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쓰러졌다.
한 달 전 새벽, 엄마는 식당일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쓰러졌다.
뇌출혈이었다.
헤정은 미용실의 굳은 일을 하는 실습생이다.
미용대학 등록금을 마련해 보겠다고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엄마가 쓰러진 후, 온 가족의 생계 수단이 되고 말았다.
막내동생과 동갑내기 손님.
혜정은 집에 혼자 있을 재도 생각에 마음이 씁쓸해진다.
혜정이는 일을 하고, 수정이가 집안일을 하는 대신 아빠가 간병을 하고 있다.
일용직 근로자였던 아빠는 현장에서 다리를 다쳐 일을 못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입원 기간이 한 달이 넘어 서면서 병원비가 1500만원을 넘어 섰다.
식구들 모두 엄마가 쓰러지기 전에는 집안 살림을 어떻게 꾸려 가는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다.
그건 엄마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남은 돈은 5만원뿐이고, 나머지 모든 통장은 갚아야 하는 대출금뿐이다.
아빠가 한 달 이상 일을 못 나갔을 때도,
엄마가 직장 월급이 몇 달 미뤄졌을 때도,
아무도 눈치 못 채게 가족을 먹여 살렸던 엄마...
혜정은 혼자 힘들었을 엄마생각에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친구 같던 예전의 엄마를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자매는 한참동안 말을 잃었다.
늘어가는 병원비를 바라만 볼 수 없던 아빠는 전에 일했던 공사현장을 찾았다.
수정이도 아르바이트를 찾아 나섰다.
하루 몇 시간이라도 일해서 병원비를 보태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일을 구해서 언니 앞에 활짝 웃어 보이고 싶었건만...
언니는 동생에게
동생은 언니에게...서로가 미안하다.
수정이는 집을 파는 것보다 막내동생을 시골 할아버지 집으로
보내야 되는 것이 더 안타깝다.
재도가 시골 가기 하루 전
혜정이는 일 나간 엄마를 대신해 재도를 업어 키웠다.
재도가 떠나는 날
혜정이네 가족은 생이별을 했다.
올해 복학을 꿈꿨지만 혜정은 다시 휴학을 결심했다.
아빠가 세차장 일을 구했다.
땅에 넘어진 자 하늘을 붙들고 일어나지 못한다.
넘어졌던 땅을 다시 짚고 일어서듯
혜정이네 가족은 시련의 시간을 서로 의지하며
이겨내고 있다. -현장르포 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