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의 사자성어(89)>
89. 군자삼변(君子三變)
임금 군(君), 아들 자(子), ‘군자’ 라 함은 ‘학식과 덕망을 갖춘 사람’을 뜻하고, 석 삼(三), 변할 변(變), ‘삼변’이라 함은 ‘세 번 변한다’ 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군자삼변“이란 ”군자는 세 번을 변한다“는 의미이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군자라면 한결 같아야 하는 법인데, 군자가 세 번이나 변한다니 이상하게 들릴 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 군자가 변한다는 것은 군자가 이랬다 저랬다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각각의 상황에 따라 군자에게서 받는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다. 즉 군자는 언제나 변함이 없는데, 보는 사람들의 느낌이 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먼저 일변(一變)이다. 멀리서 볼 때 군자의 모습은 위엄이 있고 의젓하다. 일부러 꾸며서 얻는 엄숙함이 아니라, 내면의 수양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품위 있고 당당한 모습이다. 엄숙한 군자의 모습에 사람들은 압도된다. 군자에게서 카리스마가 느껴져 가까이 하기를 어려워한다. 다음으로 이변(二變)이다. 막상 가까이에서 군자를 대해보니 온화하고 부드럽기만 하다. 알고 보면 정이 넘치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 군자이다. 멀리서 볼 때와는 달리, 사람을 대할 때 따뜻한 인간미가 드러나는 것이다. 이를 논어에서는 즉지야온(卽之也溫)으로 표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삼변(三變)이다. 군자의 말을 들어보면 정확한 논거가 서있다. 논어에서는 이를 정기언야려(聽其言也厲)라고 표현하고 있다. 군자는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이다. 비록 달변은 아닐지 모르지만, 말에 논리가 정연하고,신의가 있다.
이상과 같이 의젓함과 온화함, 그리고 말의 엄정함, 이러한 세가지 품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것을 군자삼변이라고 한다. 이처럼 군자란 학문과 덕행이 높고, 행동이 바르며 고결한 품격을 지닌 사람을 뜻한다. 군자와 같이 있으면 믿음이 가는 기분 좋은 사람이다. 명품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과 같이 군자는 명품인간이다.
군자와 대비되는 말이 소인(小人)이다. 소인은 간사하고 도량이 좁은 사람이다. 덕이 없고 자아정체성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소인들은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취한다. 매사에 짜증을 쉽게 내고, 교만하고 부정적이며 자신만의 세상이다. 내로남불하기 일쑤이다. 이기적이며 진정성이 없는 사람이다. 단점만 보고 트집을 잡기 때문에 소인과 같이 있으면 공연히 불편하다.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와 소인의 다름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① 군자는 의리에 밝고, 소인은 이해관계에 민감하다.
② 군자는 항시 태연자약한데, 소인은 언제나 근심걱정으로 지새운다.
③ 뜻대로 안되는 경우, 군자는 자기에게 구하고, 소인은 남의 탓으로 돌린다.
군자를 가까이하면 군자를 닮아가고, 소인을 가까이 하면 소인처럼 되어간다. 붉은 색을 가까이 하면 붉게 물들고(近朱者赤:근주자적), 먹을 가까이 하면 검게 되는 (近墨者黑:근묵자흑)것과 같다.
소인이 득세하면 세상이 어지럽고, 시끄럽다. 혼란스럽고 병든 사회가 된다. 이에 반하여 군자가 득세하면 물질과 정신이 균형 잡힌 사회가 되며, 정의가 살아 숨쉬게 된다. 건강하고 풍요로운 사회가 된다.
무릇 군자는 자신의 모습을 물에다 비추어 보지 않고, 세상 사람들에게 비추어 본다. 물에 비친 자기모습을 보며 자화자찬 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남의 눈에 비친 자기모습이 진정한 자기모습이다.
정치인들은 걸핏하면 국민의 이름을 팔아 자기들의 주장이 옳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누가 옳은 지는 국민들의 보는 눈에 달려 있다. 군자삼변(君子三變)처럼 세상 사람들이 보는 각도에 따라 군자인지 여부가 판별되는 것이다.
의젓함과 온화함 그리고 말의 엄정함, 이러한 군자의 요소를 내가 과연 얼마나 가지고 있는 지를 스스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2023.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