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피터 자이한. 김앤김부스. 2022) (2)
<미국 없는 세계에서 어떤 국가가 부상하고 어떤 국가가 몰락하는가.
2020년대에 중국은 추락하고 미군은 동반구에서 철수하며 세계질서는 붕괴한다. 에너지, 시장, 안보가 결핍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국가들의 각축이 시작된다.>
제14장 앞으로 닥칠 혼란상 (422~439p)
맥락 3 : 전략적 감축
(1) [원문] 미국은 이제 대공황 이후 그 어떤 시기보다도 해외 주둔 군대가 적고, 현재의 모든 지표는 남은 주둔군도 축소하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미군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있는 작전 기지뿐만 아니라 터키, 카타르, 독일과 같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에서도 철수할 게 확실하다. 냉전 시대 잔재로서 미군이 주둔하는 지역-한국, 일본, 이탈리아 등이 떠오른다-에서의 철수도 그리 멀지 않았다.
[비판] 이 책이 2020년에 쓰여졌고, 2021년에 미군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에서 철수했으니 자이한의 예측이 얼추 맞아들어간다. 그럼 2022년부터는 터키, 카타르, 독일에서 철수할 것이다. 그럼 한국과 일본에서는 언제쯤 철수할 것인가. 아마 2025년경부터는 철수 문제가 대두될 것 같다.
미군이 철수하면 당장에 전쟁이 날 것 같은 두려움에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이 한국에 많다. 미군이 철수하면 북한, 중국, 러시아가 대번에 침략할까? 북한은 2022년에 당헌에 ‘국토완정’을 명시했으니 남침할 가능성이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을 침략해봤자 실익이 없다. 한국에 지하자원이 있는가 황금이 있는가. 오히려 5천만이 넘는 인구만 무겁게 쌓여 있다.
북한 역시 침략해봤자 국토완정이란 명분만 달성했을 뿐 실익이 전혀 없다. 남한의 발달한 경제구조를 그대로 접수해서 이용하면 실익이 있겠지만, 남한을 조국으로 생각하는 국민들이 전심전력으로 대항할 게 확실하기 때문에 남과 북 모두 육이오전쟁 이상의 상호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남한 전역이 초토가 되면 국토 기간시설과 산업 설비는 모조리 폐허가 되고 5천만 무거운 인구만 남는다. 북한 역시 초토가 될 것이니 초토된 한반도에는 8천만 인구만 소복하게 남는다. 남북 어느 쪽이 승리하든 지도층은 8천만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한다.
침략한다면 본격적인 대규모 전쟁이 아니라 지역형 소규모 충돌과 게릴라전일 것이다. 전면전은 상호 간에 타격할 것이므로 가능한 한 마지막 수단으로 둘 것이다. 남이든 북이든 미사일을 날리고 방사포를 쏘고 비행기로 폭격을 할 정도로 전면전을 벌이면 한반도 어는 곳이라도 참화와 괴멸을 피할 수 없다. 전면전이 불가능하므로 지역형 소규모 충돌과 게릴라전 쪽으로 전쟁의 양상을 바꾸려고 하겠지만, 소규모 충돌과 게릴라전도 휘발유처럼 자칫하면 확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것 역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미군이 철수한 후에는 일정한 탐색기가 지난 다음부터 본격적인 남북대화가 진지하게 시작될 것이다.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에 남북대화는 필연이다. 그 남북대화도 몇 번의 갈등과 결렬을 거쳐서 마침내 원만한 합의를 도출해낼 것이다.
남북대화가 성공하여 동북아의 핵심인 남과 북이 정상적인 국가 관계를 시작하면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 한반도의 관계, 주변국들 상호 간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다. 즉 동북아가 완연한 봄을 맞이할 것이다.
이것은 헛된 꿈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미래의 현실이다. 중국이나 일본이나 러시아나 상호 갈등하거나 전쟁을 하는 것보다는 상호 협력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기꺼이 동북아의 봄에 편입할 것이다. 일본이 미군이 철수하고 난 후에 동북아 패권국가가 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변국을 침략하진 못한다. 일본의 인구가 밀집한 도시와 산업 설비, 원자력발전소 등은 상대국이 발사하는 미사일의 손쉬운 먹이감이가 때문에 일본은 함부로 타국을 침략하지 못한다. 이것은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중국 역시 인구 밀집 도시와 원자력발전소 등 공격에 취약한 부분이 수두룩하다. 러시아는 동진정책을 이미 마쳤기 때문에 더이상 동아시아에 대한 미련이 없을 것이다.
쐐기가 빠지면 기계가 작동하듯이 미군이 동북아에서 철수하면 동북아 전체가 거대한 변화로 꿈틀댈 것이다. 동북아 전체가 완전히 판을 바꿀 것이다.
(2) [원문] 미국이 결코 참전하고 싶지 않았던 전쟁(한국)
[비판] 그래, 결코 참전하고 싶지 않았던 전쟁인데 왜 참전했는가. 그것도 사 흘 만에. 미국이 막대한 희생을 치르며 일본을 이겨서 한반도를 해방시켜 준 것은 대단히 고마운 일이다. 남한에 점령군으로 진주한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남한을 일본 방어를 위한 전초기지로 삼기 위해 친미반공정권을 세우려고 고집한 것은 잘못이다. 김구 등 상해임시정부를 공식으로 귀국하도록 하고, 여운형 등 조선인민공화국을 숭인했더라면 한반도는 친미도 아니요 친러도 아닌 중립국가로 탄생했을 것이다. 중립 한반도는 해방자인 미국을 결코 배척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대로 미국에 대한 고마움을 표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친미반공정권을 수립하려는 특별한 정치적 목적 때문에 조선사람들의 과반수를 적으로 만들었다. 그렇더라도 애치슨라인을 삼팔선에 긋고, 남한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만, 남한이 침략을 당하면 반드시 지원하겠다는 공약만 발표했더라도 김일성, 모택동, 스탈린은 감히 한국전쟁을 시작하지 못했다. 미군을 철수하고 애치슨라인에서 남한을 제외했기 때문에 김일성 등 북한 지도부로 하여금 남침 의지를 적극적으로 구사하도록 만들었다. 그래놓고는 왜 사흘 만에 참전했는가. 여기서 미국의 우유부단함 또는 교활함, 북한이 전쟁을 먼저 시작하도록 인계철선을 만들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3) [원문] 미국의 역량 부족과 관심 결여로 동맹체제 전체에 변화가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 동맹국들을 사실상 포기하고 세계질서 지향적인 세계적 파병에서 보다 좁게 정의된 국익에 걸맞은 무엇인가로 군을 재정비하게 되면서 미국의 정책은 예측하기가 좀 더 어려워지고, 보다 역동적이며, 잠재적으로 훨씬 파괴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비판] 20세기는 미국의 시대였다. 21세기 초도 미국의 시대이다. 아마 21세기 중반까지 미국의 위세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초기를 지나면서 미국의 시대가 서서히 약화되면서 실질적인 다극화 시대가 전개될 것이다. 그에 따른 새 질서가 구축되기 위해 한 세대 정도의 혼란기가 있을 것이다. 이 시기를 한국은 어떻게 맞아야 하는가. 우선 통일은 안 되더라도 남과 북이 상호 공존공생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 통일을 서두르지 말고 십 년 동안 그 구조를 든든하게 한 다음으로 정상적인 1국2체제가 돼야 한다. 통일은 또 한 세대가 흘러야 겨우 가능하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미국이 아무리 위축되어도 여전히 세계 최강국으로서 자기의 최우선 국익을 사수한다. 그 국익의 일선이 동북아지역이다. 일본을 장악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반도 남부를 통제권의 범위 안에 두고자 한다. 그러므로 미국의 국익과 동북아 국가들의 생각이 예리하게 충돌하게 된다. 그러한 질곡을 벗어나는 길은 동북아 국가들의 상호협력과 단결이다. 서로 연대하여 미국의 국익 추구 노선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맥락 5 : 필사적으로 불안정을 도모하다
(1)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달러화 유동성 조절로 세계 각국들의 금융 체제를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뒤집어엎을 수 있다. 미국이 이런 나라들 가운데 어느 나라를 특정해 드러내놓고 목표물로 삼지는 않지만, 세계정세가 변하면 유일하게 진정으로 가치가 안정적인 화폐로서의 미국 달러화 지위 덕분에 미국은 외국의 경제 체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비판] 이 말은 세계 경제의 목줄을 달러화가 쥐고 있다는 말이다. 미국은 달러 발행의 독점국이기 때문에 세계 경제와 금융의 기축통화로 삼아 전 세계 금융시장을 자기 입맛대로 요리하고 있다. 1997년 우리나라의 구제금융 사태의 원인은 미국의 요리 때문이다.
세계 경제와 금융이 항구적으로 안정되려면 달러화를 기축통화의 지위에서 하락시키거나 퇴출시켜야 한다. 그 간단한 방법은 전 세계가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소박한 담론이지만 우선 무역에서 물물교환부터 시작하면 된다. 무역보다는 국내 유통을 우선으로 하고, 인접 지역 국가 단위로 물자 교류를 실시한다. 그러면서 인접 국가 간에, 지역 국가 간에 서로 화폐를 공유한다. 물론 초기에 혼란이 심할 것이다. 그러나 시일이 지나면 차츰 안정될 것이다.
달러화는 허상이다. 태환화폐가 아니라 가정 화폐이므로 물리적 실체가 없다. 미국은 막대한 달러화 외채가 있으면서도 연방은행에서 달러화를 임의로 발행하는 절대권력을 행사한다. 그것은 불공정하다. 그러므로 퇴출시켜야 한다.
그러나 세계 경제에서 달러화 약화 및 퇴출은 교환과 정장 도구 상의 지엽적인 문제이다. 달러화가 아무리 많아도 교환할 물품이 없으면 한갓 종이 쪼가리일 뿐이다. 그래서 경제에서 물품이 중요하고 우선이다. 경제가 확장 발전하면서 인간의 소비욕이 확장 발전하고 있다. 그에 맞추기 위해 지구상의 많은 물품이 동원되어 소비되고 있다. 그리하여 지원 부족, 에너지 부족, 환경 오염, 기후변화 등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들이 대두하고 있다. 인간의 생존에서 달러화 약화와 퇴출은 지엽적인 문제이다. 그런데 지엽적인 문제이지만 미국이 그 전권을 잡고 세계 경제를 요리하고 있으니 불공정하고 불공평하다. 자본주의가 고도화하면서 발달하는 인간의 소비 욕구에 맞추는 국내 경제와 세계 무역의 추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2) 미국이 전략적으로, 기꺼이 세계 안보를 유지해온 역할을 포기하게 되는데다가 미국 국민은 은밀히 진행되어 나중에 드러나도 부인할 수 있는 군사 활동에 점점 익숙해지고, 미군은 전 세계를 도달 범위 내에 두게 되고, 그리고 세계에 대해 훨씬 중상주의적으로 접근하게 되면, 앞으로 미국이 안정보다는 혼란을 외교정책의 도구이자 바람직한 목적으로 추구하는 미래를 상상하기란 <스타워즈>에서 애너킨 스카이워커가 타락해 암흑세계로 넘어가기만큼이나 쉽다.
[비판] 자이한이 자기 나라인 미국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자이한의 말대로 앞으로 미국이 행위한다면, 미국이 혼란을 외교정책의 도구와 목적으로 추구한다면 미국은 악의 축이다. 자기들의 패권이 무너지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세계 질서와 평화에 훼방을 놓는 것이 된다. 그렇게 된다면, 전 세계 모든 국가는 단결하여 미국이 저지르는 훼방을 막고 응징해야 한다. 곧 그렇게 될 것이다. 세상에는 독불장군이 없다. 미국도 지구상의 한 국가일 뿐이다. 화무십일홍, 아무리 강대한 제국이라도 한계가 있다.
2022년 입동일에 열락연재에서 박희용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