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업계에도 `秋鬪' 막오르나?
[EBN 2006-10-12 17:33]
카프로 여천NCC 등 파업이어 대한유화 등도 노사협상 난항
노사분쟁 업계 전체 '도미노식' 확산 우려 커져
[EBN화학정보 김민철/최일권/손병문 기자] 조용하던 석유화학과 정밀화학업계가 가을들어 노사분규가 이어지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NCC업체인 여천NCC와 국내 유일의 카프로락탐 생산업체 카프로에서 파업이 진행중이고, KOC가 현재 총파업중이다.
또 이달중 협상을 시작하는 NCC업체 대한유화, 정밀화학업체인 MDK, 보광 등도 파업가능성이 높아 석화업계의 추투(秋鬪)가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이들 업체의 파업이 장기화되며 일부품목의 수급차질은 물론 울산과 여수 등 대단위 석유화학단지 내에 위치한 다른 업체들에게도 도미노식으로 파업이 번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최대 NCC업체인 여천NCC 노조는 지난 11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지난달말 쟁의 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전체 조합원 가운데 85.6%가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노사 양측은 지난 5월부터 17차례에 걸쳐 임단협 협상을 가졌으나 임금인상과 성과금 지급 등 핵심 쟁점안에 대해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현재 올해 제조업 평균 임금 인상율(5.56%)에 따라 6.77%의 임금 인상과 영업이익의 5%를 성과금으로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2.1%의 임금인상률과 성과금 추가지급 불가 입장을 못박고 있다.
노사 양측은 한치의 양보도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교섭 일정도 세우지 않고 있어 해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사측은 본사의 엔지니어 출신 직원 일부를 생산현장에 배치하는 등 파업 피해 최소화에 노력하고 있다.
카프로 노조는 지난 8월 3일부터 파업에 돌입, 12일로 파업 71일째를 맞았다. 그 동안 카프로락탐(Caprolactam)의 매출 손실액은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회사측은 “노조는 올해 임금인상안으로 기본급 12.8% 인상, 직무수당 인상, 조합원 가입범위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적자 경영위기에서 이같은 요구는 무리”라며 “우선 파업을 풀고 복귀후 교섭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파업기간중 무임금 무노동을 적용할 것이며, 상여금 및 학자금 보조 등도 관련 규정에 따라 엄격히 처리할 것”이라며 “노조에서 고소고발을 많이해 최근 회사 관계자들이 울산노동청에 불려 다니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노조측은 투쟁수위를 한층 높여가고 있다. 노조측은 지난달 말 집행부의 삭발식 및 위원장 단식투쟁에 이어 지난 9일부터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지난 11일 노조 조합원의 가족 공동투쟁에 이어 12일에는 울산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노조 관계자는 12일 “사측이 주장하는 ‘선 복귀 후 교섭’은 무릎을 꿇고 들어오라는 의미”라며 “절충 방안을 타협하려해도 사측이 자존심만을 내세운 채 성실한 교섭태도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조의 조합원 가입범위 확대 요구는 회사측의 인력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약자로서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며 “카프로락탐의 생산능력은 지난해 2.6배 증가했는데 사측은 오히려 인력을 줄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프로 노사는 21차 교섭을 갖는 동안 의견 조율에 실패하고 오히려 서로 법적 대응을 벼르는 등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발포제 원료인 하이드라진을 생산하는 KOC도 파업이 진행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1.1%인상과 투명경영확보 등을 요구하며 8월 13일부터 61일간 전면파업을 벌여 왔으나 사용자쪽은 임금 3.5%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어 파업이 장기화 되고 있다.
회사는 매일 8천만∼1억원 가량의 생산 차질액이 발생, 누적 손실액이 50억원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케이오씨㈜는 지난달 파업이후 제품 생산을 전면 중단했으나 이달초부터 간부직원과 비조합원으로 4∼5일씩 생산라인을 가동하다 또다시 중단하는 것을 되풀이하고 있다.
대한유화공업은 아직 파업이라는 극한 상황까지 이르지 않았지만 여전히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대한유화 노사는 동종업체인 여천NCC 노조의 파업이 미칠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사는 지난 12일 15차 임단협을 진행했으나 서로의 입장 차만을 확인한 채 끝냈다. 노조는 임금인상 7.4%와 정기호봉 2호봉 승급, 정년연장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임금인상 3%, 정기호봉 1.5호봉 승급, 임금피크제 도입 등의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쟁의조정 신청을 한 대한유화 노조는 현재로서는 파업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오는 16일 2차 쟁의조정회의 결과에 따라 교섭 진행 혹은 쟁의행위 찬반투표 등 후속 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보광과 MDK도 임단협 및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화섬노조 울산지부에 따르면 MDK의 경우 사용자측에서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회사 전체인원 20% 감축안을 발표해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MDK지회는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이달 내에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 등 총력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안료를 생산하는 업체인 ‘보광’ 노사는 화섬노조의 조합비 일괄공제 등 산별 5대요구안과 주5일제 시행방안을 놓고 마찰을 겪고 있다. 또한, 도료의 일종인 에폭시를 생산하는 헥시온 노사도 화섬노조 산별5대 요구안 및 임금인상에 대한 입장 차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김민철/최일권/손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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