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떨어진 노트북
우리집 컴은 한 대이고 아내와 나는 바깥일을 마치고 나면 같은 시간대에 컴을 켜고 인터넷을 보고 해싸니 아내가 먼저 앉아 경리등을 볼때는 저는 기다립니다. 때로는 내가 먼저 자리에 앉으면 아내는 “회원관리하게 쫌 비켜 주이소!”그말이 끝나자 마자 내려 옵니다. 회원관리는 우리집 최고의 명분이고 절대명령입니다.
오래전 부터 한컴 두주인 체제에 피곤을 느낀 사람은 아내였습니다. 최근 아들과 소곤소곤 하드마는 결론은 노트북을 하나 사자고 했습니다. 이왕 컴은 하나 있으니 어디든 들고 다닐 수 있는 이동식 컴을 하나 가지면 편리하다는 결론이 나와 나도 그러자고 했지요. 우리집 달구아이들 한테 물어보면 까짓거 이것하나 안사주겠나 싶었습니다.
며칠 지난뒤 진짜 시커먼 노트북이 오고 아들은 인터넷이랑 몇가지 다운로드 받아 바탕화면에 깔더니 저거 엄마한테 줍니다. 아내는 절더러 노트북은 쳐다보지도 말고 건드리지도 말랍니다. 하이고 안그래도 이제는 내컴이 생긴셈이니 시커먼 저 짜슥은 눈도한번 안맞추께 걱정 말라고 했습니다.‘
아내는 몇 번 노트북으로 회원관리도 하는 듯 하고 인터넷을 보드마는 두가지가 불편하답니다. 타자가 여엉 잘 안되고 노트북 글씨가 작아서 잘 안보인 답니다. “아니 당신은 아들 노트북 한번씩 안봤소? 타자도 좁아서 한번에 두자씩 때릴때도 많다는거 알낀데 이제와서 무신 자다가 너머 다리 껀질고 있소!” 나는 속으로 아이고 저 아까븐 노트북 내버리게 생겼네 하고는 속 아파 하는데, 아내는 노트북과 컴을 바꾸잡니다.
그랑께 내는 노트북하고 자기는 컴을 하는데 이번에는 컴을 쳐다 보지도 말기로 하자고 했지요. 사실 나도 노트북 타자를 해보면 두어자씩 때릴때도 많고 컴퓨터 타자 연습으로 익숙한지가 십년이 훌쩍 넘어서 노트북타자는 속간지럽게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글씨가 뜨는 것 하며 책상이 따로 엄서서 늘 앉아서 해야 되는게 불편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집 경영 해게모니는 아내가 쥐고 있고 나는 일만하는 큰머슴이니 아내의 이야기가 끝난뒤로 밤중에 눈이 뜨이면 검은 가방속에 시커믄 노트북을 꺼내어 타자를 치기도 하고 인터넷을 보기도 합니다. 사람은 환경에 익숙하기 마련인지 제일 먼저 타자가 손에 들어옵니다. 처음에는 글한번 쓰는데 지우기를 여러차례 하니 자연 안봐도 손이 지우기 단추와 친해 버립니다.
생각보다 가벼운 터치로 글을 쓰는게 어렵지가 않아서 이제는 매일 밤중에 일어나 글연습을 해보는데, 소리도 조용하여 아내가 깨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한보름 지나서 나는 노트북 하고 애인처럼 사이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시커멓게 보기싫든 가방과 노트북이 까맣게 쌔련된 디자인과 편리함이 마음을 파고 들고 잠자리에서도 열어볼수 있는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글을 쓰면 노트북으로 말케다 쓰는데,불편함이 지우개로 지우듯 조금씩 지워집니다. 넓은 타자기에 하다가 좁아진 타자기로 하니 처음에는 손이 아픈듯하고 몸살나듯 어깨가 아팠는데, 그런 단계가 지나고 나니, 노트북은 우리집에서 나와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어디든 들고 댕기면서 현장 취재를 그 자리에서 해가지고 팍팍! 올려볼까 싶습니다.
금산1기(2003년)때부터 알게된 컴타자 연습시절부터 지금까지 시간을 접고 드디어 노트북 시대로 들어간 산청농부 이태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