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나를 사랑하시어]제1장 끝없는 구도-의예과 시절:부처님과의 첫 만남
화장사 수련회를 갔다 온 다음 나는 의대 불교학생회에 가입하여 본격적인 불교와의 만남이 시작된다. 처음 불교에 접하며 어려운 일도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불교경전의 선택이었다.
불교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던 나는 불교경전도 마치 기독교의 성경처럼 그렇게 한 권으로 된 것이 있는 줄 알았다. 실지 책방에는 불교경전 류가 몇 가지 있었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전혀 내가 찾는 그런 책이 아니었다. 책마다 내용이 다르고 부피도 다르고, 무엇보다 내용이 빈약하여 불교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어째서 불교는 성경 같은 경전이 없을까. 지금 생각하면 책마다 경전이란 이름이 있으니 초심자가 당황도 할 수밖에...
그럴 즈음, 내가 찾던 성경 류와 가장 비슷한 책을 발견했으니, 동국역경원에서 발간한 <불교성전>이었다.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발간사에 ‘이 불교성전은 대장경이란 울창한 숲에서 따 놓은 몇 개의 잎사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정정한 나뭇잎은 두루 모은 셈이다’ 라는 글이 있는데, 이 말의 뜻을 알게 된 것은 많은 세월이 흐른 뒤이다.
줄을 그어가며 읽은 내용들이 불교 가르침상 얼마나 중요한 내용들이었는지 그 당시엔 전혀 몰랐다. 단 한 줄의 내용에도 이 책을 만드신 분들이 숙고에 숙고를 거듭한 내용임을 이제는 안다. 지금도 나는 이 불교성전을 애지중지하며 성전을 발간하신 역경원 스님들의 원력을 깊이 느끼고 감사드리고 있다.
불교학생회에서는 많은 것을 배웠다. 첫 법문을 언제 들었는가는 모르겠으나 부처님 오신 날을 며칠 앞둔 어느 날 동대문시장 안에 있던 거사림에서 동화스님으로부터 부처님이 출가하셔서 대도를 이루시게 되는 인연을 처음 들은 기억은 분명히 난다. 5월이라 날은 화사하고 신록 또한 한창 무르익어 가는데, 부처님 이야기는 어찌 그리 즐겁던지...
사문유관에서는 나 또한 오늘 같은 봄날 부처님 따라 성 밖을 노니는 것 같고, 삶과 죽음의 의문을 풀겠다고 별 밝은 밤 성문을 넘어 출가의 길을 떠나시는 부처님 모습에는 온몸에 밀려오는 희열로 몸을 떨기도 했다.
거룩하시도다 부처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부처님! 그 날은 태어나 처음 들은 부처님 일생 이야기에 환희심 가득하여 스님 말씀을 노트에 일일이 적으며 듣던 기억이 난다.
동화스님으로부터는 수심결에 대해서도 배웠다. 그러나 그보다는 수심결을 배우던 도중 스님이 들려 주신 순치황제 출가시가 더 기억에 남는데, 그 시는 지금까지도 원문을 외울 만큼 강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순치황제는 청나라 제일의 명군 강희황제의 아버지로 어느 날 ‘인연 있는 사람 이 옥쇄로 임금되라’는 말과 함께 옥쇄를 성문에 걸어 놓고 홀연히 사라지셨다고 한다. 그때 옥쇄와 함께 걸려 있던 시가 바로 이 시라는 것이다.
스님 말씀에 의하면 본래 순치황제는 인도에서 수행자로 살았다고 한다. 어느 날 수행하는 곳으로 어느 임금이 가족을 데리고 방문하였는데 순치황제가 잠깐 눈을 뜨고 보니 이쁜 아내와 귀여운 자녀를 거느린 그 임금이 참 부러웠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다음 생엔 저렇게 임금이나 되어 이쁜 아내도 생기고 자식도 낳고 살았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그야말로 잠깐 일으켰는데...
얼마나 쓸데없는 생각을 했는지 알아차린 황제가 이크, 내가 무슨 생각을 하나? 공부나 해야지! 하면서 다시 마음을 잡고 수행에 들어갔건만 워낙 선근이 뛰어나신 분이라 그 잠깐 망상한 덕분(?)으로 다음 생엔 황제가에 태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참 대단도 하시지, 우리 같은 사람은 평생을 망상해도 소원(?)대로 안 되는데, 황제는 도대체 어떻게 되신 분이길래 그런 잠깐 망상에도 황제가 되시는지...
황제는 그런 인연으로 태어나 자기 딴엔 애국하느라 18년을 전쟁터에서 보냈지만, 어느 날 홀연히 자신의 본분을 깨닫게 된다. 아, 내가 가야할 길은 이 길이 아니구나! 그리하여 황제는 출가 기회만 엿보다가 드디어 결행한 것인데 정말 시 한 구절 한 구절이 모두 내 마음을 울리는 것이었다.
천하 총림의 밥이 산같이 쌓였고 / 발우 닿는 곳이 임금님 밥상이라 /
황금과 백옥이 오히려 귀하잖고 / 오로지 한 벌 가사 입는 것 더 어려우이 /
짐은 산하 대지주로 / 나라 걱정 백성 걱정 모두 번뇌였도다 /
백년 삼만육천일이 / 승가의 한가로운 반나절만 못하네 /
회한은 애당초 한 생각 차이에 있는 것 / 가사 대신 누런 옷 이 몸을 감쌌네 /
나는 본래 서방의 일납자로서 / 어이하여 제왕가에 태어나게 되었던고 /
이 몸 태어나기 전에는 누구였으며 / 태어나고 난 뒤의 나는 또 누구인고 /
장대한 성인이 겨우 나라면은 / 두 눈 감고 누우면 이 또한 누구련가 /
백년 세상 일은 하룻밤 꿈이요 / 만리 강산은 한 판 바둑이로다 /
대우씨 9주 긋고 탕임금은 걸을 치며 / 진시황 육국 먹자 한태조가 터를 닦네 /
자손은 본래부터 스스로 복 타고나니 / 자손을 위한다고 마소 노릇 하지 마소 /
예부터 많고 적은 그 숱한 영웅들이 / 남북과 동서에 흙이 되어 누웠나니 /
올 적엔 기뻤는데 갈 적엔 슬프단가 / 공연히 인간 세상 한 바퀴를 도는구나 /
만약에 안 왔으면 갈 리도 없을 것을 / 기쁨이 없었던들 슬픔 또한 없을 것을 /
나날이 한가로움 내 스스로 알지니 / 홍진 세상에 괴로움 떠나리라 /
입으로 맛들임은 시원한 선열미요 / 몸 위에 입는 것은 누더기 한 벌 원이로다 /
오호와 사해에서 노니는 손님되어 / 부처님 도량 안에 마음대로 노닐세라 /
출가하는 일을 쉽다고 하지 마소 / 석년누대에 선근 없인 아니 되네 /
18년 동안 자유라곤 없었도다 / 산하에 큰 싸움 몇 번이나 하였던가 /
내 이제 손을 거둬 산으로 돌아가니 / 만 가지 근심 걱정 내 알 바 아니네
회한당초일념차(悔恨當初一念差)라! 정말 그렇다.
이 세상 모든 일이 한 생각 차이로 천만리 만만리 벌어진다. 신심명(信心名)에도 나오듯, 처음엔 털끝만한 것이라도 나중엔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질지니, 무서워라 무서워라, 한 생각 차이여!
한 생각 잘하여 부자도 되고 성불도 하지만 한 생각 삐끗하여 멀쩡하던 분이 모든 재산 날리고 폐인이 되고 만다.
성인과 범부도 한 생각 차이라, 한 생각으로 본 성품 찾아 대자유인이 되기도 하지만, 한 생각 잘못으로 미혹에 떨어지기도 한다. 그 일념, 단지 그 한 생각 차이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내가 누군가 하는 것-태어나기 전 나는 누구며[未生之前誰是我]
태어나고 나서의 나는 또 누군가[我生之後我爲誰].
장대성인 된 그 모습이 겨우 나인 줄 알았는데[長大成人纔是我],
죽어 두 눈 감고 무덤가에 누워 있으면 그는 또 누구인가[合眼朦朧又是誰]...
이 대목에서는 온몸에 부르르 전율이 일었다.
그리고 동서에 가로누운 저 많은 영웅호걸-그렇게 권력을 휘두르고 사람들을 억압하고 했지만, 한 움큼 흙이 되어 누웠으니[古來多少英雄漢 南北東西臥土泥] 얼마나 무상한가!
그렇지! 올 적엔 다들 기뻐 난리지만 갈 적엔 또 얼마나 슬픈고[來時歡喜去時悲]!
공연히 인간 세상이라고 한 바탕 돌고 가는 것을[空在人間走一回]!
만약 오지 않았다면 갈 리도 없고[不如不來亦不去]
기쁨이 없었다면 슬픔도 없었을 것을 [也無歡喜也無悲]...
이 대목에서는 어리석은 우리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온 마음을 감쌌다.
-보현선생님의 ‘님은 나를 사랑하시어’에서, 불광출판사 刊
첫댓글 마하반야바라밀 감사합니다._()()()_
고맙습니다.나무마하반야바라밀...()()_
아..이제야...의문이 풀립니다....감사합니다..
행복을 위한것이 삶의 목표요 종교의 목적이라지만...아무런 목적도 없이 흐르는 진리을 알고 싶은 마음...나무마하반야바라밀..._()_
종교는 인연이라는 말을 새삼 떠 올려 봅니다. 마하반야바라밀........_()_
다음 이야기가 많이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마하반야바라밀_()()()_
! ! ! 감사합니다 마하반야바라밀
고맙습니다..마하반야바라밀..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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