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행정구역을 살펴보면 22개의 성과 5개의 자치구 그리고 2개의 특별행정구와 4개의 직할시로 구성되여 있다. 이들 행정구역에 공식 명칭이 있고 약자로 표시하는 애칭이 있다. 예를 들면 22개 성중에 하나인 산동성의 애칭은 노(魯)이다. 이는 춘추시절 산동성에 존재하였던 유교의 총본산인 노(魯) 나라의 지역명칭을 딴것으로 산동성에 등록된 자동차들은 노(魯) xxxxxx로 표기된다. 음식의 경우 산동요리를 노채(魯菜)라고 부른다.
우리가 노채(魯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한국에 정착한 화교들은 대부분 근거리에 있는 산동성 출신이므로 산동성요리 가 일찍이 한류(漢流)로 이 땅에 정착한 중국요리의 기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모르긴 해도 산동성의 애칭을 노(魯)라고 정 한데는 지금부터 2500여년 전 공자가 남긴 유교문화 유산의 후광을 누리기 위해 이 지역 역사의 뿌리를 생활 속에 상징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이번 4박 5일의 중국 여행기간 동안 중국인들이 평생 해보지 못한다는 세 가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현지 가이드가 전한 바에 의하면 중국인들은 일생 동안 첫째 중국한자를 다 익히지 못하고, 둘째 중국 음식을 다 맛보지 못하고, 셋째 중국 땅을 다 밟아 보지 못한 다고 했다.
오늘은 중국사람들이 한 평생 동안 다 맛보지 못한다는 중국 음식과 그 문화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중국인들이 청객(請客)을 해서 식사를 하는 자리는 사교의 지리이기도 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자리이 기도하다.
옛 황제들이 손님을 초대하여 식사를 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파악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황제 가 손님에게 묻기를 “요즘 하시는 일은 어떻습니까?” 식객이 대답하기를 “금년에 밀 수요가 많을 것 같아 입도선매 하였습니다. 수확기에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황제는 이런 식으로 세상물정을 파악하고 치세에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수집한다. 황제가 초청한 식객이 정보의 원천이 되고 치세의 도움이 될 Think Tank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진시황을 황제로 앉힌 여불위(呂不韋)도 식객을 3000명이나 거느렸다고 한다. 식객이 3000명이라는 이야기는 정보의 소스가 3000가지 이라는 이야기이고 참모가 3000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옛날 식객들은 요즘 말로 하면 인재 풀로서 주군의 입지를 강화시켜주는 참모 역할을 하였다.
요즘도 중국인들은 식당이나 연회장에서 그룹미팅을 자주한다. 식당은 단순히 먹고 마시는 사교의 자리이기도 하지만 상호이해와 비즈니스의 자리이기도 하다.
중국인에게 최고의 초대는 최고의 요리를 대접하는 것이다. 중화요리의 최고메뉴는 “만한 츠엔시(滿漢全席)이다. 이 요리가 생긴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역대 황제들은 자신의 덕치(德治)를 백성들에게 과시하고자 공자의 집을 방문하곤했다. 청나라 건륭제가 공자의 집을 찾아 왔을 때 2천여기의 식기를 사용하여 170가지 요리를 만들어 대접했다고 한다. 청나라 왕조는 추운 지방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먹는 등 간단한 요리밖에 몰랐던 것 같다. 공자 의 집에서 훌륭한 대접을 받은 만주족 황제는 공자후손에게 간청하여 산동성출신 요리사 2명을 만주로 데리고 가 최고의 요리를 만들게 했다. 이 때 만들어진 요리가 만주족과 한민족의 합작요리라는 의미의 “만한 츠엔시(滿漢全席)”이다.
가장 화려한 만한전석의 경우 200가지 정도의 요리가 나온다고한다. 붉은 제비, 백조, 들꿩, 메추라기 등의 날짐승과 곰 발바닥, 낙타의 혹, 원숭이 골, 사슴 힘줄 등의 들짐승,그리고 전복,상어 지느러미, 제비 집,검은 해삼,물고기 부레 등으로 만든 해산물 요리가 포함된다.
제대로 된 중국요리는 대체로 전채-찬 요리-뜨거운 요리-탕-주식-디저트의 순이다. 격식을 갖춘 자리라면 생선요리가 꼭 포함된다. 중국사람들은 발음이 비슷한 단어는 의미도 연결되여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생선을 뜻하는 어(魚)는 yu라고 발음하는데 이는 여(餘)즉 풍요롭다는 뜻의 yu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반대로 배를 쪼개다의 ‘분리(分梨)’는 이별 하다의 ‘분리(分離)’와 발음이 같기 때문에 중국사람들은 배를 쪼개는 것을 금기로 여긴다고 한다.
보통 중국요리 계보는 넷으로 나누어 4대 요리로 부른다. 광동요리인 월채(粤菜),사천요리인 천채(川菜), 상해.강소.절강.안휘등 장강 하류 지역의 요리인 회양채(淮楊菜) 그리고 산동요리인 노채(魯菜)이다. 북경요리는 일반적으로 노채로 분류된다. 노채는 황화강 중류와 하류에 위치한 산서,섬서,하남 그리고 동북지역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다.
짜장면은 산동지역에서 삶은 면에 볶은 면장과 각종야채를 얹어 비벼 먹는 전형적인 가정식요리(家常菜)이다. 한자로는 작장면(炸醬麵)로 표기하며 이를 음으로 읽을 경우 ‘작장면”이되고 뜻은 장(醬)으로 볶은(炸) 면(麵)이라는 의미이다.
우리나라에서 짜장면을 처음 만들어 판 곳이 인천 중구 있는 공화춘이라는 중국집이며 그때가 1905년이였다. 2005년 10월7일부터 10월9일까지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탄생 100주년 대축제’가 열렸다.
사람들은 짜장면을 ‘산업화시대의 전투식량’이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만드는데 3분 먹는 데도 잠깐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산업화시대의 압축성장은 자는 시간,노는 시간, 심지어는 먹는 시간을 줄여서 마치 고지를 점령하듯이 일하여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고자 노력한 결과의 산물이였다. 생각해보면 지금도 짜장면이 그 시절 열심히 일했던 산업화 역군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훌륭한 음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정서적 배경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 짜장면이 소비되는 양은 대개 하루 600만 그릇이라고 한다. 짜장면을 만드는 중국 식당은 2만4천개정도 있고 여기서 일하는 사람만 해도 6만 8천명이나 된다고 한다. 얼마전 편의점에 갔더니 공화춘 브랜드의 짜장면이 눈에 들어와 한 봉지를 사와 먹어 보았더니 맛이 괜찮았다. 조리법은 간단하지만 한 봉지에 900원으로 한국의 여타 라면에 비해 약간 비싼 편이였다.
2006년 7월 문화 관광부가 민족문화 상징 100가지를 선정해서 발표했다. 짜장면이 ‘한국 100대 민족 문화상징’의 리스트에 오른 것이다. 짜장면의 선정이유는 “중국에서 유래했으나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대표적 외식메뉴”라고 했다. 민족문화상징 100가지는 첫째 민족, 자연, 인물 그룹, 둘째 종교, 민속,예술 그룹, 셋째 문화,과학 그룹, 넷째 사회,생활그룹으로 나누어 진다. 짜장면은 사회, 생활 그룹에 속해있으며 김치, 떡, 전주비빔밥. 삼계탕, 불고기, 냉면, 고추장, 된장과 등과 함께 등재 되여 있다.
한식 요리의 경우 재료와 조리법이 합성어가 된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된장찌게, 낙지볶음, 갈치구이, 고등어조림 북어 찜 등을 들 수 있다. 중국음식의 경우는 한국요리와 반대로 조리법이 먼저 나오고 재료가 나중에 나온다. 예를 들면 돼지고기를 볶은 초육(炒肉), 닭을 기름에 튀긴 팽계(烹鷄),생선을 찐 증어(蒸魚), 오이를 무친 반황과(拌黃瓜)가 있다.
한자어에서 유래 되였다고 알려진 한국음식의 명칭을 살펴보면,
김치는 침채(沈菜)에서
제육은 저육(猪肉)에서
수육은 숙육(熟肉)에서
영계는 연계(軟鷄)에서
곱창은 곡장(曲腸)에서
가지와 배추는 가자(茄子)와 백채(白菜)에서
나박김치의 나박은 나복(羅蔔)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이시웨이티엔(以食爲天) 즉 중국인에게 있어 음식과 요리는 천직이다. 우리는 한국에 살고 있는 화교들의 모습에서 중국인들의 음식에 관한 천직사상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4박5일간의 청도와 노산 그리고 태안과 태산여행을 마치고 우리일행은 배로 인천제2여객터미널에서 내렸다. 거기서 우리는 곧 바로 택시를 타고 인천역부근에 있는 공화춘으로 갔다. 공화춘에서 우리는 둥근 테이불에 앉아 짜장면과 탕수육 그리고 빼갈(白乾兒)를 마시고 헤여졌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한류(漢流)의 원조인 화교식당에서 우리민족의 100대 문화 상징인 짜장면을 먹으면서 멋진 해단식을 한 후 일상으로 돌아왔다.
정해균 Bernard 드림
추신: 이번 여행 중에는 개인적으로 고추장을 휴대하여 조리하여 나온 음식이 간이 서지 않거나 느끼할 경우 첨가하여 입맛을 돋구는 비법(?)을 활용하였다.
단체여행이라 한가지 못해본 것이 있어 아쉬웠다. 앞으로 산동성을 여행하실 분이계시면 우리나라 짬뽕과 비슷한 차오마찬(炒碼麵)을 시켜서 한번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다만 고기 뼈를 곤 국물에 야채와 국수를 함께 넣고 끓였기 때문에 흰 짬뽕이라고 합니다. 고추가루와 고추기름을 넣으면 얼큰한 한국식 짬뽕이 될 것 같습니다.
이 글은 4박5일간의 산동성 여행견문의 일부 입니다. 글을 쓰는데 콩젠 지음 “중국인” 그리고 양세욱 지음 “짜장면 뎐”의 자료를 참고 하였음을 밝혀둡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