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의 산
삼척 포강산 (563.4m)
베 보자기를 두른 듯한 산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과 노곡면에 이름 없는 산이 걸쳐 있다.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에도 나와 있지 않다. 그러나 베 보자기를 두른 듯한 절벽에서 동해가 보여 일출 산행지로도 나무랄 데 없다. 또 정상 부근에는 석회암과 울퉁불퉁 근육질의 소사나무들과 노송이 어우러져 산이 만든 수석공원을 만날 수 있다. 바로 포강산(563.4m)이다.
인근에 거주하는 이재학(블랙야크 삼척점)씨를 비롯해 삼척여성산악회 정선자, 김순자씨, 그리고 태백여성산악회 권영희, 안순자씨와 노곡면 고자리 마을을 들머리로 산행에 나선다.
물이 복류하는 월산천과 434번 지방도로가 나란히 지나가는 고자리마을의 옛이름은 월산천이 흐르는 물이 마을 앞에서 땅속으로 스며들어 엎어지므로 들네골, 입고동이라 했다. 그러나 이름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고자리로 고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마을회관 앞에는 고자리 표지석과 팔각정, 버스정류장(상반잔리~고자리~하월산리)이 있다. 1910년대 이 마을에 면사무소가 있었을 때는 번화한 동네였으나 서촌인 노곡으로 이전하면서 한산한 마을이 됐다.
골목으로 들어서 칠재골로 향한다. 칠재골이라 함은 옻나무가 많을 터인데 옻나무보다 칡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끄트머리 우사를 벗어나면서 인적이 끊기나 이러한 골짜기에 반듯하게 포장된 길이 계속 이어진다.
고자리마을에서 1.5km 떨어진 곳에 이르자 칠재골 삼거리다. 오른쪽 계곡으로 들어서니 세 집이 보이는데 그중 두 채는 폐가다. 본격적인 산행은 폐가 앞을 지나면서부터다. 오래된 산판길이 그렇듯 억새와 가시가 있는 줄딸기넝쿨이 뒤엉켜 있다. 밤나무 한 그루 앞에서 왼쪽 계곡으로 접어든다. 덧재 방향으로 길도 없는 된비알로 잡목을 헤집으며 무조건 올라친다.
날씨가 찬데도 이마와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여름에 꽃을 피웠을 마른 줄기의 더덕이 여기저기 보이더니 시원한 바람이 부는 덧재에 닿는다. 오른쪽 능선을 방향을 틀어 오르자 헝클어진 가시가 돋은 두릅나무 밭이 나온다.
"아하 이제야 왜 칠재골이라고 하는지 알겠다. 옛날 사람들이 옻나무과의 옻나무속과 두릅나무과의 두릅나무속 식물을 같은 것으로 생각해 칠재골이라 했구나."
굵은 두릅나무 사이를 조심히 빠져 오르니 석회암들이 곳곳에서 얼굴을 드러내고 반들거리는 껍질의 소사나무와 노송들이 어울린 산 속 공원이 펼쳐진다. 또 허리까지는 낙엽더미가 길을 덮고 있는데 이 색다른 체험을 맛보게 한다. 이어서 가시덤불지대를 지나 올라서니 정상이다. 삼각점은 글씨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되어 있다. 주위의 나무를 제거해 쑥대밭이 된 정상부다.
동해 근덕항이 보이는 정상부
북동쪽으로 동해가 보인다. 근덕항에 철선도 떠 있다. 남쪽은 안개산(707m), 삿갓봉(751m), 서쪽은 덕항산(1048m), 두타산(1353m)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멀리 보인다. 망망대해를 보는 맛을 충분히 즐긴 다음, 남릉으로 하산한다.
산초나무, 산딸기나무, 두릅나무와 같이 가시가 많은 관목숲을 벗어나자 신갈나무와 금강송이 맞이한다. 그 사이로 간간이 바위가 보인다. 조락이 수북한 길에서 장난기가 발동해 아이들 마냥 뒹굴고 덮고 또 뿌리기도 해본다.
길은 빗살같이 촘촘한 싸리나무 군락지를 지나고 굴참나무가 주를 이루는 능선으로 이어진다. 들입재에 닿기 1km 전에서 주능선을 버리고 골올미계곡으로 내려선다. 들입재로 하산하면 더 수월하지만 들머리에 세워둔 차량 회수 때문에 좀 더 거리가 가까운 골올미를 날머리로 잡았다.
낙엽에 미끄러져 나뒹굴기를 여러 번 하게 하는 길도 없는 급사면이다. 20여 분을 그렇게 내려가니 겨울임에도 잎이 파란 인동초가 보이는 골올미계곡에 닿는다. 길이 나 있을 만한데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 즐비한 청가시넝쿨이 산행을 더디게 하는데 30분 정도 더 내려가니 질펀한 산판길이 나타난다.
한숨 돌리고 길을 따라 7분쯤 내려서 계곡을 빠져나오니 감나무에 까치밥이 달려 있고 파란 보리밭 넘어 안개산과 삿갓봉이 보이는 골올미마을에 도착한다.
*산행길잡이
고자리-(35분)-칠재골마을-(1시간30분)-정상-(2시간)-골올미마을
*교통
삼척버스터미널(033-572-2085)에서 32번 버스(삼척~미로~천기리~고자리~노곡면사무소)를 탄다. 1일 4회 운행한다. 고자리에서 나가는 버스는 06:00, 07:40, 14:30, 18:00에 출발한다.
*잘 데와 먹을 데
노곡면사무소 앞에 월속식당(572-0255), 한가네식당(572-7907) 등이 있고 하반전리에 매점을 겸한 민박집 산내들(572-9078)이 있다. 자세한 문의는 김원근 이장(010-2985-7951).
글쓴이:김부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