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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산창교회 조희완 담임목사 |
3대 목사로 부임한 조희완 목사는 당초 1500석의 대규모 예배당을 짓고자 했다. 영적으로 침체된 교회를 살리기 위해 장로와 권사 등 교회 리더들부터 신앙훈련을 시작했고, 훈련에 감동받은 장로와 권사들이 다시 성도들을 세워나갔다.
인터콥 ‘비전스쿨’ 프로그램을교회에 도입한 후 성도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내면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교회 안에 생기가 돌았다. 부임 후 5년 만에 주일학교부터 장년부까지 500여 성도로 부흥했다. 밀려드는 성도들을 감당하기 위해 대형 예배당을 짓겠다는 비전을 시작해도 될 시점이었다.
그러나 조 목사는 예배당 신축을 과감히 포기했다. 예배당이 커지면 ‘수평이동’을 통해 성도들을 채우겠지만, 주변의 개척 미자립교회들은 더 힘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연말 조 목사는 당회를 열어 예배당 규모를 줄이는 대신 남는 에너지를 지역의 작은 교회를 섬기는 일에 쏟기로 결정했다.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한국교회에 알리고 싶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동행’이 시작됐다.
# 대규모 예배당 건축 왜 포기했나?
지난 1월 마지막 주, 산창교회에서 대예배를 마친 성도들은 6개 교회로 뿔뿔이 흩어졌다. 교회 인근 미자립 개척교회를 찾아구역별로 나섰다. 교단도 상관없었다. 함께 동행하는 일에 교단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동시간이 30분이 넘지 않는 교회로 어린이 포함 20명 미만인 작은 교회가 대상이었다. 목사님들은 지쳐있었고, ‘과연 교회가 부흥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중이었다.
산창교회 동행프로젝트에 함께 하게 된 순복음 은파교회 이재석 목사는 첫 만남의 긴장을 잊을 수 없다. 2~3가정이 모여 예배를 드리던 교회가 갑자기 가득 찼던 것. 이 목사는 “고맙고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50여 명의 성도들이 같이 예배를 드리고 거리로 나서서 전도를 해주니 힘이 났다. 더 많은 교회들이 이런 동역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들었다”고 말했다.
구복교회 이상기 목사는 산창교회와 ‘동행’을 시작한 후 꿈이 생겼다. 합성동에서 한 시간이나 떨어진 교회까지 성도들이 찾아와 연합예배를 드리니 감사했지만 사실 첫 만남에서는 주눅도 들었다. 자신이 없어 전도도 잘 못했고, 어디에 도와달라는 말도 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산창교회 성도들이 오니 좋았다. 전도하며 나눌 음식까지 싸온 성도들은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산창교회가 아닌 ‘구복교회’를 소개했다. 천군만마가 따로 없었다. 산창 성도들의 헌금도 큰 힘이 됐다. 미자립교회 앞에 놓인 경제적인 문제에도어느정도 도움이 된 것. 이상기 목사는 “1월과 3월, 두번의 만남을 통해 나에겐 꿈이 생겼고, 목회에 희망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 산창교회 성도들은 두 달에 한 번 미자립교회로 파송된다. 6개 교회로 흩어져 오후 연합예배를 드리고 함께 거리전도에 나선다. 이들은 미자립교회의 기도의 동역자이자, 전도일꾼이다. 미자립교회 목사들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
한 번의 도움도 큰 힘이 될텐데 두 달에 한번 성도들이 6교회를 찾아다니며 연합예배를 드리는 열정은 정말 놀랍다.
전도지를 돌리던 작은 교회 목사들은 이제 혼자가 아니었고, 고민을 나눌 친구가 생겼으며, 함께 기도할 동지를 얻었다. 무엇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동행’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이었다.
조희완 목사는 “교회의 양극화를 방치한다면 결국에는 ‘공멸’할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여유 있는 교회가 작은 교회의 손을 잡아주고 함께 가야한다. 이것이 한국교회가 살 길”이라고 말했다.
# 비전스쿨 만난 성도 영적 행복 누려
조 목사 본인도 대형교회를 꿈꾼 적이 있다. 그러나 목회자비전스쿨을 통해 개척교회 목회자들의 고민을 접하면서 과감히 꿈을 접었다. ‘민생고’를 넘어서지 못하는 개척교회 목사에게 열방을 향한 선교 비전은 사치였다. 양극화를 넘어서는 방법은 가진 자의 나눔이라고 판단한 조 목사는 총 60개 교회를 목표로 올해 6개 교회와 동행을 시작했다.
“예배당 안에 고인 물처럼 모였다가 흩어지는 부흥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숫자를 채우는 데만 관심을 갖는다면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을 거예요. 성도들이 하나님의 비전으로 살아 움직이는 변화가 우리 교회 안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산창교회는 ‘감사로 여호와를 섬기며 기쁨으로 열방을 섬기는 교회’를 추구한다. 강대상에는 ‘나의 비전이 아니라 하나님의 비전으로’라는 슬로건이 걸려 있다. 이 모든 표어들은 교회가 추구하는 목적을 분명히 드러낸다. “땅끝까지 이르러 복음의 증인이 되겠다”는 것. 선교적 교회를 지향하는 산창교회는 위구르와 이집트, 조지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튀니지 등 16개 나라에 24가정의 선교사를 파송했으며, 전방개척선교를 후원하며 열방을 회복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불과 5년 전만해도 이 교회가 파송한 선교사는 한 가정도 없었다. 그러나 조희완 목사 부임 후 기도하는 교회, 선교하는 교회, 경배와 찬양이 넘치는 교회로 변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와 같은 변화는 ‘위로부터’ 시작됐다.
산창교회 부임 전 미국에서 한인 목회를 했던 조 목사는 변화된 아들로 인해 인터콥선교회의 ‘비전스쿨’에 참여하게 됐다. 팔짱을 끼고 앉아 냉소적인 마음으로 훈련을 받던 그는 사흘 만에 교만한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누구의 비전으로 살아왔는가’ 뜨거운 회개가 일어났다. 영성을 회복하고 하나님의 비전을 발견한 그는 산창교회 부임 후 비전스쿨을 도입했다.
하나님의 명확한 비전 앞에서 성도들은 행복한 신앙생활을 하기시작했다. 하명철 장로는 조 목사와 비전스쿨을 만나기 전 자신의 신앙을 ‘좀비’라고 표현했다. “좀비지요, 좀비… 죽은 신앙이지 그게 어디 제대로 된 믿음입니까. 지금이랑 생각하면 천지차이지요. 장로가 달라지니까 교회도 달라집디다. 교회가 잘 되려면 장로들이 잘해야 돼요.”
담임목사는 “한국교회의 문제는모두 목사에게 있다”고 하고, 수석장로는 “장로들이 모든 문제의 씨앗”이라며 장로의 변혁을 주장한다. 모두 “내 탓”이라고 하니 이 교회가 잘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린이 주일학교부터 장년까지 전 성도가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비전스쿨은 선교의 열정으로 이어져 12주 과정을 마치면 최전방 선교지로 나간다. 무슬림 밀집 지역도 마다치 않고 들어가는 단기선교에 이어 장기선교의 결실도 맺혔다. 뜨거운 선교 열정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오직 ‘복음전파’라는 본질만 따라가고 있다.
# 한국교회 ‘골든타임’… 시간이 없다
해외 최전방 선교에만 올인하다보면 교회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 이같은 위험을 인지한 조희완 목사는 지역 선교에도 상당한 정성을 들이고 있다. 매월 1회 택시애용주일을 지키고, 재래시장을 방문한다. 성도들이 택시를 타고 행복한 대화를 나누며 예배당 앞까지 오길 수차례, 택시 기사들이 오히려 산창교회를 홍보하는 전도사가 됐다.
매월 한 차례는 오후예배를 마친 후 전 성도들이 재래시장으로 장보기를 나선다. 어깨
▲ 산창교회는 월 1회 재래시장 주일을 지킨다. 이날 성도들은 예배 후 시장으로 몰려간다. 지역경제 살리기 일환이다. |
띠를 두를 뿐, “하나님을 믿으라”는 말조차 하지 않는다. 신나게 ‘쇼핑’하면 그 뿐이다. 교회 인근 학교에 장학금을 지급하고, 차상위계층 학생들의 급식비를 후원한다. 장애인선교, 병원선교, 교정선교, 학원선교 등 산창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그리고 3년 기도 끝에 시작한 것이 바로 ‘아름다운 동행’이다. 동행 프로젝트는 원칙이 있다. 개척교회 목사님이 산창교회를 의지하도록하는 것이 아니라 목회의 자신감을 회복케 하는 것이다. 경제적 지원은 없다.
6개 교회 예배를 드리는 날, 산창교회는 공식헌금 10만원만 드린다. 나머지는 성도들의 몫이다. 그 교회 역시 산창 성도들을 대접해선 안 된다. 손님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회가 아무리 어려워도 성도들이 “우리가 도와드린다”는 공약을 남발해선 안 된다. 대신 매년 열리는 노인초청행사를 작은 교회 이름으로 하고, 성도들이 가진 침술과 미용 등 달란트를 그 교회 이름으로 사용한다. 샛강이 마르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산창교회의 몫이다.
조희완 목사의 꿈은 ‘아름다운 동행’에 더 많은 교회들이 동참하는 것이다.
“나만 잘 살겠다는 생각이 한국교회를 공멸시킵니다. 큰 강물이 흘러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샛강이 살아나야 합니다. 대형교회만 성장하는 것은 한국교회가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작은 교회를 돕는 일이 어렵지 않아요. 저는 이 프로젝트에 많은 교회들이 동참해 지역교회와 함께 성장해 나가길 소원합니다.”
조희완 목사의 눈에 지금 한국교회는 ‘골든타임’이다. 구조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시간을 놓치면 한국교회는 정말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그는 우려하고 있다.
“1885년 언더우드 아펜젤러 선교사가 한국 땅을 밟은 후 100년이 지나 한국교회는 하나님 앞에 ‘부흥을 주시면 10만 명의 선교사를 파송하겠다’고 서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부흥을 주시니까 교회들은 예배당을 크게 짓고, 산수 좋은 곳에 기도원과 수양관을 세우기 시작했어요.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마치 신앙인 것처럼 포장했고, 번영신학에 많은 목회자들이 현혹됐습니다. 하나님께 한 서원을 지키며 선교의 본질에 매진했다면 지금과 같은 위기는 없었을 겁니다. 부흥의 결과, 지금 기도원은 텅 비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을 하나님은 원치 않으신다. 산창교회는 하나님의 비전을 아는 교회다. 그 길을 따라가며 영적 행복을 누린다. 그리고 그들은 외친다.
“성령이 우리에게 임했으니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 땅 끝까지 이르러 하나님의 증인이 되겠습니다.”
성령과 함께 하는 길에 두려움은 없다. 그들의 동행이 아름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