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청하지말고 아무 것도 거절하지말며-인생/ 최 인호
5년에 걸친 투병생활중에 내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글을 쓸수 없는 허기 였다 피어나지 않으면 꽃이 아니고 노래 부르지 않으면 새가 아니듯, 글을 쓰지 않으면 나는 더 이상 작가가 아니다 그러나 창작은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이 요구되는 극한의 정신노동과 같은 것이다
항암치료료 지칠대로 지친 육체와 황폐한 정신력으로는 도저히 감당 해낼수없는 불가능한 희망 이었다
나는 내가 작가가 아니라 환자라는 것이 제일 슬펐다
나는 작가로 죽고 싶지 , 환자로 죽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언제 부터인가 성모님에게 생떼를 쓰기 시작했다 "아이고 어머니 엄마. 저 글쓰게 해주세요 아드님 예수께 인호가 글 좀 쓰게 해달라고 일러주세요 때가 되지않았다 하더라도 아드님은 오마니의 부탁을 거절하지는 못 하실 것입니다 저를 포도주로 만들게 해 주세요 이 세상을 잔칫날로 만들수 있는, 사람을 취하게 하는 좋은 포도주로 만들게 해 주세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2010년 10월27일 . 마침내 나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항암치료로 빠진 손톱에는 약방에서 고무 골무를 사다 끼우고 빠진 발톱에는 테이프를 칭칭감고 구역질이 날 때마다 얼음조각을 씹으면서 미친듯이 하루에 원고지 20에서 30매씩 하루도 빠지지않고 원고를 썼다
반세기에 가까운 작가생활을 하는 동안 누구보다 왕성하게 글을 많이 썼던 나였지만 이렇게 집중하고 이렇게 단숨에 활기 넘쳐 창작을 했던 적은 없었다
누군가 불러주는 내용을 받아적는 느낌이었으며 내 손은 자동 재봉틀처럼 저절로 작동하고 있었다
소설의 제목은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다 작품이 좋고 나쁜것을 떠나서 성모님은 아드님께 내 기도를 전해주셨고, 주님께서 기적을 베풀어 주시어 나를 포도주로 만들어주신 것만은 명백한 사실이다
나는 이미 수없이 많은 글을 써왔다
만약 이번에 쓰는 이 글이 먼젓번 글보다 더 독자를 거나하게 취하게 한다면 그것은 주님께서 나의 '떼'기도에 '항복'하시고 질좋은 포도주로 만들어 주셨기 때문일 것이다
生은 신이 우리에게 내린 命令 그래서 生命
............최 인 호 / 인 생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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