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한 달 용돈은 20만 원입니다.
많은 건지 적은 건지?
용돈으로 제일 많이 하는 일은 책을 구입하는 일입니다. 목사가 책을 읽지 않으면 고리타분해질까봐 서점에 종종 들리곤 합니다. 이게저에게는 참 힘든 작업입니다. 입맛에 맞는 책을 고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기라도 하면 하루 종일 유쾌합니다. 그러나 허탕 칠 때가 더 많습니다. 어렵게 몇 권 샀는데 집에 와서 뒤적거리다가 싱겁기 이를 데 없으면 참 허전합니다.
어려운 분들이 오시면 조금씩 드리기도 하고 우리교회 꼬맹이들을 만나면 뭘 좀 사주기도 합니다. 학교 공부가 끝나고 더위에 지쳐서 흐느적흐느적 걸어가는 아이를 불러 세웠습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하나 사 주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인사를 서너 번은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찐빵이 먹고 싶다? 그럴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빵집에 들러서 2천 원어치 찐빵을 사기도 합니다. 혼자서 뭘 산다는 게 멋쩍어서 두리번거립니다.
가족들이 좀 지져 보인다 싶으면, 또 퇴근한 아내가 저녁 준비하기 힘들어하는 눈치 같으면 ‘야, 오늘 내가 한 턱 쏜다.’ 합니다. 외식하는 걸 아이들은 좋아하지만 아내로부터는 좋은 소리 못 듣습니다. 식당에서 나오면서 꼭 한마디 하거든요.
“이 돈 갖고 내가 집에서 해 먹으면 엄청 푸짐 할 텐데.”
이제 귀에 못이 박혔습니다.
“이거 봐, 한 번 외식할 돈이면 며칠 멋을 장을 보잖아.”
아내는 그 이튿날 오정동에서 장을 봐오면서 재방송을 했습니다.
어쩌다 아이들이 용돈이 궁해 진 것 같은 눈치가 보이면 조금 쥐어 주기도 합니다. 아주 쬐끔입니다.
그런데 지난달은 좀 수상하게 지내야 했습니다.5월 초순경에 친구 목사님 5분이 놀러 오셨습니다. 거기엔 독일 가서 유학하던 목사님 한분도 계셨습니다. 근 10년 만에 만난 겁니다. 참 반가웠습니다. 할 수 없이 식사와 유성 온천 비용은 제가 부담을 했습니다. 그리고 났더니 지갑이 헐렁해져 버렸습니다.
‘이번 한 달은 이대로 버텨야 한다.’
그럭저럭 빈 지갑으로 잘 지냈습니다.
그런데 5월 마지막 주간에 몸이 좋지 않아서 병원에 갈 일이 생겼습니다. 코 알러지 때문입니다. 이럴 땐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아내가 돈 넣어 주는 곳을 잘 알지요. 거기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에 다시 병원을 가야했습니다. 이번엔 표시 나지 않게 하려고 5 천 원짜리를 두 장 꺼냈습니다. 아내에게 얘기할까 하다가 그만 두어 버렸습니다. 아직까지 아내는 눈치를 채지 못한 모양입니다.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지도 모를 일입니다. 감쪽같이 넘어갈 수 있었는데 향기나는 편지 때문에 들통 나고 말았습니다.
이런 경우 저는 돈을 훔친 게 될까요?
앞으로는 단속(?)이 심해질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저는 아주 곤란해지겠는데요?
언젠가는 지갑 속에 저도 모르는 돈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상하다 했지요. 제 지갑을 뒤져본 아내가 용돈 궁해진 걸 알고 슬그머니 넣은 겁니다.
“이게 뭐야?”
아내는 빙그레 웃었지요. 꼭 한 번 그랬습니다. 그거 꽤 쏠쏠하던대요. 종종 그랬으면!
여성 여러분, 남자들은 이런 거 디게 좋아하거든요. 유쾌한 하루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첫댓글남자들은 이상하게도 "한턱" 쏘는 맛이 좋은가 봅니다. 주머니 사정을 재 볼것도 없이 일단 한턱 내고 보니까요. 남편들의 "쏘셜 포지션"(저희 남편이 돈 뭉텅 쓰고 온 날, 늘 쓰는 용어임)의 상승을 위해서 가끔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주 가끔은요... 그런 뜻에서 목사님 용돈 좀 올려주심이 어떨런지요...
첫댓글 남자들은 이상하게도 "한턱" 쏘는 맛이 좋은가 봅니다. 주머니 사정을 재 볼것도 없이 일단 한턱 내고 보니까요. 남편들의 "쏘셜 포지션"(저희 남편이 돈 뭉텅 쓰고 온 날, 늘 쓰는 용어임)의 상승을 위해서 가끔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주 가끔은요... 그런 뜻에서 목사님 용돈 좀 올려주심이 어떨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