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안주고 남편만 준다.’는 속담을 가진 채소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채소로 김치는 물론 생채나 보신요리와 같은 건강식품에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으며 소비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농가 입장에서는 재배기술이 발달하여 연중 재배가 가능하고 다른 농작물에 비해 생육기간이 짧고 자금회전도 빠른 장점으로 재배면적도 늘고 있다.
특히 이른 봄 독특하고 강한 냄새로 입맛을 유혹하는 부추이다.
동북아시아가 원산지로 중국 동북부에는 지금도 자생지대가 있으며, 일본, 중국, 한국, 인도, 네팔, 태국, 필리핀에서 주로 재배하고 있다.
서양에서는 재배되지 않는 채소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서 중요한 식재료로 이용되며 재배가 가장 발달한 나라는 일본이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11C 경 《시경》, 일본에서는 900년경 《시선자경》에 등장한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 《향약구급방》에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중국에서 전래되어 이용역사가 오래된 다년생 채소이다.
‘정구지’ ‘부채’ ‘부초’ ‘솔’이라는 지방명이 다양하며 오래 전부터 제사음식, 약용, 식용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되어 왔다.
‘조선부추’로 부르는 재래종은 개량종에 비해 잎 폭이 좁고 길이가 짧으며 매운 맛이 강하고 향이 진하다. ‘솔부추’ 또한 재래종으로 솔잎처럼 가늘고 여리며 중국부추는 ‘호부추’라고도 하며 비늘줄기를 길게 자라게 하여 크게 키운 것이다. 국내육성 품종과 수입품종이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다.
재래종의 맛을 아는 사람들은 도입종 품종 보다 재래종이 독특한 맛과 향이 뛰어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사실 시설에서 자란 부추는 휘발성 방향물질 생성이 노지재배 보다 적어 향기가 약한 편이다.
부추 학명의 ‘Allium’은 ‘고약한 냄새’라는 뜻의 켈트어로 부추의 냄새가 싫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는 황화합물인 ‘황화아릴’로 뛰어난 방부작용과 살균작용을 하고 비타민B₁흡수를 도와준다. 또한 이 성분이 몸에 흡수되면 자율신경을 자극하여 에너지 대사를 높여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곡류를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비타민 흡수를 도와주는 중요한 채소이다. 이밖에도 엽록소와 철분이 많이 들어 있어 빈혈과 코피가 쉽게 나는 체질의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기양초’라 하여 양기를 돋게 해주고 간장기능을 좋게 한다고 하였고《본초강목》에는 ‘온신고정’이라 하여 비뇨ㆍ생식기 기능을 높여 준다고 하였다. 또한 날로 먹을 수 있고 데쳐 먹을 수 있고 절여 먹을 수 있으며 오래 두고 먹을 수 있고 매운 맛이 변하지 않는다고 하여 다섯 가지 덕을 가진 채소라고 하였다. 불교에서는 수행을 방해하는 쓴 맛이 나는 다섯 가지 채소 중에 하나로 사찰음식에서는 금기시하는 채소다.
또한 조선왕조실록의 여러 기록에 ‘하늘과 조상께 드리는 제사에 부추김치를 빼놓으면 안된다.’고 하거나 제관들에게 ‘냄새나는 부추 음식을 삼가’라고 하였다. 《세종실록》에는 성균관에서 일하는 종의 처와 간통하였다가 머리카락을 잘린 관리에게 ‘자네의 머리털은 부추’라고 놀린 일화가 전해진다. 아마도 새롭게 머리털이 자랐더라도 과거의 잘못을 경계하라는 의미가 아니지 생각해 본다.
부추를 뜻하는 한자어 ‘韮(구)’는 땅에서 무성하게 자라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며 ‘부추 밭에는 눈이 쌓이지 않는다.’는 속담은 부추의 따뜻한 성질을 표현한 것이고 한 자리에서 3∼4년은 기본이고 관리만 잘하면 10년 이상 자랄 수 있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뛰어난 생명력 때문에 ‘게으른 사람이 가꾸는 채소(나인채)’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이다. 또한 전문적인 농사꾼이 아니더라도 도시 텃밭에서도 쉽게 길러 이용할 수 있다. 씨앗을 직접 뿌려 가꾸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모종을 심어 키우면 좋고 한번 뿌리만 내리면 잘 자라므로 포기를 나누어 옮겨 심으면 금방 부추 밭의 모양이 갖추어 지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겨울의 문턱에서 서리를 맞으면 잎은 시들지만 뿌리는 봄에 활기차게 돋아날 준비를 하는 중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2002년 축구 월드컵에서 국가대표로 맹활약한 안정환 선수의 부인은 2023년 12월 최근 모 TV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부추가 남자 몸에 좋다고 해서 신문지에 돌돌 말아서 힘들게 싸들고 다녔고 자녀들이 태어난 것은 부추 덕분”이라고 소개하기도 하였다.
부추는 봄이 제철이다. 나른해지는 몸을 깨워주는 맞춤 채소이다.
제철을 맞은 봄 부추가 손짓하고 있다. 망설이지 말고 다가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