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정모날 아침 6시. 시끄럽게 귀를 울리는 알람소리에 일어나니
날씨가 좋아보여 다행이다 생각하고, 외출준비를 했습니다. 라디오를
듣다가 8시 10분에 집을 나서 마을버스를 타고 미아삼거리역에서 4호선
전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갔습니다. 서울역에 도착하니 8시 40분이네요.
서울역 근처에는 가봤어도 서울역내에는 처음들어가본거라 입구에서
안내도를 살펴보고 관광안내소 앞으로 갔는데 아는 얼굴이 한분도 안보였
습니다. 그래서 시계를 보니 8시 50분...-_-;; '9시 까지 오기로 했을
텐데 왜 아무도 없지? -_-a'라고 생각하며 두리번 거리고 있을때
brady(김종원)님이 오셔서 인사를 하고 보니 저보다 먼저 와계셨다고
하더군요.
9시가 되었는데도 더이상 오지 않아 왜안오지 왜안오지 이렇게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을때 박준규님이 짠~ 나타나셨습니다. 준규님도 일찍왔는데
롯데리아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계셨다고하시며 인사하고 있을때
자녹(이미경)님이 오셨어요. 자녹님도 일찍 오셨다던데.. ^^;; 그렇게
한두분씩 오시고 박준규님은 묵직한 가방에서 여행자료를 꺼내시고
회원님들은 회비를 꺼내시고 맞바꾸기~ㅋㅋㅋㅋ
스머프(김성택)님은 늦으신다고 연락이 왔다고 기다리는데 예상보다 더
늦으시자 우리모두 음료수를 얻어먹기로 작정했습니다. 막상 스머프님이
나타나자 아무도 음료수 얘기를 안하는데 자녹님이 불쑥 얘기하시더군요.
'자녹님 잘하시고 계세요~'속으로 생각했다는....^^;;;
그렇게 스머프님을 마지막으로 9:40분 무궁화호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기차안에서는 사람들간에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박준규님은 가방안에서
여행자료들과 그동안 모아두신 기차표를 꺼내 보여주시고 첨보는 분들은
감탄을 연발하셨습니다.
수원역에서 가자철마야님이 타시고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타서 시끌시끌한
가운데 자기소개를 하고 스머프님께 바나나 우유를 얻어먹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기차는 막힘없이 판교역을 향해 철길을 달렸습니다.
너른 평야에 펼쳐진 논에는 노랗게 익은 벼들이 가을바람에 흔들거리며
추수할때를 기다리고, 추수를 시작한 논에서 농부들이 참을 먹는 모습이,
길따라 늘어선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는모양도 보기 좋았습니다. 영월이나
춘천갈때는 여름이라 파릇파릇하고 싱그러운 느낌이었는데 이번 풍경들은
전체적으로 풍요로왔습니다.
그렇게 3시간이 넘게 기차를 타고 판교역에 내리니 광주에서 오셨다는
badylion(양혜진)님이 기다리고 계셨는데, 첫인상이 너무 좋았습니다.
역앞에서 언제나 그랬듯이 단체사진을 찍었는데, 이번에는 스머프님이
삼각대를 가져오셔서 한사람도 안빠지고 찍을수 있었습니다.^^
단체사진 찍고 냉면을 먹으러 동네로들어가자 바로 수정식당이 있었고
식당앞벽에 큰 상장이 눈에 띄었는데 식당안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니
또 큰상장이 있네요. ㅋㅋㅋ
미리주문을 해둬서 그런지 냉면이 빨리 나와서 말도없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냉면육수 맛이 특이했는데, 단백하고 시원하고.... 흠.. 개인적으로 익은
김치를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김치맛은 별로이게 느껴졌습니다. 서비스로
나온 냉면까지 처치하고 커피한잔 마시고 버스를 타러 냉면집에서 나왔습니다.
버스를 타려면 표를 구입해야 하는지 철마야님이 구멍가게로 후딱가서
표를 사오셨는데 "난 계산을 정말못해~"이러시면서 표와 잔돈을 준규님께
넘기더군요. 그런데 준규님표정이 영~ 알고보니 철마야님이 표를 8장밖에
안사오셨더군요. 총 11명인데~ ㅋㅋ 그래서 제가 한마디 했죠~
"정말 계산 못하시네요~"
버스를 타고 한산모시관으로 이동하는길에 창밖으로 강을 보았는데 햇빛
덕에 반짝반짝하니 흐르는게 너무 좋아서 주방장에게 "너무좋다"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주방장은 예배드리는데 배고프다, 졸립다느니 이런저런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약올려주려다 배고프다고 하니 불쌍해서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서천터미널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한산모시관에 도착해 사진찍고 각자
모시관 관람을 했습니다. 공방에는 여러가지 농기구들도 전시되어있고,
모시짜는 모습을 재연해 놓은 곳도 있고, 안채에 올라가보니 텃밭에
야생화들이 있었는데 이제 대부분 꽃도 지고 말라버려서 안타까웠지만
연보라빛의 구절초와 맛있게 익은 감이 보기좋았습니다. 안채에서 인상적
이었던것은 처마밑에 걸어놓은 곶감이있어요. 직접 감을 손질해서 실로
엮어 걸어놓은것 같았는데 텔레비젼에서는 많이 봤어도 실제로는 처음
보아서 신기했습니다.
안채에서 내려와 보니 가자철마야님이 열심히 막대기를 주으셔서 가보았더니
투호를 하는 곳이었습니다. 저보고도 해보라고 막대를 주시길래
던져보았는데 한개도 안들어가네요. 철마야님은 두개 넣었는데 몇개를
던져 들어간것인지는 셀수가 없었습니다. ^^;; 철마야님은 다른분들
뭐하시는지 보러가시고 저는 또 다른곳을 둘러보러 갔습니다. 전수교육관에
앞에까지 갔는데 저앞에 소나무 아래 시원스레 그늘에 벤치가 있네요.
계속 잠을 제대로 못잤던 터에 햇빛아래 오래있으니 힘들었는데 그늘을
보니 전수교육관으로 가기로했던 발이 저절로 움직였습니다. -_-;;
그늘아래 자리잡고 음악듣고 구름한점 없이 높고 파란 가을 하늘도 올려다
보고 바위위에 내려앉을듯 말듯 비행하는 잠자리도 보고.. 다른 분들은
전수교육관까지 관람하시고 나오셨는데 뒤쪽에 그네를 발견하고 그곳을
가서 그네를 한분씩 타보시네요. 왜 춘향이가 탔다던 민속그네를...
기차에서 준규님이 여행하시다 만난 외국인과 민속그네를 탈일이 있으셨는데
상품으로 볼펜을 받았다는 얘기를 하셨는데 준규님이 타는 솜씨를 보니
볼펜받은것도 이상하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ㅋㅋㅋ
의외로 가자철마야님이 잘타시더군요. brady 님도 그네타기의 진수를
보여주시겠다고 큰소리 치고 시작은 그럴듯하게 하셨는데 그네를 타는건지
마는건지 그네가 높이 올라가진 않고 점점 정지하는듯... -_-;;;
아마도 그네를 타려면 무척 많은 힘이 필요한것 같았습니다.
길쌈놀이 전수관까지 관람하고 출입문으로 나오는데 한켠에 모시밭이
있더군요. 모시를 직접 본소감은 깻잎이랑 똑같네~
모시관을 관람하면서 모시풀의 줄기를 벗겨 말리고 그것을 하가닥한가닥
침바르고 문질러가며 실로 만드는것이 참 신기했고 우리조상님들의 슬기를
세삼스레 느끼게 되었습니다.
모시관에서 나와서 소곡주 체험장을 들렸는데 이미 끝났는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다만 술을 빚었던 항아리솥이랑 아궁이만 볼수 있었는데
전에 술의 나라에서 술빚는 장면을 보여줄때 나왔던 것 하고 똑같다고
생각하시면됩니다.
이제 이번 정모의 백미!!! 신성리갈대밭에 갈 차례입니다. 택시를 부르고
좀 기다리니 택시3대가 왔네요. 택시를 나눠타고 갈대밭으로 갔는데
차가 꽉 막혀있었습니다. 내려서 걸어가기로 하고 보니 길은 2차선인데 한
쪽차선은 주차장이 되었고 남은 1차선으로 차가 들어가고 나오고 하려니
당연히 막힐수 밖에 없겠더라고요. 차에 사람에 꽉막힌길을 비켜 논뚝으로
걸어가는데 알고보니 꺠밭이었던듯 대가 잘린 깻잎줄기가 뾰족뾰족 나와서
신발바닥이 망가지는듯한 소리가~ -_-;;
그렇게 걸어가 신성리 갈대밭으로 들어가 사진 찍고 외나무다리인듯한
다리도 건너고 갈대밭사이로난 길을 따가 걸으니 금강과 맞닫는곳이
나와 자리펴고 음료수를 마셨습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끼리끼리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보기도 좋았지만 쓰레기 처리를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음료수를 마신후 갈대밭을 구경후 입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혼자 쭉 걸어
다녔습니다. 재미있는 길이라고 써있어서 조금 기대하고 들어갔는데
재밌는건 없었고 반대편에서 가자철마야님이 걸어오셨습니다. ^^;;;
큰길가에는 누구나 한번쯤 본적있는 시가 적혀있고 좋은 말도 적혀있었는데
제일 기억나는것은 "산이 높다지만 소나무 아래있고, 강이 깊다지만 모래
위에 있다" 누가 한 말씀인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습니다.
갈대밭을 설명하자면 갈대가 영화를 보고 생각한 크기보다 훨씬 커서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바닥은 질척일줄알았는데 단단하고 평평했고,
무척 넓습니다. 혼자서 얼마나 빙글빙글 구석구석 걸어다녔는지 모릅니다. ^^
돌아다니다 보니 길이 아닌곳에도 사람들이 갈대를 꺽어 길을 만들어 놓고,
들어가지 못하게 쳐놓은 울타리도 부러뜨려놓고, 쓰레기에 오물까지.. -_-;;
영화로인해서 좋은 관광지가 되었지만 사람들로 인해 더러워져가는것은
안타까웠습니다. 혼자 걷다보니 사람이 한명도 없는곳을 걷게 되었는데
갈대숲속에서 동물들이 움직이는지 사삭사삭 소리가 나서 잠시 무섭기도
했었습니다. 긴시간동안 넓은 갈대밭을 무슨생각으로 계속 걸어다녔는지
저도 모르곘지만 시원한 강바람에 갈대가 부딪히며 내는 소리와 갈대의
약간 습한듯한 냄새가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기분도 차분해 졌습니다.
물론 여러사람이 같이 걸었어도 좋았겠지만 혼자걷기에도 아주 좋은곳인것
같습니다. 시간이 다되어 준규님을 비롯해 몇분을 만나서 한바퀴 돌고
입구로 갔더니 덕상님을 비롯한 몇문은 소주에 과자를 들고 계시더군요..-_-;;
갈대밭을 끝으로 서천역으로 가기위해 택시를 부르고 좀 걸어서 내려오니
택시가 와서 나눠타고 터미널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깜깜한 시골길을 달려
서천역으로 갔습니다. badylion님은 광주로 가시고 가자철마야님은 저녁
거리를 사러가시고 다른분들은 역에서 철마야님을 기다렸습니다. 철마야님이
오셔서 기차를 타고 저녁으로 삼각김밥과 바나나우유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스머프님, jolly님, 박준규님은 얘기를 하시고 저는 듣기를 했습니다.
많이 졸립고 피곤했거든요. 수원역에서 철마야님과 당근님이 내리시고
영등포역에서 자녹님과 jolly님이 내리셨고 남은 분들은 서울역에서 박준
규님은
부산에서 오신분을 만나신다고 가시고 유혜선님도 따로 가시고, brady님하고
철도시발지님은 1호선으로 저랑 스머프님은 4호선으로 해서 갔습니다.
지하철안에서 스머프님과 얘기를 하다 스머프님이 동대문운동장에서 내리고,
저는 미아삼거리역에내려 마을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습니다. 집에와서
씻고, 작업보고서를 써서 메일을 보내야해서 컴퓨터를 키고 카페 잠깐
들어갔더니 벌써 번개공지가 올라왔네요~ 정말빠르세요.. 가자 철마야님... ㅋㅋㅋ
이번 정모는 무척이나 피곤했지만 영월과 춘천에서와 다른 느낌의 여행이
었고요, 조용한 여행을 했다고 봅니다. 그래도 너무 즐겁고, 경치도 멋져서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이제 다음 여행을 기다리며 가을을 보내야 할듯.. 내일 정기평가 나오기로
했어서 걱정했는데 다음주로 연기되었다는 기쁜소식이 기다리고 있어
피곤한것도 참을만 하네요. 그럼 긴 여행기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다음
여행에도 좋은분들 만날수 있길 기대합니다.
더위와 많은 비로 힘든 여름이었지만 가을만큼은 풍요롭고 알차게
보내시길..^^
첫댓글 앗...글읽는데 압박이 심했지만.. 정말 시간순서대로 일일이 보고 격은대로 잘 적었네...^^;;; 좋은여행!!!
헉 지금까지 적은 여행기 중 가장 길다. ㅋㅋㅋ
ㅋㅋ다음에 갈대밭갈때는 나하고 단둘이서만 가자....하하하..농담인거 알지?^^..나라면 갈대밭이랑 춘장대해수욕장 갔지...ㅋㅋ암튼 잘 다녀왔나부네..아!!투호있자나...그거 진짜 어려워...던지다가 거품물을 뻔했지....참고로 장항행 열차는 매시 40분에 서울역에서 출발하니 참고하면 좋을듯.....ㅋㅋ
ㅋㅋㅋ 그네를 타면 거품이 아니라 완전히 뻗겠군 ㅋㄷㅋㄷ
나도 늦긴 했는데 스머프님 덕분에 벌칙은 면했네요. ㅋㅋ
ㅋㅋㅋ 다음 정모부터는 벌칙을 면하기 위해 알아서 일찍 오시겠죠? ㅋㄷㅋㄷ
우와~~~ 되게 긴 여행기네요..^--------^ 근데 아주 자세히 써 있어서 다시 한번 생각나게끔..... 에헤헤헤헤~
백우님 후기 잼나게 잘 읽었읍니다 담번여행때 또뵙께요 즐건 하루 되세요
주방장 갈대밭 가서 묻어줄께 땅파라~ㅋㅋㅋ 근데 글 쓰다보니 길어져서 수정도 안하고 올렸더만 줄도 엉망, 오타 짱~ ㅠ.ㅠ
주방장이 과연 묻힐까? ㅋㅋ 아마도..
절대 묻히지 않을 것이다에 과감히 1표를 던집니다.
저도 정말 잘 읽었답니다~ 새록새록 기억이 떠오르게 하는 글이었어영~~ 백우님 우리 또 봐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