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아주 적극적으로 변했습니다."
지난달 14일 지역 건설 활성화 추진 특별팀(TF) 회의에 참석했던 대한전문건설협회 경상남도회 박영기 실장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실제 최근 지역 건설 산업과 관련해 경남도의 움직임이 유달리 바빠졌다. 그동안 상위 법률이니 공정거래법이니 하며 난색을 보였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경남도가 왜 적극적으로 태도를 바꿨는지 그리고 어떻게 지역 건설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것인지를 세 번에 걸쳐 살펴본다.
지난 2006년 12월 19일 창원컨벤션센터 3층 대회의실에서는 경상남도 건설정책 민관 연찬회가 진행됐다.
대한건설협회 경상남도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경상남도회 등 지역 건설업계와 경남도가 지역 건설업이 활력을 되찾는 방법을 찾고자 하는 자리였다.
당시 전문건설협회 쪽에서 나온 최종림 (주) 우신산업개발 대표이사는 '지역건설사업 활성화를 위한 하도급 제도 개선'이란 주제로 발표하면서 마지막 부분에서 건의사항을 제시했다.
"가칭 지역건설산업활성화 촉진에 관한 조례를 만듭시다!"
이 제안에는 지역 공사는 하도급을 60% 이상 도내 전문건설업체에 주도록 하고, 6억 원 이상 되는 전국 대상 공사도 49% 이상은 지역업체와 공동 도급하도록 하자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지역 건설업계에서 최초로 나온 제도적 건의였다. 이것이 시작이다. 이후 건설업계는 끈질기게 지역 공사에 지역 업체 참여 비율을 높이라고 요구했다.
만 1년이 지나 2007년 12월에야 경남도와 도의회가 조례 제정에 합의했다. 그리고 다시 5개월이 지난 지난해 5월 8일 '경상남도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조례'가 도의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건설업계가 만족할만한 성과는 없었다.
경남도는 조례 제정 이후 전국 18개 1군 건설업체 영남지역 지사장 초청 간담회, 도의회 건설소방위원과 지역 건설업체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부산국토관리청 등 9개 공공기관과 고려개발 등 18개 1군 대형건설업체와 지역 건설 활성화 상생협약도 가졌다.
그래도 지역 업체들의 아쉬운 소리는 계속됐다. 간담회나 협약만으로는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지역 업체들은 구체적인 참여 비율을 정하고 좀 더 강제력 있는 제도를 요구했다.
공무원들은 난감해했다. 국가계약법이나 지방계약법을 넘어서는 요구여서다. 또 입찰할 때 지역 업체에 과감하게 가산점을 주면 공정거래법을 어기게 될 가능성이 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4대 강 살리기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곧 엄청난 공사 물량이 쏟아질 텐데 현재 상태로는 지역 업체에 돌아오는 몫이 적을 게 분명했다. 그래서 지역 업체들은 더욱 안달이 났다.
이때 구세주처럼 등장한 게 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 김해연(무소속, 거제2)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5월 19일 도정질문에서 "지역업체를 외면하는 대형 건설업체에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6월 16일 도내 전문건설업체와 도의회 건설소방위 간담회에서는 폭탄 발언이 나왔다.
도청 별관 증축과 본관 개보수 공사를 하는 대형 건설업체가 하도급을 지역 전문업체에는 단 한 곳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참석한 건설업체 대표들은 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경남도의 반응은 빨랐다. 김태호 도지사는 지난달 6일 실·국장 회의서 지역건설업체를 살릴 방법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이에 경남도는 바로 대규모 공사에 지역업체가 얼마나 참여하는지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각 부서 건설 계약 담당 사무관과 건설협회 관계자 등 17명이 참여하는 특별팀(TF)을 구성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길을 찾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