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비즈니스에 대한 얘기를 너무 딱딱하게, 조목조목 썼나 보군요.
그로서리 가게의 수입을 누가 공개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이 카페에 글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사람 가운데는 제가 유일한 것 같아서 대표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저희 가게는 일을 줄이기 위해 일손이 많이 들어가는 꽃, 야채, 과일을 취급하지 않고, 한인 손님도 거의 0명이기 때문에 식료품, 생필품 이미지가 강한 `그로서리'라기보다는 컨비니언스 스토어 또는 코너 스토어라고 해야 더 적합하긴 한데, 한인 이민자들은 보통 우리 업종을 뭉뚱그려 그로서리라고 하거나 컨비니언스라고 부르므로 제가 `대표'를 자임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기피 업종(?)이다보니 하고 있더라도 한다고 밝히지 않는 이도 있을 것이기에 일종의 `의무감'도 갖게 되고요.
우선 전제로 해야 할 것이 수입은 가게마다 다 달라서 "그로서리 하면 한 달에 얼마 집으로 가져 간다" 이렇게 말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한인 이민자들 대개 말하는 것 보면 일반화를 쉽게 합니다. 들은 얘기 가지고 저런 일 하면 얼마, 이런 가게 하면 얼마 번다는 식으로 말이지요. 그러면서 "할 게 없다"고 간단히 결론 내고요. 그러면 지금 무엇인가 하고 있는 이민자는 어떤 사람이 되는 건지... 해본 사람보다 더 많이 알고, 순수입, 시간당 임금 같은 것을 계수화해서 정리하는 걸 보면 놀랍기까지 합니다. 취업, 비즈니스는 어떤 공식에 의해 일률적으로 점수를 매겨 좋다 나쁘다 할 수 있는 게 아니지요. 그런 점에서 장단점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인의 적성, 취향, 가치관, 체력, 영어 능력, 가족 규모, 나이 등에 따라 어떤 사람에게는 장점이 단점이 될 수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너무 많이 알아 버리면 정말로 할 게 없어지는 게 이민 생활, 이민 취업, 이민 비즈니스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소신을 갖고 자신한테 가장 잘 맞을 것 같은 어느 한 가지를 선택, 꿋꿋하게 밀고 나가면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의 결과는 얻을 수 있고, 성공한 이민 선배들의 삶이 그것을 증명해 보이고 있지요. 정보는 그저 참고 사항으로 그쳐야 하고, 사실 그 정보라는 게 정확한 게 아닐 수도 있으며 개인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됩니다.
특히 인터넷에 흘러 다니는 정보를 과신해선 안되지요. 한인 이민자들은 이민 추진 단계에서부터 너무나 정보에 목말라 하고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흔히 보입니다. 그렇게 정보(상당 부분 부정확하거나 과장되거나 특정인의 주관적 시각이 담긴)가 많다 보니 이민 오기 전에 이미 반전문가, 이민 와서 좀 더 많이 알게 되면 진짜 전문가가 되어 말하는 경우를 종종 보지요.
좀 상스럽게 말하면 머리를 너무 굴려선 안된다고 저는 항상 생각합니다. 가장 손해를 덜 보는 길만 찾으려 해서도 안되고요. 자기 입장에서만 보지 말고 남의 입장도 생각하면서 몸을 낮추고, 너무 말 많이 하지 말고, 너무 불평불만 하지 말고, 상대를 너무 의심하지 말고, 피해의식 너무 많이 갖지 말고, 동정을 얻으려 애쓰지도 말고, 열심히 살다 보면 반드시 정착하게 될 것입니다. 이민 생활, 어렵다고 보면 어렵지만 또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닙니다. 나이 차별, 귀천 의식 없고 연금, 각종 보조금 있는 나라에서 몸 건강한 사람이 살기 어렵다고(매우 풍족하고 만족스런 삶은 아닐지라도 괜찮게 생존하는 수준에서) 하면 뭔가 생활이 잘못 됐든지 의식이 잘못 됐든지 둘 중에 하나라고 저는 보지요.
각설하고, 컨비니언스 얘기 계속 잇겠습니다. 저희 가게는 위치, 지역 주민 구성, 가격, 서비스에서 다른 가게들보다 유리하고 개점 시간이 길어(평일 16시간) 매출이 많은 편입니다. 계절별로 조금씩 차이가 나긴 하는데 하루 평균 3천7백에서 4천2백, 한 달이면 12만불 안팎... 그러나 담배 값이 싸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커 평균 마진은 보통 가게들보다 낮지요. 렌트를 포함한 고정 경비가 5천여불인데 이걸 뺀 순수입이 1만불 이쪽저쪽인 것 같습니다. 물론 상품 공급자 들로부터 받는 리베이트도 합해서요. 우리 집 한 달 생활비, 즉 몰기지, 자동차 2대 할부금 포함 유지비, 아이들 대학 수업료와 숙식비, 한국 양가 부모 형제 송금, 식품 및 외식비, 각종 사용료와 문화비, 세금, 적금 및 저금 액수를 다 합하면 그 정도 금액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돌발적인 사고, 시설 장비의 고장 수리 또는 교체, 추가 구입 비용은 빼야지요. 올 봄에도 에어컨 두 대를 새로 다느라 1만불 가까이 들었으니까 한 석달 저축액이 없어졌네요.
가게를 살 때 전주인이 부른 값이 20만불이었습니다. 순수입이 그럼 투자비의 몇 %지요? 저는 그런 데 둔하고 관심도 없어서 계산해보지 않았네요. 그동안 저희 부부가 노력해서 매출을 30% 정도 늘렸으니 지금 제가 가게를 판다면 30만불은 받고 싶은데 그러면 아마도 살 사람이 없겠지요. 고생 잔뜩 하는 컨비니언스를 누가 미쳤다고 그 많은 돈을 주고 사느냐며... 통상 넷 인컴의 3년치가 가게 권리금이 되는 것이니 이 계산법, 관습에 따른다면 우리 가게는 30만불짜리도 넘는 거지요.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기 전에 연착륙을 위해 좀 더 시간이 많이 나고 스트레스가 덜한 가게 할 만한 게 어디 없을까 하고 커머셜 리스팅을 종종 훝어 봅니다. 밴쿠버뿐 아니라 멀리 온테리오 것들까지 살펴 보고 있지요. 결론은 앞에 말한 대로 천차만별인데 아무리 나빠도 밥은 먹고 산다는 겁니다. 그 중 자기가 우선으로 삼고 있는 조건이 좋은 가게를 선택하면 되는 거지요.
컨비니언스, 그로서리의 장점 가운데 첫번째는 경기를 크게 타지 않고, 비교적 적은 투자비로 특별한 기술이나 영어 실력 없이, 힘든 육체노동 또한 하지 않고 안정된 수입이 보장된다는 것입니다. 뭐 그렇지 않은 가게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이밖에 더 자세한 내용은 제가 이 게시판에 지난 연초에 쓴 `주유소 편의점과 그로서리에 대하여'라는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단점은 다른 것 말할 필요 없이 `연중무휴'만 들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고 하더라도..."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겠지요. 이래서 세상이 공평한 모양입니다. 돈도 못 벌면서 일년 내내 일해야 한다면 누가 하겠어요. 더구나 권리금까지 줘 가면서... 일주일에 하루, 또는 주말 모두 쉬는 편의점도 있긴 합니다. 주로 다운타운 큰 빌딩 안에 있는 매점들이 그렇지요. 몰 안에 있는 것도 하루 정도는 쉬는 게 있고요. 그러나 그만큼 수입이 적거나 렌트와 권리금이 비싸고, 재계약이 부담스러운 점이 있는 것 같더군요. 제가 알아본 다운타운의 두 가게는 순수입이 3~4천이라고 해요. 리얼터가 그렇게 얘기했으니 이보다 더 안될 수도 있겠지요. 이런 경우는 부부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은 부업(가게 일을 가끔 도와주기만 하면 되므로 풀 타임도 충분히 가능)을 해야 합니다.
연중무휴의 살인적 근무 시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장한 자녀가 한두 명 있어 그들이 부모를 돕는 게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지요. 그러나 마누라도 불만하는 법인데 자녀는 더 말할 것도... 저는 앨버타에서 주유소를 한 큰동서 가족의 경우를 봐서 그런지 가족 병력을 총동원한 스몰 비즈니스 운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자기 편하려고(골프, 사교, 종교 등을 위해)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셈이니까요. 그들은 그들대로 할 일이 있고, 일을 하더라도 남의 가게, 회사에 가서 경험하는 편이 훨씬 배우는 게 많다고 봅니다. 자식 공부 직접 가르치기 어렵고, 마누라에게 운전 가르치기 어려운 이치와 같지요. 잘못하면 부작용만 생기는...
그래서 저는 당분간 이 업종에 계속 머물러야 한다면 가게를 바꾸는 것보다는 계속 유지하면서 매니져를 두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보고 있습니다. 낮 시간에 캐쉬어 일만 해줄 파트 타이머는 제게 별로 필요 없거든요. 가장 큰 스트레스가 아침 일찍 오프닝과 밤 늦은 클로징인데 이걸 여전히 주인이 다 하고 오더 같은 중요 업무도 다 해야 한다면 사람을 굳이 쓸 이유가 없는 거지요. 더구나 금방 그만두거나 내보내야 하는 일이 생길 경우 다시 뽑아서 트레이닝시켜야 하므로 가외의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고요. 그래서 일을 절반 이상 책임져 줄 매니져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인데... 매니저 임금으로 인해 줄어드는 수입 만큼 저희 집의 지출을 줄일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리라 봅니다.
제가 하는 일이라 가게 얘기를 하자면 하루 종일도 할 수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오늘은 이만 하도록 하지요. 언제 다음에 또 기회 있을 때 `컨비니언스 2부' 계속할 것을 약속 드리면서...
첫댓글 답글을 쓰고 있는 사이에 매니져와 관련된 댓글을 속사포처럼 여러 개 달아 놓으셔서 그 얘기부터 해드려야겠네요. 아마 불쾌한 경험을 하신 것 같군요. 사람 구하는 것 어려운 줄 압니다. 그리고 대우 문제도 고민스럽지요. 저희 일을 절반쯤 책임지실 분을 찾는 거니까 그에 상응하는 보수가 되어야 하리라고 보는데... 뭐 믿고 맡길 수 있는 적임자가 있어야 대우를 파격적으로 하더라도 할 수 있겠지요. 솔직히 한인 이민자 채용하기가 꺼려지긴 합니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대체로 너무 똑똑해서... 다른 얘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지요.
이러언... 자고 일어나 보니 그 속사포 댓글 들이 다 사라져 버렸네요....
저도 그로서리에서 일하지만, 이민온지 얼마안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국분들 대부분이 종업원들에 대하여 색안경을 쓰고 있더군여.. 여기 Blueberry님은 안 그러시겠지만, 한국식으로 믿지않고 일 많이 시키고 적게주고, 그러면 어느누가 과연 헌신적으로 가게에서 일을 할런지? ... 한국에서 느낀 여유없는 한국사람들 모습이 여기 캐나다에 더 많이 있는 걸 보고서 놀랐읍니다. 다 한국에선 똑똑하신 분들인데... 솔직히 그래서 한국사람이 아닌 어떤 일자리/노동을 찾아서 하라고 다 권하시더군여.. 서글픕니다...
첫월급 타신 그분이군요. 고생이 많으십니다. 저는 이민 온 처음부터 한인 업소 취직은 생각지도 않았고, 이유는 다르지만 지금까지 한인을 고용해본 적도 없습니다. 이제 입장이 바뀌어 풀 타임 한인 직원을 찾게 된 것이지요. 대개 한인 남자들의 경우 한국 기준으로는 overqualified(자격 초과) 이고 이쪽 기준으로는 underqualified (자격 미달) 인데 본인은 아무래도 over 쪽을 더 생각하고 주인은 under 쪽을 주로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서로 한국식 마인드, 주종 의식을 버리고 합리적이면서도 프로페셔널해져야 하는데... 수요와 공급이 훨씬 많고 역사가 오래 되어서 그러는지 온테리오가 헬퍼, 매니져 시장은 더 나아 보이더군요.
힘든 스몰 비즈니스로 워낙 유명해서 그런지 별 관심이 없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제일 눈길이 가는 대목일 것이고 기록을 위해서도 더 정확히 할 필요가 있어서 카운터 선반에 남아 있는 최근 11일간의 세일즈 슬립을 집계해보았습니다. 성수기로 접어든 5월 중순이어서 일일 평균 4천2백 정도네요. 마진률이 낮으면서 매출이 많으면 수입은 어느 정도 보장되지만 일이 많습니다. 손님이 적을 때는 무료하거나 우울해지고, 손님이 많으면 바쁘고 힘들어지는 게 단순 소매업의 일상... 그래서 이상적인 그로서리 가게는 마진이 높으면서도 일정 단골 손님이 유지되는 곳이지요. 매출이 많다고만 좋은 것은 아닙니다.
명료한 글 감사히 잘 읽고 있습니다. 오랜동안 컨비하신분이 슬러시 기계가 몇대인지만 묻고서도 매출이 짐작된다(맥스를 보러다녔을때였어요)고 말하셨던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