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명문대 8곳 동시합격한 천혜림의 ‘악바리 공부법’ |
“질투는 나의 힘, 뛰어난 친구만한 자극제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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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프린스턴, 듀크 등 미국 명문대학 8곳에 동시 합격해 화제를 모은 천혜림양. 그는 뛰어난 학과성적 외에 시각장애인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영어점자책을 만드는 등 독창적인 봉사활동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자신의 약점을 집중 공략한 천양의 공부법과 미국 대학 진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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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에서 어드바이저(신입생 지도교수)를 정해준다며 대학에서 이루고자 하는 학업 목표가 무엇인지 적어 이메일로 보내라는 연락이 왔어요. 그런데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어드바이저가 달라진다더군요. A4지 1쪽 분량밖에 안됐지만 대학원서를 다시 쓰는 기분이었어요. 그거 쓰느라고 밤을 꼬박 새웠죠.”
전날 밤을 새웠다지만 천혜림(19)양의 목소리는 씩씩했다. “대개 대학에 합격하고 나면 고3때보다 여유가 있게 마련인데 여전히 바쁜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그래도 요즘처럼 한가한 적이 없었어요. 재즈댄스도 시작했고 클라리넷도 다시 배우고 있어요. 책도 원 없이 보고 여행도 다녔어요”라고 답한다.
천룡(49) 재정경제부 국유재산과장의 장녀인 천혜림양은 최근 하버드 등 미국의 최고 명문대학 8곳에 잇따라 합격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2월 대원외국어고등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프린스턴, 펜실베이니아, 웨슬리, 웨슬리안, 듀크, 버지니아, 조지타운 등 8개 대학에서 동시에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브라운과 예일대에서는 대기자 명단에 올랐다.
천양은 CBT형식의 토플에서 297점(만점 300점)을 받았고 미국의 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SAT(Scholastic Aptitude Test)에서도 SAT1은 1540점(1600점 만점), 선택과목인 SAT2는 중국어 760점, 수학 800점 만점, 작문 750점, 생물 760점을 획득했다.
이렇듯 성적이 뛰어난 천양에게 여러 대학에서 장학금 등 좋은 입학조건을 제시했다. 빌게이츠장학재단을 두고 있는 듀크대에서는 4년간 장학금과 해외연수를 제시했고, 웨슬리안대도 전학년 장학금을 제안했다. 프린스턴대는 총장의 편지와 교수진 이메일 주소 및 연락처 등 각종 자료를 보내며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천양은 유학을 준비하는 내내 꼭 가고 싶었다는 하버드대에 입학하기로 결정했다.
“합격통지서가 대부분 4월1일부터 이메일로 날아들었는데 듀크대에서는 장학금 대상자로 선발됐기 때문에 2주 전에야 합격통지서를 받았죠. 그래서 장학금 관련 인터뷰를 하기 위해 듀크대를 방문했는데, 바로 듀크대 도서관에서 하버드대 합격통지서를 받은 거예요. 굉장히 기뻤어요. 솔직히 하버드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거든요. 합격통지서에 하버드 ‘유니버시티’가 아니라 ‘칼리지’라고 써있어 혹 ‘다른 곳에서 온 것은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어요(웃음). 너무나 기뻐서 메일을 읽고 또 읽었어요.”
교과서 모조리 외웠다
기자가 제일 궁금한 것은 역시 “어떻게 공부했을까”였다. 대답은 간단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무조건 열심히 했다. 남보다 뒤처지면 무척 자존심이 상했다”는 것. 천양이 영어공부를 시작한 것도 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가 영어발표대회에서 상을 타는 것을 보고 나서다.
“어머니가 영어선생님인 친구가 있었는데, 영어발표대회에서 상을 탔어요. 너무나 부러워서 저도 부모님께 영어공부 시켜달라고 졸랐죠. 영어학습지도 공부하고 회화학원도 다녔어요. 영어발표대회에 나가서 상도 많이 받았고요. 그래서 제가 영어를 잘하는 줄 알았는데, 막상 미국인학교에 가니까 착각에 불과했어요.”
미국인 학교에서 좌절 맛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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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이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상하이 주재 재경관으로 발령받았다. 천양은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떠나 2년 동안 그곳에 있는 미국인학교에 다녔다. 한국에서는 나름대로 영어를 잘한다고 자부했지만 원어민들과 직접 부딪혀보니 수준 차이는 현격했다. 수업내용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고 발표할 때만 되면 주눅이 들어 더듬거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천양의 ‘악바리 근성’은 이 때부터 오히려 불타올랐다.
“3개월 정도 영어에 매달리니까 말문이 트였어요. 하루 종일 영어 테이프를 듣고 매일 영어일기를 썼죠. 집에서도 동생과 영어로만 대화했어요. 학교 도서관에서 영어책도 많이 읽었어요. 시험을 앞두곤 교과서를 모조리 외웠죠. 그렇게 1년여를 지내자 미국인 친구들이 ‘한국계 미국인이냐’고 묻던데요.”
그렇다고 영어공부만 한 것은 아니었다. ‘중국에 살면서 중국어를 못한다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에 중국어 공부도 열심히 했다. 초반에는 1주일에 두 차례 중국인 가정교사에게 회화수업을 받으며 중국어 테이프를 끼고 살았다. 그러자 귀국할 때쯤에는 생활하는 데 불편이 없을 정도로 중국어를 구사하게 됐다.
천양은 미국인학교를 다니면서 미국대학 진학의 꿈을 키웠다. 특히 2000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대회에 참가해 미국 전역에서 모인 엘리트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유학의 꿈이 더욱 단란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홀로 한국에 돌아왔다.
“아버지 임기가 1년이나 남아있었지만 저만 한국에 들어왔어요. 아버지 임기가 끝날 때까지 미국인학교에 다니면 수능이 아닌 특례로 대학시험을 봐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거든요. 수능시험을 봐서 정정당당하게 한국대학에 가던가 아니면 미국대학에 진학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해외유학 프로그램을 갖춘 대원외고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천양은 대원외고 교내 해외유학 프로그램인 SAP(Study Abroad Program)에 참가했다. SAP는 언어·수리영역 시험인 SAT1을 준비하는 데 초점을 두면서 미국대학 입시에 필요한 에세이 작성이나 토론수업, 특기적성지도 및 상담수업을 병행하는데 상담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어민 교사가 영어로만 수업을 진행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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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정성스런 뒷받침 덕분에 혜림양은 수재로 성장할 수 있었다. 왼쪽부터 천혜림양, 동생 혜빈양, 아버지 천룡씨, 어머니 김창금씨.
각오는 했지만 SAP 과정을 따라가며 유학을 준비하는 건 무척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미국대학이 내신 성적을 중시하기 때문에 정규수업을 등한시할 수 없었다. 오전 7시30분에 등교해 정규수업과 SAP수업, 야간자율학습을 마치면 밤 11시다. 게다가 미국대학은 SAT성적 외에도 봉사활동과 특기적성 점수 비중이 높아 주말이나 방학에는 다양한 과외활동을 해야만 했다.
“수능 위주의 내신을 제대로 관리하면서 동시에 SAT시험을 준비하는 게 여간 어렵지 않았어요. 매달 SAT시험이 있어서 이것을 준비하다 보면 따로 내신을 위해 공부할 시간이 없었거든요. 친구들은 내신에 대비해 학원도 다니는데 저는 훨씬 불리한 입장이었죠. 그래서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강의를 듣고 모르는 것은 수업이 끝난 후 선생님께 질문해 확인하고 넘어갔어요. 또 그날 배운 것은 반드시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복습했죠.”
그런데 문제는 수학이었다. 영어와 달리 수학엔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천양. 하지만 내신 반영비율이 커서 주말 저녁에는 수학만 공부했다. 봉사나 특기적성 등 과외활동을 하느라 시간이 많진 않았지만, 매주 공부할 분량을 정해놓고 그것만은 꼭 지키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천양은 내신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았고 SAT수학에서 만점을 받았다.
천양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육체적 피로가 아니었다. 어디를 가든 ‘잘한다’ ‘똑똑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대원외고에는 그 말고도 똑똑한 친구가 많았던 것. 특히 같이 미국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친구에게서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미국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쓴 에세이를 읽다가 풍부한 어휘력과 뛰어난 문장력에 깜짝 놀란 적이 많았어요. 생각도 깊고 특기적성활동이나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었죠. 다 잘하니까 자만에 빠지지 않았던 거죠. 친구들에게서 자극도 많이 받았어요.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만한 자극제는 없으니까요.”
봉사활동 하며 변호사 꿈 키워
그렇다고 천양이 공부만 한 것은 아니다. 1년 넘게 맹인재활학교에서 시각장애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쳤고 방학 때마다 미 상공회의소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행사기획 및 통역 등 실무를 배웠다. 또 모 정당의 정책연구소에서 일하며 외국인 노동자와 장애인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 및 대책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천양은 그 중에서도 맹인재활학교에서의 봉사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방배동에 있는 맹인재활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어요. 주로 30∼40대 아저씨들이었어요. 앞을 못 보는 분들이라 듣기 위주로 가르쳤는데, 좀 아쉽더라고요. 그런데 문뜩 ‘영어점자를 알면 책을 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바로 점자 공부를 시작했죠. 영어 점자는커녕 국어 점자도 배운 적이 없었거든요. 제가 먼저 점자 공부를 한 뒤 플라스틱으로 알파벳 점자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가르쳤죠.”
하지만 계속 알파벳만 읽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천양은 국내외 점자도서관에 영어점자로 된 책을 수소문해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예 직접 영어점자책을 만들기로 했다. 한국의 전래동화를 영어로 번역한 후 일일이 점자를 달았다. 책을 만드는 데만 6개월 이상 걸렸다. 이렇게 고3 가을에 완성된 책은 그가 가르쳤던 맹인학교 학생들은 물론 다른 맹인학교에도 보내졌다.
이 과정을 담은 에세이를 써서 각 대학에 보낸 것이 주효했다. 하지만 천양은 단지 맹인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했고 영어점자책을 만들었다고 해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말한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깨달은 바가 무엇이고 이것이 자신을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를 에세이에 진솔하게 썼는데, 그 내용이 높이 평가받은 것 같다는 것이다.
“맹인학교에서 알파벳 점자를 가르치려고 한 아저씨의 팔목을 잡았는데, 의수(義手)였어요. 순간적으로 그 팔을 놓아야 하나 계속 잡고 있어야 하나 고민했어요. 팔을 놓아버리면 아저씨가 ‘흉측해서 그러나 보다’하고 생각할까봐 그럴 수 없었죠. 그런데 그 아저씨가 편안하게 웃으면서 의수가 아닌 다른 팔을 제게 내밀었어요. 그 순간 제가 평소 장애인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본 것은 아닌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불편할 정도로 특별하게 대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양은 봉사활동을 계기로 사회적 약자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환경이 열악한 것도 사실이지만 정작 사회적 약자에게 필요한 것은 열악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배려’인데, 배려는 하지 않고 그들이 원하지 않는 ‘특별대우’만 하고 있다는 것. 이는 국제관계에서도 통용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엔 등에서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들을 원조하는 것을 보면, 정책이 중구난방이에요. 무슨 사건이 터지면 그것을 봉합하는 수준이죠. 이 나라들이 처한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그냥 표피만 살피는 것 같아요.”
학부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후 하버드 법과대학원에 들어가 국제변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유엔에서 일하며 제3국을 지원하는 정책을 세우고 싶은 생각도 있다.
읽고 쓰고 토론하는 가족
천양은 “중국에서 공부하지 않았으면 유학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며 “어릴 때부터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어머니 김창금(46)씨는 천양이 어릴 적 각종 도서연구회에 연락해 추천도서목록을 받아 읽게 했을 정도로 교육에 관심이 높았다.
“아이만 책을 읽게 하진 않았어요. 저도 같이 읽고 아이와 책의 내용에 대해 토론을 했습니다. 그리고 꼭 독후감을 쓰게 했어요. 그 독후감에 제 소감을 써줬어요. 혜림이의 일기에도 항상 코멘트를 달아줬고요. 에세이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영어실력도 뒷받침됐겠지만 어릴 적부터 독후감 등을 통해 글쓰기 연습을 꾸준히 해온 게 결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창금씨의 이야기다.
아버지 천룡씨 역시 신문을 읽다가 좋은 칼럼이 있으면 항상 딸에게 전해줬다고 한다. 또 시사문제에 관심이 많은 딸이 뉴스나 신문을 보고 질문을 하면 아무리 사소한 부분이라도 성실하게 대답해줬다.
진로 결정은 딸의 희망을100% 존중했다. 미국대학에 진학하겠다는 딸에게 천룡씨는 “어디를 가든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로 열심히 하라”고 독려했을 뿐이다.
미국 명문대 8곳에 동시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에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져 부담스럽기도 했다.
천양은 이제 차분하게 일상으로 돌아가 대학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하버드에서 최고 엘리트들과 공부한다는 게 두렵기보다는 기다려져요.”
61명 전원 미국대학에 진학시킨 대원외고 SAP 지도교사 박규일씨 |
SAT1 1500점 이상, 에세이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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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외국어고등학교(교장·남봉철)는 1998년 SAP 시스템을 도입해 미국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집중 지원해왔다. 2000년 2월 졸업한 SAP 1기생 9명을 시작으로 2기 13명, 3기 26명, 4기 36명, 5기 61명이 미국의 상위권 대학에 진학했다.
올해 졸업한 5기는 61명 전원이 미국내 40위권 이내 유명대학에 합격했으며 하버드, 프린스턴, 스탠퍼드 등 미국 상위 5위권 대학 합격증을 받은 학생만도 19명이다. 천혜림양도 SAP 5기다. 올해부터 SAP는 GLP(Global Leadership Program)로 이름이 바뀐다.
대원외고 국제부(부장·오흥빈)의 박규일(26) 지도교사는 SAP 5기들의 ‘정신적 지주’다. 하버드 법과대학원을 졸업한 박 교사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미국 이민을 간 1.5세대. 유창한 한국어와 한국교육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난해 9월부터 학생들을 지도해 SAP 5기 전원을 미국 명문대에 합격시켰다.
-미국 명문대 진학에서 SAT 비중이 얼마나 됩니까.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같은 5위권 이내 학교는 SAT1 성적이 1600점 만점에 1500점을 넘어야 하고 내신도 전과목 A에 B가 한두 개 정도라야 합니다. 하지만 예외가 있어요. 특기적성이나 에세이 성적이 훌륭하면 시험성적의 반영비율은 낮아집니다. 에세이에서 ‘학교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는 느낌을 주면 합격할 수 있는 거죠. 그런 예가 꽤 많아요.” -학생지도에서 가장 주력한 부분은 무엇입니까.
“에세이예요. 학생이 에세이 한 편 쓰는데 보통 50시간 이상 걸립니다. 저는 읽는 사람이 지루하지 않으면서 학생의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지도했어요. 겨울방학에는 학생들이 제 집에서 공부했는데, 툭하면 밤 12시를 넘겼어요. 제야의 종소리도 학생들과 같이 들었는걸요. 그리고 학생과 개별상담을 해서 ‘관심 분야의 과외활동으로 이런 것들이 있으니 이렇게 찾아보라’는 식으로 지도했죠. 하지만 학교 차원에서 특정 과외활동을 소개하지는 않습니다. 학생이 스스로 찾도록 하죠.”
-영어 토론수업은 어떻게 진행했습니까.
“예를 들어 북핵 관련 6자회담을 주제로 자유토론을 시킵니다. 그런 다음 학생 6명을 한 조로 묶어, 6명이 6개 나라를 각자 대표해서 모의회담을 하게 합니다. 마지막에 그 나라 원수에게 보내는 회담 보고서를 쓰게 하죠. 이를 통해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Research), 자신의 주장을 말하며(Debate), 회담을 마무리하는 보고서를 쓰는(Writing) 복합적인 훈련을 시키는 거죠.”
-미국대학 입시에서 에세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척 큰 것 같은데 좋은 에세이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에세이 주제가 ‘내게 가장 의미가 있었던 활동’이라면 학생들은 대부분 어떤 활동을 했는지 쭉 나열하곤 합니다. 하지만 대학의 목적은 활동 자체가 아니라 활동을 통해서 학생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는 겁니다. 따라서 그 활동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진솔하게 써야 합니다. 또 무작정 과외활동을 다양하게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보다는 자신이 관심을 가진 한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하면서 책임 있는 일을 맡아보는 게 좋습니다.”
-학생의 성향에 따라 학교 선택도 달라져야 할 것 같은데….
“규모가 큰 대학은 학생 수가 많기 때문에 교수가 일일이 신경을 써주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학생이 알아서 발표도 많이 하고 수업 후 교수에게 개인적으로 질문도 하고 식사도 같이 하면서 교수와 친해져야 합니다. 따라서 외향적이고 활달한 학생이라면 큰 학교도 좋습니다. 하지만 소심하고 조용한 학생에게는 작은 학교를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Liberal Art College 같은 학교는 한 강의를 듣는 학생수가 20명 미만이고 학생 개개인에게 관심을 가져줍니다. 교수와도 쉽게 친해질 수 있고요. 이 학교는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아이비리그 학교와 버금가는 학교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작지만 능력 있는 학교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미국대학에서 공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얼마나 됩니까.
“1년에 3만달러쯤 예상해야죠. 하지만 미국대학은 장학금 제도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잘만 찾으면 유학생들도 반액에서 전액까지 장학금을 받을 수 있어요. 장학금을 받지 않고는 학교에 갈 형편이 안 된다면 눈을 조금 낮춰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죠.”
-고교졸업 이전에 가는 조기유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조기유학을 반대합니다. 물론 가족이 모두 이민을 떠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아이 혼자 어린 나이에 유학을 할 경우 자제력이 없어서 망가지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또 기러기처럼 아버지만 한국에 두고 유학을 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아버지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없다는 것에, 그리고 자신 때문에 가족이 헤어져 지내야 한다는 것에 대해 학생들은 불안해하고 힘들어합니다. 한창 예민한 때이기 때문에 그런 데 영향을 많이 받죠.
또 미국에 간다고 무조건 영어를 잘하고 미국식 사고방식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나이, 즉 대학생이 된 후 유학을 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또 한국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유학준비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명성보다는 실용성을 택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미국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엘리트 사회에 진입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좀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선택이었으면 합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