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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서, 명사인 'TV'를 사용하건 대명사인 '이것'을 사용하건 모든 용언에 대하여 위치가
변하지가 않습니다. 명사이건 대명사이건 같은 자리에 놓일 수 있습니다. 반면, 영어에서는
조금 다른데, 'turn off'와 같이 '타동사 + 부사'의 구성으로 된 동사구에서 명사는 타동사와
부사의 사이에 가건 부사의 뒤에 가건 상관이 없지만, 대명사는 반드시 해당 동사의 뒤에만
써야 합니다. 즉, 해당 동사와 부사의 사이에만 놓여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또한 수식을 받을 때 역시 차이가 생깁니다.
우리말에서는 형용사 및 동사 등이 관형어로서 대명사를 수식할 때에 앞에서 수식을
해 줍니다. 반면, 영어에서는 뒤에서 수식을 해 줍니다.
참고로, 제가 예문에는 일부러 '무엇'을 사용하였지만, 주로 영어에서 '-thing' 형태의
대명사는 우리말로 할 때에 의존 명사인 '것'이 나옵니다.
형용사는 국어와 영어 사이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영어에서는 그 형태가 주로 고정적
(물론 '-er, -est'와 같은 비교급이 있기는 하지만)이며, 명사를 수식하거나 'be' 및 'get'
등과 어울려 '서술어 + 주격 보어'를 이루거나, 혹은 동사의 형태가 변하여 된 준형용사
(분사)가 'be'나 'get' 등과 어울려 서술어를 형성하거나 하는 반면, 국어에서는 형용사
가 동사와 성질이 비슷하여 형태가 매우 다양하게 변하며, 단독으로 서술어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영어에서는 동사가 명사를 수식하는 역할을 하면 그 단어는 형용사로 분류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분사입니다. 'interested, caught, being, eating' 등과 같은 분사
는 영어에서는 동사가 아니라 형용사입니다. 또한, 서술어를 단독으로 구성한다면 전부
동사가 됩니다. 하지만 국어에서는 동사나 형용사 및 서술격 조사가 형태가 변하여도 그
품사가 변하지 않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재미있는, 잡힌, ~인, 먹는' 등은 그 역할이
체언을 수식하는 역할이지만, 품사는 각각 '형용사, 동사, 조사(서술격), 동사'입니다.
그리고 영어에서는 단독으로 서술어를 구성한다면 모두 동사이기 때문에 'be'는 우리말
로 서술격 조사인 '이다' 및 종결 어미 '-다' 등의 의미를 가지지만 영어에서는 동사입니다.
'만하다'는 국어에서 보조 형용사로 분류되지만, 영어에서는 이에 해당하는 'deserve'가
단독으로 서술어를 구성하므로 동사로 분류됩니다. 그리고 우리말의 관형사는 모두 영어
에서는 그에 해당하는 단어들이 형용사로 분류됩니다.
부사는 별반 차이가 없으나, 다만 국어에서는 용언이 어미의 변화로 형태가 변한다고
하여서 품사가 바뀌지 않지만, 영어에서는 바뀐 형태에 따라 품사도 바뀌는 경우가 있
습니다. 아까 예로 든 분사 외에서 부사가 있지요.
'예쁘게, 나쁘게' 등은 국어에서 모두 그 원형이 '예쁘다, 좋다'로 형용사입니다. 하지만
영어에서는 'prettily, badly'가 그 본래 형태가 'pretty, bad'라 할지라도 부사로 분류가
됩니다.
전치사는 국어의 조사에 해당하며, 접속사는 국어에 없습니다. 다만 '접속 부사'라는 것은
영어에나 국어에나 모두 있는데, 접속 부사와 접속사는 다소 다릅니다. 접속사는 그 종류
에 따라 놓이는 위치가 정해져 있는 반면, 접속 부사는 부사이기 때문에 위치가 바뀌어도
의미가 성립합니다. 우리말에서는 영어의 접속사에 해당하는 말들이 거의 그 위치에 따른
제약이 적기 때문에 접속 부사로 분류됩니다. 때문에 국어에는 접속 부사는 있어도 접속사
는 없는 것이지요.
3. 각 품사의 주/목/보/서
<국어>
주어는 명사, 대명사, 수사, 용언의 명사형, 명사구, 명사절이 주어가 됩니다.
목적어 역시 같습니다.
보어 역시 같은데, 다만 '되다'와 '아니다'의 앞에서 실현됩니다.
서술어는 동사, 형용사, 체언 + 서술격 조사, 동사구, 형용사구, 동사절, 형용사절 등과
같은 서술절이 담당할 수 있습니다.
<영어>
주어는 명사, 대명사, 동사의 명사형, 명사구, 명사절이 주어가 됩니다.
목적어 역시 같습니다.
보어는 이 외에도 형용사가 보어가 될 수 있습니다.
서술어는 동사가 기본적으로 담당하는데, 준동사인 분사가 'be'와 어울려 서술어를 구성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4. 품사의 변화
<국어>
기본적으로 품사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품사를 바꾸어 주는 무엇인가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접사'입니다. 주로 접미사가 품사를 바꾸는 역할을 많이 합니다.
높다(형용사)→높이(부사(highly), 명사(height))
달리다(동사)→달리기(명사)
새(new, 관형사)→새롭다(형용사)
<영어>
역시 접사들이 이 역할을 담당합니다.
high(형용사)→highly(부사)
decorate(동사)→decoration(명사)
intense(형용사)→intensify(동사)
5. 문법책 속의 문법 용어 및 한-영 문법 차이
영어 문법 책 속의 문법 용어는 영어 문법에 관한 용어이며, 국어 문법 책 속의 문법 용어는
국어 문법에 관한 용어이며, 일어 문법 책 속의 문법 용어는 일본어 문법에 관한 용어이며,
중어 문법 책 속의 문법 용어는 중국어 문법에 관한 용어입니다.
국어 문법과 영어 문법에 관한 간단한 비교는 위에 이미 많이 써 두었습니다.
동일한 의미나 상황에 따른, 국어와 영어의 문법적 차이... ㅎㅎ 사실 언어학이라는 점이
이런 면에서도 배우는 재미가 있지요. 어떤 언어에서는 이러한 것이 어떤 언어에서는
저러하게 표현이 되고, 또 어떤 언어에서는 조러하게 표현이 되니까요. ㅎㅎㅎ 이를 비교
하는 과정 속에서 자국어의 결함 및 자국어의 고유성 등을 파악할 수가 있지요.
물론 이는 자국어 어법에 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어야 가능하겠지만요. ㅎㅎ
기타 몇 가지 문법적 차이를 적어 보겠습니다.
*피동문
피동문은 주체가 남에게 동작을 당하거나 받는 의미의 문장을 말합니다.
<국어>
용언 어간의 뒤에 '-이-, -히-, -리-, -기-' 및 '-되다, -받다, -당하다'와 같은 접미사가
붙음으로써 실현되며, 어휘적 피동으로서 그냥 '되다, 받다, 입다, 당하다' 등이 단독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또한 '-어지다'를 통해서도 실현됩니다.
<영어>
동사의 뒤에 '-ed'가 붙음으로써 실현되며, 형태상으로는 능동문인데 의미상으로는 피동
문(수동문)인 것도 일부 있습니다.
*사동문
사동문이란 주체가 남에게 동작을 시키는 문장을 말합니다.
<국어>
용언 어간의 뒤에 '-이-, -히-, -리-, -기-, -우-, -구-, -추-, -애-, -이우-, -시-, -으키-,
-이키-' 및 -시키다'와 같은 접미사가 붙어 실현되며, 어휘적 사동문으로서 동사 '시키다'
등이 쓰입니다. 그리고 '-게 하다, -게 만들다, -도록 하다' 등도 쓰입니다.
<영어>
사동사인 'let, have, make'를 이용하여 목적어인 '남'에게 시킴의 의미를 전달합니다.
이때, 시킴의 내용이 되는 말의 동사는 원형으로 표현이 됩니다. 이 외에 'help'와 같은
준사동사(준사역 동사)도 있습니다.(시킴의 내용이 되는 말에 동사의 원형 외에도 'to'를
앞에 취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사동사와의 차이점입니다.)
*높임법
<국어>
우리말은 높임법이 매우 발달한 언어입니다. 높임법의 종류에만 주어를 높이는 주체 높임
법, 목적어나 부사어를 높이는 객체 높임법, 면담하고 있는 상대방을 높이는 상대 높임법
이 세 가지가 있으며, 가장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높임법인 상대 높임법은 어체가 격식체
와 비격식체로 나뉘며, 격식체에 '하십시오체, 하오체, 하게체, 해라체'가, 비격식체에 '해
요체, 해체'가 있습니다. 또한 간접 높임법이라 하여서 높이는 대상의 신체 일부분이나 소
지품 등을 때에 따라 높여 주는 어법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지만, 문장
의 주체가 객체가 자신보다는 높고, 말을 하는 상대방보다는 낮은 경우, 그 주체를 낮추어서
표현을 하는, 압존법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는 어찌 보면 영어의 대과거와도 그 원리가
조금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어>
영어에는 높임법에 크게 발달하여 있지 않습니다. 대신 높임법과 유사한 표현들은 대부분
의 언어에 존재하는데, 영어에서는 부탁의 표현에서 'can, will'을 사용할 곳에 'could,
would'를 사용하는 것이나 극존칭의 표현으로 'sir'를 말끝에 붙이는 것 등을 예로 들 수가
있습니다.
*시제 및 상
<국어>
기본적으로 3시제 체제인데, '과거-현재-미래'입니다. 과거 시제에는 '-았/-었/-ㅆ-'이,
현재 시제에는 '-는-, -(으)ㄴ-'이, 미래 시제에는 '-겠-, -(으)ㄹ 것이다'가 쓰이는 것이
기본입니다. 하지만 의미나 일부 단어의 속성 등에 따라 과거형인데 현재 시제나 미래
시제의 의미를 나타내기도, 혹은 현재형인데 미래 시제의 의미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또한 상으로는 진행상과 완료상이 있습니다. 진행상은 동작이 진행됨을, 완료상은 동작이
완료됨을 나타냅니다. 예정상 또한 거론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말 그대로 동작이 앞으로
예정되어 있음을 나타냅니다. 진행상과 완료상을 나타내는 일관적인 구문이 몇 가지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어미 및 구문들을 통해 나타납니다. 이는 12가지의 형태로 일관
되게 상을 표현해 내는 영어와 다른 점입니다.
<영어>
기본적으로 3시제 체제입니다. 과거 시제에는 '-ed'가, 미래 시제에는 'will'이 쓰입니다.
하지만 일부 단어의 속성 등에 따라 과거형인데 현재 시제나 미래 시제의 의미를 나타내기
도, 혹은 현재형인데 미래 시제의 의미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진행상과 완료상은 시제의 형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그 구문들만 잡아도 12가지
가량이 나옵니다. 3시제 + 3시제 완료상 + 3시제 진행상 + 3시제 완료 진행상을 합하면
총 12가지가 나오지요. 이는 시제 및 상 체계가 상당히 일관적으로 발달해 있음을 나타내
줍니다.
또한 과거 시제 중에서도 '대과거' 시제라는 것이 있는데, 서술의 시점이 과거인데 그 속에
서 서술하는 사건이 서술 시점보다 더 앞선 일일 경우에 나타나는 어법입니다. 이는 우리말
의 압존법과 같이 서술의 상황에 따라 상대적으로 나타나는 어법이라 볼 수 있습니다.
*수
이는 높임법과 더불어 국어와 영어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국어와 영어에서 서로 극과 극을 달리는 두 어법이 바로 높임법과 수입니다.
<국어>
어느 언어에서나 수량에 대한 문법적 개념은 있습니다. 하지만 수에 따라 단어의 형태 등이
달라지는 것은 모든 언어에 적용되는 사항은 아닙니다. 물론 국어에서도 복수일 경우에는
체언의 뒤에 복수 접미사 '-들'을 붙이거나, 혹은 용언의 뒤에 보조사 '들'을 붙여 복수임을
나타내 주지만, 필수적인 어법 사항은 아닙니다. 바로 이 점이 영어와는 큰 차이점입니다.
<영어>
영어에서는 주어가 단수이면 그에 해당하는 서술어의 동사 역시 단수형으로 와야 합니다.
이때 동사의 뒤에 단수 접미사 '-s'가 붙습니다. 주어의 수에 따른 동사의 형태는 영어에서
필수적인 어법 사항입니다. 영어는 문법적 수의 개념이 상당히 엄격하게 나타나는 언어입니다.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 작문을 할 때에 가장 많이 틀리는 점이 바로 이 '수'의 어법
입니다. 모국어적 습득이 아닌 이상 작문을 할 때마다 생각하고 조심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그야말로 외국어와 모국어 간의 장벽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부분이지요. 그만큼
문법적 수의 개념은 국어와 영어 간의 차이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