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인물 한국사]6ㅡ3.
신사임당의 남편 이원수가 아니라, 이원수의 아내 신사임당이다③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편모슬하에서 외아들로 자란 이원수(李元秀)를 사윗감으로 낙점한 신명화(申命和)는 즉시 혼담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아, 이런 집안 없다니까 그러네…얘 할아버지가 옛날에 영월 군수를 지낸 신숙권이고, 얘 고조할아버지가…놀라지 마. 그 유명
한 문희공(文僖公)이라니까."
"문희준? 걔 군대 가 있잖아."
"장난 하냐? 문희준이 거기서 왜 나와? 문희공(文僖公) 신개 몰라? 옛날 세종대왕 시절에 좌의정까지 오른 양반을 모른단 말
야?"
"그렇게 빵빵한 집에서 왜 저랑 결혼하자고 그런데요? 하자 있는 여자 아냐? 알고 보니 숨겨 둔 애가 있다던가…."
"이 사람이 지금 토킹 어바웃을 날리는 거야? 하자라니! 평산 신씨 집안을 뭘루 보고!"
"아님 말구, 근데 이상하잖아. 그렇게 빵빵한 집에서 왜 나 같은 애한테 혼담을 넣냐구. 그것두 스물두 살 노총각한테 말야."
"음…아마도 네 포텐셜을 높게 평가한 게 아닐까?"
"포텐셜?"
"지금이야 비리비리 하지만, 조만간 네 잠재력이 폭발하게 될 거고 그럼 신씨네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이거지."
"그…런가?"
"장인 될 사람이 공부는 못하지만, 그래도 사람 보는 눈은 좀 되거든."
"에…장인 될 사람이 언제 날 봤대?"
"마, 말이 그렇다는 거지."
"얘야. 더 볼 거 없다. 치마만 둘러도 오케인데, 평산 신씨 집안에…그것도 문희공 집안이면 땡큐지. 못 먹어도 고! 무조건 고고
씽!"
예상대로 이원수와 어머니 홍씨는 무조건 오케이! 혼담은 성사되게 된다.
"인선아…원수를 사랑하란 말 알지?"
"지금 선교 하세요 아버지?"
"말장난 할 시간 없다. 네 아부지 지금 있는 힘, 없는 힘 다 뽑아서 네 인생 마스터플랜을 짰다."
"아빠"
"꼴을 보아하니 네가 시어머니 봉양하면서 집에서 썩을 팔자는 아닌 거 같고…내가 왜 그 원수 같은 놈을 사윗감으로 골랐는지
너도 감 잡았을 거다."
"…."
"너한테는 좀 얼빵한 남편이 필요해. 집안도 좀 기우는 듯 해야지 함부로 개기지 못할 거야. 거기다가 외아들이니까 너한테 태
클 걸 시댁 식구도 없을 거고…결정적으로 편모슬하니까, 잘 하면 처가살이도 오케이 할 거야."
"아빠…쌩유."
"이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전부다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해라."
그렇게 중종 17년(1522년) 8월 20일 이원수와 신사임당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몇 달 뒤 신명화는 세상을 뜨게 된다. 사윗
감을 고르느라 너무 힘을 뺐던 것일까? 어쨌든 신명화는 신사임당에게 가장 '최적화 된 신랑감'을 찾아냈고, 이를 딸에게 선물
(?)하고는 세상을 뜬 것이다. 자, 그럼 계산 들어가 보자. 신명화는 사랑하는 둘째 딸의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해 줄(삼종지도를
생각한다면) 사위를 골랐으니, 편히 눈을 감았을 것이다. 딸인 신사임당도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시 시대상을 생각한다면,
개방적인 아버지 덕분에 나름 만족할 만한 남편을 얻었다(김성립과 혼인 한 것을 필생의 한으로 생각했던 허난설헌에 비하면
그야말로 복 받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혼인의 또 다른 한축이 되는 이원수는 어떠했을까? 이원수는 행복했을까? 그
의 결혼생활은 합환주를 마시기 전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신사임당의 혼례 바로 직전으로 되돌려보자.
"에, 그러니까 자네가 원수라고? 이원수?"
"예, 장인어른"
"이름 기억하기는 좋네."
"제 이름이 좀 그렇죠?"
"음…뭐 이렇게 보자고 한 건 다름이 아니라…내가 딸만 다섯이잖아? 근데 딴 애들은 모르겠는데 둘째 녀석은 내가 꼭 좀 데리
고 있었으면 싶어서 말야."
"지금 데릴사위를…."
"아니 뭐 꼭 찍어서 데릴사위라고 하기는 그렇고…에 또 뭐시냐, 내가 거의 뭐 그렇게 살았거든? 근데 그게 그렇게 나쁘지 않더
라구. 아니 나쁜 게 아니라. 좋지!"
"장인어른이 데릴사위셨어요?"
"데릴사위는 아니구. 주말부부라고 해야 하나?"
신명화는 강릉에 사는 이사온(李思溫)의 무남독녀와 결혼했는데, 이게 좀 문제(?)가 있는 결혼이었다. 결혼 후 남편 따라 시댁이
있는 서울에 올라온 거 까지는 좋았는데, 강릉에 있는 친정엄마가 덜컥 병에 걸려 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자 이씨부인은 시어머
니와 신명화를 붙잡고 하소연을 한다.
"자식이라곤 나 하나뿐인데, 내가 가서 울 엄마 간병하면 안 될까 응?"
효도 한번 해 보겠다는 데 이를 야박하게 내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시댁에서는 이를 허락하게 된다. 문제는 그렇게 가고 나서
는 소식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신명화가 강릉으로 내려가 이씨 부인을 데려오려 하자 이씨부인이 못가겠다고 버티기 시작한
다.
"자식이라곤 나하나 뿐인데! 내가 가면 울 엄마는 어떡해? 난 못가!"
"그럼 울 엄마는? 울 엄마는 엄마 아냐?"
"자기네는 식구도 많잖아!"
이렇게 해서 신명화는 이후 16년 간 서울과 강릉을 오가며, 주말부부 아닌 주말부부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저기, 장모님은 원래 무남독녀라 그런 거지만 제 마누라 될 사람은 다섯 자매인데…."
"아, 자네가 몰라서 그런데 이게 우리집안 전통이거든?"
"네? 전통이요?"
슬슬 뭔가 꼬이기 시작했다는 걸 느끼는 이원수! 과연 그는 신명화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초특급 대하 울트라
사극 '신사임당의 남편 이원수(李元秀)가 아니라, 이원수의 아내 신사임당이다'는 다음회로 이어지는데…커밍 쑨!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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