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작약 산유화

[길뫼]

산유화가 생각납니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의 김소월 그 산유화 말입니다.

또 산유화가 생각납니다. 삼청공원의 산유화, “두 명 제자로부터 동시에 사랑을 받는 폐병 걸린 불문학 교수가, 방황하다 각혈하고 쓰러진 그 위로, 한 밤중 가을비가 추적추적 골목을 적시던 정비석의 산유화, 오해가 친구의 간계에 의한 것임을 알고 달려갔을 때는 이미 저 세상 사람 되어 무덤으로 기다리던 산유화, 그 무덤 앞에서 들국화 다발 놓고 무릎 꿇어 소리 참던 여옥의 통곡이, 문자의 대열에서 튀어나와 소리로 휘감던 정비석의 소설 그 ‘산유화’ 말입니다. 폐병과 불문학, 제자와 연인, 각혈과 가을비, 친구와 질투, 돈과 순정... 통속이지만 하나같이 순애보일 수밖에 없는 주제들입니다.

김소월의 ‘산유화’와 또 다른 시들이 배경 글로 서서, 음악인 듯 심금 흔들던 정비석의 ‘산유화’가. 백자각, 내 꽃 산작약이 꽃잎 다 벌리는 하루 끝까지 내내 생각났습니다. 소설 산유화로 더욱 애틋하던 詩의 산유화, 소월의 산유화로 더욱 抒情이던 정비석의 산유화, 까까머리 내 또 읽은 그 때 우리 고딩들에겐 막연한 그리움 그림자였습니다. 삼청공원, 산유화의 그곳을, 발 디딘 68년 쎄울, 순 돋고 꽃필 때 첫 나들이로 달려갔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소설에서 그랬던가 흉내 내어, 반쯤 빈 쐬주 병을 왼손으로 들고, 혼자 걸음으로 터벅터벅 들어섰던 삼청공원 소나무 그늘, 진달래, 산나리가 산유화로 기다렸는지 그건 모르겠습니다. 저 자리가 그 자리일 것이라고 막연히 짐작하고 앉았던 그 기억만 알겠습니다.

산작약, 이 꽃이 산유화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영화 산유화는 보지 못했습니다만, 그 영화 ‘여옥의 노래’는 부르면서 청소년을 거쳐 왔습니다. ‘산유화’와 ‘여옥의 노래’, 누구 하모니카로 불어줄 사람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달이 뜨던데, 달무리 지는 이 4월 밤에, 저기 저 앞 평촌 마을 보건지소 마당에 약장수라도 와, 가설무대 차려서는, ‘산유화’ 그 노래를 아코디언으로 눌러주면 좋겠습니다. 그 소리가 바람으로 여기 와, 떨어져 누울 산작약 꽃잎들을 너울 되어 감싸주면 섧지 않겠습니다.

 

[햇살편지]

후웃, 악양 뜨락엔 벌써 피었구나...무설재는 이제 올라오던뎁쇼. 여전히 바지런한 들판의주인 이십니다.

[길뫼]

거기도 산작약(백작약)이 있군요. 꽃들의 천국이니 야생화, 없는게 없죠? 없는게 어찌 없겠습니까만 아주 많죠?

[pinks]

산작약이군요? 참 청초한 매력이 있네요. 귀티가 난다고 해야하나? 야생화임에도 귀티가 나다니...

[길뫼]

맞습니다. 산작약, 백작약. 안성 무설재 부근의 산과 들에서도 그렇겠지만, 악양 이곳, 야생화 천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