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집결장소 : 2019. 11.09(토) / 4호선 수리산역 2번출구 (10시30분)
◈ 참석자 : 14명 <갑무, 재일, 재홍, 상수, 윤환, 경식, 승렬, 삼환, 해황, 양기, 황표, 일정(신규) 및 2명(문형, 정우) 뒤풀이 참석>
◈ 산행코스 : 수리산역-철쭉동산-임도5거리-슬기봉-무성봉(공군부대)-도로-안양역앞
◈ 동반시 : "생채기-영화 日日是好日을 보고" / 도봉별곡 김정남
◈ 뒤풀이 : '소갈비'에 소·맥주, 막걸리 / "서서갈비"<안양시 안양역앞 (031) 447-6545>
오늘은 시산회 산행일이다. 오랜만에 참석하기에 마음이 설레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당초에는 오늘 강원도 양구에 심마니하러 가기로 했는데 고총장이 전화하여 온갖 협박을 다하는 바람에 시산회 참석하여 기자하기로 마음먹고 선약을 취소하였다.
쌍문역에서 지하철타고 약 1시간 30분 걸려 10시 10분경 수리산역에 도착하니 낯익은 얼굴들이 보여 너무 반가웠다. 10시30분, 칼같이 약속을 지켜 모두 도착, 수리산역을 떠나 산행 길에 올랐다.
이정표를 보고 코스를 정하는데 고총장이 수리산역~철쭉동산~임도5거리를 지나 하산하자고 하는데, 산행시간이 너무 짧아 임도5거리를 지나 슬기봉까지 간 후에 하산하자는 의견도 있어서 일단 임도5거리까지 간 후에 그곳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아직 절정은 아니지만 울긋불긋한 단풍을 보며 걷는 흙길이 매우 좋았다. 산길을 조금 걷자 철쭉동산이 나오는데 봄철 철쭉이 만개하면 엄청 아름다울 것 같아 내년 봄에 꼭 한번 와보고 싶다. 산길이 평탄하고 흙길이어서 편하게 산행하다보니 어느새 임도5거리가 나왔다.
모두들 코스가 맘에 드는지 더 가자고 하여 슬기봉까지 간 후에 하산하기로 했다. 임도5거리에서 잠시 휴식하면서 회원들이 싸온 과일과 간식 그리고 음료수로 재충전한 후 슬기봉으로 향했다.
왕년에 이곳 군부대에서 공군 장교로 근무한 경식산우가 슬기봉을 가려면 깔딱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상당히 힘이 들것이라고 귀띰을 해주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깔딱고개에 들어가니 숨이 가빠오고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작은 산이니 금방 끝나겠지 했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흙길에서 나무 계단으로 올라가고 이제 끝나겠지 했는데 돌아서 올라서면 또 계단, 숨이 차고 땀이 쏟아진다. 그런 와중에 앞 팀이 중년 여성들이어서인지 너무 완행이라 짜증이 나서 양해를 구하고 추월하여 오르다 보니 더 더욱 힘이 들었다.
겨우 봉우리에 도착했는데 정상에는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민간인 출입금지구역이었다. 다행히 군부대 뒤편으로 보급로가 있어 수월하게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 마침 점심시간이 되어 길옆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역시나 시산회 점심메뉴는 다양하고 맛있다. 내 배낭에는 아내가 집에서 직접 만들어준 도토리묵만 있고, 김밥이나 막걸리는 등산로 입구에서 구할 계획이었으나 가계가 없어 그냥 오는 바람에 텅 비어있다. 황표산우는 어성초라고 물고기 비린내가 나는 약초가 있는데 술을 담아 와서 한잔씩 나누어 먹었는데 술맛이 좋았다.
고향집에 가면 뒤뜰에 많이 자라는 풀로 흰머리를 검게한다는 약초로 알려져 있어 나도 한번 술을 담어봐야지 오랜만에 기자로서 동반시를 낭송했다.
"생채기 - 영화 日日是好日을 보고" / 도봉별곡 김정남
누구나 반백을 넘을 때쯤
죽어야 잊어지는 생채기 하나는 갖고 산다.
생채기는 유위법이라
바닷가 환영은 그녀만의 것은 아니어서
죽음 뒤는 빅뱅을 닮아
너도 나도 몰라야 산다.
조금 치열하게 살아
세 개는 된다고 생각하면
열 개는 어쩌랴
봄여름가을겨울 비 소리가 다르고
입동, 바닷가에서 눈꽃 피는 소리가 들릴 때면
뜨겁고
미지근하고
찬물의 소리는 존재만으로 다를 진대
하마, 따르는 소리가 같으랴
봄꽃은 비바람에 지고
한여름만 무성하랴
가을 단풍은 화려해서 무섭다
강추위에 피는 꽃은 긴 겨울 지루해서 슬프다
하늘빛 눈이 내려준다면
장마 비 색깔이 다르듯
일일시호일
어제는 어제, 오늘은 순간, 내일은 영원
날마다 좋은 날 만들어
생채길랑 잊고 살아야한다
안개 속 한모퉁이를 돌아가는 듯
생채길랑 모른 척 살아야 한다
식사가 끝나고 도로를 따라 하산하는데 고총장이 오늘 뒤풀이는 기금이 여유가 있으니 좋은 데로 가자고해 장어, 한우, 활어 등등 의견이 분분했는데 결국 안양역 인근 소갈비집으로 결정했다.
안양역으로 가는 도심 길은 버스를 타고 가자고 할 정도로 재미없고 지루했다. 안양역 인근 상가에 도착하여 식당을 알아보다가 서서갈비집으로 결정하고 짐을 풀었다. 사정상 산행은 못했지만 뒤풀이에 문형산우와 정우산우가 참석해서 더욱 좋았다.
한우갈비는 아니지만 갈비살, 안창살, LA갈비, 육회 등을 시켜 실컷 먹었다. 오랜만에 참석해서 그런지 술맛도 좋고, 안주도 푸짐하여 앞에 앉은 재홍 산우와 소주잔을 연신 부딪쳤다.
뒤풀이 후 일부는 당구장으로 가고,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다리 아프고 머리도 어질어질하지만 오늘 하루가 즐거웠다. 시산회 파이팅!
2019년 11월 11일 임삼환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