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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라 안팎으로 연일 터지는 사건 사고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버티며 살고 있습니다. 나의 에예공! 파이팅! “미국과 중국의 헤게모니 싸움” “국회에서 헤게모니를 쥐기 위한 여야의 대립” “산업 생태계의 헤게모니를 누가 가져갈 것인가” 등등 용가리(힘에의 의지)에 올라타기 위해 용호상박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람시의 <헤게모니>가 궁금해졌습니다. 헤게모니란 무엇인가? 권위란 강제적 권위와 자발적 권위가 있는데 강제적 권위의 꼭대기가 국가라면 '자발적 권위'는 가정이나 시민단체의 권위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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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의 상부구조를 자처하는 밉상 정치인은 김어준 형제-유시민-용혜인-양문석-문재인-추미애-최민희-박범계입니다. 주여! 저들을 미워하지 않게 하소서! 19세기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이론은 경제적 토대(하부구조)가 정치·문화적 상부구조를 결정한다는 경제적 결정론의 경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0세기 초 현실은 마르크스의 예측과 달랐습니다. 자본주의는 위기에도 불구하고 붕괴하지 않았고, 오히려 파시즘과 보수적 대중정당이 등장하며 노동 계급의 혁명적 에너지가 제도 속으로 흡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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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에서 그람시는 러시아 혁명과는 다른 서유럽 자본주의 사회의 복잡한 문화·정치 구조를 분석해야 했습니다. 그람시는 마르크스주의를 단순한 경제결정론에서 탈피시켜, 문화·이데올로기·시민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특별히 <헤게모니 hegemony>의 관점을 지배계급이 단순히 폭력이나 강제력만이 아니라, 시민사회 속에서 동의(consent)를 얻어 지적·도덕적 지도권을 행사하는 과정으로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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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단순한 “국가권력 탈취”가 아니라, 문화적·이데올로기적 주도권을 장기적으로 구축하는 과정이라는 겁니다. 전면전(war of manoeuvre)’에서 진지전(war of position)으로 전략을 전환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그람시의 <옥중수고>를 마르크스주의 역사과정 안에서 보면 “경제적 결정론적 마르크스주의가 문화적·헤게모니적 마르크스주의로 바뀐 것으로, 마르크스주의를 서유럽의 복잡한 시민사회 조건에 맞게 재해석하고 갱신한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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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람시의 마르크스주의는 시민단체의 존재 이유와 전략을 설명해 주는 강력한 틀입니다. 시민단체는 단순히 제도권 밖의 비판 세력이 아니라, 새로운 헤게모니를 준비하고 사회의 ‘상식’을 재구성하는 문화적·정치적 주체입니다. 그람시적 관점에서 볼 때 시민단체는 ‘현대 사회의 유기적 지식인 집단’이며, 그들의 활동은 곧 진지전(war of position) 장기적 사회변혁의 토대를 쌓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헤게모니를 손에 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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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계급이 헤게모니 계급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추종 계급에 대한 확실한 리더십을 확립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지도적 집단(공통 이익, 세계관 같은 이들의 집단)이 역할을 수행하며 지도적 집단을 매개로 헤게모니 질서가 확립됩니다. 시민사회에서 기본 계급의 이익을 보장하면서도 다른 세력의 이익을 이용/접합함으로써 헤게모니 질서를 만들어요. 이때 나타난 국가가 통합국가입니다. 통합국가는 정치사회(강제)+시민사회(동의)의 국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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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람시의 마르크스주의는 시민단체의 존재 이유와 전략을 설명해 주는 강력한 틀입니다. 시민단체는 단순히 제도권 밖의 비판 세력이 아니라, 새로운 헤게모니를 준비하고 사회의 ‘상식’을 재구성하는 문화적·정치적 주체입니다. 그람시적 관점에서 볼 때 시민단체는 ‘현대 사회의 유기적 지식인 집단’이며, 그들의 활동은 곧 진지전(war of position) 장기적 사회변혁의 토대를 쌓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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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 -동학혁명 -시민운동은 모두 “억압적 구조 속에서 새로운 인간 주체를 형성하고, 의식의 변화를 통해 사회를 재구성하려는 역사적 실천”이라는 공통의 흐름을 이룹니다. 그람시의 시각에서 보면, 동학은 민중이 ‘하늘(진리)’을 자기 안에서 찾은 의식 혁명, 마르크스주의는 계급이 스스로를 인식하고 해방하는 구조 혁명, 시민운동은 일상 속에서 새로운 가치와 상식을 세우는 문화·도덕 혁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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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38>회입니다. "우리 다시 만나면 지금처럼 웃으면서 술이나 한잔 하세(김환)" "김 길상이 어디로 도망쳤어!(두수)" 김환이 잡히고 길상이 경찰의 포위망을 간신히 뚫고 나오다가 총격을 받아 부상을 입고 상현을 찾아왔습니다. "어서 문 열어! 집안 수색해!(두수)" 길상은 상현의 부축을 받고 봉순에게 가지만 곧바로 들이닥친 두수로 인해 조찬하의 집으로 피신합니다. "네놈을 잡았으니 최서희도 반은 잡았어(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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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김환을 잡아서 김길상을 체포해(곤도)" 서희는 김환이 잡혔다는 전갈에 놀랍니다. "부상이라니 얼마나? 그 사람이 애들 아버지를 살리고 대신 잡혔다(서희)" "니가 말하지 않으면 저놈 죽어. 중놈 살리고 싶으면 김길상이 어디로 도망쳤는지 말해!(두수)" 혜관과 김환은 두수로부터 갖은 고문을 받지만 끝내 입을 열지 않습니다. "김환이 놈이 잡혀들었다 그 말 이제. 아따 김두수가 일을 잘해부러구먼(지삼만)" "왜 내가 그 사람을 구해줘야 합니까?(서희)" "마님! 진주 경찰서 김두수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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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우리가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지. 네놈이 그럴 처지는 아닐 텐데... 찾아온 이유나 말해!(서희)" "고문에 못 이겨 불게 될 거고 김길상은 곧 잡히게 될 거야. 그걸 전해주려고 왔어(서희)" 두수는 서희에게 와서 길상이 곧 붙잡힐 것이라고 서희를 멕이고 갑니다. 안방 안에 정석과 관수가 있었는데 일단 위기는 모면했습니다. "만일 아이들의 아버지가 잡혔다 해도 나는 아이들을 위해 나서지 않을 것이오(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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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퇴원해 주십시오(의사)" "죽기는 누가 죽어(임이네)" "의사가 오늘은 퇴원하랍니다(홍이)" "똥 묻은 빤스까지 다 팔아 쓰고 죽을 기다(임이네)" "내 죽고 나면 니 연놈들이 하늘 아래 낮 작을 들고 다닐지 내 볼기다(임이네)" "미안하오. 시집오자마자(홍이)" 강청-월선-인자 임이네 너까지 용이가 회한의 눈물을 흘립니다. "내는 그 여자를 버리지는 않았지만 한 번도 따뜻하게 안아준 적이 없다. 불쌍한 것(용희 독백)" "간도 어매가 죽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는데... 남편과 아들한테 정을 못 받은 불쌍한 여자 그게 우리 어메다(홍이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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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장이가 홍이를 찾아왔습니다. "니 거서 뭐하니!(장이 고모)" "이게 무슨... 보고 싶어도 조심하느라고 이제 왔소!(봉선)" "혜관 스님도 조사를 받고 있소(상현)" "경찰서 폭파라도 해야지요. 나라를 잃었는데 무모하지 않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길상)" "안돼, 이익이 되지 않는 일에는 어떤 위험한 일에도 끼고 싶지 않아. 앞으로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을 거다(조용하)" 서울의 길상은 조용하가 빨리 떠나라고 지랄발광을 하는 바람에 동생 찬하의 도움으로 캐딜락 타고 서울 엑소더스에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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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가 많네. 총독부 만찬에 가는 길인데 늦었네(조찬하)" "그만 좀 울어라!(상현)" "기생 덕에 그만큼 호강했으면 됐다. 정을 끊으려는 내가 서운하냐!(상현)" "봉선이 문밖에서 명희를 보았고 명희는 구역질하는 봉선을 보았습니다. "오빠가 그러겠다고 하셨어요?(명희)" "오라버니는 제가 조용하 씨를 받아들였으면 하십니까?(명희)" "너에게는 열정이 없으니까. 네가 상현이를 마음에 들어 하는지를 알고 있다. 나도 그가 너와 잘 맞다고 생각하고... 하나 상현이는 사랑의 상처로 병든 아이다. 상처가 낫기 전에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어(임명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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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하는 명희의 결혼 승낙을 받아내려고 술책을 꾸밉니다. 조용하가 동생이 좋아하는 명희를 가로채려는 것은 야곱과의 뱃속 경쟁이니 너무 열받지 마시라. 길상이 지리산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는 장연학, 여기는 강쇠 꺾쇠 그라믄 진주 서를 털자 그 말인가?(관수)" 길상은 곧바로 김환을 탈출 탈옥시킬 계획을 세웁니다. "그 사람이 왔다고! 진주서를 턴다는 말이냐" "어찌하려고 그러시오. 심히 피곤하구나! 거미줄로 그네를 뛰는 것 같아. 나는 살아야 한다. 아이들을 위해서. 그러기 위해 그를 만나려고 한다(서희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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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면회를 허락해! 취조는 그다음이다! (곤도)" 서희가 진주 서로 김환을 면회 왔습니다. "내가 당신을 용서한 줄 알으셨소!(서희)" "용서하지 마라! 내 목숨을 걱정하지 마라. 많이 컸구나. 한이 깊은 만큼 사랑도 깊은 거다 너의 그 한도 언젠가는 사랑으로 변할 날이 올 것이다(김환)" "밝혀낼 수 있다면 밝혀 봐(서희가 두수에게)" 눈보라 속에 인력 커를 타고 가는 서희의 존재감이 쩝니다. "나는 그 사람을 죽으라고 했다. 그런데 나를 보고 웃는구나(서희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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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라도 당신이 보고 싶어 억지로 잠을 청했는데 언젠가부터 꿈에서도 보이지 않구려 이제 내가 가리라(김환 독백)" "김환 선생님이 스스로 목을 졸라 자결했다고 합니다(장 연학)" "장 서방이 시신을 수습하고 나에게 알리게(서희)" "김길상을 잡아오던지 아니면 네 목을 내놔!(곤도)" "분명 김환이 자살한 건 서희 그년 때문이야(두수)" "처음부터 너를 위해 잡혀온 기다(두관)" "그(서희)사람이 김 선생님을 만났다고?(길상)" "원 없이 사랑하고 원 없이 미워했으나 너는 더 오래 살아야 한다(길상이 환을 떠올리며)" "이제 저는 누구를 믿고 누굴 의지해야 합니까?(길상)" "아무도 모르게 내 할머님 묘 옆에 묻어주게(서희)" 나는 지금, 누구의 헤게모니 속에서 생각하고 사는가?
2.
나라 안팎으로 혼란한 시대, ‘힘의 논리’와 ‘의식의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글쓴이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에서 “국내 정치의 헤게모니 전쟁”까지, 모든 권력 구도 속에 흐르는 ‘그람시의 통찰’을 되짚는다. 그는 “국가의 강제력”과 “시민사회의 동의”가 결합된 통합국가 개념을 통해, 권력이 단순한 억압이 아니라 ‘자발적 수용’의 결과임을 읽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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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람시의 헤게모니론은 단순히 이론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곧 우리 사회의 시민단체, 언론, 지식인, 예술가가 어떻게 세상의 ‘상식’을 만들어 가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글쓴이는 시민단체를 “현대 사회의 유기적 지식인 집단”이라 부르며, 그들의 활동이 곧 “진지전(war of position)즉, 장기적 사회 변혁의 전선임을 강조한다. 이는 단기적 혁명보다 더 깊고 고된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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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철학적 사유는 곧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속으로 이어진다. 길상, 서희, 김환, 그리고 두수와 조용하에 이르는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운명은, 피와 눈물 속에서 민중이 ‘자신의 하늘’을 찾는 이야기다. 그람시의 말처럼, “혁명은 총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도덕과 상식을 세우는 일”이라면, <토지>의 주인공들은 바로 그 ‘의식 혁명’의 실천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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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가 “살아야 한다, 아이들을 위해서”라 다짐하는 순간, 그녀는 시대의 무게를 견디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켜낸다. 김환의 죽음, 길상의 탈출, 봉순과 임이네의 절망 속에서도, ‘사람이 어떻게 사람다움을 잃지 않는가’ 하는 질문은 끝내 사라지지 않는다. 그람시가 말한 ‘지배의 동의 구조’를 깨뜨리기 위해서는, 민중이 스스로 생각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힘이 바로 예술, 문학, 그리고 기억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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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의 인물들이 흘린 눈물은 단지 개인의 슬픔이 아니라, 한 시대가 자기 운명을 자각해가는 집단적 의식의 각성이 된다. 결국 이 글은, 이론과 서사를 넘나드는 하나의 지적·정서적 진지 전이다. 그람시의 헤게모니론이 현실의 권력 구조를 읽어내는 ‘사유의 무기’라면, <토지>는 그 무기를 손에 쥔 한국인의 심장이다. 2025년의 우리는 여전히 헤게모니의 한복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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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미디어, 자본과 시민 사이에서 끊임없이 “동의할 것인가, 저항할 것인가”를 묻는다. 이 글은 그 싸움의 좌표를 묵묵히 짚는다. “억압 속에서도 인간은 스스로의 의식을 세워야 한다.” 그람시의 감옥에서, 서희의 눈물 속에서, 그리고 오늘의 우리 마음속에서 진지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동의하고 있는가, 아니면 깨어 있는가?
2025.10.25.sat.악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