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단 전제를 금합니다.*
한국인이 꼭 살고 싶어 하는 집-살둔산장 글/사진: 이종원 미지의 세계를 찾아서 44번국도를 타고 인제까지 내달리려고 했다. 홍천쯤 지나서 경찰차가 가로 막았다. 철정부근 산사태 때문에 다른 길로 돌아가라고 한다. 하는수 없이 양양까지 가는 56번 국도에 올라탔다. 중간에 인제까지 바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 있었지만 나는 이 길을 고수했다. 파릇한 감자밭, 무성한 옥수수밭, 낡아 빠진 슬레트 집, 첩첩산골에서 배추를 뽑고 있는 투박한 손길에서 나는 헤어 나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원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속살같은 풍경에 나는 그만 흠뻑 반했고 기약없이 그 길을 달리게 되었다.
굽이도는 계곡길을 따라 상류로 거슬러 올라갔다. 안도현의 시 연어에서 그는 '거슬러 오른다는 것은 지금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간다'라고 표현했다. 꿈이랄까, 희망 같은 거 말이야. 힘겹지만 아름다운 일이란다. 나 역시 작은 연어가 되어 꿈을 찾아 떠나고 있다. 창촌을 지나면 내린천을
따라 상남까지 가는 446번지방도가 나온다. 56번 국도가 고단한 삶의
현장이라면 내린천 따라가는 446도로는 자연이 빚은 절경을 맛 볼 차례다.
계곡을 끼고 달리는 도로에서 몇 번이나 차를 세웠는지 모른다. 지금
지나치면 앞으로 평생 이 장면을 보지 못할 것 같은 조급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다가 쉬고, 쉬었다 가고.... ' 살둔 쉬엄쉬엄 고개 하나 넘으면 'S'자로 굽이 도는 강줄기와 그 양편에 기묘하게 솟은 산봉우리를 만나게 된다. 산이 반 물이 반이라는 '살둔'이다. 살둔은 사육신의 후예들이 세속이 싫어 세상을 등지고 산간오지에 터를 잡았는데 그 곳이 바로 '삼둔사가리'인 것이다. '여기에 머물면 산다.'라는 의미를 가진 살둔은 '三災不入之處'로 불과 물 그리고 난을 피할 수 있는 지역으로 정감록에 기록되어 있다. 하긴 살둔을 깃점으로 반경 50키로 이내에 1천미터가 넘는 산들이 30여개에 이른다니 이곳이 얼마나 깊은 산골임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살둔은 이젠 더이상의 오지가 아니다. 95년엔 56번국도가 깔리더니, 2001년엔 446 도로마져 말끔히 포장되어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살둔산장을 찾아서 살둔산장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었다. 그저 '살둔'이 주는 살가운 어감이 나를 이곳까지 이끌고 왔다. 산에 있어야 할 산장이 강변에 자리잡고 있는 것도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산장 초입엔 감자밭이 펼쳐져 있으며 가장자리 황톳길을 거닐면 향긋한 내음이 끊임없이 코를 파고 든다.
살둔산장 대문이다. 살둔산장이라고 쓰여진 커다란 기둥만이 문을 대신하고 있다. 살둔산장 사찰같기도 하고, 통나무집 같기도 하고... 이 첩첩 산중에 이런 기묘한 건물이 들어선 것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산장이 지어진 것은 1985년이란다. 백담산장을 지키던 고 윤두선씨가 백담산장이 국립공원에 인수되면서 이곳에 터를 잡았다고 한다. 윤두선씨가 윤보선대통령 집안이라서 한때 윤보선 별장이라고 불렀던 적도 있었다. 때마침 월정사 보수공사가 있어 공사후 남는 재목을 이곳까지 옮겼다고 한다. 당시에 도로도 놓이지 않았고 목재를 운반할 트럭도 구하지 못해 장마 때를 기다려 강을 통해 목재를 운반했다고 한다. 원래 산장의 이름은 미진각(未盡閣) 이었다. 기와로 멋지게 지붕을 울리고 싶었지만 자금이 모자라 함석을 올린 것이 아쉬워서 이런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3대 산장지기인 호산 이상주씨가 이 집의 주인이다. 중앙일보 기자로 있다가 전두환대통령에 관한 기사를 비판적으로 실었다가 쫒겨나서 전국 산하를 주유하다가 98년 이곳에 정착하였고 한다. 그러나 워낙 산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를 산장에서 보기는 쉽지 않다. 대신 누나 이춘희씨가 산장을 지키고 있다. "호산 선생님은 어디 계시나요?" "산으로 들어간 지 몇 달 되었어요. 이 산 저산 옮겨다니면서 산꾼 노릇을 하고 있어요."
갑자기 흰 머리칼을 펄럭이며 긴 수염을 휘날리는 호산선생이 무척이나 보고 싶어졌다. 한번도 뵙지 못했지만 산장의 흔적만 봐도 그 분이 어떤 분인지 대략 짐작이 간다. 누님께서 호산선생의 비닐하우스 서가를 보여주신다. 방에 들어가면 쾌쾌한 책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 냄새가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자연을 벗삼아 책을 읽는 기쁨을 그는 만끽하고 있었다. 책은 7만여권이고 이런 방이 무려 3개나 된다.
본격적으로 산장 구경을 했다. 월정사 목수를 불러 만든 이집은 여러모로 볼거리가 많다. 오죽했으면 <한국인이 살 만한 100대 집>으로 꼽혔겠는가? 1층은 통나무로 '井로 쌓고 그 사이사이에 흙을 채운 전통방식의 귀틀집이다. 바깥쪽에 방이 배치되어 있고 가운데 마루는 함께 사용해야 한다. 누구나 이 집에 들어서면 서로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는 못배기는 곳이다. 지금의 팬션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폐쇄적이지만 이곳은 정반대다. 방안에서 문을 열고 바깥을 바라보면 한폭의 풍경화가 펼쳐진다.
천장은 굴피로 만들어 놓았다. 침풍루 2층이야말로 살둔산장의 하이라이트다. 2층은 사찰 구조를 하고 있다. 마루바닥을 하고 있는 2층다락방은 사방이 창으로 둘러쳐 있다. 어디를 둘러보던지 산이 보이고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바람을 베고 눕는다고 하여 침풍루(寢風樓) 라고 부른다.여름철엔 이곳을 차지할려고 실랑이를 벌인다고 한다.
산꾼들의 아지트로 알려지면서 오지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이곳을 즐겨 찾고 있다.
제일 왼쪽분이 호산 이상주씨다. 살둔산장 주인이다.
정자에는 바둑판이 놓여 있다. 바둑 한수 두면 세월을 잊어 먹을 것 같다. 바람에 풍경소리가 청아한 소리를 낸다.
장독대 뒷편엔 감자밭이 이어진다.
우물 ..작은 우물에 물이 보글보글 솟아 오른다.
주방이다. 수많은 그릇과 밥솥이 놓여 있다. 새벽 2시든 3시든 이곳에 찾아와서 그냥 밥 해먹으면 그만이다. 준비한 음식이 남으면 냉장고에 넣어둔다. 그냥 놔두면 다음 사람이 꺼내 먹는다. 이 곳에 오면 니것 내것이 없다. 대학생이 오든 교수가 오든, 죄수가 오든 판검사가 오든지 모두 하나가 되어 술자리를 만든다. 방이 좁으면 함께 겹쳐서 자고 그마져 힘들면 부엌에서도 자고 아니면 잔디밭에서 노숙까지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계곡도 참 좋아서 야영을 해도 좋다. 이곳에 오면 자기 마음속에 있는 선한 것을 스스럼없이 꺼내게 만든다. 산과 물을 사랑하듯 자연스레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곳이다. 산장에서 우연히 만나 결혼한 사람이 3쌍이나 된다고 한다. 참 호산 선생의 술실력은 대단하다고 소문이 났다. 소주 8병정도 마셔야 잠자리에 든다고 하니....
이모님께서 밥 한 술 먹고 가라고 옷자락을 붙드는 바람에 맛있는 점심을 얻어 먹었다. 조금 전 밭에서 캐온 상추에다 고추장을 쓱쓱 발라서 상추쌈을 해서 입에 넣는 맛을 그 무엇에 비할까?
살둔산장을 떠나면서 자꾸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한번 보았으면... 인제 가는 큰 길가에서 살둔산장이 살짝 보였다. 다시 한번 쳐다보고 그 감동을 마음속 깊숙한 곳에 숨겨 놓았다. 살둔산장 초입에는 생둔산장이 자리잡고 있다. 생둔초등학교를 캠프장으로 개조해 놓았다. 운동장 넓어 야영하기 좋다. 레프팅 프로그램도 있다. (사진) 미산동천이다. 미산계곡 상남까지는 미산계곡이 펼쳐진다. 천혜경관이 펼쳐지는 계곡의 길이는 장장 30리에 달한다. 계곡 중간중간에 민박집들이 들어서있고 곳곳에 물놀이 할 수 있는 장소가 지천이다.
어름치, 모래무지, 빠가사리 등이 한가롭게 헤엄치며 살고 있고 오후 5시만 되면 산그림자가 드리워진다. 8월 중순만 지나면 계곡물이 시려 물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물이 맑다. 민물고기조림 맛에 빠져들고 찰옥수수를 뜯으며 고향 여름의 정취를 되살려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미산계곡이다.
개인약수 미산 계곡 중간에 '개인약수'라는 표지판이 있었다. 처음 들어보는 곳이고 산속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을 것 같아 무작정 가기로 했다. 다리를 지나 산길이 나왔다. 조금 있다가 포장길은 없어지고 차 한대만이 간신히 갈 수 있는 비포장 도로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수해로 인해 도로는 많이 상해 있었다. 4륜구동이 아니면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 곳이다. 길가 옆을 쳐다보니 천길 낭떠리지다. 차를 돌릴 곳도 없다 . 어쩔 수 없이 그냥 앞으로 갈 수밖에 없다.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30분 정도를 산속 깊숙히 들어 갔다. 차가 서면 어떻하나..짐승이 나타나면 어떻하나 괜한 걱정도 하게 되고...어째튼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끝까지 갔다. 집 몇채를
만났다. 이 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오기가
생겼다. 약수터까지 가자. 결국 산장이 막다른 길의 주인이었다. 개인약수 산장에는 할머니
한 분이 지키고 계셨다. "할머니..건강하세요..내년엔 우리
아이들 데리고 꼭 올께요"
지금 개인약수까지 포장을 할려고 한참 공사중이다.
시멘트 타설이 끝날 때까지 마냥 기다렸다...어찌할 방법이 없다.
모놀과 정수 .....누르세요. *무단 전제를 금합니다.* |
첫댓글 언제쯤이 될까요...저런 아름다운곳에서 살아볼 수 있는 그날이....ㅜ.ㅜ
요즘같이 무더운 날에는 더욱 동경의 대상 이네요.
살둔산장진짜좋아요...지키시는 분이 할머니시거든요...외할아버지의 누님되시는데...저는 그냥 할머니라고 불러요...할머니께서오라고 하셔서 겨울에 가봤는데 경치가 죽음이에요....전날에 눈이와서 눈이 소복히 쌓여있는게 과히 예술의 경지더라구요..ㅋㅋ 요번 가을에도 어른들이 할머니 보러 들어가신다던데 저도 같이
갈려고합니다...한번 가면 또 가고 싶어지는 곳이에요....들어가는 입구에 개도 있는데 아직도 있을려나???? 어디 보내신다고 들은것같은데....암튼 강추 입니다.....엠티를 가셔도 좋을듯.....모놀님들 꼭 한번 가보세요...
자연에 푹~~~ 묻혀 살고파 지네요.
여그를 간다고라고라...? 대장님만 믿겠쉽~~니다....
멜로 받아 보고 다시 보고 또 보고 해도 참 시원하고 멋진 곳 같아요.. 아이들과 함께 며칠 푹 파묻쳐 지낸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상상만 해도 멋지고 좋은 여행일 듯 싶은데...ㅎ
튼실한 녀석들(개)이 아직 있습니다. 별채도 그렇고 침풍루 비좁은 난간에서 별을 보며 잠드는 것도 황홀한 추억인데, 편한 숙소 떠올리면 절대 일박 못합니다. 볼일 보는 곳이 순 우리 식이라서요. 그래도 가볼만한 아름다운 곳이랍니다.
정말로ㅡㅡㅡ가고 싶은 곳인걸여,,,,*^^*
오늘 살둔산장으로 떠납니다. 많은 것 품고와서 펼쳐노으께요. 자료주신님 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