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는 그 시대와 사회상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국립국어원은 현실을 반영하는 신조어를 정리해 ‘신어 기초자료’라는
보고서를 최근 냈다. 최근 1년간 일간지와 인터넷 매체 등에 등장한
신조어를 정리한 이 자료는 10월 국립어학원이 공개할 개방형 한국어
대사전인 ‘우리 말샘’에 실릴 예정이다.
기가 막히고 코도 막히는 신조어를 대하면, 50대 이상의 세대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말’인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지 알 수도 없고
그 말의 뜻은 물론, 도대체 어느 나라말인지도 구분하기 어렵다.
혹시 ‘알바추노’라는 희한한 말을 아는가? 이 말은 ‘아르바이트’를 뜻하는
‘알바’와 도망간 노비를 잡기 위해 ‘쫓음’을 의미하는 ‘추노’를 합한 신조어다.
즉,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도망하다’라는 뜻. 아르바이트 환경이 열악한
노예수준의 격무에 시달리는 청춘이 많은 현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오지 않으면서 연락 두절된 상태가 되는 경우를 말한다.
‘등골 백팩’. 부모의 등골이 휠 만큼 값비싼 책가방을 말한다.
명품열풍이 불면서 젊은이들도 50만원을 웃도는 유명 패션 브랜드 책가방을
메야만 주목을 받는 현실에서 나온 말이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진
신세대의 서글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신생아남(녀)’란 말도 있다. 신생아처럼 먹거나 씻는 기본적인 일조차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할 수 없는 무능력한 남자(여자)를 일컫는 말.
과잉보호 속에 자란 탓에 대학 수강신청도 부모가 대신해주고 직장을 그만
둘 때에도 부모가 대신 직장에 찾아와 통보해줄 만큼 자립의욕이 사라진
신세대의 모습을 반영한 신조어다.
‘신캥커루족’은 경제적으로는 자립했지만 계속 부모 집에서 집값을 내고
살면서 부모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자녀를 말하며,
‘차러리맨’은 아이를 뜻하는 영어의 차일드(child)와 샐러리맨(salaried man)이
합쳐진 단어로 취업 후에도 부모에게 심적으로나 물질적으로 기대어 사는 사람을 뜻한다.
가장 서글픈 신조어 중 하나가 ‘삼포시대’인데, ‘연애’ ‘결혼’ ‘출산’등
세가지를 포기한 시대를 일컫는다.
‘타조세대’란 재미있는 말도 있는데, 맹수로부터 위협을 받으면 도망가는
대신, 땅속에 머리를 파묻으면서 안도하는 타조에 빗대어 ‘노후에 대한
불안이 있지만 대책이 없는 세대를 뜻한다.
세태를 나타내는 신조어로
‘생강녀’는 ‘생활력이 강한 여자’.
‘능청남’은 ‘능력도있고 청소도 잘하는 남성’.
또 ‘간장녀’는 ‘간장처럼 짠 실속형 소비를 하는 여성’.
‘대전동 아빠’는 자식 교육을 위해 서울 대치동에 전세를 얻는 아빠를.
‘아들앓이’는 아들을 지나치게 좋아해서 아들을 보지 못하거나 만나지
못하면 괴로워하는 현상을.
‘팽귄부부’는 여가활동이나 식생활, 외식 같은 가족의 모든 라이프스타일과
라이프사이클을 어린 자녀에게 맞추는 부부를 뜻하는 단어.
디지털 시대를 반영한 기상천외한 신조어도 있다.
‘트통령’은 트위터에서 대통령만큼이나 영향력이 강한 삶을 뜻하는 말이다.
‘스마트폰 노인’은 머리를 숙인 상태로 하도 오랜 시간 스마트폰 화면만 쳐다보다
보니 입 주위가 쳐져 노인처럼 나이 들어 보이는 증상을 일컫는 단어다.
‘디지털 단식’은 디지털기기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빈도를 줄이는
일로, 진짜 밥을 못 먹는 것보단 인터넷과 카카오 톡을 못하는 것을 더욱
두려워하는 요즘 신세대의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직장인과 직장생활과 관련된 신조어. ‘런치투어족’이란 멋진 말도 있다.
‘점심시간에 식사를 하는 대신 공부나 운동을 하면서 개인적 볼일을 보는
직장인’을 뜻한다.
‘운도남(녀)’은 운동화를 신고 출퇴근하는 ‘시크’한 도시남자(여자).
‘직따’는 직장 내에서 동료를 따돌리는 일을 뜻한다.
그럼 ‘월급루팡’은 월급을 루팡(추리소설, 괴도 루팡의 주인공)처럼 훔친다는
뜻에서 ‘하는 일없이 월급만 축내는 직원’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