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이름 조사 결과, 여자는 ‘아름’, 남자는 ‘한솔’을 가장 많이 사용
(2003.01.15)
문화관광부는 전국에 있는 순우리말 이름의 사용실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2002. 5∼12월까지 8개월간 한말연구학회(회장 김승곤)에 의뢰하여 조사한 『토박이말 이름 어휘집』을 발간하였다.
이번 조사 보고서는 사람 이름은 사용 빈도, 지은 뜻 등으로, 가게 이름은 사용빈도, 형태 구조, 업종 정보 등으로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정리한 것인데, 토박이말 사람이름 508개와 가게이름 7,456개에 대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토박이말 사람 이름
전국의 500여 초·중·고등학교를 균형 있게 선별하여 설문 조사한 결과, 모두 3,182개(남 406, 여 2,776)의 토박이말 사람이름을 수집하였는데, 이중 서로 다른 이름의 수는 모두 508개(남 143, 여 365)로 나타났다. 이들 토박이말 이름을 분석한 결과 아래와 같은 특징이 나타났다.
▶ 토박이말 이름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아
토박이말 이름은 남자 보다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름을 짓는데 전통적으로 한자어의 돌림을 따르는 남자 이름과 달리 여자 이름에는 이런 구속이 없고, 또 한자어 이름에 비해 토박이 말 이름이 여성적이고 정서적인 면이 더 두드러지기 때문에 남자보다는 여자의 이름을 토박이말로 짓는데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 총 설문 응답수 : 3,182명(남자 406명, 여자 2776명)
▶ 사용 빈도의 특징
- 여자 이름은 ‘아름’, 남자 이름은 ‘한솔’을 가장 많이 사용 -
여자 이름으로 가장 사용 빈도가 높은 것은 ‘아름(175개), 슬기(138개), 보람(128개), 하나(115개), 보라(78개)’의 순이고, 남자 이름은 ‘한솔(29개), 슬기(25개), 하늘(24개), 우람(19개), 한결(17개)’의 순으로 나타났다.
위의 여자 이름 5개의 사용 빈도가 여자 이름 2,776명의 약 22.8%를 차지하였고, 남자와 여자의 이름이 두루 쓰이는 것은 ‘슬기, 하늘, 가람, 다운, 한별, 보람’ 등이었다.
토박이말 이름의 음절은 한자 이름과 마찬가지로 2음절의 사용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80.7%), 가장 긴 이름은 ‘하늘빛실타래로수노아’로 10자였다.
▶ 토박이말 사람이름의 형태구조
토박이말 이름은 형태에 따라 낱말형과 구문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일반 낱말을 그대로 사람 이름으로 사용하는 경우와 기존의 낱말을 합성, 파생, 활용, 생략 등의 방법으로 새로운 이름을 만든 경우를 각각 말한다.
<보 기>
① 낱말형
○ 기존의 낱말을 그대로 쓰는 경우
- 가을, 고니, 구름, 구슬, 그네, 길, 나라, 나루 등
○ 합성, 파생형
- 합성 : 꽃달(꽃+달), 눈별(눈+별), 뜰봄(뜰+봄), 눈솔(눈+솔)
- 파생 : 꽃님(꽃+-님), 누리님(누리+-님), 샘이(샘+-이)
○ 활용형
- 명사형 : 귀염(귀엽다), 나눔(나누다), 누림(누리다)
- 관형형 : (고운(곱다), 당찬(당차다), 맑은(맑다), 바른(바르다)
○ 생략형 : 나슬(나무+슬기롭다), 슬람(슬기+우람하다)
② 구문형
○ 난 새(동사+명사), 큰기쁨(관형사+명사), 뜰에봄(명사+조사+명사)
▶ 이름을 지을 飁 ‘성’과의 어울림 또는 형제 이름을 고려
토박이말 사람 이름을 짓는데 두드러진 특징은 한자어인 ‘성’의 한자 의미와 관계없이 소리만을 따져 어울리게 짓기도 하며, 형제 이름을 고려하여 짓기도 한다.
<보 기>
둁 성과의 어울림
- 강-나루, 고-아라, 이-겨라, 정-겨운, 한-송이, 민-들레, 신-나라
둁 형제 이름 고려
- 돌림자 따르기 : 겨레-겨운, 나루-나래, 그네-시네, 보라-소라
- 연상 의미 따르기 : 가람-샘, 달님-별님-해님, 믿음-사랑, 맑음-밝음
- 낱말 잇기 : 우리-나라, 하늘-나라, 아름-다운, 우리-두리
▶ 토박이말 이름 짓기에서의 문제점
토박이말 이름 짓기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몇몇 이름에 편중되어 있다 는 점이다.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여럿이 있다면 남과 나를 구별해 주는 일종의 표지로서 이름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없다. 이는 토박이 이름을 지을 때 예쁘고 부르기 좋은 이름만을 지나치게 선호하기 때문인 데 이름을 짓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식이 늘 어린아이로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토박이말 가게이름에 대한 조사 자료는 한국통신에서 2002년에 발행한 ‘전국 상호별 전화번호부’를 대상으로 삼아 전국에 있는 모든 업종에 걸친 가게 이름 중 토박이말 가게 이름 약 6만 3천여 개를 추출하여 서로 다른 가게 이름 7,456개를 수집하였으며, 이를 분석한 결과 아래와 같은 특징들이 나타났다.
▶ 음절 구성상의 특징
- 1음절부터 12음절까지 사용하며, 3음절 가장 많이 사용 -
수집된 토박이말 가게 이름은 1음절로 된 ‘감’으로부터 12음절 된 ‘머리카락이 심심할 때 오세요’까지 모두 7,456개이며, 음절수는 3음절로 된 가게이름이 2,391개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4음절 1,966개, 2음절 1,103개 순으로 많았다. 그런데 이들 가게이름은 단어뿐 아니라 문장의 형태로 짓는 경우도 많았다.
<보 기 : 문장의 형태>
○ 가재가 새우를 만났을 때(숙박 및 음식점업)
○ 사람들 사이에 쌈이 있다(숙박 및 음식점업)
○ 나의 맛이 그 집에 있다(숙박 및 음식점업)
○ 머리 위에 집을 짓는 사람들(기타 서비스업)
○ 흐르는 것이 어디 물뿐이랴(숙박 및 음식점업)
○ 두발로 선 소나무(교육서비스업)
○ 그대가 나를 부를 때(숙박 및 음식점업)
○ 생각이 자라는 아이들(교육서비스업)
▶ 새말 만들기에 나타난 유형의 특징
새말 만들기에 나타난 유형을 보면, 크게 ‘용언 활용형’, ‘소리나는 대로 적기’, ‘말 변형하기’, ‘방언 사용하기’로 구별되는데 이외에 비속어, 은어, 유행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가장 흔한 가게의 이름으로는 ‘우리(1,966개), 하나(1,852개), 한솔(1,445개), 한빛(1,150개)’ 등 순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1,000개 이상의 빈도를 가진 가게이름들은 ‘으뜸, 동일, 일치’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 국민들의 의식을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것’을 선호하는 의식도 보이고 있는데 ‘샛별(466개), 새마을(256개), 새롬(128개), 새신발신꼬(122개), 새싹(120개), 새로나(96개), 새빛(65개), 새샘(59개)’ 등이 있다.
▶ 업종별 가게이름의 특징
- ‘개미’, ‘개나리’ 등 우리와 친근한 동식물 이름 많아 -
모든 업종에 두루 쓰이는 가게이름은 ‘개미’, ‘개나리’, ‘거북이’, ‘번개’, ‘비둘기’, ‘코끼리’, ‘진달래’ 등과 같이 우리와 친근한 동식물 이름이 많았으며, 반면에 ‘새신발신꼬’는 122개의 가게가 사용하고 있는 이름이지만 한 개의 업종(소매업, 자동차 제외)에서만 사용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보고서는 앞으로 순 우리말 이름을 연구하는 사람과 이름을 짓는 사람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이며, 토박이말 이름을 널리 보급하는데도 유익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