략이라는 것은 무엇을 상대로하는 것일까요? 골일까요? 개인기를 이용한 돌파일까요? 저는 패스라고 생각합니다. 개인기를 앞세운 공격자를 상대할 때는 결국 일대일 대치가 됩니다. 이는 전술이나 조직력이라기보다 기본적으로 서로간의 기량싸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협력수비가 있겠지만 이는 조금 더 나아간 차원(?)의 이야기가 되니 여기서는 살짝 접고, 뒤에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자리를 선점하고 버티고 서 있는 상대는 결국 패스를 통한 전진에 저항하고자하는 것인데, 무턱대고 패스만 고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생각됩니다. 물론, 작년의 아스날처럼 빠르고 정확하고 역동적인 짧은 패스웍 구사를 통한 틈새 비집기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아스날이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어려운 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조직력을 통한 수비에는 단점이 있습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방법으로 상대가 공격해들어온다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강력한 저항을 하게되지만, 그에 맞지 않는 방법, 혹은 그와 상관없는 방법으로 공격해 들어와 망 안쪽으로 들어오게 된다면 극명한 단점을 드러낸다는 점이지요. 정확하고 빠른 패스웍과 볼 트래핑이 아니라면 일반적인 패스웍으로는 상당히 힘들게 됩니다. 공격수가 공간을 찾아 움직이며 볼을 받으려고 한다고해도 공이 진행되는 동안 수비는 움직이게되고 그 공간은 더이상 공격수가 찾아내었을 때의 순도높은 안정적인 공간이 아니게 됩니다. 패스를 받아도 여전히 수비망을 뚫지 못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 공간이 여전히 살아있는 공간일 수 있는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공격수가 개인기를 이용해서, 현란한 발재간이건 속도와 타이밍을 살린 드리블 돌파건간에 이 방법들을 통해 수비를 따돌리거나, 혹은 수비를 뒤쪽으로 밀어내버리는 경우입니다.
아마겟돈 영화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폭죽을 손바닥 위에서 터뜨리면 화상만 입고 말지만, 손에 쥔 상태로 터뜨리면 손을 잃게 된다는 대사이지요. 조직력을 이용한 수비도 마찬가지입니다. 패스웍을 아무리 돌려도 바깥에서 돌리면 원하는 찬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망 안쪽으로, 즉 손 안쪽으로 들어가, 혹은 손을 파고들어가 터진다면, 패스를 내보낸다면 수비 조직력은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새벽에 벌어진 아스톤 빌라와 맨유의 경기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로 삼기 딱 좋은 호나우도가 있기에 더 편할런지 모르겠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위치했던 우측은 주로 패스웍에 의존했고, 호나우도의 좌측은 호나우도의 기량에 의존했습니다. 전반에는 손발이 잘 맞지 않아 효과적인 마무리전개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경기가 진행되어 가면서 맨유의 죄측은 빌라의 수비벽을 강하게 밀어붙이기 시작했고, 결국 아스톤 빌라를 붕괴시키기는 선봉이 되었습니다.
제가 하고자하는 말은 무조건 개인기가 살아야한다!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조건 패스웍'만 외치는 것, 그것이 과연 왜 외친 것인지를 생각해보자는 것입니다. 기량이 떨어졌기 때문에 개인 기량만으로 돌파하는 것이, 밀어붙이는 것이 어려웠기에 패스를 통한 전개를 더 강조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바꾸어 말하면, '기량'이 되면 패스를 고집스럽게 외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아닐까요?
현재 대한민국에는 세계 수준이라고는 말할 수 없어도(모르니까), 충분히 도전해볼만한 자원이 있습니다. 최성국 선수도 그렇고, 이천수 선수도 그렇습니다. 맨유의 호나우도야 워낙에 괴물이니 비교대상으로 놓는 것은 잔인한 일입니다. 그러나 호나우도급이 아니면 개인기를 통한 공격은 시도하지 말아야한다는 말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왜 패스 안해! 이 XX야!"라고만 하지 말고, "아, 조금만 더 벗겨버리지, 아깝다. 오케이 좋아 밀어 붙여!"라고하는 것은 어떨까요?
올 시즌 맨유의 경기중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던 경기라면 레딩과의 1:1 무승부 경기였습니다. 경기를 보던 저로서는 왜 이렇게 패스만 하는거야라는 불만을 가졌고, 드리블로 더 들어가서 패스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졌었습니다. 그렇지만 계속 대한민국식 패스웍을 가져가더군요. 결국 분통 터진 저는 호나우도가 공을 잡았을 때, "더 들어가! 더 들어가! 패스하지 마, 더 들어가!"라고 외쳐버렸고, "이제 패스해도 돼!"라고 외치는 순간에 패스가 이루어졌고 동점골 전개의 시발이 되었었습니다. 그때 너무도 후련했더랬습니다. 맨유가 평소에 보여주던 다이나믹함이 나오지 않고 답답하고 일관된 플레이만 계속했던 것이 욱했서였을런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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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왠지 저도 축구를 너무 편협하게 보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보게 되네요...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ㅋ
관념의 문제일수도 있고 전술상의 문제일수도 있고..또 선수 개인의 기량이나 융통성의 문제일수도있겠지만..결국은 상황에따른판단이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골'이라는 최종점을 향해 뛰어가는 과정에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데 패스가 더 좋을것이냐, 개인기가 더 좋을 것이냐...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일지라도 패스를 해야할 상황이라면 패스해야하고 개인기가 별로인 선수일지라도 돌파해야할 상황이라면 비록 실패할지라도 돌파를 시도해야하고...그런 판단이 중요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어린선수들에게 축구기술같은 것만이 아니라 판단력을 길러주는 이론교육을 충실히 하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개인기가 부족해'라는 인식이 머리속에 콱! 박혀있어서..그렇게 패스!패스!를 외치는거겠죠.. 그래서 그렇게 이영표의 헛다리에 환호하는것이겠구요..
판단력을 길러주는 이론교육이라는 부분에서 동의합니다. 너무 정답을 강요하는 플레이는 수학문제를 푸는 것도 아니고 바르지 않다고 봅니다. 수학이 아니라 논술이라고나 할까요? '골'이라는 목표는 결과이지 수단이나 목적이 아니니까요. '골'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방법은 분명 다양할텐데, 너무 한 두가지만을 강요하는 것은 바르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뭐 비단 축구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요. .. 나 떠나고 싶어~~~ ㅠㅠ
즐거운 글 잘 읽었습니다 생각 해 봤는데 제 카페 닉네임과 무관하지 않은 글이라 제가 다 땀이 나네요 -ㅅ-;; (흠...닉네임을 좀 부드럽게 바꿔 볼까나..."패스해어서~"사모님 버전으로...)
ㅎㅎㅎ... 통과해통과! ^^/~ 농담입니다. :)
정말 글잘쓰세요ㅋㅋ 이천수 J리그행 글좀 올려주세요 .. (저는 찬성 하거든요 ㅋㅋ )
항상 좋은글..
일본아들은 한국아들의 돌파력을 높게 쳐주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