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의 숨은 계곡
(잦은바위골, 칠선골)
2009년 7월 11일
태극을닮은회원들과
흰거품을 내뿜는 생맥주처럼 들고 일어나는 거센 파도 힘센 물살을 가르는 38선휴게소의 바다는
깜깜한 어두움속에서도 처얼석 처얼석 소리만 들어도 시원했다, 바다끝에서 비추어 주는 오징어
고기배와 코끝에 스미는 바다내음, 설악산의 시작은 물살을 타는 바다로 부터 시작됐다,
밤 2시 30분 늘빈자리님 일행은 설악산 종주를 떠나는 얼굴이라도 보고싶어 시간을 마추었다,
언제나 당당한 그 님들의 모습은 어려운 산행에도 안전하게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과 다짐
의 굿굿함은 새해 아침 동해의 일출을 일으키는 것 같은 희망이 있어 보였다, 레이몬스 호텔뒤
로 떠나 가는 씩씩한 그 님들은 어느 새 깜깜한 어두움 사이로 멀어져 갔다,
대구에서 달여온 일행들과 합류하여 바리바리 봇짐을 메고 어두운 설악산으로 향했다, 유난히
오늘 따라 휘영찬란한 불빛 가로등이 반겨주는 차도를 따라 일 년 전에 올랐던 설악산의 소리가
달려오는 것처럼 눈앞에 펼쳐져 보였다, 동해바다가 있어 더 낭만이 있을 것 같고, 북쪽으로 더
나아 갈 수 없는 아쉬움이 있는 그래서 설악산은 많은 것을 보여주는 산천인지 모른다,
태양은 오늘도 변함없이 떠오르고 있다, 천불동계곡에서 바라다 보이는 동쪽 산너머
우리들에게 붉은 옷자락을 흔들어 당연한 진리를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빛은 어둠을
만들기도 하지만 어둠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고 누가 그랬던 생각이 난다,
설악산을 뒤흔드는 물소리 때문에 지척에서도 우리들의 이야기가 하늘로 날아가 버려도
좋고, 숲으로 들어가는 산자락에서 들려오는 진한 숲내음이 이상야릇한 두엄냄새처럼 느
껴져도 좋은 산바람아 불어만 다오,,, 설악산에서 불어오는 그 바람은 어떤 색깔이런지?
80년대 초 겨울이었던 것 같다, 영동고속도로가 처음 생겨 궁금하던 차 구불구불 대관령을 버스
타고 넘으면서 가슴조였던 그 때가 생각났고 설악산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랐던 봉화대와 금강굴
그 때 계단을 오르면서 떨리던 무서움이 이 비선대와 하늘밑 기암으로 우뚝 솟아 있는 절벽 천험의
요새를 언제나 보아도 한결같다,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은 이 계곡은 바위와 미끄러지며 물에 빠지고 가끔씩 쳐져 있는 로프를
사용하며 계곡따라 진행해야 한다, 처음 맞이하는 낭떠러지 계곡물이 흐르고 옆에 수직절벽에 줄
을 잡아 조심조심 옆으로 옆으로 진행하는 회원들 계곡 속 절벽이 이럴 줄이야,,,
천의, 만의 모습과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절벽을 만나면 폭포가 되어 뛰어내리고
흘러 내리는 큰 바위벽에 물의 끝은 어데인지, 절벽넘어 천화대, 칠형제봉, 범봉의 미
인들과 함께 계곡 이야기를 담아 보낸다,
하늘로 향하는 높이가 너무 높아서 줄을 잡고도 모자라고 깊은 계곡 숨어있는 비경을 찾아
가는 길이 험할지라도 잦은바위골의 묘미를 있는 그대로를 펼쳐보인다,
산은 말과 거짓이 없으면서 너무나 많은 걸 보여준다, 높은 곳에서 보여주는 기암침봉이 가득한
설악산 계곡의 흐르는 옥빛물결 바라만 봐도 좋은 그런 것들이 즐비하다,
골을 계속 오르다 등을 뒤돌아다 보면 즐비 늘어선 바위를 볼 수 있다,
아마 이 바위들의 모습을 보고 이 계곡의 이름을 짖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잦은바위골!!!
줄을 잡고 계곡사이를 가로 질러 진행해야 한다, 무서움을 많이 타는 나로선 이 계곡을 오르는 가장
위험한 곳으로 기억될 것 같았다, 말 그대로 좁을 수록 운치있는 협곡의 아름다운 그림을 내친구 칼
용담은 성큼성큼 잘도 오른다
줄기차게 달리기만 해야하는 마라톤보다 더 재밌지??
가파른 절벽을 더듬적 거리며 오르고, 건너서 푸른 옥빛물결 따라 거스러 오르는 계곡의
물과 숲, 오르기 힘든만큼 보여주는 괴암괴석의 풍경, 그래서 깊은 골을 오르게 되나보다,
드디어 오십폭포가 거대한 바위를 따라 흰물살을 일으키며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함께 온 우리들은 너무 좋아서 어린아이들 처럼 물과 같이 있는 걸 행복해했고 땀흘리며
찾아온 이 곳 골은 오십폭포의 거센 물살만큼이 골짜기를 굽이치면서 흐르고 있었다,
시원한 여름이 왔다, 그래서 같이 온 우리는 즐겁고 어린아이처럼 물장난 하며 내려가기 싫은
발걸음을 또 다시 올라온 길따라 내려가면서 머리에 담고 또 담는다,
내려 오면서 오십폭에서 본 것보다 더 큰 백폭포를 보지 못함이 못내 아쉬웠다,
충전하는 여름의 신록이 가득한 정원을 바라 보면서 내려온다,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종류의 나무들과 풀꽃 들 여름이 오면 더
푸르고 진한 향기로 우리의 마음에 스며든다,
산은 오르기도 힘들지만 계곡은 내려오기도 힘들다, 미끄러운 바윗길을
조심하구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도록 질러대는 큰 소리의 회원들의 장단
소리에 한 발 한 발, 오른발 왼발 합장하듯이 들리는데 그 소리에 따라가지
못하고 헤메는 나는 왜일까,,, 바보??
깊은 계곡 올라갈 때 고라니를 보았다,
왼쪽 다리가 부러져 갇혀있는 구덩이에서 절벽 오르기를
허우적 대고 있었다,
아까 보았던 그 고라니는 아직도 힘을 다하여 어데론가
달려가려고 안간힘을 쓰려 하지만 바짝 말라 버린 몸과
다리가 말을 듣지 않나 보다,
절벽에서 미끄러져 탈진상태에 있는 고라니의 슬픈
울음소리가 자꾸만 귓가에 들려왔다,
어서 가거라,,, 절 넓은 세상으로,,
맑은 계류와 함께 험준한 병풍바위들의 우뚝 솟아 있는 이 곳,
그 계곡을 빠져 나왔어도 큰 계곡으로 유명한 천불동계곡으로 이어지는
비경들,,, 깊숙이 들어앉아 보이는 깍아지는 듯한 절벽이 가득한 형형색
색의 기암들 언제나 보아도 신기한 듯 쳐다보고 또 쳐다 보았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새소리가 들릴것 같은 이 협곡의 층암을 올려다 보면서 신기하리 만큼
아름다웠다,
더 이상 올라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좁은 층암절벽안에 갇혀 하늘만 빼꼼히 올려다
보이는 칠선골의 막받이 계곡인 것 같았다,
우리는 이 곳에서 한참을 머물면서 끝인가 보다 했는데
물이 줄줄 흘러 내리는 검은 절벽에 줄을 올리고 그 바위벽을 넘어서 숲을 가르며
올라 갈 수 있는 하늘까지 올라 가 보자
우리는 못가는 길이 없는가 보다,
물에 빠지며 그 물을 가로질러서 때론 나무다리를 놓아 가면서
신비한 계곡을 벗겨버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렇구나,,, 칠선골의 비경이 자꾸만 나타나는구나,
만경대와 화재봉의 위용을 칠선골이 다 안고 있구나,
거대한 칠성봉의 얼굴을 비추지 말라고 숨박꼭질 하고 있었구나,
내가 님의 이름을 불러 주기에 너무 미흡한 칠선골
칠선폭포!!
좁은 거대장벽에서 물거품 일으키며 내리는 물줄기는
어데로 가려는지 알면서 내려 오시나,
조금만 더 허락할 수 있었다면 내가 그 이름을 힘차게
불러주었을 텐데,,,
칠선폭포
작년 여름 이맘 때 만경대에서 칠성봉으로 내려 오면서 이 폭포를 보았었다,
짙은 녹음 사이로 흘러 내리는 칠선폭포를 보면서 언제나 저 폭포를 볼 수
있을까 했었는데 오늘도 칠선골에 올라 갈 수 있을만큼 올랐는데 칠선폭포
는 보여주지 않았다,
그 때 같이 한 산친구이자 산언니인 솔나루님이 이 세상을 떠난지 3개월 지나
있다,, 갑자기 불의의 사고로 하늘나라로 떠나 가신 님이 왜 그리 생각나는지
오늘 이 칠선골에서 언니를 불러 보고 싶었다,
언니도 보고 싶지, 왜 그리 빨리 가시나?
이 좋은 구경 안하시구,,
난, 이제 언니처럼 꽃사진 안찍어요,
오늘만큼은 설악산을 내려 보시라
짙은 녹음이 두터운 한 여름의 길목, 짙은 초록이 있어서 빼어난 침봉이 더 잘
어울리고 있었다, 바위틈에 내민 돌단풍, 노루오줌, 꿩의다리, 설악산조팝나무,
우산나물들이 자꾸만 내려오면서 내 눈을 바라다 본다,
한 동안 북한산과 도봉산을 다녔을 때 신은 신발을 오랫만에 신고 왔더니
서툴러 있었는지 발이 아파서 내려 오는 길 많이 힘들었다, 바위를 탄타고
계곡을 오르겠다고 케케묵은 신발이 짓궂은 심술궂같아 보였다,
장터묵님이 안겨준 황태포가 아마 설악산을 내려가서도 진한 여진은 계속될
것 같았고 달콤하게 배꼽잡고 웃었던 한여름밤의 여운은 내 세월동안 한동안
이어질 것이다,
난, 오늘 설악산에서 세로 사진을 많이 담았다,
빼어난 침봉을 더 높이 세우고 싶었을 것 같았고,
하늘로 더 높이 올라 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안고
잦은바위골의 오십폭포와 칠선골의 칠선폭포를
애타고 찾고 있었는지 모른다,
밤 새 하늘에 구멍이 뚫렸었는지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데 홍천강과 남한강의
물이 넘쳐 흐르면서 한 해동안 쌓인 쓰레기와 함께 한강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낭가파르바트에서 실족하여 숨진 고미영님의 소식이 버스를 타고 오던 중
뉴스로 흘러나오는 애통한 소식을 들었다,
같은 여자로 , 산을 좋아하는 같은 마음은 변함 없었을 건데
많이 슬프다,
첫댓글 설악의 숨은 골에서 뭘 보고 느꼈는지, 그 많은 것을 가슴에 넣고 와서 풀어 놓은 절벽의 폭포수처럼 느껴져? 자연은 오염된 날 정화시켜서 정상으로 되돌려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마득한 침봉이 고개를 젖히고 보아야하네 우러러 보아야만 하네
함께 했으면 좋았을텐데,,많이 아쉽지
산행기 맛은 점점 더 깊어지시어 완숙의 경지에 도달하신것 같습니다. 전국적인 잡지에 한번 실리면 그렇게 되나봅니다.잡초하나 암반하나 그냥 지나침이 없으시니.,설악그림에 지금도 넋을 놓고 있습니다....
과분에 칭찬을 하시나요,,
산행기를 보니 그날의 감동이 새로워 집니다. 어쩜 그리도 표현력이 좋을까요...한편의 시를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이하는 동안 내내 즐거웠습니다, 담엔 더 재미난 얘기 보따리 풀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