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여행기 <9> 아! 나의 킬리만자로.
2004. 11. 05 금
새벽에 비가 내렸다. 오전에 Moshi에 도착했을 때는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구름이 많아 산은 형체를 알 수 없었다. 점심 후 14:30까지 기다렸지만 구름은 걷히지 않았다. 우기가 시작되기 전인 Tour 전에 가자는 나를 -Safari 후에도 킬리만자로를 볼 수 있다고- 극구 만류한 Suzanne이 야속하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아~ My goal 킬리만자로!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려 Arusha에 가서 기념품을 사고 호텔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버스표를 살 때 어디서 사는지를 몰라서 주변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도와주겠다면서 중간에서 커미션을 챙기는 바람에 또 바가지를 썼다.
Knife x 5 = 20,000
Batic = 25,000
Tel. Card = 3,000
Laundry = 11,000
Transportation, Lunch, etc = 26,000
-------------------------
Total = 85,000Tsh
2004. 11. 06 토
새벽 일찍 일어나 셔틀 버스를 타고 킬리만자로 공항으로 향했다. 내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킬리만자로를 지금 떠나면 다시 돌아와서 볼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아프리카를 여행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시간과 비용과 들기 때문이다. 낙담해서 공항으로 가는 그 시간. 어제는 볼 수 없었던 킬리만자로가 차창 밖으로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연신 셔터를 눌러대었다. 여러 컷 중 한 두 컷이 쓸만하기를 기대하면서.
<728,730> 아! 나의 킬리만자로.
나를 포함한 다수의 관광객들이 셔터를 눌러대자 버스기사는 친절하게도 버스를 세워줬다. 얼른 수동 카메라를 꺼내 연신 셔터를 눌렀다. 나의 꿈(주1)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감사의 마음으로 버스기사에게 팁을 줬다.
<731> 잔지바르 풍경
킬리만자로 -> 잔지바르 -> 달에르 살람 -> JNB -> CPT의 비행 여정. 남아공의 Cape Town에 도착. 미리 예약해 두었던 Long Street Backpacker's(이하 LSB)에 연락해 준비된 셔틀 버스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다소 복잡해 보이는 구조의 LSB는 정문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철제문과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2개의 열쇠로 문을 열어야하는 등 안전해 보였다. City Center에 있지만 빌딩 사이에 감사 카메라가 있고 곳곳에 경찰을 배치해 치안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ATM 주변에는 카드를 소매치기 당하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항상 조심해야한다.
Dinner(115+24) = 139Rand
--------------------------------------------------------------------
주1) 왜 난 그토록 킬리만자로를 보고 싶었던 것일까? 뼈를 깎는 노력에도 기득권의 부도덕함에 좌절해온 내 과거의 삶처럼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처럼 살고 싶었던 나를 위로해주곤 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
삶이 힘들 때면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부르곤 했다.
언젠가부터 그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알고 싶었는데 정확히 아는 이가 없었다.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를 종합하면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 서두에 등장하는데 (확인을 위해 사서 읽어 봤다.)
그 소설대로 킬리만자로의 산정 근처에 ‘굶어서 얼어 죽은 표범의 껍데기’가 존재하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언젠가부터 그 킬리만자로를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소망이(Goal) 되어 있었고
2004년 마침내 탄자니아에 찾아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때마침 시작된 우기로 산은 구름에 가려져 있었다.
낙담하여 출국하는 길의 공항버스 안에서 구름이 걷힌 새벽 킬리만자로를 볼 수 있었다.
지금도 그때의 감동은 잊을 수 없다.
산기슭의 사람들은 표범의 실존 여부를 알지 못했다.
아니 그런 얘기 자체가 존재하는지를 모르는 듯 했다.
투어 가이드도 -표범이 그 높고 추운 곳까지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는데 촉박한 일정으로 직접 산을 오를 수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주 탄자니아 한국 대사관에 메일을 보내 확인을 요청했다.
결론은 ‘죽은 표범의 껍데기는 실존하지 않는다.’ 이다.
약간은 실망스런 결론이지만 내겐 표범의 실존 여부가 그리 중요하진 않다.
난 지금껏 스스로 고독한 표범같이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나를 이해해 줄 Female leopard를 찾아 여정을 마무리하고 싶다.
2006년 4월 19일 낯선 곳에서 아침을 맞으며(여행 2년 후에 작성)
-------------------------------------------------
2008년. 마침내 나는 Female leopard를 찾았다.(여행 4년 후)
2012년. 지금 나는 어린 leopard까지 세 식구가 지구의 어느 한 모퉁이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여행 8년 후)
2017년. 늦어도 이때가 되면 나는 푸근한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아이 그리고 가족이 함께 일군 자산과 함께.(여행 13년 후)
- 탄자니아 편 끝, 남아공 편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