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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가의 블레이드 개발사 – (14) 새로운 카본 소재, 텍스트림을 만나다.
드디어 스티가의 블레이드 개발사,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네요. 참 길고 긴 행로였습니다. 재미있기도 했구요….
그 동안 여러 편의 글을 연재하면서, 스티가라는 회사를 스스로도 마음 속에서 재정립해 볼 수 있었구요, 또 스티가를 통해서 전체 탁구사에 대한 조망을 해 본 느낌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써 가면서 넥시의 미래에 대해서도 한번 더 들여다 보게 되었구요.
앞의 글들의 내용을 요약하면서 카보나도를 향해 돌진해 봅니다.
일단 스티가는 림바 표면이 가진 감싸 앉아 주는 듯한 타구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리고 중국 탑 클래스 선수들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여 라켓 개발을 진행해 왔구요.
그런데 중국 선수들의 요구 사항은 공이 높은 궤적으로 솟아 올라 멀리 뻗는 것이었지요.
그런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서 스티가는 순수 합판이면서 공 끌림이 좋고 중진에서도 힘이 있는 컨셉의 블레이드들을 계속해서 개발해 왔습니다.
텅텅 거리는 듯한 타구감각과 중진에서 밀리지 않는 힘, 그리고 전진에서 찰지게 붙어 올라와 주는 구질 등을 중시한 스티가의 블레이드들은 유럽 시장에서뿐만 아니고 중국 시장에서 크게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중국 사람들의 꿈의 브랜드가 되고 있지요.
우리 나라에서는 스티가의 진면목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 점점 더 많은 분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스티가가 가진 독특한 감각은 일련의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면서 스티가 매니아들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스티가에는 한 가지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지요. 그것은 중국의 수많은 업체들이 스티가의 오펜시브 클래식을 대놓고 카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스티가의 대표적 블레이드로 클리퍼 블레이드와 함께 오펜시브 클래식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는데요, 그 인기를 잘 알고 있는 중국 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오펜시브 클래식을 카피해서 판매하였습니다. 너무 많은 업체들이 카피해 대니 이제 막을 수도 없는 지경이 되었지요.
(스티가의 영원한 베스트 셀러 블레이드를 꼽으라고 하면 초기에는 올라운드 클래식 블레이드였지만 90년대 이후에는 오펜시브 클래식과 클리퍼 시리즈가 대세를 이루었지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오펜시브 클래식은 한 때 중국 쥬니어 선수들에게 교과서적인 블레이드로 여겨졌습니다. 90년대 중반 이후 대부분의 중국 유소년들이 탁구를 시작하면 당연하다는 듯이 선택하다시피 했던 블레이드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때 또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조만간 스피드 글루잉이 더 이상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이었습니다. 수성 글루로 바뀌게 되면 림바 표면을 가진 오펜시브 클래식 등의 블레이드들은 표면이 뜯겨져 나가는 문제를 피할 수 없게 되지요.
그래서 이 두 가지 문제를 단번에 풀어낸 것이 바로 에벤홀츠입니다. 새로운 표면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중국 업체들이 당분간 그 목재를 구하기 전까지 카피를 생산할 수 없었다는 장점도 있었구요, 무엇보다 단단한 표층이므로 수성 글루로부터 오는 뜯겨짐의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었지요.
오펜시브 클래식으로부터 수많은 스티가의 팬층은 에벤홀츠로 옮겨 왔습니다. 그리고 스티가는 로즈우드를 이어서 출시하지요. 그리고 다시 메이플 우드로 이어 옵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표층을 사용하여 신제품의 라인업을 형성하면서 오펜시브 클래식의 구성 형태를 유지한다는 스티가적 제품 출시 경향이 확립되었습니다.
즉 오펜시브 클래식과 같은 구조인 스프루스 층을 표면 이하에 사용하면서 표면층은 단단한 표층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계속 진행해 온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스티가는 과거의 오펜시브 클래식이 보여 주었던 퍼포먼스에 대한 미련이 계속 남았던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림바 표층을 회귀하기를 꾀해 왔지요. 그래서 림바 표층에 물을 들여 단단하게 만든 CC 시리즈를 비롯하여 아주 곱게 갈아 내어 림바 표층 자체의 결을 없애고 쉽게 블레이드 표층이 뜯겨 나가지 못하도록 처리한 다이아몬드 가공 기술을 적용한 인피니티 블레이드와 에머랄드 블레이드 등을 내 놓습니다. 즉 림바가 가진 스티가 고유의 감각을 계속해서 재점검해 오고 있는 것입니다.
(스티가의 오펜시브 클래식 사랑은 지금도 끊임 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주 큰 인기를 누리지는 못 했지만 기존 오펜시브 클래식의 타구감각과 성능을 계승한 오펜시브 클래식 카본 블레이드도 몇 년 전에 출시되어 관심을 끌었지요.)
여기까지 온 후 스티가의 다음 행보가 어디로 이어질 지 모두가 궁금해 하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러버에 있어서는 에어록이라는 새로운 개발이 이루어졌지만, 블레이드에 있어서는 어디로 가게 될까요?
스티가는 2014년에 러버 분야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합니다. 그것은 에어록 러버가 출시되는 사건이지요. 에어록 러버에 대해서는 벌써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지만 여전히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드리면 이렇습니다.
그전까지 스티가의 러버를 개발해 왔던 일본 회사는 과거 탑시트의 개발에 있어서는 설비를 다 갖추고 있었지만 스폰지 개발에 있어 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큰 회사에서 해당 회사에 대규모 설비를 갖추는 투자를 진행합니다. 그래서 현재 스티가 러버의 개발사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형 회사로 거듭나게 되었지요. 그 과정에서 기포를 장착한 에어록 러버가 개발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와 끝까지 같이 가는 파트너로 수십년의 세월을 보내 온 회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스티가이지요. 그래서 스티가는 이러한 제품 개발의 과정에서 가장 우선되는 최우선 파트너로서 양질의 러버를 공급받게 되었습니다.
기포 있는 스폰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하게 소개드릴 기회가 있겠지만요, 기포 자체가 판 스프링의 역할을 해서 가장 위급한 순간에도 탄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도 공에 대한 일정한 탄성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러버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이런 기술적인 도약과 함께 스티가의 블레이드에 있어서도 놀라운 변화가 시도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스웨덴의 카본 회사가 가진 독자적인 카본 기술을 활용한 블레이드 개발이었습니다.
카본이 무엇인지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만, 우선 카본 재질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을 드려야 겠네요. 블레이드에 삽입되는 카본층은 카본 원사를 직조하여 만든 카본천을 뜻한다고 하겠습니다. 보통 1K, 3K, 12K 혹은 단방향성을 뜻하는 UD 카본 등으로 구분하여 부르는데, 이것은 직조 방식을 말하는 것이고 물성에 대한 차이를 말하는 것은 아니에요. 카본 원사 자체도 어느 국가의 어느 회사에서 만든 것인가에 따라 물성이 차이가 있구요, 그것을 직조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발생합니다.
(사진 상으로 보시면 실 여러 가닥이 모여서 하나의 결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3K라고 하면 이 한 결에 실 3,000가닥이 모여 있는 것을 말합니다. 위의 사진은 3K 카본천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K라는 단위는 1,000을 뜻하는 말이구요, 1K라고 하면 천 가닥의 카본 원사를 하나의 단위로 해서 직조한다는 말입니다. 3K이면 3천가닥의 실이 하나의 단위가 되지요.
그리고 이 카본 원사들이 모여서 이룬 카본 천을 몰드를 사용해서 성형하여 열로 찌게 되면 우리가 흔히 보는 카본 제품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는 이처럼 한면은 끈적한 종이 위에 카본 원사들을 엮어서 짠 카본천이 붙어 있습니다. 이 카본 원사층을 가위로 오려서 금형 위에 덕지 덕지 붙여 카본 제품의 모양을 만들구요, 그 다음에 레진을 넣고 열로 찌게 되지요. 따라서 카본 제품의 제조 과정은 첨단스런 이미지와는 달리 매우 노동 집약적입니다. 그래서 선진국에서 카본 제품을 제조하는 경우는 드물지요.)
그런데 탁구용품에 사용되는 카본층은 이렇게 여러 장의 카본층을 레진으로 결합하여 찌는 방식이 아니구요, 단순히 한 층의 카본을 사용합니다. 탁구용품의 특성상 무게가 증가하기 때문에 많은 카본 소재를 쓸 이유가 없기도 하구요, 또 기본적으로 목재가 가진 성질을 크게 헤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만들기 때문이기도 해요.
그런데 여러분들이 실제로 카본층이 들어간 블레이드가 파손되어 그 층을 보게 되면 카본실이 있다고 보여지지 않고 카본층이 한층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일 거에요. 그것은 카본 원사를 결합한 카본천을 놓고 그 위에 목재층을 붙이기 전에 접착제가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카본층은 목재층이 아니기 때문에 목재와 잘 붙지 않는 문제가 있어요. 그래서 일반적인 목재층의 접합보다는 더 강화된 접착제를 사용하게 되는데요, 그 결과 카본천 자체가 가진 특성보다는 조금 더 딱딱한 금속성 재질로 인식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만약 이 카본층을 딱딱한 느낌이 없도록 사용하고 싶다고 하면 소량의, 그리고 딱딱한 느낌이 덜한 접착제를 사용해서 굳혀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내구성이 약해서 블레이드가 벌어져 버리는 일들이 종종 발생하지요.
이 부분에서 넥시는 과거 한니발과 오스카를 제작할 때부터 카본층을 사용하지만 매우 부드러운 감각을 유지하는 기술적 우위성을 보여 왔는데요, 목재의 구성도 구성이지만 결국 카본층을 어떻게 접합하느냐 하는 것이 상당히 기술적 노하우를 요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면에서 부족함이 있기 때문에 중국의 듣보잡 블레이드들이 시장에서 외면을 받는 것이지요. 구성은 똑 같은 구성인데 쳐보면 다르다는 것은 결국 이러한 접합 기술의 측면에서 일어나는 결과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카본층을 사용했다고 무조건 가격이 비싼 것은 아니구요, 카본층을 목재층처럼 느끼도록 하는 어떤 기술적 노하우가 동원되었느냐에 따라 블레이드의 가치가 결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넥시의 블레이드들은 이런 면에서 아주 뛰어납니다. 오래 쳐도 블레이드가 갈라지는 일이 드물구요, 그러면서도 목재처럼 부드러운 타구감각을 가지고 있지요.
스티가 글에서 넥시 칭찬을 해서 죄송합니다. ^^ 하지만 제 머리속에 넥시가 가득 담겨 있어서 수시로 튀어 나옵니다.
그런데 이 카본층은 기본적으로 스티가의 제품 제조 철학과는 맞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얇은 원사를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카본 원사들이 얼기설기 얽혀서 이루어진 카본층 자체가 상당한 두께를 갖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카본층을 목재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접착제가 스며 들어 일어난 일이기도 합니다. 좋은 접착제를 사용하여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질감을 최소화한다는 것은 작업 공정에서 행할 수 있는 기술적 우위입니다만, 스티가는 이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카본 블레이드 자체를 거의 생산하지 않아 왔습니다.
스티가에서 제조한 몇 가지의 카본 블레이드를 살펴 보시면 아시겠지만 기본적으로 카본층의 느낌을 살린 블레이드가 거의 없습니다. 예전에 슈퍼 카본이라는 이름만 듣고 상당한 카본필이 있겠다 생각했다가 실망하신 분들도 계실 거에요.
그래서 흔히들, 스티가는 유럽형 올라운드 전형에 잘 맞는 블레이드이고 빠른 카본 블레이드는 역시 일본 블레이드들이라고들 생각해 왔지요. 그런데 이 기존의 사고에 도전하는 혁신적 변화가 일어납니다.
바로 텍스트림 카본층을 사용하는 카보나도 블레이드가 등장한 것이지요.
이 텍스트림 카본층은 스웨덴에서 특허를 가지고 있는 스웨덴 특산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티가 외의 회사에서 미리 이 정보를 알고 제품에 적용할 수가 없었다고도 볼 수 있지요.
그럼 텍스트림 카본이란 무엇을 뜻할까요?
첫댓글 하루에 두번.... 대단하십니다!!
아, 다른 글은 이전 글을 옮겨 온 것 뿐이에요 ^^
끝이 보이신다는 말씀이 또 다른 시작의 암시적 내용 같으십니다. 기대하겠습니다~ ^^
예, 러버 역사글이 기다리고 있지요~^^
텍스트림.......^^ 근데 이마저도 카본의 느낌은 강하다고는 못하겠네요. 다만 이전의 스티가표 특수소재나 특수기법보다 분명해진 것만은 확실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 이유를 다음 글에서 알려 드릴께요~^^
아~ 재미있습니다~ 오랜기다림 끝에 워킹데드 시즌6를 보는 기분이군요~감사합니다^^
메이플 우드5를 사용 해왔는데 단종되어 아쉽습니다. 하드 우드 시리즈중에 이 제품만 단종된 이유는 결국 판매량 때문일까요... 좋지만 개성이 너무 강하기도 하고 생체인들이 원하는 강력함이 좀 덜해서 이기도 하고... 그래서 폴리봉 도입 시점에 즘해서 단종된것 아닌가 혼자만 추측해봅니다~ 말해주실 수 있다면 알려주시고 독점 공급사로서 난처하시면 그냥 패스해주셔도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블레이드 중 하나입니다^^
글쎄요... 그건 스티가에서 결정한 일이니 알기가 어렵네요~^^
이전 라켓이 다 팔리고 다음 라켓이 이전 라켓과 비슷한 컨셉이면 생산을 중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에머랄드로 간 것을 보면 비슷한 컨셉의 로즈우드, 에보니, 메이플 우드 표층들 중 에보니 표층으로 집중했다고 볼 수도 있구요.. ~^^
재밌게 잘읽었습니다....이제 제가 스티가와만난 카보나도 얘기가 또 나오겠군요...^^
예~^^ 스티가와 만난 텍스트림 이야기를 이어갈 예정이에요~^^
평소에 글을 잘 읽고 있습니다만 이 글에서 선뜻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 몇 글자 남깁니다. "무엇보다 단단한 표층이므로 수성 글루로부터 오는 뜯겨짐의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었지요." 이 부분은 동의하기 어렵네요. 예전에 에반홀쯔 5겹을 사용했는데 러버 떼어낼 때 표층이 잘 일어나는 건 여전했습니다. 물론 코팅을 안했지만요. 코팅하면 굳이 에반홀쯔가 아닌 다른 스티가 블레이드들(참고로 제가 가진 대부분의 블레이드는 스티가 제품입니다.)도 표층이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전 스티가 마니아로서 제품 자체를 헐뜯을 생각은 없습니다만 언급한 부분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워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예, 이 부분은 과거의 림바 표층에 비해 더 단단하다는 상대적 비교를 말한 거에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완전 고급 정보를~^^ 감사합니다. ~^^
소중한 정보 감사히 공유하겠습니다.