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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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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을 길러내는 기청운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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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대학시절 [흥사단 아카데미]라는 동아리에서 활동한 적이 있었다. 독립운동가요, 민족지도자이었던 도산(島山) 안창호 선생에 의해 설립된 흥사단의 학생 조직이었기에 안창호 선생의 글이나 책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어록중 하나는 “젊은이들이여 인물되기 공부를 하라”라는 말이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그 시대와 그 민족을 이끌어 갈 능력 있고 헌신적인 인물, 인재가 반드시 필요함은 다시 강조할 필요가 없으리라.
이 땅에 기독교의 복음이 전파된 이래 한국교회는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서 많은 인물들을 육성해 왔다. 구한말에는 대부분의 개화 계몽운동의 지도자들이 교회로부터 나왔으며 일제시대에는 3.1 만세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의 현장에 기독교 정신에 감화를 받은 많은 애국 청년들이 있었다. 또한 군사독재정권 시대에는 민주주의와 정의, 인권옹호를 위한 고난의 대열에서 기독 청년, 학생들이 그 선두에 서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한국교회는 분명히 시대에 뒤쳐지고 있으며 갈수록 역사의 현장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교회에서 각급 주일학교는 약화되고 있고 젊은이들이 점점 교회를 떠나가고 있다. 그나마 교회에 남아있는 청소년, 청년들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꿈이나 비전을 갖지 못한 채 개인주의와 성공주의라는 시류에 끌려 사는 무기력한 젊은이들이 많은 것을 보게 된다. 선교 역사가 120년에 불과한 한국교회가 1,0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유럽 교회를 닮아가는 것이 아닌지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다시 한국 교회의 젊은이들이 교회에서뿐 아니라 이 사회와 역사 속에서도 개척자요 지도자로 그 역할을 감당하게 하자면 먼저 전교회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사회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 이즈음에 다시금 한국교회는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한국교회는 이미 역사가 오래된 일부 교회들로부터 시작하여 심각한 노령화를 경험하고 있다. 수십년 후 거의 모든 교회에 노인들만 남아있는 비극을 경험하지 않으려면, 현재의 목회자들과 교회지도자들이 청소년, 청년들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투자해야 한다. 청소년목회, 청년목회의 성공사례들을 공유하고 전교회적 차원에서 대대적인 차세대 육성운동을 전개하기로 결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형성된 교회내 가부장적 제도와 질서를 반성하고, 젊은이들의 참여를 증대시켜야 한다. 청년들이 단순히 교회내 각 기관의 소모적인 말단 일꾼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제반 사역의 중심에 서서 마음껏 저들의 꿈과 역량을 발휘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어린이로부터 청소년, 청년들이 즐겁게 교회를 찾고 교회가 저들의 삶에 있어서 한 축이 될 수 있도록 교회 공간을 대폭 개방하고 필요한 시설들을 갖춰 가야 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자녀들 중심의 의사결정이 당연시되고 있다. 자녀들을 위해서라면 부모가 직장을 바꾸기도 하고 이사나 이민을 가기도 한다. 이런 의식과 생활방식은 교회의 삶에서도 적용되어야 한다. 기성세대 중심의 제도나 구조, 시설을 차세대 중심으로 바꾸고 다음 세대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충족시켜 갈 때만이 한국교회의 노령화는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교회의 노력과 아울러 청년들 스스로도 미래사회를 담당할 지도자요 인물이 되어 보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인물이란 공부를 잘한다거나 경제적 능력이 있다거나 외모가 잘났다는 등의 요소와는 별 상관이 없다. 그런 요소들을 갖고 있다면 좀 더 큰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반면 그래서 이웃과 사회, 역사에 봉사하기 보다는 자신의 안일을 위한 성공 출세욕의 노예가 될 위험성이 훨씬 더 높은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명문 대학을 나오엄청난 부를 소유했지만 사회를 위해 필요한 인물이 되기는커녕 사회의 재앙이 되는 경우들을 수없이 경험해 오지 않았던가?
즉 이 역사와 시대에 필요한 인물이란 세상을 보는 올바른 시각과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서 나오는 것이다. 그들 가운데 이웃과 사회, 인류를 위해 한번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보겠다는 진정 큰 꿈을 가진 이들이 장차 그 시대와 역사에 꼭 필요한 인물이 되는 것이다. 청소년, 청년들은 한국교회의 미래일 뿐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요 인류의 미래이기도 하다. 따라서 오늘날 기독 청년들은 단순히 교회생활에 충실한 사람이 되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건강한 그리스도인인 동시에 건전한 시민으로 나아가서 이 민족과 인류의 지도자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스스로를 준비하고 훈련시켜야 한다. 이 나라에서 더욱 민주주의를 성숙시켜 가는 일꾼, 민족의 통일을 위해 일하는 일꾼, 아시아와 세계 평화의 꿈을 실현해 가는 일꾼, 소외된 이웃들과 세계의 고난 받는 형제들을 위해 헌신하는 일꾼들이 우리 기청을 통해 길러져야 한다. 20-30년후 기청운동을 통해 길러진 수많은 인물들이 슈바이처처럼 또는 만델라나 마더 테레사처럼 세계의 존경을 받는 날이 오면 좋겠다. 그들을 바라보면서 또 그 다음 세대들이 올바르고 신앙적인 꿈과 비전을 품고 자라나 연이어 한국사회와 인류의 21세기를 이끌어 가는 가슴 벅찬 기청인물의 시대가 열려지기를 기대해 본다. | |
정해동 목사 총회 국내 선교부 부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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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역사와 시대에 필요한 인물이란 세상을 보는 올바른 시각과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서 나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