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하늘나라의 문을 여는 열쇠
마태 16:13-20
관할사제 조정근 프란시스 신부
세상 한복판에서 던지는 질문
예수님과 제자들이 찾아간 '필립보의 가이사리아'는 로마 황제 숭배와 세속 권력이 시퍼렇게 살아 있던 곳이자 '지옥으로 통하는 문'이라 불리던 살벌한 제국의 한복판이었습니다. 예수님은 하필 그곳에서 물으십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이 질문은 오늘, 경쟁과 불평등이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며 "지금 여기 하느님 나라"를 꿈꾸는 우리 원주교회를 향한 물음이기도 합니다. 베드로는 "주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고백했고, 예수님은 이 믿음의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우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애굽을 탈출하여 참된 자유를 누리는 삶
애굽(미움, 시기, 다툼의 옛생활)을 탈출하는 세례를 거쳐, 우리는 하느님 나라로 들어가는 '입가나안'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주님은 이 세상이라는 애굽에 사는 동안 우리 편이 되셔서 우리를 눈동자처럼 보호하십니다.
하느님이 기뻐하시는 네 가지 거룩한 삶 (로마서 12장)
첫째, 내 고집과 자존심을 십자가에 못 박고 거룩한 산 제물로 자신을 바치십시오.
둘째, 주일 성당을 넘어 삶 전체가 영적 예배가 되게 하십시오.
셋째, 타인을 짓밟는 세상의 성공이 아닌 이웃과 함께 걷는 섬김의 길을 걸으십시오.
넷째, 날마다 마음의 밭을 갈아엎어 마음을 새롭게 하여 새사람이 되십시오.
몸은 하나이나 여러 지체가 있듯, 우리도 그리스도 안에서 각각의 은총의 선물을 순수한 기쁨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성공회: 성직자와 평신도가 함께 세워가는 조화로운 공동체
성공회는 과도한 성직주의와 평신도주의를 넘어, 개혁된 가톨릭 신앙의 노선을 지켜갑니다. "우리는 모두 목회자입니다"라는 고백처럼, 성공회는 교우들이 평신도 대표를 직접 선출하고 교회위원회와 교구의회에서 함께 길을 찾아가는 '함께하는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쉽니다. 선교 30주년을 맞는 우리 원주교회에 속한 모든 식구들이 힘을 합쳐서 초대교회의 성서적 전통을 잘 지켜나가는 성숙한 공동체로 나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소설 《천국의 열쇠》가 보여주는 참된 헌신과 열쇠들
이 소설 안에서 치셤 신부는 출세와 권력이 아닌 중국 오지에서 가난한 이들과 울며 자신을 비우는 ‘케노시스(자기 비움)’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가 쥔 삶이 바로 진짜 '하늘나라의 열쇠'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하늘나라의 열쇠는 복수형('열쇠들')입니다. 이 열쇠는 특정한 성직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각자에게, 원주교회와 나눔의 집 공동체 모두에게 주신 선물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평화의 문을 활짝 열어 젖히는 원주교회
오늘 세상의 질문에 우리는 화려한 말 대신 삶으로 대답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주님께서 내 손에 쥐여주신 그 하늘나라의 열쇠들로, 아픔의 고리는 단단히 묶고 환대와 평화의 문을 ‘지금 여기’에서 활짝 열어 젖히는 복된 한 주간을 살아갑시다.
선교 30주년을 맞이한 원주교회와 나눔의 집 위에 주님의 은총이 늘 함께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